이것은 경영학 석사가 취직도 안 하고 상하차 알바를 나가는 것보다 더 이상한 일이었다.
마법사 쯤 되는 사람한테는 좀 더 벌이도 많고 깔끔한 일도 많을 텐데? 내 의문에 접수원은 이상하게 생각할 만 하다는 것처럼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그 마법사 분은 브론즈 등급이세요. 이번 의뢰에서는 파티장 역할을 맡으셨죠.”
“파티장을요? 어째서죠?”
“관습이죠. 많은 모험가 길드에서 아이언 클래스 모험가 분들이 토벌 관련 의뢰를 나가실 때는 상위등급 모험가 분을 파티장으로 넣어요.”
“아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군요.”
내가 대놓고 말하자 접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예상 밖의 사태에서는 아이언 클래스 모험가 분들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우니까요.”
아딱이들이나 브딱이들이나 심해인 건 마찬가지 같은데. 존나 누가 누구를 캐리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브론즈 클래스 분들한테는 무슨 이득이 되나요? 설마 자원봉사는 아닐 테고.”
“주로 실적에 보탬이 되죠. 파티를 맡을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걸 입증할 기회니까요.”
아하. 조별과제 조장 같은 거구나. 그러면 업적으로 쳐줄 만 한 일이었다. 쌩뉴비들 멱살을 잡고 하드 캐리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파티원들 직업을 들어보니 각각 딜탱서폿을 맡고 있는데, 그럼 마지막 파티원의 직업은 힐러여야 밸런스가 맞다. 그게 아니면 근딜원딜서폿 조합으로 치고 정글러를 구하던가.
‘근데 정작 마지막 파티원은 나잖아.’
나는 성직자도 아니고 타잔도 아니었다. 쇠질로 단련된 칼질 평타와 튼튼한 장비가 전부인 깡 물딜이다. 존나 심해에 거주하는 아딱브딱이들 본성 어디 안 간다고 지들 하고 싶은 픽만 고르는 개막장 조합이 나와버린 것이다.
힐러가 없다는 것은 꽤 뼈 아픈 일이었다. 다쳐도 치료해 줄 사람이 없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있을까.
하수도 정찰 의뢰가 난이도가 낮은 일이라는 사실은 별로 위안이 안 됐다. 원래 이런 류의 판타지 게임에서 초반 도시 하수도는 불온세력의 온상이니까.
인성 터진 이교도들이 암약하거나 흑마법사들이 인체실험을 하거나 도적들의 은둔지가 있거나, 하여튼 하수도로 기어들어가서 존나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가는 경우를 못 봤다.
“…오늘 점심까지 맞죠?”
“네. 결근하시면 페널티가 있으니까 주의하세요.”
나는 살짝 불안했지만 결국 의뢰를 수령했다.
설마 브론즈 클래스의 마법사까지 있는데 별 일 있겠냐는 마음으로 말이다.
시간이 흘러, 때는 이미 점심.
나는 든든한 식사를 마치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시각은 11시 30분. 사르가디스에도 커다란 시계탑이 하나 있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회중시계는 가격이 비싸서 보통 도시마다 저렇게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탑이 하나씩 있다.
30분이나 일찍 나온 것은 더럽게도 지루했기 때문이다.
새벽 6시부터 기다렸더니 좀이 쑤셔서 죽는 줄 알았다. 놀거리도 얼마 없는 이세계에서 6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중노동의 일종이었다.
터덜터덜.
약속장소로 가니 분수대 앞에는 사람이 잔뜩 모여있었다. 여길 약속장소로 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콸콸콸콸!
작은크기의 분수대에서 물이 계속 솟아났다.
이런 구조물이나 시계탑만 봐도 여기는 평범한 중세가 아니었다. 마치 산업혁명이 실패한 채로 1000년 이상 유지된 근대문명 같다. 디즈○ 영화 속 판타지 세상 같기도 하다.
“노르드 씨인가요?”
그때 분수를 구경하던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민소매 로브를 입은 여성이었다. 화려한 인상을 주는 미니스커드 로브를 어깨를 드러내는 망토로 감쌌다. 머리는 하얗고 눈은 하늘색인 것이 딱 봐도 얼법처럼 생긴 사람이었다.
“네. 제가 노르드입니다. 혹시 당신이 이번 의뢰에서 파티장을 맡으셨다는… 어….”
“티르시에요. 티르시 아르마슈나스.”
“예. 티르시 씨. 죄송합니다. 파티원들 인적사항을 따로 못 들었거든요.”
깜빡하고 안 물어봤다. 접수원도 따로 알려주지 않았다. 티르시는 예상했다는 것처럼 머리를 끄덕거렸다.
“물어보셨어도 못 들으셨을 거에요. 파티원들의 이름이나 인상착의는 파티장한테만 알려주거든요.”
“네? 아니, 왜요? 설마 매번 말해주기 귀찮아서 그런가?”
“아마 그렇겠죠? 하루에도 파티가 잔뜩 맺어지고 해산하고 할 테니까요. 그래도 제가 알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티르시는 차가워 보이는 컬러링과는 달리 눈매나 말투는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실에 존나 마음이 놓였다. 조장이 제정신 박힌 사람이면 나랑 조장만 있어도 과제를 조질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꽤 일찍 나오셨네요.”
티르시가 시계탑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30분도 전인데요. 저는 제가 제일 일찍 나왔을 줄 알았어요.”
“흐흐. 부끄럽게도 이게 첫 의뢰라서 약속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는 요령이 부족해서요. 그리고 지각하는 것보다는 빨리 나오는 편이 첫인상도 좋지 않습니까.”
“맞아요. 어쩌다가 약속에 늦을 수는 있지만, 서로 처음 보는 날부터 그러면 안 되죠.”
마법사답게 깐깐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마법사 치고는 마음이 넓다고 해아 하나. 사람마다 평가가 갈릴 의견이지만 내 눈에는 티르시의 태도는 충분히 양호하게 비춰졌다.
이세계는 마법 자체는 흔하지만 마법사들은 인성 빻은 양반들이 많다. 밥상머리 교육을 인의예지보다 마법진 그리는 법으로 배운 새끼들이라 그렇다.
학력부심도 오지고, 내로남불은 패시브에 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런 그들의 기분을 이해했다. 이 미개한 세상에서 먹물쟁이로 살아왔다는 일이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재수없긴 해도 나한테 지랄만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법사 새끼들이 모친리스(母親less) 대학 교수들보다는 나았다. 애1미 시발 나더러 지가 타고 다니는 코끼리를 어떻게 주차하라는 건지.
“아, 다음 파티원 분도 오시네요.”
티르시가 완드를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저 먼 발치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걸어왔다. 등에는 짧은 창과 나무 방패를 맸고, 가슴에도 빈약하게나마 가죽 갑옷을 걸쳤다.
“허허허. 아니나 다를까 티르시 님이셨구려. 일찍 나와보기를 잘 했어.”
“겐트릭 씨. 후후. 오랜만에 뵙네요.”
“아는 사이십니까?”
반갑게 인사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아우둠라 길드는 인원이 많은 편이 아니다. 일하는 와중에 서로 안면을 틀 법도 했다.
“네. 저 분이랑은 저번에 의뢰를 하다가 만나 뵀어요.”
“겐트릭 해리우스일세. 잘 부탁하네.”
노인이 악수를 청하길래 무심코 받았다. 그는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가죽장갑 너머로도 나름 튼튼한 머슬 파워가 전해져 왔다.
‘젊은이가 픽픽 뒤져나가는 업계에서는 노인을 조심하라고 했었지.’
남들 다 뒤질 때 살아남은 노인이니 약할 리가 없다는 게 그 주장의 논지였다. 근데 저 할아버지는 아딱이인 걸 보면 대단한 실력자는 아닐 듯 했다.
걍 안 죽고 살아남아서 먹고 사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고 추측된다. 모험가 업계는 이세계판 중소기업 공장이자 노가다판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제껏 먹어온 짬은 어디 안 가겠지. 언제부터 모험가 일을 했느냐에 따라 갈리겠지만 최소한 나보다는 더 경험 많은 선배님이시니 믿어봐야겠다.
“이제 1명 남았군요.”
“그러게요. 30분도 전인데 3명이나 모였네요.”
“브론즈 클래스의 마법사 분이 파티장이라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싶어 일찍 나왔다네.”
“…제가 시간에 까탈스러운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티르시가 볼멘 소리를 내길래 나랑 겐트릭 할배는 함께 웃었다.
이번 파티운은 괜찮은 것 같았다. 세 사람이나 30분 일찍 약속장소에 모인 것이다. 혹자는 시간관리능력이 부족하다고 혹평하겠지만 나는 달랐다.
딴짓하다가 남을 기다리게 할 바에야 내가 일찍 가서 기다리겠다는 마인드.
이 마인드는 주로 배려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존나 선천적 싸이코패스와 후천적 소시오패스가 넘쳐나는 이세계에서 이런 파티원들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마지막 한 사람은 거의 20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마지막 한 사람이 늦는군.”
“아직 10분 전인데요?”
“그래도 우리는 다 모였잖나.”
겐트릭은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이건 우리가 너무 빨리 온 거였다. 그런데도 사람 심리가 다 그렇듯이 1명 때문에 출발을 못 하고 있어서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왔네요. 마지막 파티원… 어?”
회중시계를 보고 있던 티르시가 왼쪽을 향하더니 갑자기 입을 떡 벌렸다.
뭔 일 났나? 나는 티르시가 보는 방향으로 눈을 향했다가, 거기서 메다닥 달려오는 어느 키 작은 여성을 발견했다.
후드로 얼굴을 완전히 가렸는데도 나는 그녀가 여성임에 손목발목을 다 걸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이 먼 거리에서도 그녀의 가슴은 존나 선명하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죄, 죄송해요! 제가 늦었나요?!”
티르시보다 한참 긴 싸구려 후드를 덮어 쓴 사람이었다. 존나 회색깔 판초 같은 느낌이다.
“제, 제가 하프 드워프인 프란체스카 에이트리넨이에요! 늦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녀는 숨을 헉헉대면서 후드를 걷었다. 검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청순한 인상의 미인이었다. 동안이기는 한데 애 같지는 않았다.
하프 드워프인가.
‘드워프’라는 종족이 주는 인상과는 달리, 그녀… 프란체스카였나? 아무튼 그녀의 얼굴에는 털 한 올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들어본 바에 따르면 이 세상의 여자 드워프들은 수염을 기르지 않는다. 드워프들의 수염은 종족 특성이 아니라 문화적 요인이다.
톨킨식 드워프를 실존하는 이세계 드워프들한테 강요하는 것도 못 할 짓이긴 했다. 나도 누가 나더러 넌 옐로 몽키니까 칼은 내다버리고 쿵푸와 활솜씨로 싸우라고 한다면 태권도 0단의 뒤돌려차기를 선물해줄 아량은 있었다.
그래도 키가 작은 건 내가 아는 드워프랑 똑같았다. 대충 150인가 160cm 정도? 거의 뭐 초등학생 중학생 급이다.
하지만 가슴은 존나 컸다.
─출렁출렁.
중요하니까 2번 말한다. 가슴은 존나 컸다.
크다. 개 크다. 조따 크다. 아무튼 미치게 크다. 가슴 둘레가 신장과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욱 놀라운 점은 저게 가죽갑옷을 입은 거라는 점이었다. 나는 여성의 가슴이라는 부위가 브래지어와 가죽갑옷으로 튼튼하게 감싸도 저런 미친 무빙을 선보이는 신체기관인 줄은 여태껏 몰랐다.
“저, 저기…? 하수도 정찰 의뢰를 나가는 파티 맞죠…?”
그때 프란체스카가 어물거리면서 물었다. 티르시가 돌처럼 굳어서 미동도 하지 않자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나와 겐트릭은 시선을 교환했다. 우리의 시선은 프란체스카의 가슴과 티르시의 가슴을 빠르게 오갔다.
슉! 슈슉! 슈슈슉! 그것은 그야말로 당구 세계대회의 우승자를 가르는 결정적인 파이널 샷처럼 재빠르고 절도 있는 움직임이었다.
─압도적인 미드 차이.
우리 파티장이 넋이 나가버린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일단 티르시도 작지는 않다. B컵은 될 것이었다. 그러나 여자에게 있어 가슴 사이즈란 남자에게 있어 쥬지 사이즈와 같은 것이다. 압도적인 격차를 괄목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스턴에 빠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나와 겐트릭은 파티장이 상태이상을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 먼저 인사를 했다.
“어흠, 어흠. 그래. 우리가 하수도 정찰 의뢰를 받은 파티가 맞다네. 나는 겐트릭일세. 잘 부탁허이, 프란체스카 양.”
“저는 노르드입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두 분 다 잘 부탁드려요!”
프란체스카가 안심한 목소리로 밝게 대답했다. 티르시는 뒤늦게 스턴상태에서 벗어나 말했다.
“…티, 티르시 아르마슈나스입니다. 사과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약속시간보다 일찍 오셨어요.”
“네, 네! 감사합니다!”
프란체스카가 살짝 긴장한 것처럼 빠릿빠릿하게 대답했다.
내 눈에나 티르시가 조별과제 조장으로 보이지, 프란체스카한테는 파티장 겸 마법사이니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걸지도 몰랐다. 겐트릭도 티르시한테는 존댓말을 썼었으니까.
“그럼 출발하죠.”
뭐, 아무튼 그렇게 통성명을 마친 우리는 멘탈을 추스르는 파티장을 따라 하수도의 입구로 향했다.
하수도의 출입구는 도시의 슬럼가 쪽에 있었다.
하수처리장은 이세계에서도 님비 시설이다. 님비 시설은 집값이 싼 시골이나 혐오시설 밀집지역에 세워지기 마련이고, 사르가디스에서 거기에 딱 맞는 곳이 바로 슬럼가였다.
슬럼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으나 얼마 못가 꼬리를 말듯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마법사를 포함한 모험가 4인팟한테는 시비를 걸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도 이쪽을 꼬라보던 태도를 보아하니 나 혼자 왔다가는 소매치기 정도는 당하겠다. 조심해야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티르시를 따라 걸어갔고, 10분 정도 걸어간 끝에 하수도 입구에 도착했다.
“앗, 아우둠라 길드 분들이시죠?”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젊은 청년이었다. 경비병의 제식 장비를 입은 사람이다. 하수처리장의 경비병이겠지.
하지만 그의 모습에 나는 뜬금없는 의문이 하나 생겼다.
생각해보면 하수도를 관리하는 것은 영지의 일이다. 그런데 왜 저 사람들 같은 경비병을 두고 모험가들한테 돈을 줘 가면서 하수도 정찰을 시키는 걸까.
나의 의문은 이어지는 경비병의 자기소개로 해소되었다.
“제가 이번 의뢰주인 조지입니다.”
시발. 하청의 하청이었네.
공무원들이 공익을 부려먹듯이 여기 경비병들은 모험가한테 님비 시설 관리 업무를 하청 때려버리는 것이었다.
‘이거 존나 불법 아닌가?’
억울하기 짝이 없었으나 이 미개한 이세계에서 그걸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영주도 묵인하니까 저들이나 모험가 길드가 의뢰를 주고받고 하는 것이겠지.
나는 이것을 일종의 윈윈 관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경비병은 정찰 끝나고도 악취를 풍기면서 근무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고, 우리는 실적도 쌓고 돈을 받아서 좋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영 줫 같으면 앞으로 하수도 정찰은 안 하면 될 일이었다.
“제가 파티의 임시 리더를 맡은 브론즈 클래스 모험가, 티르시 아르마슈나스입니다.”
조장 역할을 맡은 티르시가 대표로 앞에 나섰다.
“이번 정찰 의뢰에 특이사항은 있나요?”
“아뇨아뇨. 저번 정찰 때까지는 아무 이상도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그저 유지 보수를 위한 정기 순찰이고 말고요.”
조지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부정했다.
연령 상 경비병 선임들한테 짬처리를 당해서 여기 있는 거겠지. 공무원으로서 자기가 일할 때 사고가 터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정찰하셨던 게 언제였죠?”
“1달 전입니다. 하지만 2주일 쯤 전에도 수리공들과 안에 들어갔었죠. 하수구 정비를 끝내고 돌아오는 동안 몬스터와 좀 마주친 게 다입니다.”
별 도움되는 정보는 아니었다. 티르시는 알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를 돌아보았다.
“별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저는 즉시 의뢰에 착수하고 싶은데, 따로 준비가 필요하신 분 있나요?”
“저는 괜찮습니다.”
“나도 괜찮고 말고.”
“저, 저도요!”
반대의견이 없자 티르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들어가죠.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갑자기 웬 마스크? 그런 거 챙겨오라는 말 없었는데? 나는 품에서 마스크를 꺼내는 겐트릭과 귀걸이를 만지며 뭔가 주문을 외우는 티르시를 보자 몹시 당황스러워졌다.
전사는 템으로 때우고 법사는 마법으로 퉁치는 모습!
이건 마치 나만 던전공략 필수템을 챙겨오지 않은 것만 같은 불안감이었다. 시발 머임? 브람마톤 교수님 책에도 마스크 언급은 없었는데!
“그쪽 분은 마스크가 없으신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