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던전. 던전이라….”
나는 스프를 홀짝이며 중얼거렸다.
여치 수십마리한테도 개털리는 새끼가 던전을 탐색한다?
존나 쌉소리도 그딴 개쌉소리가 없었다. 나더러 척척석사로 뒤지라는 뜻인가?
‘걍 목욕탕이나 갔다가 가성비 좋은 의뢰나 해치워야지.’
분명 지금이라면 던전에 눈이 팔린 놈들이 방치한 개꿀 의뢰가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스프를 한 스푼 더 떴다가, 갑자기 도르카가 아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도르카.”
“엉? 왜.”
“아니, 별 건 아니고. 그 뭐냐. 아까 말한 별 거 없다는 유적을 발견한 모험가 길드는 어디래?”
큼지막한 빵 덩어리를 들고 오던 도르카가 내 말에 눈을 깜빡였다.
“아우둠라인데?”
애1미 시발. 잠이나 더 잘 걸 그랬다.
때는 점심 무렵.
나는 스프를 그릇까지 깨끗히 비우고 목욕탕에까지 갔다온 후에 마지못해 아우둠라 길드에 출근했다.
“염병.”
아니나 다를까 길드 게시판에 큼지막하게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이 글자를 해석할 줄 아는 모험가를 구합니다###]
이 병신 같음,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좆소가 맞습니다.
남들은 던전을 찾아가지고 실적을 쌓고 있는데 여기는 개씹 마이웨이로 좆도 아닌 유적이나 발견하고 앉았구나. 나한테 선택의 여지란 걸 한 번 줘 보면 어떠냐. 뻐킹 좆소둠라 길드 같으니.
내 옆에서 다른 모험가들도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해댔다.
“아니 씹. 뭔 글자가 이따구로 생겼어? 내가 좆으로 써도 이것보단 낫겠다.”
“이거 혹시 이교도들이 숭배하는… 그그 뭐시냐? 하여튼 그거 아니냐?”
“적당히 아무렇게나 적어다 주고 보상금 탄 거 다 써버리면 되지 않냐? 어차피 실버 승급 물 건너 갔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대화 수준에 나는 자살이 하고 싶어졌다.
어른들이 이래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가라고 하는 거구나. 수입이나 복지 이전에 사회적인 인식이 걱정될 지경이라니.
나는 의식적으로 청력을 차단하며 대자보에 걸린 문자열에 눈을 돌렸다.
‘상형문자군.’
대상의 형태를 그대로 문자로 본뜬 글자였다. 이집트 벽화의 글자처럼 그림에 가까운 문자형이다.
뜻은… 새, 먹이, 의식을 벌이다, 즐겁다?
‘시발 뭐야 이게.’
나는 눈쌀을 찌푸렸다.
상형문자는 내 능력으로도 해석하기가 영 곤란했다. 상형문자란 기본적으로 추상적인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이다.
문맥의 제일 앞에 있는 두 글자가 각각 ‘새’와 ‘먹이’를 뜻하는 글자라는 것은 나도 이해가 간다.
근데 이게 새에게 먹이를 먹였다는 뜻인지, 아니면 새의 먹이인 애벌레를 은유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상형문자를 쓰던 당사자들이야 자주 쓰던 표현이니까 무슨 뜻인지 사전에 구어(口語, 입으로 하는 말)로 합의를 봤겠지만, 어디 가서 뜻을 물어볼 수도 없는 제 3자로서는 존나 엿 먹는 기분이다.
상형문자가 언어의 주류가 되지 못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내가 아는 성공한 상형문자라고 해 봤자 한자 정도다. 그리고 그 한자조차 상형문자의 한계는 똑같이 겪는다.
그래서 중국어는 모든 한자에 ‘발음’과 ‘뜻’을 따로 부여해서 쓴다. 그쯤 되면 상형문자라 부르기도 힘들다. 끝내는 발음이랑 뜻을 붙이고도 감당이 안 되서 한자 갯수만 수만 개로 증식했고 말이다.
심지어 걔들은 한자로 번역하기 힘든 외국어를 그냥 음차로 때워버리는 경우도 많다. 시발 咖啡라는 한자를 보고 이걸 커피라고 읽는 새끼가 어딨는데. 존나 문화 충격이었다.
아무튼 여기 있는 문자만 가지고는 뜻을 해석하는 의미가 없었다.
카르미네 출신인 내가 본 적도 없는 문자다. 아예 기록도 거의 없는 원시인들 글자일 것이었다. 대조군이나 흔적도 없이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하여간에 왜 일처리를 이딴 식으로 하는 것이지? 내 근육빵빵 보디에 암을 발병시켜 암살할 생각인 것인가?
‘…이 길드에는 고고학이나 언어학 전공자가 없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빠르게 기대를 접고 접수처로 갔다.
오늘 접수를 보고 있는 접수원은 남자 둘이었는데, 둘 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실례합니다. 저번에 달성했던 하수도 정찰 의뢰의 보수를 받고 싶은데요.”
일단 받을 건 받아두자. 3쿠퍼는 3만원. 가성비 좋은 치킨 반반무마니를 두 번 시킬 돈이었다.
“하수도 정찰입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노르드입니다. 여기 플레이트.”
목에 걸어둔 플레이트를 벗어서 보여줬다. 접수원은 장갑을 낀 왼손으로 거기에 적힌 내 이름을 체크했다.
“노르드 씨…. 아, 맞습니다. 의뢰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취급돼서 보수를 지급받으실 수 있으십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살인벌레들이 바글거리는 하수도에 아딱이 셋과 브딱이 하나를 보냈으니 오히려 위자금을 뜯어내야 할 지경이다.
“여기 보수금 3쿠퍼입니다.”
─짤랑짤랑.
나는 동전 3개를 받아서 지갑에 넣었다. 그러는 한편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질문을 해 봤다.
“그나저나 저기 게시판에 걸려 있는 문자 말인데요. 유적에서 발굴된 문자들의 전부는 아니죠?”
“예? 아, 맞습니다. 유적의 글귀에서 일부만 베껴서 써 온 거라고 들었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아니 시발 글에서 일부만 가져와 놓고 뜻을 물어보면 어쩌자는 거야. 뭐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서 유적으로 델꼬 갈 생각이었나?
어이가 없는 나머지 내가 속으로 끙끙 앓고 있을 때, 남자 접수원이 신기하다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모험가님께서는 저게 문자의 일부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 좆 됐다. 뭐라고 변명하지.
나는 예상하지 못 한 지적에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자칫 대처를 잘못 했다가는 내 스펙을 들켜버린다.
그리고 내가 고고학 석사라는 것을 들키는 순간, 여기 길드 마스터나 그 따까리가 똥꼬털을 휘날리며 날아와서 나더러 님 우리 조합원 안 하싈??? 할 것이었다.
“크흠. 뭐 놀랄 게 있나요. 간단한 일이죠.”
나는 공무원 특유의 어~ 음~ 어~ 화법을 구사했다. 변명을 생각할 시간을 만드는데 있어서 이 화법은 아주 효과적이다. 모두 기회가 되면 한 번 사용해 보는 게 어떨까?
“그냥 벽 구석에 낙서 몇 줄 끄적여져 있던 거라면 일부러 베껴와서 저렇게 뜻을 아는 사람을 찾겠습니까? 진짜 대놓고 수상한 곳에 써져 있었든가, 엄청 긴 문구의 일부분만 옮겨서 가져왔겠죠.”
“이야, 추리력이 대단하시군요. 맞습니다. 저 글자는 유적 전체에 굉장히 수상한 느낌으로 잔뜩 적혀져 있었다고 합니다.”
내 말에 접수처 남직원이 깜짝 놀라며 감탄했다.
대갈통 굴리기가 녹슨 멧돌 돌리는 것보다 빡센 모험가들만 상대하다가 21세기 엘리트 대학생(중퇴)의 추리력을 괄목하니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나 보다.
뭐 여기도 똑똑한 사람들은 미친 듯이 똑똑하다만, 지구에 비해 그런 사람들의 비율이 심각하게 낮은 느낌이다.
그건 나한테는 좋은 경향이었다. 만약 다른 모험가들이 다 프로페셔널한 인텔리 용병이어서 지들을 못 따라오는 나를 폐급 취급 했다면 죽고 싶어졌을 것이었으니까.
아무튼 접수원은 흥분해서 말을 이었다.
“듣기로는 거의 동굴 초입에서부터 안쪽의 유적까지, 모든 벽면에 빼곡하게 저런 그림들이 차 있었다는 모양입니다.”
“빼곡하게요? 아니, 그게 진짭니까?”
상상했더니 존나 무서워졌다.
저 그림을 복붙해 온 모험가 팀은 그딴 동굴에 패기 있게 들어가서 탐험을 하고 나왔다는 소리 아냐.
존나 간이 막 배 밖으로 나왔나? 현대인 감각으로는 빨간 펜으로 벽면 가득히 눈이나 사람 얼굴을 그려놓은 폐병동 같은 느낌이었을 텐데.
씨발 존경스럽다. 저기를 탐사한 모험가들은 공포영화의 국룰을 정면에서 때려부수고 살아 돌아온 셈이었다.
아니면 그 새끼들 실은 벌써 귀신에 씌인 상태 아닐까. 조만간 사르가디스에 좀비사태 터지는 건 아니겠지?
“존경스럽네요. 저였다면 입구컷… 그니까, 동굴 초입에서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바로 도망쳤을 텐데요.”
“실버 티어 밑으로는 그러시는 편이 현명하죠. 실제로 유적을 첫 발견한 모험가 분들은 탐색하지 않고 돌아와서 보고만 하셨습니다. 아, 물론 그렇게만 해도 포상금은 나옵니다. 인당 1쿠퍼 씩.”
“…인당 1쿠퍼요?”
“네. 인당 1쿠퍼요.”
염병 시발.
저것 봐라. 내가 여기 취직 안 하길 잘 했다니까.
이쪽 업계는 유적에서 막 황금 무더기가 나와도 발견자들한테는 콩고물 하나 안 떨어지는 구조였다.
저 지랄을 해 대니 돈에 눈 먼 모험가들이 지 지분 늘리겠다고 조합에 보고도 안 하고 기어들어갔다가 꾀꼬닥 뒤져서 일만 커지고 그러지.
모험가들한테도 저러는데 자기네랑 소속이 같은 접수원 후임들한테는 오죽 할까. 내가 조합에 취직했다간 무료 번역기 취급을 받으면서 뒷다마까지 까일 것이 분명했다.
‘대체 어디까지 나를 즐겁게 해 줄 생각이지, 좆소?’
이게 참 새삼 생각해도 더럽게 미개하고 멍청한 방식인데, 사실 지구에서도 좆소기업의 간부나 사장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생각해 보면 여기나 거기나 똑같았다.
인간은 이윤 문제가 얽히면 멍청해진다.
운 좋게 자본금이 있어서 회사를 세웠더라도 좆소기업 사장들의 못 배워먹은 근본은 어디 안 간다.
경영학의 ‘경’ 자도 모르는 새끼들이 실무 뛰는 양반들 의견도 씹어버리고 지들 꼴리는대로 사니까 밑의 사람들만 죽어 나가는 것이다.
이거 좆소둠라와는 적당한 타이밍에 손절할 준비를 해 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대기업 들어갈 스펙으로 중소에서 남들 5배로 일하면서 월 220씩 받을 순 없잖아?
“아, 맞다. 그 유적 관련해서 괜찮은 의뢰가 있는데 혹시 어떠십니까?”
“의뢰요?”
한창 속으로 씹고 있던 중이라서 의뢰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이 생겼다.
유적이니까 안에 들어가면 뭔가 논문소재를 건질 수 있을 듯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펑펑 솟아나는 이 근본없는 거부감. 그야말로 좆소 회사 직원의 종특이라 할 수 있겠다.
“길드 측에서 직접한 발주 의뢰입니다. 내일 모레 유적을 분석해 줄 사람이 올 때까지, 유적 안에서 도난이나 훼손 사고가 없도록 경비를 맡을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당번이라는 건가. 지루할 것 같은데. 별로 끌리지 않았던 내가 사양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을 때였다.
“보수는 10쿠퍼고, 아이언 클래스 이하는 승급에 큰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할게요. 존나 그 의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이윤 문제가 얽히면 멍청해진다.
그리고 나도 어쩔 수 없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당직 몇 번 서고 진급 빨리하면 개꿀 아니냐? 유적이니까 논문거리도 있겠네!’
대충 그런 논리에 따라서 나는 유적경비 의뢰를 받았다.
─유적 내부는 골드 클래스 모험가 팀이 사전에 전부 조사를 마쳤습니다. 안에 위험요소는 없다더군요.
접수원이 그렇게 말한 것도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른 길드 놈들은 다들 한창 지금 발견된 던전에서 몬스터를 퇴치하며 실적을 쌓고 있는 중이다. 아우둠라 측도 그들에게 밀리지 않도록 유적 안을 이 잡듯이 뒤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도 유적에 아무 것도 없다는 평가를 내렸으니 존나게 안전한 거겠지.
아마 앞서서 파견된 파티도 우리도 뭐라고 건져보자고 으쌰으쌰 했는데 노답 유적이라는 사실만 재확인하고 돌아오지 않았을까.
좆소에서 고생하는 골드 클래스 모험가 파티만 불쌍했다. 그들의 침울한 귀환길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히히. 배고플 텐데 간식이나 사 가야지.”
사실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유적에서 뭔가 건졌다면 내가 이 개꿀 의뢰를 받지 못 했을 테니까.
나는 군대에서 분대장 때 당직을 서던 경혐을 풀로 활용하여 시간을 떼울 물건들을 가방에 챙겼다. 그밖에도 야영에 쓸 물건도 넣었다. 이세계에는 커피가 없는 것이 유감이었다.
“야, 도르카. 나 내일 돌아와서 모레에 공짜 아침밥 먹을 거니까 내 몫은 남겨놔 주라.”
“우리는 오후 1시 이후에는 요금 받아, 손님.”
“너 이 도르카 같은 새끼야.”
나는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여관을 나섰다.
이번에는 길드에서 몬스터와 마주칠 위험이 그다지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브론즈 클래스 센빠이가 파티장을 맡아주진 않았다. 아마 나랑 똑같은 아딱이가 파티장일 것이다.
2시에 집합해서 4시까지 현지에 도착이다. 네 사람이서 24시간 동안 유적을 지키다가 후번초가 오면 걔들이랑 교대 때리고 돌아오면 된다.
넷이니까 불침번 돌리면 잠도 잘 수 있다. 이거 완전 개꿀 아니냐?
─후다닥!
의뢰 시간이 가까워서 허겁지겁 집합장소로 달려갔다. 이번 집합장소는 도시 북문 쪽이었다. 그런데 도착한 북문 앞에는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아니, 프란체스카 씨 아닙니까?”
“앗! 노르드 씨! 안녕하세요!”
작은 키에 반해 길쭉한 팔다리와 뽀잉뽀잉한 가슴. 회색 후드를 뒤집어 쓴 하프 드워프 도적, 프란체스카였다.
“네, 안녕하십니까. 하루만에 뵙네요.”
“헤헤. 그러게요. 어제는 잘 들어가셨나요? 저는 날이 저물기도 전에 자서 오늘 아침에나 깼어요.”
“그렇습니까? 저는 오후에 깼습니다. 제가 이겼군요.”
“푸흐흐. 그게 이긴 거에요?”
“하루를 단잠으로 알차게 보냈으니 이긴 게 맞습니다. 일어나서 씻고 바로 일하러 나왔으니까요. …그쪽 분은?”
프란체스카 옆에는 머리가 반쯤 까진 남자가 서 있었다.
배만 안 나왔지 동네 아저씨 같은 생김새였지만 나는 한눈에 그가 사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입은 옷이 사제복이었기 때문이다.
“만나서 반갑소. 풍요신의 사제인 파라곤 포모나요.”
“노르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풍요신은 로마니아에서 주로 숭배받는 농업의 신으로, 그 신도들은 치료와 회복이 특기였다.
얘들은 신전에 입적하면 성씨를 전부 포모나로 통일한다. 다들 형제처럼 대한다나 어쩐다나.
수녀나 사제들이 왜 모험가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카르미네 대학에 있을 시절에도 이런 모험가 사제는 몇 번 봤었다. 딱히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돈이라도 궁하겠거니 하고 생각 중이었다.
“오늘은 제가 파티장이라서 제일 먼저 왔어요! 마지막 한 분은 아직 안 오셨지만요!”
“제가 꼴찌가 아니라니 다행이군요.”
적당히 인사를 나누며 일행 옆에 섰다. 시계탑의 시계는 집합시간까지 5분이 남았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은 시간이 순식간에 딱 1분 전이 될 때까지 마지막 한 사람은 오지 않았다.
“…안 오시네요.”
프란체스카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시발. 이래야 아딱이 모험가지. 솔직히 저번 파티가 이상한 거였다.
“지각이라니 몹시 불쾌하군. 자고로 풍요신께서는 태만한 자와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자는 원하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고 하셨소. 하위의 모험가들이 매일을 허비하면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노력과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 놈은 지각하고 다른 한 놈은 옆에서 도를 아십니까를 시전 중이다. 시발 일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피곤하다.
“오. 벌써 다 모여들 있네.”
그때였다. 딱 2시가 된 타이밍에 마지막 파티원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등에 방패와 단창을 멘 여자였다. 금색 머리에 표정은 활발한 것이 약간 운동녀 같은 느낌도 났다. 장비는 가성비 좋은 가죽갑옷 풀셋이었고 키는 여성치고는 큰 편이었다.
근데 시발 뭐지? 이 새끼도 단창이랑 방패를 메고 있네. 겐트릭 할배 부캐인가? 내 옆에서 한참 뭐라뭐라 떠들어대던 사제 파라곤이 그녀의 등장에 인상을 썼다.
“유적 경비하러 가는 모험가들 맞지? 에스트 발카스야. 오늘 하루는 같이 잘들 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