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실력에 대한 평가는 과찬이십니다만, 말씀하시려는 바는 대충 알겠습니다.”
이세계의 전투력이란 신체능력과 전투기술의 곱연산이다.
그리고 단창방패 니가와 조합은 전투기술을 늘리기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았다. 100번을 싸워도 다 똑같이 방패 들고 니가와 하다가 약짤짤이로 조지는 게 메인인 장비니까.
TCG에서도 씹덱을 쓰는 초딩은 랭전 수준이 올라가면 얼마 못 가 꼬접해 버린다. 고인물의 세계에는 뇌 없이 씹덱만 굴려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꽤 좋은 말씀을 하시오. 내가 아는 격언 중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소이다.”
땀을 거의 흘리지 않고 돌아온 파라곤이 말했다.
“마법의 편리함에 의존하는 사제는 대성할 수 없다. 그는 기적을 일으키는 자가 아니라 기적을 바라는 자이기 때문이다… 라고 하오이다.”
그 사람이 기적에 의존도 못하는 사람보다는 나을 듯. 나는 모닥불 하나 못 피우는 땡중 새끼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화염구는 마법사의 마법이니까 논외로 쳐도, 그가 불씨를 일으키는 마법을 뭐 하나라도 피울 줄 알았으면 이 고생도 안 했을 것이었다.
“노르드 씨는 무기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
프란체스카가 물었다. 무기 얘기라서 그런지 꽤 적극적인 태도였다. 역시 드워프의 피가 흐르는 사람다웠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할 정도로 거창한 얘기는 아니고요. 따지고 보면 그냥 아직 제가 실력이 모자라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디 사는 모히칸 빨갱이 새끼도 그러지 않았던가. 달인이 되면 무기의 종류는 상관 없다고.
분명 내가 검의 단점에 끙끙대는 것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나한테 맞는 무기가 뭐 없을까 고민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꼴리는 덱이나 캐릭터를 찾을 때까지 현질하는 것은 겜덕의 미덕이었다.
“아이언 클래스 때부터 실력이 뛰어난 모험가는 거의 없잖아요? 누구나 처음에는 조금씩 모자라는 법이에요.”
“예. 그래서 저도 한창 제 손에 맞는 무기를 찾는 중입니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무기를 여러 개나 구할 돈은 없다는 점이 있겠군요.”
일단 저축해둔 돈이라면 있다. 낭비하기가 싫을 뿐이지.
저축해 둔 돈이 동나면 진짜 매달 들어오는 학사 월급만 믿고 살아야 된다. 그러다 학위가 짤려서 그 월급도 없어지는 날에는 하루살이 모험가 라이프 스타트다.
“뭐, 별 수 있나. 우리처럼 가난한 모험가는 가지고 있는 무기라도 그냥저냥 쓰면서 살아야지.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그 무기에도 익숙해지는 거야.”
에스트는 내 말에 별 고민을 다 한다는 투로 말했다.
“그런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선택에 여지가 있어서 괜히 더 신경이 쓰이는 걸 수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무기는 없으니까. 결국 무기의 좋고 나쁨이란 때와 장소와 개인의 실력에 달린 것이었다.
“그나저나 그 마법, 꽤 오래 가네요? 아까 전보다 더 많이 사용하시지 않았어요?”
프란체스카가 내 마나 모피에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마나 코팅은 모피처럼 생기지도 않아서 겉보기로는 전혀 따뜻해 보이지 않을 텐데, 뭐가 부러운 걸까.
“움직이지 않아서 소모가 덜 한 모양입니다. 아니 그보다 이 마법이 확실히 따뜻하기는 합니다만, 겉으로도 그렇게 보입니까?”
“드워프는 눈대중으로도 대충 온도를 짐작할 수 있어요.”
“눈으로요? 대단하네요.”
드워프한테는 피트 기관이라도 붙어 있나. 가만 보면 대단한 종족이었다. 숨이 막혀도 오래 버티고 몸도 튼튼하며 힘도 센데, 눈까지 포스트 사륜안이었다.
존나 개사기 종족 같으니. 아니면 판타지 국룰로 인간만 병신인 건가. 지구용사 웨어베어로 전직 변경하길 잘 했다.
“아…. 해가 졌네요.”
프란체스카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녀를 따라 천장의 구멍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노을이 사라지고 유적의 동굴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가죽 랜턴의 불빛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길고 추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나는 오늘도 플라잉 섹무새들의 지랄을 들으며 기상했다.
불침번의 여파가 몸에 남아서 눈이 무거웠다. 시계가 없어서 수면 시간을 정확하게 N빵하지 못 했더니 더 피곤했다.
“시계를 사던가 해야지.”
어젯밤 파라곤과 함께 섰던 불침번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가치는 없겠지.
사내새끼들과 나란히 서는 불침번이 어떤지 궁금한 사람한테는 입대를 권하고 싶다. 군대 가면 뒤지게 설 수 있으니까 가서 이등병만 2년 하다 와라.
“으으, 추워서 뒤지겠어.”
직전까지 불침번을 서던 에스트가 말했다.
모닥불은 끝내 피우지 못했기에 어젯밤은 거의 핫팩 없는 혹한기 훈련 느낌이었다. 나도 중간에 야수회귀가 꺼져서 자다 깼다.
“그래도 비는 그쳤네요.”
프란체스카가 말했다. 동굴 천장에서 빗방울은 아직 떨어지고 있었지만, 하늘에서는 밝은 햇살이 비춰들었다.
나는 그 구멍 아래에서 하룻밤 내내 빗물을 맞은 유적을 보고 인상을 썼다
“유적이 개판이 났군요. 길드 사람들한테 혼나겠어요.”
“나는 까짓 거 욕 좀 먹고 말겠소. 악천후가 어디 우리 같은 하급 모험가한테 해결 가능한 안건이오?”
“댁은 풍요신의 사제잖아. 날씨를 조작하는 건 천공신 신도랑 풍요신 신도의 특기 아니었어?”
“그거야 신들께 기우제를 드렸을 때 얘기지.”
파라곤이 말했다. 마법사들이야 국소적으로 기상현상을 재현하기도 하지만, 하늘의 먹구름을 걷어내는 마법은 모험가로 치자면 미스릴 급이다.
저 땡중한테 그런 마법을 사용할 실력이 있었으면 화염구로 장작부터 태웠을 것이다.
“비도 그쳤으니까 이제 장작을 구하러 가죠.”
그때 프란체스카가 모포를 접어 가방에 넣고서 말했다. 나는 잠깐 내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장작이요? 어차피 젖어서 못 쓸 텐데요.”
“아뇨. 나무는 엄청 오래 담궈놓지 않고서는 심지까지 젖지는 않아요. 나이프나 도끼로 겉면만 발라내면 그럭저럭 불이 붙죠.”
프란체스카는 가방에서 손질용 나이프를 꺼내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에스트가 입을 쩍 벌렸다.
“잠깐만. 그런 거면 어제는 왜 안 피웠어?”
“비가 왔으니까요. 비가 오면 시야가 나빠져서 장작을 찾기도 쉽지 않아요. 어설프게 나갔다가 푹 젖어서 빈손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었어요.”
“아─ 글쿠나.”
납득하는 에스트. 어젯밤의 추위를 떠올리고 나도 이해를 했다. 그 추위에 몸까지 젖는다? 저체온증으로 훅 갔다.
“프란체스카 씨는 다 계획이 있군요. 역시 파티장.”
“헤헤. 아, 그래서 말인데요. 저랑 장작을 구하러 가주실 분 있나요? 한 명이면 충분한데요.”
프란체스카가 눈으로 일행을 슥 훑었다. 그래서 내가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그런 거라면 제가 가겠습니다. 아직 졸리니까 잠도 깰 겸 갔다 오죠.”
여기서 할 일도 없으니 시간 떼우기에는 적당할 것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하는 브람마톤 교수님의 운동도 의뢰 중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 그럼 잘 부탁드려요.”
프란체스카는 꾸벅 인사를 하고 앞장서서 밖으로 나갔다.
찌르르르.
찌르르르르─.
밖으로 나가자 숲벌레 소리가 들렸다. 저 새끼들도 새들이 그렇듯이 아침부터 섹스섹스 거리고 있는 걸까.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나는 발치에 보이는 여치를 발로 까 버렸다.
“으응…! 푸하!”
내 옆으로 온 프란체스카가 기지개를 폈다. 커다란 가슴이 농구공처럼 엣지있게 무빙했다.
“아, 고블린 시체를 버린 방향은 저쪽이에요. 장작은 반대 방향에서 찾아보죠.”
“예. 어떤 장작을 찾으면 됩니까?”
카르미네 대학에 있을 시절에는 장작 준비를 도울 기회가 없었다. 돈 주고 고용한 모험가들이 구해오거나 아예 장작을 사서 갔으니까. 그때 나는 다른 잡무를 돕느라 바빴다.
프란체스카는 가슴 위에 올린 손으로 턱을 괴면서 말했다.
“으음─. 역시 장작은 큰 게 최고죠. 크기가 너무 커서 불이 안 붙어도 쪼개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큰 장작을 찾아야겠네요. 겉에 젖은 부분도 깎아내야 하니까.”
“네. 같이 힘내 봐요.”
그렇게 말하며 헤헤 하고 웃는 프란체스카였다. 이 드워프는 이세계인 치고는 참 잘 웃었다.
“아예 저런 나뭇가지를 굵은 걸로다가 하나 꺾어가면 어떨까요? 망치만 빌려주시면 해 볼 만 한데.”
나는 주변을 걸어다니다가 살아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야수회귀를 켜고 올라가서 몇 번 두들기기만 해도 우지끈 가능할 것이다. 잼민이 사이즈 고블린들만 해도 고/블린으로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고개를 저었다.
“생목(生木)은 불이 잘 안 붙어요. 뿌리로 흡수한 물기를 품고 있어서.”
“아 참. 그랬죠.”
나무 껍질을 벗기면 보이는 녹색 속살은 보통 수분으로 가득하다. 생목에는 수액도 흐른다. 불이 붙긴 힘들 거다.
웅덩이에 빠진 장작도 패스다. 밤새 웅덩이에서 습기를 잔뜩 빨아들여서 밖에 꺼내놓고 깜빡한 쿠쿠다스처럼 눅눅해졌을 것이다.
‘결국 바닥이나 뒤져야 되네.’
축축한 낙엽밭을 손으로 뒤지기는 싫다. 절충안을 내서 발끝으로 휘휘 젓기로 했다.
슥슥.
그렇게 뒤지자 나타나는 흙바닥.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들쑤셔 보자.
그런데 이러다 뱀한테 물리면 어쩌지. 파라곤 그 새끼 해독마법 써 달라 하면 그게 뭐요? 이 지랄 할 것 같은데.
랜턴만이 아니라 야삽도 들고 다녀야 하나? 시발. 내 무기가 쿠쿠리 칼처럼 튼튼하고 막 쓰는 칼이었으면 바닥을 휘저을 때도 썼을 건데.
“영차.”
내가 그러는 사이에 프란체스카가 뭔가를 바닥에 꽂았다.간단한 구조의 덫이었다. 코볼트도 못 잡을 크기다. 그래도 토끼나 작은 동물이라면 잡을 수 있을 듯 했다.
나는 잠깐 딴짓하는 사이에 뚝딱 하고 만들어버린 그녀의 솜씨에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아니, 그 잠깐 사이에 덫까지 만드신 겁니까?”
“괜찮은 재료랑 입지가 보이길래 만들어 봤어요.”
이제는 저 사람이 하프 드워프인지 하프 엘프인지 구분이 안 간다. 아니 뭔 드워프가 숲에서 일을 이렇게 잘 하지? 도적들은 다 저 정도는 기본으로 하나?
“장작을 찾아오는 사이에 뭔가 잡혀 있으면 좋겠네요.”
손을 털면서 프란체스카가 말했다. 나는 감탄을 숨기지 않으면서 그녀의 말을 긍정했다.
“분명 모닥불을 다 피웠을 쯤에는 잡혀 있을 겁니다.”
“네. 젖은 장작은 연기가 많이 나지만 간단한 꼬치구이 정도는 가능할 거에요.”
아침 식사가 풍족해질 예감. 끓인 물이랑 건조식으로 아침을 때울 생각이었는데 희망찬 전망이었다.
사박사박.
우리는 땔깜을 주워서 챙기며 걸었다. 어리숙하게도 무기만 들고 나온 나에 비해 프란체스카는 아까 갠 모포를 챙겨왔다. 우리는 거기에다가 땔감을 담아 옮겼다.
짐은 프란체스카가 들었다. 마초답게 대신 들어줄까 생각도 해 봤는데, 뭔 일 났을 때 싸울 것을 고려하면 내가 맨손인 편이 나았다.
“어?”
“왜 그러십니까?”
그렇게 이동하던 와중에 프란체스카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아뇨. 뭔가 길이… 일반적인 숲이랑은 달라 보여요.”
“다르다고요? 혹시 뭐 던전이나 미로처럼요?”
쓰벌 장작 주우러 나왔다가 이번에는 미혹의 숲에 빠져버린 것인가? 내 인생은 대체 어디까지 꼬일 생각일까. 이렇게 재수가 없어서야 카르미네 대학에 남아 있었어도 노예짓 하다가 과로로 뒤졌을 것 같았다.
“던전처럼 마법적인 느낌이 아니라… 저기 보세요.”
품에 장작을 안은 프란체스카가 숲의 일부를 가리켰다.
“수풀이 파헤쳐지고 뭉개져 있어요. 저건 산짐승이랑은 다른 생물이 움직인 흔적 같은데….”
우리는 수풀 근처로 갔다. 그리고 대놓고 남은 발자국에 댓번에 눈치를 깠다. 아니 염병할, 맨발로 다니는 쬐끄만 발자국이라고 하면 하나 뿐이잖아.
“설마 이거, 또 고블린입니까?”
“아마도요.”
개 같은 일이게도 우리의 의견은 하나로 좁혀졌다. 하룻밤 내내 빗방울이 쏟아졌는데도 고블린들 발자국이 수풀 아래에 남아 있었다는 결론으로.
“뭔 고블린이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아, 망할. 던전!”
여기 오기 전에 도르카가 말했다. 근처에서 유적 말고도 던전이 2개 발견됐다는 얘기였다.
그중에서 하나는 고블린 소굴이었으며 도르카는 이렇게도 말했다.
─아무튼 유적은 별 것 없다는데 던전 쪽이 위험해. 둘 다 몬스터가 많고 한쪽은 밖으로 나오려고까지 한다더라.
“던전… 이요? 아, 그 다른 길드에서 발견했다는 고블린 소굴 말인가요?”
“소식 들으셨군요. 맞습니다. 발견된 던전 중에 한쪽은 안의 몬스터가 바깥으로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고블린 얘기였나 봅니다.”
바퀴벌레는 부엌 찬장, 그리고 고블린은 동굴. 이쪽 세상의 해충 서식지의 정석적인 배치도다.
“어제 나타난 고블린들이….”
나는 그때 잡은 고블린들이 ‘둥지’라고 말했다는 것을 말하려다가 황급히 정정했다.
“그 던전에서 빠져나온 낙오 무리였던 겁니다.”
“아….”
젠장. 무슨 뒷처리를 이렇게 하냐. 이게 세스코였으면 존나 클레임 먹이고 본사에 찾아갔다. 소굴은 털었는데 안에 있는 해충들이 빠져나와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잖아.
나는 어제오늘 이 숲을 찾은 약초꾼이나 나무꾼들의 고충을 생각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때 아닌 탈주 잼민이 창궐로 인하여 애먼 일반인들만 새해에 세뱃돈 뺏기듯 목숨을 탈탈 털려버릴 것이었다.
우리 일행이 유적으로 가면서 한 번도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았던 건 순전이 운이 좋아서였다.
아니, 따지고 보면 동굴에 들어오고 얼마 안 되서 탈주 고블린들이 나타났으니 운이 좋다고 하기도 뭣했다.
“프란체스카 씨. 유적으로 돌아갑시다. 장작 챙기려다가 고블린들한테 기습 당하겠어요.”
“네.”
내 제안에 프란체스카는 애석한 얼굴로 축 쳐졌다.
“모닥불은 못 피우겠네요. 들짐승이랑은 달리 고블린들은 연기를 보고 오히려 동굴로 찾아올 거에요.”
“아 이런. 일이 그렇게 됩니까?”
이 얼어뒤질 잼민이들. 놈들 때문에 오늘 내 아침은 미지근한 물과 딱딱한 빵이 되었다. 우리는 열심히 모은 장작을 버리지도 못하고 유적이 있는 동굴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시발,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캭?”
‘시발.’
동굴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고블린들과 딱 맞닥뜨렸다.
수풀 사이에 모여 있는 고블린들!
우리는 나무 위에 숨어서 그 새끼들의 동향을 살폈다. 저쪽은 아직 우리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동하는 방향이 우리가 돌아갈 동굴 쪽이었다.
‘발자국을 봤을 때부터 예상했어야 됐어.’
저 새끼들도 발자국을 남기며 비를 피하러 어딘가에 숨어 있었겠지. 그러다가 비가 그쳤으니 밖으로 나와 새 소굴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냥 선빵을 칠까? 모조리 도륙을 내 버릴 수도 있다.
‘안 돼, 참아. 내 안의 벡터맨.’
10마리는 좀 많았다. 내가 방심하다가 큰일 날 뻔 했던 경험만 벌써 몇 번이던가.
야수회귀의 방어력만 믿고 까불다가는 자칫 좆 되는 수가 있었다. 나는 멀쩡해도 프란체스카가 눈 먼 고블린에게 당해서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