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을 뜨자마자 허리춤의 축축함에 인상을 썼다. 애액과 정액으로 침대가 이렇게 젖을 줄은 몰랐다. 이러니 시발 다들 섹스할 때는 모텔에 가고 그러지.
“일어났어?”
그때 머리 위에서 프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의 축축함을 신경 쓰던 나는 내 머리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과 내 시야의 절반을 가리는 살색 가슴의 위용에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깨달았다.
“무릎베개?”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가 자주 해 주셨거든.”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프랑이 대답했다. 우리는 둘 다 어제의 정사 뒤로 잠들었기 때문에 알몸이었다. 나는 전라로 프랑의 맨다리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나를 구경하시는 게 뭐가 그렇게 즐거우실까 했었어. 그래도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가네.”
“…가슴 때문에 내 얼굴은 안 보이지 않냐?”
“응. 안 보여. 그게 꽤 아쉬워. 어머니는 순혈 드워프라서 나처럼 가슴이 크지 않으셨으니까, 나는 어머니처럼 자는 얼굴을 보지는 못하겠더라.”
드워프는 다들 절구통 몸매인가? 모르던 사실이었다.
“커다란 가슴이라는 건 불편한 점이 많구나.”
“늘 그랬지. 도움이 됐던 때가 없었다? 어제까지는 말야.”
쿡쿡 거리면서 프랑이 말했다. 나는 그녀가 웃는 이유를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아침부터 먹이를 찾아 나선 내 가랑이 계곡의 아나콘다 쥬지가 한창 움찔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 나의 쥬지야. 확장팩 패치도 너프도 받지 않은 모습이 참 다행스럽구나. 여기서 갑자기 뀨잉… 하고 원래 사이즈로 돌아왔어도 존나 곤란하기만 했을 테니 다행이었다.
“남자는 다들 아침마다 이래.”
“정말? 몰랐어. 나 때문에 커진 게 아니었구나.”
“아직도 가라앉질 않는 건 네 덕분이 맞고.”
내 말에 프랑은 허리를 숙여서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변태.”
─말캉.
프랑이 귓속말을 시도한 탓에 내 입은 그녀의 푹신푹신한 가슴에 살짝 깔려버렸다. 하지만 숨이 막히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가슴은 언제나 옳다. 반박은 안 받겠다.
아무튼 그렇게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처음으로 물티슈가 그리워졌다. 일반적인 티슈는 있는데 물 티슈는 없다. 그래서 샤워실도 없는 여관방에서는 이런 경우엔 영 찝찝한 것이 문제였다.
“프랑. 목욕탕에 갈까 하는데 같이 갈래?”
“음, 잠깐만? 실은 오늘 의뢰가 있어서… 시간 보고 정해야 할 것 같아.”
“의뢰? 몇 시까지인데?”
“오후 1시.”
“1시? 빨리 가야겠네. 우리가 늦잠 잤을 수도 있잖아.”
방에 시계가 없으니까 이럴 때도 불편하다. 지금이 12시면 공중목욕탕에 얼른 달려가서 빨리 씻고 도망쳐 나와야 할 것이었다.
그것보다 시발, 까짓거 나야 찍 싸고 슥 닦으면 끝이지만 프랑은 지금도 몸 안에 내 정액이 남아있는 것 아닌가? 프랑이 목욕탕의 구석에 가서 몰래 몸을 닦아야 할 거라는 생각에 나는 미안함이 솟구쳤다.
우리는 가볍게 몸단장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시계탑의 시계를 보고 돌아오는 사이에 프랑이 여관 아주머니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프랑. 아직 8시야.”
“8시? 늦잠 자 버렸네.”
8시가 늦잠이라고? 그럼 나는 평소에 야행성이었던 건가. 기본 11시에서 12시에 일어난 나의 평균 기상시간을 떠올린 나는 그녀와의 사고방식 차이에 감탄마저 나왔다.
그때 여관 주인 아줌마가 물었다.
“그래, 어젯밤은 즐거웠니?”
나는 그녀의 말에 눈을 피했지만 프랑은 즉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되물었다.
여관 아줌마의 능글맞은 미소에 프랑이 나를 돌아봤다. 왜 저러시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느냐는 물음에 나는 말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
질문의 의미를 눈치챈 프랑은 목까지 새하애졌다가 도로 새빨개졌다.
아무렴 거 시발 뭐시냐. 나이 먹은 남녀가 여관방에 같이 올라가서 내일 아침에야 기어나온 거 아닌가. 모르는 게 비정상이지. 암.
근데 존나 쪽팔리니까 넘어가 줬으면 했었다.
“아, 아!! 아아아──!!”
프랑은 비명을 질렀다. 나도 지르고 싶다. 비명.
“그, 그그그게요? 그게 그런 게 아니고요? 그 뭐냐 오해가? 오해가 있어서 오해를 하시는 듯 해서요!!”
“오해? 어떤 오해니?”
“그, 그러니까요? 저희가 그렇고 그런 걸 한 게 아니고요? 그냥 사이 좋게 잠만 자고 왔어요!”
“한 침대에서?”
“아니요!!!!! 제가!!!!! 바닥에서!!!!! 잤어요!!!!!”
“어머, 그랬니? 내가 오해했나 보구나. ─그런데 프랑, 너 혹시 몰랐니?”
여관 주인 아줌마는 뺨에 손을 얹고는 곤란하다는 것처럼 말했다.
“우리 여관은 방음은 좋은데 바닥이 낡아서 말이야. 가끔 아래 층에서는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서 고역일 때가──.”
“저잠깐목욕탕갔다가일하고올게요!!”
쌔앵!!
외통수임을 깨달은 프랑이 쪽팔림을 저녁의 자신에게 토스해 버리고자 런을 해 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밖으로 달려나간 프랑과, 그런 그녀를 보며 킥킥대는 여관 주인 아줌마를 번갈아 보았다.
“…어젯밤 일에 감사드린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물었다. 여관 주인 아줌마는 웃느라 난 눈물을 닦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필요 없어. 난 저 아이를 응원해 준거니까. 너를 선택한 건 어디까지나 프랑이야. 네가 책임감 있어 보이게 생기지 않았더라면 나도 말렸겠지만 말이야.”
“그거 다행이군요.”
내 28년 인생의 경험 상 ‘착하다’는 ‘칭찬하기 힘들게 생겼으니까 이렇게라도 말하련다’는 뜻이고, ‘책임감 있게 생겼다’는 ‘너 이 아다 새끼 호구처럼 생겨서 뺀질거리진 못 하겠다’는 뜻이다.
단지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내가 금발 태닝 양아치 꼴로 안냐세요~? 하면서 나타났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어젯밤 다소 억지를 부려가면서 나와 프랑 사이를 조정해 준 것은, 여관 주인 아줌마의 눈으로도 내가 멀쩡해 보여서 그랬다는 뜻이겠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은 첫인상만 봐도 대충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혀. 그런 내가 보기에, 너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어.”
여관 주인 아줌마는 그렇게 말했다.
관상은 유사과학에 불과하다 여기는 나지만 이세계에서는 혹시 몰랐다. 점술 같은 것도 있을 정도니까 관상학도 연금술처럼 하나의 법칙으로 정립할 수 있는 학문인 걸까?
하여튼 이 아줌마가 은글슬쩍 우리 사이에 주선을 서 줬던 것은 사실이어서, 나는 그녀에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제 이름은 노르드입니다.”
“베이냐 무타라트란다. 프랑을 잘 부탁해.”
“아무렴요. 맡겨 주십쇼.”
나는 인사를 마치고 먼저 달려간 프랑을 뒤쫓았다.
여관 ‘무타라트의 아이들’이라.
잘 지은 여관 이름이구나 싶다.
브리타니아에 목욕탕 문화가 퍼진 것은 로마니아의 영향이 크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이 나라의 좋은 것은 앵간해서는 다 로마니아의 파쿠리였다. 현 브리타니아 왕국의 정책이 그런 식이었다. 외국의 좋아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파쿠리하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력을 갈아서 품질을 높이는데스!! 선진국의 뒤를 쫓은 끝에 강대국 브리타니아의 세레브한 미래가 있는데스!!
파쿠리의 의지를 이곳 브리타니아도 계승하였다고 보면 되겠다.
‘적당한 모방은 성장의 근간이 된다고는 하지만.’
브리타니아의 파쿠리를 평가하기에는 나도 뭐라고 할 처지는 별로 못 될 것 같다. 한국도 다른 나라의 과자, 정책, 방송까지 온갖 것들을 표절해 가면서 성장한 시기가 있으니까.
그저 높으신 분들이 병신이면 뒤져나가는 것은 밑에 사람들이라는 점은 어느 세상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이 시발 브리타니아 귀족 새끼들은 남들 파쿠리할 사이에 염병할 화폐개혁부터 진행해야 되지 않냐?’
화폐개혁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나도 잘 아는 바 있다. 그래도 시발 로마니아를 파쿠리할 거면 그것부터 해야 하지 않은가.
덕분에 브라티니아는 나라 곳곳에 목욕탕을 설치해놓고 정작 운영할 때는 이용권 제도를 따로 도입하는 판국이다. 만약 목욕탕 비로 1쿠퍼씩 받았다간 모친 안부가 걱정되는 썅놈의 가격 때문에 아무도 안 갈 테니까.
거기다 브리타니아는 대충 지구의 옛 봉건제랑 비슷한 형태의 국가라서 영주들이 왕의 지시? 인정할 수 없어! 라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목욕탕을 이용하지 않는 영지민들이 많은 영지에서는 유지비 때문에 쓸데없이 적자만 보는 것이 원인이다.
로마니아는 원로원이랑 시민 총회로 굴러가는 곳이다. 브리타니아가 자국 사정에 맞게 개량하지 않고 그대로 복붙한들 안 굴러갈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왕이 귀족들의 영지 정책에까지 관여하려면 왕권을 휘두르는 수밖에 없다. 그건 왕한테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대충 실탄 든 말년병장한테 매주 일광건조를 시키는 당직사관 정도로 눈치가 보일 거다.
친애1미하는 국왕 폐하께서는 그래서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렴 하고 넘어가버린 상태다. 좆망해버린 개발정책의 좋은 일례다. 참으로 애석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 하겠다.
다행히 사르가디스는 로마니아를 베낀 시립 도서관과 공중목욕탕을 도입하고 운용하는 영지 중 하나였다. 영주님께서 참 개념차신 분이라 그렇다.
‘성함이 뭐더라? 죠… 죠테루? 죠테루 폰 헨네?’
아무튼 그 사람 덕분에 자주 씻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세상은 수도관이 존재함에도 불과하고 저렴한 여관에서 샤워실을 찾아보기 힘들다. 목욕탕이 따로 있는데 뭣하러 샤워실을 세우냐는 식이다. 존나 우물이랑 수도관을 같이 쓰는 새끼들다운 사고방식이라 머리가 아파온다.
“노르는 목욕탕 자주 가?”
프랑이 나랑 나란히 걸어가면서 물었다.
“거의 매일 가는 편이지. 프랑 너는?”
“나도 매일 가. 니다벨리르에서는 그랬거든.”
니다벨리르는 드워프들의 국가다. 진퉁 북유럽 신화에서는 아예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하던데, 이세계에서는 그냥 외국의 지하도시에 불과했다.
시발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하도시 쪽이 또 하나의 세계보다 더 신기하다만.
존나 어떻게 지하에서 살지? 산소는? 식수는? 생활 쓰레기 배출은? 햇빛 못 받고 사느라 병으로 죽어나가는 거 아냐? 여러모로 궁금하기 짝이 없는 나라다.
그래도 별로 가 보고 싶지는 않았다. 프랑이 가자고 하면 또 모를까.
“아, 하지만 노르는 목욕탕 이용권 못 챙겼겠네.”
프랑이 자기가 들고 온 바구니를 만지며 말했다. 이쪽 목욕탕은 수건이나 샤워용품은 자기 지참이었다.
목욕탕 이용권은 1쿠퍼에 3개다. 1회 3천원인 셈이니 한국보다 싸다. 아마 이것보다 비싸서야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했다.
“지갑은 들고 왔으니까 새로 사려고. 어차피 언젠가 쓸 거고 이용권 하나 주면 수건 2장으로 바꿔준다더라.”
1/3 쿠퍼니까 적당한 천 수건 2장을 3천원 주고 사는 셈이었다.
“그래? 앗, 아니면 잠깐 너네 여관에 들릴까?”
“우리 여관 주인장도 베이냐 씨랑 똑같이 굴 텐데?”
“……노르 목욕비는 내가 낼게….”
프랑이 침울하게 말했다. 절대로 가기 싫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아무튼 그렇게 목욕탕으로 갔다.
딸랑딸랑─.
브리타니아에도 문에 방울을 다는 문화가 있다. 고향의 추억에 잠기며 목욕탕 입구로 들어갔다. 돌로 된 넓은 카운터 안쪽에 젊은 여성이 접수를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손님?”
“예. 안녕하십니까. 이용권 하나 주실래요?”
나는 1쿠퍼를 꺼내면서 말했다. 그러자 접수원 여성이 눈을 활처럼 휘게 하면서 대답했다.
“물론 드릴 수 있죠. 그런데 손님? 혹시 옆에 계신 분이랑은 연인 사이이십니까?”
“네, 넷?!”
화들짝 놀라는 프랑. 나도 깜빡이 없이 들어오는 발언에 내심 놀랐다. 하지만 이세계 마초이즘의 엔진을 풀 스로틀로 땡겨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죠.”
프랑은 어젯밤 잠들기 전에 그렇게 말했고, 나도 그녀한테 반했으니 100% 트루 혼또니 팩트였다.
“앗, 아으으….”
프랑이 후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인 것처럼 얼굴을 푹 숙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한쪽 손으로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네. 저희 연인 맞아요.”
내가 그쪽을 쳐다봤다가 눈이 마주치자 프랑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내 허리에 몸을 기댔다.
와 진짜 얘 왤케 왤케임. 우리 여친님이 너무 귀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애.
“후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시네요.”
접수원은 그런 우리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손님? 혹시 커플 전용 욕탕에 흥미 없으세요?”
“커플 전용이요?”
나는 야하게 들리는 어감에 그만 접수원의 말을 되묻고 말았다.
커플 전용이라는 말은 어디에 붙어도 야한 느낌을 동반하는 말이거늘, 그런 말을 목욕탕에다가 붙인다고?
“네! 이번에 저희 사르디가스 공중목욕탕에서 새로 개시한 목욕 방식이랍니다!”
접수원은 미끼를 준 낚시대를 당기는 낚시 덕후 아재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번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에 드디어 시공이 완료됐답니다! 별도로 격리된 욕탕에서 남녀 커플이 함께 몸을 씻을 수 있는 곳이죠!”
불미스러운 사건은 또 뭐지. 딱히 들은 게 없는데.
아니, 무슨 사건이든 간에 시공이 완료됐다고 하는 걸 보니 리모델링이 필요할 정도의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내가 사르디가스에 오기 전에 일어난 사건일 수도 있겠다.
마법으로 개수했다고 가정해도 마법사를 구해오는데만 며칠은 걸렸을 테니까. 텔레포트를 쓴 것도 아닐 테고 말이다.
“이용 요금은 두 분이 합쳐서 3쿠퍼! 아! 비싸다는 생각은 마세요? 최대 3시간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데다가 안에는 가벼운 과일이랑 마실 거리도 준비되어 있으니 오히려 싼 편이랍니다! 나중에 요금이 오히려 올라갈지도 몰라요!”
“3, 3쿠퍼요?”
프랑이 놀람을 감추며 말했다. 1쿠퍼는 공중 목욕탕을 3번 이용 가능한 금액이니 커플 전용 욕탕은 일반 목욕보다 9배 더 비싼 요금을 받는 셈이었다.
“하지만 3시간이라니. 그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씻는 사람이 있을까요?”
“씻기만 하는 게 아니지 않겠어?”
“…………아.”
내가 이상해 하는 프랑에게 말하자 프랑은 여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뒤늦게 진실을 깨달았다.
─샤샤샥.
이번에는 아예 내 뒤로 도망을 쳐 버렸다. 내 등이 넓어서 그런가 자꾸 뒤에 숨는 사람이 나오네.
“후후. 그래서 어떠신가요? 저도 완공 전에 내부만 살짝 둘러 봤는데 정말 귀족님들의 목욕탕 같았답니다! 아, 욕조는 그렇게 엄청 넓지는 않지만 다 큰 어른이 4명은 들어갈 수 있답니다! 커플 두 분이 유유자적하게 있기엔 충분하고 말고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설명이었다. 이쪽 동네 장사치들은 죄다 지하철 보부상의 상위호환이 맞다.
“…3쿠퍼랬나요?”
“네! 손님!”
“노, 노르?!”
내가 관심을 보이자 두 여성은 상반된 반응을 했다. 프랑은 깜짝 놀라서는 작은 목소리로 우물쭈물 말했다.
“노, 노르 네가 하고 싶다면 나는 언제라도 괜찮지만… 그래도 나 오늘 일 있잖아. 아무리 내가 튼튼해도 너랑 하고 나면 허리에 힘이 빠져서….”
“그런 거 아냐. 그냥 잠깐 할 말이 있어서 그래.”
“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