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어젯밤은 너도 나도 곯아떨어져서 깊은 얘기를 못 했었잖아?”
필로 토크(Pillow talk)는 본방 만큼이나 중요하다. 어젯밤은 내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서 프랑이 뻗어버렸던 탓에 못 했지 않은가. 그러니만큼 오늘에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이유 말고도─
“…프랑 너도 몸에 남은 흔적을 지워야 하잖아. 그럴 때는 보는 사람이 없는 편이 낫지?”
─어젯밤의 격한 흔적을 깔끔하게 씻어내는데 적당한 곳 아니겠는가.
“…응. 그렇지. 신경 써 줘서 고마워, 노르.”
프랑은 내 말의 뜻을 알아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워 하는 얼굴이긴 했지만 말이다.
“흐흐. 뭘 이 정도 가지고.”
우리는 합의를 마치고 커플 전용 욕탕을 이용하고자 결론을 내렸다.
“여기 3쿠퍼입니다.”
“아! 노르! 아까 내가 노르 목욕비는 내 주기로 했으니까, 나도 2쿠퍼 낼게!”
“나중에 받을게, 나중에.”
자고로 꼴마초란 여성 앞에서 금전적으로 허세를 부려야 하는 법이었다.
나는 남성우월주의의 궁극완전체인 하렘을 꿈꾸는 남자다. 꼴마초로서 여성을 험하게 대하지는 않더라도 나를 사랑해 주는 상대에게는 그만큼 편의를 돌려줘야 마땅했다.
앞으로 프랑이 내 아내가 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내를 여러 명 들이고자 하는 사람임을 알고도 나랑 연인이 된 것이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동전 몇 개를 아끼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시발 이런 것마저도 못하면 그냥 기둥서방 아닌가. 재정능력도 아내에게 의존해서는 리빙 딜도나 다름이 없다. 플래시 딜도 골렘이다.
“여기 욕실 열쇠입니다.”
접수원이 나무패가 연결된 열쇠를 주었다. 나무패에는 욕탕 번호가 붙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오늘은 제가 따로 가져온 수건이 없어서요. 혹시 이용권으로 구매할 수 있을까요?”
“어머, 알겠습니다.”
“수건비도 내가 내 줄게!”
이것만큼은 프랑에게 신세를 졌다. 수건을 사겠다고 1쿠퍼 짜리 이용권을 사는 것도 번거롭고.
나중에 2쿠퍼 안 받으면 되겠지 뭐. 그렇게 우리는 접수원이 준 열쇠를 들고 욕탕으로 갔다.
─콸콸콸콸.
“넓다!”
프랑이 욕탕 안을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그녀 말대로 욕탕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모텔방 못지 않은 크기였다. 단지 욕조는 꽤 작았다. 이용객들이 다들 저기서 섹스를 해댈 테니 매번 물을 갈기 위해서는 저 정도 사이즈가 가성비면에서 적당할 것이었다.
“노르! 이것 봐! 사과랑 포도에 포도주까지 있어!”
욕조 옆의 테이블을 보고 프랑은 텐션이 높아졌다. 테이블 위에 과일을 담은 그릇에 포도주를 넣은 잔을 올리고, 그걸 하얀 천으로 덮어 놨다.
“그러게. 접수원이 고급감이 있다고 할 만 하다.”
귀족 욕탕 같다는 표현에는 과장이 없었다. 하지만 아마 나중에는 가격이 올라가든가 서비스가 조악해질 예감이 든다. 오픈 초기라서 힘 빡주고 운영하는 신장개업 가게 같은 느낌.
“대단하다. 그치만 왜 일부러 이런 욕탕을 만들었을까?”
프랑이 테이블을 만져보며 말했다. 테이블은 딱 보기에도 꽤 싸구려였다. 대충 쓰다가 곰팡이가 슬거나 해도 교체해 버릴 수 있는 정도의 저렴한 모델 말이다.
“수입이 안 나와서겠지.”
“그런가?”
“맞을 걸? 지역에 따라서는 목욕탕 유지비가 더 나와가지고 아예 저녁에만 개장하는 경우도 있대.”
낮에는 손님들도 일하느라 바빠서 수익이 안 나고, 밤에는 밤대로 촛불 등의 유지비가 추가로 든다. 촛불 값을 절감하고자 노천탕처럼 천장을 뚫어 놓으면 이번에는 엿보기범이 발생한다. 기적의 악순환이다.
“아까 뭔 사건이 나서 아예 새로 갈아 엎었댔지? 그래서 낮에도 이용할 사람들을 늘려 보려는 것 아닐까.”
이마저도 실패하면 밤에만 영업한다. 낮에는 참다가 밤에 와서 씻으라 이거다. 천장도 뚫고 관음증 변태 새끼들은 체포해서 감옥에 쳐넣고 하면서.
그밖에는 의료보험 느낌으로다가 손해를 봐도 세금으로 떼우는 경우도 있다는데, 실천하는 영주들은 얼마나 될련는지.
민주주의 국가의 기업인들마저 복지라는 말에는 게거품을 문다. 계급사회 브리타니아에서는 뭐 말해도 입만 아프다.
“귀족님들처럼 집에 목욕탕을 만들 여유는 없지만 이런 개인 욕탕에 로망을 가진 사람은 꽤 많을 거야. 돈 많은 상인들이나 골드 클래스 모험가처럼.”
“아하, 설득력 있다. 가만 보면 노르는 말을 참 잘 하는 것 같─?!”
말끝이 저 꼴이 난 것은, 뒤를 돌아본 프랑이 내가 알몸으로 서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흐흐. 뭘 놀라? 목욕탕에서 옷을 입고 씻을 순 없잖아.”
나는 전라로 당당하게 섰다. 아예 남남인 사이였을 때는 몰라도 이제 볼 장 다 본 사이인데 새삼 이런 부분에서 부끄러워 할 리가 없었다.
“그, 그, 그렇지. 응. 잠깐 놀랐을 뿐이야.”
드워프의 본능인지 목욕탕의 내부 구조에 관심을 표하느라 바빠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잠시 잊어버렸었나 보다. 새삼 이곳이 남녀가 알몸으로 같이 씻는 곳임을 되새긴 프랑은 태엽이 녹슨 양철인형처럼 삐그덕거리며 움직였다.
“…옷 벗는 거 보고 있을 거야?”
“잠깐 눈 감을까? 이제부터 같이 씻을 건데 부끄러워 하는 것도 이상하다 싶지만, 프랑이 원한다면야.”
“아냐. 안 감아도 돼.”
프랑은 숨을 고르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옷을 벗었다. 상의를 벗자 내 얼굴도 다 들어갈 법한 크기의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다음으로 바지도 벗고 속옷차림이 되었다.
─출렁.
일 나갈 때 입는 브래지어를 벗자 풀려난 가슴의 움직임이 굉장했다. 가슴이 흔들리지 않게 압박하는 브래지어라서 그런지 크기가 불어나는 것이 눈에 큰 즐거움을 주었다.
팬티만 입은 차림으로 옷을 개어 정리한 프랑이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서 천천히 팬티를 벗었다.
“…으으.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두 발이 순차적으로 속옷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된 프랑이 내 앞으로 왔다. 작은 손이 중요 부위를 힘겹게 가리고 있다가 천천히 내려갔다.
벌떡.
“흐이….”
프랑은 실시간으로 내 자지가 기상하는 것을 보고 이상한 느낌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여, 역시 할래? 노르의 그….”
자지라는 표현을 입에 못 담고 버벅거리던 프랑이 머리를 붕붕 젓고 말했다.
“아무튼 거기, 많이 괴로워 보여.”
“나중에 하자. 지금 시작했다가는 멈출 자신이 없어서.”
“…그러면 나 일 갔다 와서?”
“그래. 그때 실컷 하자.”
“…응.”
기대감으로 약간 달뜬 목소리였다.
─촤아악.
우리는 그렇게 옷 한 벌 안 입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 나는 욕탕 물을 바가지로 퍼서 몸에 끼얹으며 말했다.
“이리 와. 씻겨 줄게.”
“헤헤…. 밝은 곳이라서 어젯밤보다 훨씬 부끄럽네.”
부끄러움에 비교적 익숙해진 프랑은 내 앞에 앉았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천천히 물을 부었다.
‘…근데 이 다음은 어떻게 하지.’
평생 남을 씻겨보질 않았으니 모르겠다. 머리에 물을 부을 때는 매번 붓는다고 말을 해야 하나? 커플 욕탕이라고 굳이 서로 씻겨줄 필요는 없는 거였나?
“…노르?”
“어? 아, 미안. 어떻게 씻겨줘야 할지 감이 안 와서.”
프랑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내 품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나는 무심코 이실직고를 했다.
“아하. 다른 사람을 씻겨줘 본 적이 없어서 그렇구나?”
납득한 것처럼 말한 프랑이 내 품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쪽으로 와 봐. 내가 가르쳐줄게. 나도 해 본 적은 없으니까, 어머니가 날 씻겨주시던 대로 하는 거지만.”
“알겠어.”
나는 순순히 위치를 전환했다. 아무리 키 차이가 큰 우리도 내가 앉고 프랑이 일어나니까 충분히 씻겨줄 수 있는 높이 차이가 생겼다.
겸사겸사 부수입도 있고. 나는 머리 위에 살짝살짝 닿는 풍만한 감촉에 얼굴이 풀렸다.
“노르. 물 부을게. 눈 감아.”
“어.”
프랑의 손길은 섬세했다. 바구니를 기울여 내 머리에 적당량의 물을 계속 끼얹어 머리카락을 충분히 적시면서 손으로 쓸어넘겼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겨주는 손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프랑이 미용실을 개업하는 날에는 이 마사지를 받기 위해서 머리를 깎으러 오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섬세한 손놀림이 기분 좋았다.
“내가 말할 때까지 눈 뜨면 안 된다?”
거의 뭐 모성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나는 입에 물이 들어갈까봐 입도 닫고 고개만 까딱였다.
내 머리를 푹 적신 프랑이 가져온 비누로 샴푸칠을 했다. 작고 가녀린 손가락이 두피를 지나가는 감촉이 황홀황홀 했다.
“이제 눈 떠도 돼, 노르.”
몇 번 더 물을 끼얹어서 비누를 깔끔하게 제거했다. 물은 수도관을 통해 욕탕에 계속 공급되기에 욕조의 물은 줄어든 티가 안 났다.
─사악사악사악.
프랑은 그 뒤로 샤워타월 같은 걸로 내 등에 비누칠을 했다. 때를 밀어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물컹. 물컹.
그래도 역시 움직일 때마다 스치듯이 닿는 가슴의 감촉이 메인디쉬라고 할 수 있겠다. 날개뼈 근처에 젖꼭지 같은 것이 닿는 감촉에 이미 발기했던 내 자지는 더욱 빳빳해졌다.
“…앞도 씻겨줄까?”
“…부탁하고 싶지만 안 되겠다. 만져지기까지 했다가는 내 참을성이 못 버티겠어.”
나는 바가지에 물을 떠서 등의 비눗기를 대충 닦아내고 뒤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내가 씻겨줄 차례였다.
“막 기대하고 그러지는 마. 너나 너희 어머니랑 비교하면 나는 그냥 손재주 모자란 인간이니까.”
“헤헤. 나는 노르가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기쁜걸?”
“아니, 유혹하지 말라니까.”
“진심인데.”
“그게 유혹이지 다른 게 유혹이야?”
여자가 자기 손길을 기쁘다고 하는데 거기에 반응 안 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냐. 나는 딱 1번만 하자고 보채는 쥬지콘다를 진정시키고 프랑이 한 것처럼 그녀의 머리를 감겼다.
─사라락.
…머리카락 뭐야? 물이 실 모양으로 뭉쳐있는 줄 알았다. 말도 안 나오게 부드럽다. 사람 머리카락에서 사라락 같은 느낌이 나도 되는 거냐. 나 같은 개털머리는 어디 가서 머리털 취급도 못 받겠다.
“후후.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 난다.”
프랑이 눈을 감고 즐거워하면서 말했다.
“어머니 생각?”
“맞아. 옛날에도 이렇게 눈 꼭 감고 있는 동안 어머니가 내 머릴 감겨줬어. 비누가 눈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 빨리 끝내달라고 보챘었지.”
“이런. 저도 최대한 조심해 보지요, 프랑 아가씨.”
“푸흐흐.”
그렇게 머리를 다 감긴 다음에는 몸으로 넘어갔다.
“앗….”
어깨부터 스윽 훑는 손길에 프랑이 신음을 흘렸다. 나는 그대로 팔과 등에 비누칠을 하고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옮겼다.
“아하하! 가, 간지러워.”
“여기도 깨끗하게 해야지.”
“자, 잠깐만! 꺄하하하하!”
겨드랑이를 비누칠하고 그대로 가슴으로 갔다. 이건 말 그대로 밥을 먹고 국을 마시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앗…♥ 으읏.”
비누칠로 마찰이 사라진 손길이 커다란 가슴을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밑가슴처럼 땀이 고이기 쉬운 곳부터 가슴골, 젖꼭지까지 깨끗하게 닦아야 하는 곳을 섬세하게 닦았다.
원래 이런 부위는 자기가 집중해서 닦기는 뭣하지 않은가. 남자들 중에도 자기 귀두나 불알 아래를 정성을 들여가며 한참동안 닦는 놈은 그다지 없을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연인에게 맡긴다는 선택지는 꽤 훌륭한 대안이 아닐까? 사랑하는 연인의 알몸은 하루 종일도 더 만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우뚝.
유일한 단점은 남자의 성욕이 에스컬레이트함에 따라서 그의 분신도 힘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빛이 강할수록 어둠이 강해지는 것에 버금가는 자연의 이치였다.
나는 인간 생식본능의 심오함에 감탄하면서 프랑의 젖꼭지를 가볍게 집었다.
“흐그으으으….”
두 가슴의 꼭지를 집게손가락으로 동시에 집고 문질문질 애무하듯이 만졌다. 내 품에 쏙 들어온 프랑은 머리 뒤로 돌려 내 목 뒤를 쓰다듬듯이 잡고 낯선 감각에 버텼다.
“노, 노르. 이거 약간 느낌이 이상해….”
젖꼭지는 남녀 모두 개발 없이는 쾌락을 느끼기 힘든 부위랬던가? 프랑이 느끼는 자극은 쾌락보다는 오슬오슬한 감각에 가까울 것이었다.
여기서 젖꼭지 개발에 집착하는 것도 무의미하겠다 싶어서 배로 손을 옮겼다. 군살이 없는 배꼽에서는 근육의 형태가 그대로 느껴졌다.
배는 가슴으로도 보지로도 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했다. 이미 공략한 위치로 돌아갈 일은 없었으니 다음 행선지는 정해져 있었다.
“흐읏, 앗!”
촤아아악….
바구니로 물을 퍼서 부으면서 프랑의 질내를 긁었다. 시발 손톱 깎는 거 깜빡했다. 너무 격하게 움직이지 않게 조심해서 질내에 남은 정액을 긁어냈다.
찔걱찔걱.
손에 묻어나오는 액체에 점성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알몸으로 부둥켜 안고 있으니까 프랑도 흥분했던 것이다. 귀여운 클리토리스와 젖꼭지도 빳빳하게 섰다.
놀랍게도 반나절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녀의 질내에는 정액이 남아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까지는 무드 탓에 묻지 못했던 것을 이제 물어볼 마음이 들었다.
“프랑. 어제 혹시 위험일이었어?”
“위, 위험일…?”
“…생리주간이었냐는 뜻이야.”
프랑이 고개를 저었다. 얘 설마 임신의 원리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나는 내가 이세계의 성교육 실태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리 주간 전후가 아니면 임신할 수 있는 건 알지?”
“으, 응. 첫 생리 때 어머니한테 배웠어.”
아는 모양이니 다행이다. 그래도 생리주기에 대한 것은 다음에 묻자. 한창 달아오른 타이밍에 행위를 끊으면서까지 물을 내용은 아니다.
“알겠어. 원래는 어젯밤에 이런 얘기도 했어야 하니까.”
“아, 하고 싶다는 얘기가 그런… 아읏.”
나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쓸데없는 말 대신에 손가락을 놀리는데 집중했다. 맨손으로 뺄 수 있는 정액은 이미 거의 빠져나온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찔걱찔걱찔걱─!
─퓨퓻!!
“흐으으으으읏!!”
프랑이 절정할 때의 버릇은 허리를 뒤로 휘는 것이었다. 내 자지에 엉덩이를 문지르던 프랑이 신음과 함께 물을 쏟아내었다.
퓻! 퓨우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