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툴루실은 존나 밀짚모자 좆프가 아니라 스모커였다. 망할 뭉게뭉게 엘프 같으니라고.
“아, 이거 호툴루실 씨가 하신 거야? 다행이다…. 깜짝 놀랐어.”
프랑도 마법사의 정체를 깨닫고 안심한 것처럼 말했다. 나는 놀란 프랑의 가슴이 진정하도록 등을 쓰다듬어 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 말이라도 하고 쓸 것이지.”
뻐킹 길빵충 엘프 새끼가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호툴루실의 마법은 수확이 끝난 밀밭 위에 빗방울을 퍼부으며 한참을 일대에 쏟아졌다.
미국 농부들은 헬리콥터로 밭에 물을 뿌린다던데 저 놈도 땅부자답게 스케일 크게 놀았다.
그래도 구름을 대류권까지 날려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좀 높은 하늘에서 특수한 비를 퍼붓는 걸로 보였다. 지면에서부터 대류권 높이에 있는 기후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
그게 되면 존나 농부가 아니라 전략병기다. 빗방울을 모아가지고 성층권에서 1톤 짜리 물방울을 떨구면 시발 그게 궤도폭격이지 뭐냐. 그딴 거에 맞았다간 드래곤도 뒤지겠다.
“하여튼 당최가 영문을 모를 놈이네.”
대체 왜 키타이식 이름을 가진 시골 촌구석 나라의 엘프가 타국의 농지에서 농사용 마법을 뿌려대고 있는 건지.
모험가를 해도 골드 클래스는 찍을 법한 놈이 밀짚모자에 조끼를 입고 저러고 있으니 더없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유해조수고 염병이고 떼를 지어서 몰려와도 마법으로 원큐에 쓸어버리지 않을까. 힘이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몸을 쓰는 일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솔직히 신기하기는 했다.
그래도 저렇게 대단한 마법사조차 혼자서는 수확을 끝내지 못해서 일손을 구해야 한다니.
자연 앞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생물인지 새삼 알게 된 느낌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서 우리는 하루 종일 일을 했다.
시계를 보질 못하니 하늘에 뜬 태양만이 시간을 짐작시켜 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존나 쨍쨍 쏟아지는 햇빛 때문에 눈이 뻐근해서 좆 같은 것은 덤이다.
‘이래서 호툴루실이 밀짚모자를 쓰는구만.’
군 간부들이 선글라스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피부가 타는 것은 그렇다 쳐도 눈에 들어오는 빛은 막아야지.
내 피부 따윈 아무래도 좋은데, 프랑이 피부가 타버릴지도 모르겠다.
갈색 피부 프랑도 귀엽긴 하겠지. 그래도 자외선은 피부암 치트키다. 프랑이 제대로 후드를 쓰고 일하고 있으려나 걱정됐다.
슈파파파파팟!!
“끼요요욧!!”
프랑이 걱정되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 나는 속도를 올려 밀들을 쓸어버렸다. 그 다음에 허락을 받고 프랑을 보러 가서 덥지 않으면 되도록 후드를 쓰라는 말을 하고 왔다.
대충 그런 해프닝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무난하게 하루가 흘러갔다.
해수는 고사하고 쥐새끼 꼬랑지도 안 보인다. 미니멈 여치들이 발에 탁탁 부딪히는 것이 전부였다.
“끝!! 오늘은 이걸로 끝입니다!! 전원 일을 정리하고 중앙에 모이십쇼!!”
주변이 어두워지자 아까 봤던 비서 노예가 벨을 울렸다. 시발럼이 존나 빨리도 말한다. 해가 졌는데도 계속 끝났다는 말이 없길래 야근시키는 줄 알고 게거품 물 뻔 했잖어.
─우르르르.
모험가들은 알바가 다 그렇듯이 책임감 없이 뒷정리를 쿨하게 패스하고 중앙으로 모였다.
“다들 모이셨군. 오늘은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각자 원하는 곳에서 쉬십시오.”
호툴루실은 진작에 퇴근했는지 공지사항 전파는 비서 노예의 일이었다. 이 새끼도 상의가 땀범벅이다.
“텐트를 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것은 자유입니다. 단, 불똥은 각별히 주의하십시오. 불이 수확물이나 밭에 옮겨붙었다가는 가진 재산을 다 뱉고 우리랑 10년 넘게 노예 동료로 살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시발. 경고 한 번 살벌하다. 여기 논밭을 홀라당 태웠다간 진짜로 그렇게 되겠지. 대충 봐도 수확물의 양은 거의 골드 단위로 셀 양이었으니까.
“이 농경지의 일부는 영주님의 밭이기도 하기 때문에 운 나빴다가는 처형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책임지지 못하니 알아서들 신경 쓰십쇼.”
거기까지 말하고 비서 노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무슨 마굿간 옆에 붙어 있는 기숙사 같은 곳이었다.
모험가들은 모였을 때의 모습을 역재생한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져서 제각각 잠자리를 폈다. 팀으로 텐트를 치는 놈들도 있는가 하면 혼자서 자는 아싸도 있었다.
그리고 나랑 프랑은 손을 잡고 적당한 곳으로 갔다.
“노르. 우리도 텐트부터 치자.”
“어. 근데 나 텐트 칠 줄 몰라. 좀 알려주라.”
텐트치는 법은 군대에서도 못 배웠다. 후방부대 출신이고 세대 차이도 있었기에 A형 뭐시기인가 하는 군용 텐트는 볼 기회조차 없었다.
“알겠어. 시범을 보여줄게.”
프랑은 내 말을 듣고 텐트 재료를 가져왔다. 사르가디스 잡화점에서 2쿠퍼에 파는 패키지 상품이었다.
“텐트는 이렇게 짓는 거야. 잘 봐?”
땅땅땅!
펄럭!
“짠!”
“아니 뭐야 다시 보여줘요.”
숙련된 조교의 시범이 있었는데, 너무 숙련됐다. 생활의 달인이 아니라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야 할 스피드다.
쪼꼬만 손이 파파팟 움직이자 3분도 안 되서 우리가 잘 텐트가 완공되어 버린 것이었다. 핀을 박고 천을 끈으로 묶어서 펼치니까 그냥 텐트 완공이었다.
“어려웠어? 다시 보여 줄까?”
“벌써 다 만들었는데 뭣하러. 그냥 다음에 배우지 뭐.”
프랑에게 대답해주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평평한 흙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천으로 덮은 간이 텐트였는데 안쪽은 나름 아늑했다.
“오? 2쿠퍼 짜리 치고는 꽤 괜찮은데?”
“정말이네. 그치만 겨울에는 새 걸로 사야 되겠다.”
“크크. 겨울철에는 처음부터 노숙하는 의뢰를 피해야지.”
가을에도 밤이 되면 쌀쌀해진다. 하물며 겨울철에 밖에서 잤다가는 텐트가 아무리 두껍던 간에 얼어뒤질 것이다. 침낭 같은 것을 구하기도 힘든 세상이니까.
“아, 마차 지나간다.”
프랑이 귀를 쫑긋하더니 오른편을 쳐다보았다. 나도 귀에 신경을 집중하자 저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앉은 논밭 옆으로 마차 2대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생긴 게 허름하니 귀족 마차와는 거리가 멀다. 말이 이끄는 행상인의 짐마차였다.
마차는 사르가디스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마부석에 앉은 행상인은 한시라도 빨리 도시로 돌아가 쉬고 싶은지 지친 얼굴로 말 궁둥이에 채찍을 쳤다.
찰싹!
히히히잉─.
근데 채찍을 맞은 말은 서럽게 울어대면서 되려 속도를 낮췄다. 행상인은 표정이 씹창이 되었다. 존나 웃기네.
“쿡쿡.”
프랑도 그 모습에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나란히 앉아서 웃던 나는 우연히 그 마차의 마크를 발견했다. 포장된 선물 상자 같은 그림이었다.
“흐흐. 운송 마차였구만. 빨리 돌아가고 싶을 만 하겠어.”
“운송 마차? 아, 편지나 선물을 대신 보내주는 그거? 잘도 눈치챘네.”
“마차에 붙은 문장이 보였거든.”
나도 사르가디스에서 살다 보면 이용할 일이 많을 테니까 어떤 곳인지 조사해 봤었다. 저 행상인들은 이세계의 택배 같은 것이었다.
도시나 영지 간의 무역을 생업으로 삼은 이들이 생각해 낸 발상으로, 다른 영지에 보낼 물건을 대신 운반해준다. 상인 길드에서 대대적으로 연계해서 하는 일이라서 타국까지도 보낼 수 있다. 대신 돈은 많이 든다.
‘내가 쓰고 있는 논문도 조만간 저걸로 카르미네 대학에 보내야 되는데.’
오늘도 자기 전에 쓰려고 종이를 가져왔으니 빨리 완성해서 보내버리자.
운송 마차는 10일에 한 번 나간다. 10일 동안 상품을 모았다가 출발하는 것이다. 늦기 전에 보내서 논문으로 뒷북 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
흙먼지를 일으키는 마차를 떠나보내고 나는 말했다.
“이만 모닥불도 피우자. 여기는 밭에서 떨어진 곳이니까 괜찮을 거야.”
“좋아. 노르는 장작을 깔아 줄래? 나는 혹시 모르니까 주변에서 불이 옮겨붙을 법한 것들부터 치울게.”
“예스 맘.”
장작은 어제 숲에 갔을 때 구해 왔다. 눈치 빠른 프랑이 어디서 짚을 조금 얻어왔기에 불을 붙이는 것도 간단했다.
화르륵─.
한때 유적에서 그 지랄을 했던 것이 구라인 것처럼 쉽사리 불이 붙었다. 모닥불 완성이다.
“으, 따뜻하다. 이 맛에 모닥불 피우지.”
“후후. 바람에 안 꺼지게 조심해.”
나랑 프랑은 모포를 덮고 모닥불 곁에 붙어 앉았다. 시뻘건 불길이 혀처럼 날름대며 장작을 핥아댔다. 우리랑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모닥불의 빛이 여럿 피어났다.
아마도 다른 모험가들도 모닥불을 피우는 모양이었다.
“왠지 운치 있다.”
프랑이 내게 몸을 기대며 웃었다. 나는 그 어깨를 안고서 프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마도 나는 네가 옆에 없었으면 이 풍경도 시끄럽고 짜증난다고 생각했을 걸? 같은 풍경도 누구랑 보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고 하잖아.”
“잘 됐다. 그럼 나는 노르만 내 곁에 있으면 하수도에 가도 행복할 거야.”
“하수도는 내가 기절할 듯.”
프랑의 까만 머릿결은 언제 만져도 부드럽다. 아니, 그보다 프랑의 몸 중에 스킨쉽을 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부위는 없다. 인싸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나는 그 감촉을 즐기면서 모험가들의 모닥불을 관찰했다. 사방에서 모닥불이 피어있으니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어두운 곳에서 촛불처럼 빛나는 모험가들의 모습.
어색해 하며 말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깔깔대며 떠드는 사람들도 보였다. 혼자서 논밭을 쳐다보며 사색에 잠긴 사람도 있었다. 저들도 제각각의 인생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겠지.
그쪽을 구경하던 내가 의아해 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프랑도 나를 올려다봤다. 얘는 언젠가부터 다른 곳은 쳐다도 안 보고 내 얼굴만 구경하고 있었다. 부끄럽게시리.
“아니, 누가 이쪽에 손을 흔들고 있길래.”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안력을 집중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금방 알아냈다. 저쪽 모닥불 근처에 앉아 있는 익숙한 노인이 보였다.
“겐트릭 씨네. 어제 우리랑 만나고 바로 왔었나 봐.”
“아, 정말이다.”
눈을 게슴츠레 뜬 프랑도 상대방을 알아보았다.
우리를 발견한 겐트릭이 먼저 인사를 해 준 것이었다.
하지만 하룻밤 묵고 오늘도 일을 하고 있는 건가. 그 성실함은 존경스럽지만 저 사람 자식들은 자기 아버지를 부양 안 하고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혹시 모험가는 폐지 줍는 노인 분들의 이세계 버전인가.
그리 생각했더니 어째 기분이 짠해졌다. 겐트릭은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한 발걸음을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 친구들, 여기 있었군 그래.”
“예. 어제 뵙고 또 뵙네요, 겐트릭 씨.”
“안녕하세요.”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겐트릭은 ‘어이쿠’ 소리를 해면서 근처 땅바닥에 대충 앉았다. 그러고서는 우리를 보며 히죽 웃었다.
“아, 걱정일랑 말게. 젊은 친구들 쉬는데 눈치 없이 꼽사리 끼려는 건 아니니까.”
“흐흐. 배려 감사합니다.”
다 큰 남녀 둘이서 다른 사람들이랑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친 것이다. 거기에 끼어드는 놈은 존나게 눈치가 모자란 놈이나 애미애비 없는 NTR충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머리가 희끗해지기 전에 칼 맞아 죽기 딱 좋은 타입이다. 그리고 겐트릭 할배는 거기에 해당사항이 없었다.
역시 눈치 빠른 사람이라니까.
“그래, 오늘 일은 할 만 했나?”
겐트릭 할배는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내가 대답을 생각하는 사이에 프랑이 슬쩍 내 어깨에서 떨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네. 덕분에 안전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안전한 만큼이나 고된 일이잖나.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원망을 사고 있지는 않은가─ 싶어서 물어보러 왔네.”
“후후. 아녜요. 일하다 보니 땀은 조금 났지만 크게 힘든 건 없었어요.”
“그거 다행이군.”
안심한 것처럼 말한 겐트릭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대충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최근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아시면 그런 걱정은 안 하셨을 겁니다. 앞으로 1달은 수확 의뢰만 하고 싶네요.”
“허허. 수확 의뢰가 아니라 해수 퇴치 의뢰일세. 보수랑 실적이 다르니 착각하면 쓰나. 아무튼 두 사람 다 괜찮다니 안심일세.”
내 대답에 수염을 매만지며 호호웃음을 지어대는 겐트릭 할배였다. 그 다음에 모닥불 주변에 놓인 캠핑 키트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식기가 깨끗하군. 자네들 식사는 아직인가?”
“이제 먹으려고 하던 참이었죠. 아, 겐트릭 씨한테 뭐라고 핀잔주는 건 아닙니다.”
“그렇군. 한 가지 조언을 해 주자면 저녁에는 음식거리를 낭비하지 말게. 밤새 다 소화되니 말일세. 아껴뒀다 아침에 든든하게 먹어야지 일을 하기 편해.”
“오, 꿀팁 감사합니다.”
내 예의 바른 대답에 흐뭇한 표정을 지은 겐트릭은─꿀팁이라는 표현은 못 알아들었나 보지만─ 손을 들어서 마굿간 쪽을 가리켰다.
“식수가 부족할 때는 저기로 가게. 마굿간 뒤쪽에 우물이 있으니 저기서 퍼 오면 될 걸세.”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기 우물 물은 공짜입니까?”
“지나치게 펑펑 써대지만 말게나. 농노들이 봤다가는 화를 내더라고.”
“크크크. 아깝네요.”
우리는 아딱이 모험가답게 약간 질 나쁜 놈 느낌으로다가 웃어댔다. 밑바닥 생활이 다 그렇지 뭐.
“어두우니까 랜턴을 꼭 챙겨가게. 물 뜨러 갔다가 우물에 굴러떨어져서 엘리시온에 가지 말고.”
겐트릭이 말했다. 엘리시온이란 로마니아 쪽에서 얘기하는 사후세계였다.
신의 존재가 확인된 이세계에서도 실제로 사후세계가 어떤 곳인지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아마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말이다.
타닥타닥─.
모닥불에 타오른 장작이 불똥을 팍 튀겼다. 나는 번개처럼 팔을 움직여서 프랑에게 날아든 불티를 걷어냈다.
“푸흐흐. 노르도 참. 과보호야.”
내가 펼친 태극권을 본 프랑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자기 손가락을 깍지 끼는 형태였다.
남녀가 이렇게 서로 밀착해서 몸을 비벼대다니, 이건 이미 섹스가 아닐까?
우리가 그러고 있자 겐트릭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내가 너무 오래 있었나 보군. 이만 가 봐야겠어.”
“벌써요?”
“식사도 아직이라지 않았나. 남아있어 봤자 민폐일 게야.”
아무래도 우리가 알콩달콩 하는 꼬라지를 보고 옆에 있기 거북해졌나 보다.
“그래도 기껏 와서 인사만 하고 가면 아쉽지. 어디, 내가 잠깐 선물이라도 주고 가겠네.”
“선물이요?”
“이것일세.”
겐트릭은 주름지고 두터운 손으로 수통을 흔들더니 그것의 마개를 땄다.
─찰랑찰랑.
─퐁! 치이익….
수통을 열자 들려온 것은 탄산이 빠지는 소리였다.
여기가 존나 무슨 수련회도 아니고 콜라를 가져온 건 아닐 것이었다. 그것보다 이 세상에 콜라는 있지도 않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