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56/1,009)

“<구름 소환(Summon Cloud)> 마법에 <물 생성(Water Creation)>을 더하면 비구름이 되고, <수면(Sleep)>을 조합하면 <수면 구름이 되지. 이런 술식 결합은 마법의 기초다. 원리만 알면 어렵지 않다.”

“마법을 조합하는 건 어렵다고 들었는데요.”

어렵지 않다는 말은 존나 개소리다. 고급 마법이 난이도 높게 여겨지는 것은 전공서나 계산식에 룬어가 포함되는 것 말고도 저런 요인이 존재해서였다.

수준 낮은 마법은 사칙연산 수준이지만 심화단계에 들어간 고급 마법은 높은 계산능력과 암기력을 요구했다.

“주문을 외우는 마법은 그렇겠지. 하지만 단문영창으로 발동하는 간단한 마법은 조합도 쉽다. 해 보면 안다.”

“어음…… 일단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걸 저한테 주시는 건 어째서입니까? 농삿일에 써 보라는 뜻이십니까?”

“그래. 작은 텃밭이라도 길러 보길 바란다. 마침 동료에게 <물 생성> 마법도 배웠잖나. 써 보고 농사에 관심이 생기면 우리 농장으로 오도록.”

일종의 스카우트 제안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제안보다는 호툴루실의 말이 암시하는 사실에 신경이 쓰였다.

“잠깐만요. 설마 저희 얘기를 숨어서 엿듣고 계셨습니까?”

내가 물 생성을 배운 것은 첫날 밤의 일이었다. 이 게이 새끼 설마 첫날밤부터 날 노리고 우리 텐트 주변에 숨어 있던 건가? 내가 대놓고 질색을 하자 호툴루실은 드물게도 살짝 인상을 썼다.

“어리석은 소리. 우연히 들은 거다. 타타르니아의 엘프는 천 리 밖의 소리도 잡아내니까.”

시발 사막 토끼도 아니고 그게 가능해? 구라 아닌가?

내 얼굴에 믿지 못하는 티가 났는지 밀짚모자를 쓴 쏘머스는 몇 마디를 더 했다.

“몽골리아 출신인 네가 시력이 좋은 것처럼 나도 이 오두막 근처에서 주변에 일어나는 소란을 능히 들을 수 있다. 네가 네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가 들렸을 뿐이다.”

또 처음 듣는 지명이다. 이 새끼 입에서 키타이라는 말은 한 번도 안 나왔는데 듣보 국가의 이름은 술술 나오네.

혹시 브리타니아권에는 키타이의 정보가 늦나? 신대륙 취급을 하더니만 저쪽 문화권에 관심이 없어서 옛날 국명을 계속 불러대는 걸지도 모른다. 코리아의 어원이 ‘고려’인 것처럼 말이다.

근데 그것보다 나 그쪽 출신 아니라고. 착각 좀 그만해.

“농삿일은 삶에 보람을 준다. 같은 황야의 민족이어서 그런지 네게도 권하고 싶어지더군.”

호툴루실은 그리 말하면서 밀짚모자를 벗었다.

‘……시발?’

비춰오는 햇살 아래 드러난 정수리의 모습에 나는 배에 힘을 꽉 주고 표정근육을 관리했다.

──이 밀짚모자 좆프 새끼는 정수리에 털이 없었다.

─휘잉.

찰랑거리는 금발이 무색하게도 존나 변발처럼 정수리 주변 반경 5cm가 번쩍거리는 흰 두피를 드러낸 것이었다.

‘아니 씹, 모자를 쓴 게 그래서였냐고.’

시발 누가 대가리에 브라질리언 왁싱 받으래, 어?

내가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을 관리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변발머리 새끼는 무심하게 바깥의 밀밭을 쳐다보았다.

“황야에서 살아가기를 택한 우리들 타타르니아의 엘프도… 알게 모르게 고향의 초목을 그리워하는 걸지도 모르지.”

“그… 렇군요.”

아닌데. 니가 그리워하는 건 고향의 초목이 아니고 두피의 모근 같은데.

“뭐, 됐다. 이만 가서 일 보도록. 슬슬 밭에 널린 시체도 다 정리가 됐을 거다.”

탈모니아의 엘프는 밀짚모자를 도로 쓰고 말했다. 나는 표정이 변하지 않게 묵묵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저 망할 금발 중앙차선 싱크홀 민머리 새끼 같으니. 대체 왜 진지한 얘기를 하다 말고 탈밍아웃을 하는데. 훅 들어와서 웃음 참느라 뒤지는 줄 알았네.

다시 말하는 건데, 엘프라는 족속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새끼들이었다.

우리는 5일째 되는 날에 사르가디스로 돌아왔다.

딴 길로 새지 않고 곧바로 길드로 가서 의뢰비를 받았다.

“여기 4일치 의뢰비 20쿠퍼입니다.”

우리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20쿠퍼. 프랑도 나도 가져온 지갑에다 돈을 묵직하게 채웠다.

이쪽 세상의 금속화폐에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무게가 묵직해서 많은 돈을 가졌을 때의 심리적 만족감이 지폐보다 크다는 것이다.

4일 일한 보수가 20만원이니까 그렇게 페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에이트리넨 님, 노르드 님. 두 분은 이번 의뢰 성공을 기해서 브론즈 승급 시험을 보실 자격 조건을 채우셨습니다.”

“승급!”

이름도 모르는 여자 접수원이 말에 프랑이 반응했다. 나는 솔직히 내심 기대하고 있던 내용이라서 놀랍지는 않았다. 기쁘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랑 노르가 동시에 조건을 채운 거에요?”

프랑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우리 여친님은 이런 사소한 것에 은근히 관심이라고 해야 되나, 로망 같은 것을 느끼는 타입이니까.

“총합 실적으로는 에이트리넨 님이 좀 더 높습니다. 하지만 노르드 님이 이번 의뢰에서 보노디어의 우두머리를 잡았던 것이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덕분에 두 분 모두 실적 점수가 기준치를 달성했죠.”

“와! 노르, 들었어?! 노르가 잡은 보노디어가 실적 인정을 받았대!”

접수원의 말에 프랑이 방방 뛰면서 기뻐했다. 나도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어. 운이 좋았네. 우리 브론즈 클래스 승급 시험도 같이 칠 수 있겠어.”

“앗, 그렇겠다!”

프랑은 기쁨에 두 손을 모아가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요 녀석 귀엽기는. 힘껏 끌어안으려다가 주변 시선이 있어서 참았다.

아무튼 태연한 척 하지만 나도 속으로는 뒤지게 기뻤다.

사람이 가장 즐겁고 기쁠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그것은 누가 봐도 기뻐해야 할 상황에서 나 만큼이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였다.

대학 합격 메일을 받고 부모님들께 말씀드렸을 때가 딱 이랬는데. 프랑과 기쁨을 나누던 내게 접수원이 말했다.

“그 전에, 여기 압력석 검사를 받아 보시겠습니까?”

“예. 해 보죠.”

압력석. 받은 힘에 따라서 색이 변하는 돌멩이다. 사르가디스에 와서 이걸 쥔지 아직 1달도 안 됐는데 벌써 다음 단계에 오를 정도가 됐을 줄이야. 나는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까만 돌멩이를 받아들었다.

꾸우우욱─.

체내의 마나를 의식하면서 강하게 쥐었다. 그렇게 얼마 뒤 손바닥을 펼치자 압력석은 파란색이 되어 있었다.

“오.”

역시 마나의 여부는 차이가 큰가. 저번에는 남색이었는데.

“이건…?”

서류를 뒤적이던 접수원이 압력석의 색을 보고 잠깐 말을 골랐다. 크게 놀란 것은 아닌데 곤혹스러운 듯한 얼굴이다.

“…노르드 씨. 저번 검사 때는 남색이셨죠?”

“예. 그랬죠.”

“보름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다음 색으로 바뀌셨네요? 혹시 최근에 마나를 각성하시는 일이 있으셨나요?”

“맞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얻었죠.”

야수회귀 빨로 얻었다. 미스테리는 많지만 부작용은 없다고 하니까 이득을 보는 부분이다.

“그, 그렇군요. 놀라운 성장세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내 물음에 접수원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용하게 말했다.

“파란색부터는 브론즈 상위 수준이에요. 노르드 씨의 저번 검사가 브론즈 승급 조건인 남색이었어서 이번에 얘기가 나온 거거든요. 성장세가 빨라서 잠깐 놀랐을 따름입니다.”

“아하. 그랬군요.”

역시 압력석 색깔로도 판정을 하는구나. 그럴 것 같았다. 모험가 플레이트에 친히 염료 묻힌 돌을 발라줄 정도니까.

근데 내 맨몸이 브론즈 상위 수준이라. 돌이켜 보면 야수회귀 없이도 킹 워킹-고라니의 목을 뎅겅내기도 했으니 내 평상시 신체능력도 꽤 높은가 보다.

“저도 해 봐도 될까요?”

“네? 아, 물론이죠.”

흥미가 돈 프랑이 압력석을 쥐었다.

꾸욱─.

결과물은 무려 파란색이었다. 심지어 내 것보다 밝다.

“앗! 저번보다 밝아졌어요!”

놀라운 결과물에 본인도 기뻐 보이는 프랑이었다.

아니 그런데 ‘저번보다’라고?

“프랑 너, 저번에도 파란색이었어?”

“맞아! 그래도 거의 남색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완전히 파란색이네. 헤헤. 노르랑 다니면서 나도 쪼금은 강해졌나?”

언제나처럼 큐트하고 러블리한 웃음이었지만 나는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기본 종족값이 차이난다지만 여자친구보다 힘이 약해서는 이세계 꼴마초 노르드의 이름이 운다.

“아, 접수원 씨. 그나저나 승급 시험이란 건 뭡니까?”

그래서 나는 프랑에게서 압력석을 받으면서 딴소리를 했다. 질문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을 물으면서 접수원 분께 보이지 않도록 손을 접수처 아래쪽으로 가져갔다.

‘야수회귀 ON.’

슈와악─.

킹-워킹 고라니와의 전투에서 얻은 야수회귀의 묘리.

단시간 한정발동으로 오른손에만 집중한 무영창의 주술이 발동했다. 프랑이 내 행동을 눈치채고 쿡쿡 웃었다.

꾸우욱─.

빡세게 쥐었다가 마법을 풀면서 손을 펼쳤다. 야수회귀를 킨 상태의 내 완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 것인가.

두구두구두구! 짠!

노란색!

옐로-몽키 황인종의 컬러였다.

“푸흡?! 큽, 쿨럭쿨럭!”

압력석의 색깔을 확인한 프랑이 사레에 들렸다. 설명하려던 접수원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러는 나도 내심 당혹스러웠다.

접수원의 설명에 따르면 남색~파란색은 브론즈 클래스의 수준이다. 그렇담 초록~노랑은 실버 클래스의 색 아닐까?

아마 맞을 것이다. 압력석은 빨간색 이상의 압력에는 버티지 못하고 부숴버리기에 골드 클래스를 넘은 모험가들은 다른 측정법을 가진다고 들었으니까.

근데 그러면 야수회귀 상태의 내 신체능력은 실버 클래스 수준이라는 뜻이 된다.

존나 놀랍다. 아니, 벡터맨 베어의 힘은 그 정도는 가벼이 달성하고도 남겠지만 이렇게 체감해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이 정도면 그냥 곰 수준의 완력은 아니겠지. 시험해 보진 않았지만 바위도 때려 부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못해도 브론즈 클래스의 토벌 의뢰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자만하기는 일러.’

실버 클래스는 사르가디스 안에서 어깨를 피고 돌아다닐 정도는 된다. 하지만 나보다 강한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어제도 고라니들을 때려죽이며 깝치다가 야수회귀가 풀려서 조질 뻔 했었고 말이다.

그때 말없이 쳐다보는 프랑의 시선이 느껴졌다. 두근거리면서 입이 달싹거리는데 눈치껏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 시선에 내 안의 꼴마초 노르드가 기세등등해졌다.

약간 꼴사납기는 한데, 여자 친구의 선망 어린 눈빛은 남자에게 있어 웬만한 마약 못지 않은 기쁨을 선사한다는 것이 꼴마초 노르드의 의견이다. 내 의견은 아님. 아무튼 아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눈을 껌뻑이면서 접수원이 물었다. 갑자기 사레를 들리질 않나 웃어대질 않나, 이상하게 보였던 거겠지.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승급 시험에 대해서 마저 여쭤보고 싶은데요.”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화제를 되돌렸다. 지금 압력석을 돌려달라고 했다가는 곤란했다. 돌의 색이 돌아오기 전까지 다른 말을 해서 시간을 끌자.

“시험 내용은 간단해요. 저희 길드에서는 브론즈 클래스 의뢰를 3번 수행해서 2번 이상 성공하신 분을 상위 등급에서 활약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하죠.”

아니 뭔 삼세판 승급전이냐고. 좀 어이가 없기는 했는데 꽤 괜찮은 방법이기는 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되죠?”

“반년 뒤에 재도전이 가능해요. 아, 의뢰를 성공하셨을 땐 당연히 의뢰 보수도 지불됩니다.”

“반년….”

프랑이 작게 중얼거렸다. 길다고 느끼는 걸까. 21세기 한국에서도 수능처럼 큰 시험이 외에는 대부분 몇 개월에 1번씩이니까 분명 길긴 길다.

“두 분이서 시험을 같이 치셔도 무방합니다. 승급 시험을 치는 분들과 파티를 꾸리는 것을 거북해하는 모험가 분들도 꽤 계시거든요.”

“사람을 가리는 거군요. 이해합니다.”

브딱이들 주제에 무슨, 이라는 생각도 약간 들기는 하는데 목숨이 걸린 일이니 신중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브론즈 이상은 토벌 의뢰도 많다. 아우둠라가 유적 탐색을 메인으로 두는 곳이라도 그건 변함이 없다.

“바로 승급 시험을 치루시겠습니까?”

“당장 오늘부터 해야 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언제 시험을 치루실지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승급 조건을 채웠는데도 승급하지 않고 남아 계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접수원의 말에 공감이 갔다. 모험가업을 하다 보면 가끔씩 제 분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 많은 페이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프랑. 일단 승급 시험은 보류할까?”

“응. 실패하면 반 년은 기다려야 한다니까 나중에 준비 단단히 하고 받자.

의견이 맞은 우리는 승급 시험은 보류해 두기로 했다.

시험 전날에 물 떠놓고 합격을 기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짜고짜 도전해 버리는 것도 무모한 짓이었다.

“접수원 씨. 시험은 나중에 받을게요.”

“알겠습니다. 마음을 정하시고 접수처에 와서 말씀을 해 주세요. 그때 길드에서 선별한 의뢰를 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세요.”

우리는 접수원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 나오기가 무섭게 프랑은 행인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내게 찰싹 달라붙었다.

“노르! 방금 거 뭐야?! 노란색?! 노란색이었지?!”

“흐흐. 나도 놀랐어. 야수회귀로 올라가는 완력이 거의 몇 배 이상인가 봐.”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2계급 특진이다.

야수회귀를 잘만 쓰면 어느날 갑자기 실버 클래스 살인마가 두둥탁 튀어나와도 프랑을 지킬 수 있겠지. 기술면에서는 약간 불안이 남지만 방어력도 올라가니 아마 괜찮을 것이다.

“평상시에도 브론즈 상위 수준은 되니까 승급 시험도 할 만 할 거야.”

“브론즈부터는 의뢰 보수도 많아져! 여관비 걱정도 조금 덜 수 있겠다!”

기대되는 얼굴로 프랑이 말했다. 여관이라. 그러고 보니까 그 얘기도 해야 된다.

“프랑. 우리 여관은 어쩔래? 내가 베이냐 씨네 여관으로 가는 게 나을까?”

두 여관을 왔다갔다 하는 것도 시간낭비였기에 우리 둘은 여관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었다. 딱 좋게 얘기가 나왔으니 지금 정해버리자. 오늘부터는 다시 여관에 묵을 예정이니까.

“으음…. 어떠려나. 무타라트의 아이들은 일박 2쿠퍼인데, 노르가 묵는 곳은 얼마야?”

“3쿠퍼. 창고 이용 되고, 마굿간 있고, 아침 무료. 주인장 얼굴은 험악한데 요리는 맛있어. 프랑 네가 한 요리에는 못 미치지만 말이야.”

“칭찬해 줘서 고마워.”

프랑은 헤벌쭉 웃고서는 버릇처럼 가슴 위로 턱을 괬다.

“3쿠퍼…. 조금 비싼 것도 같지만, 창고가 있으니까 치안은 좋지? 좀도둑도 거의 안 들 거구.”

“그렇다더라.”

창고에 맡긴 물건이 도난당하면 경비병이 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창고가 있는 여관은 치안이 좋다. 경비병들이 평소에도 신경을 쓰는 곳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수룩한 좀도둑은 무서워서 그 여관을 못 노린다. 제대로 된 전문털이범은 또 모르겠지만 그런 놈들이 뭣하러 일반 여관을 노리겠는가. 고대유물 같은 걸 가지고 있는 놈이 묵고 있으면 또 몰라.

“흐으으음….”

“고민 돼? 그럼 우선은 며칠만 묵어 보자. 마침 아침 시간대니까 여관비를 내면 공짜 밥도 나올 거야. 묵어 봐서 프랑 네 눈에 안 찼을 때는 옮겨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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