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op! ldoooHu! (인간! 쥬긴닷!)
─에이, 그러지 말고. 형이랑 비밀친구하지 않을래?”
─Krop! ldooobiiS! (인간! 쥬기고 먹는닷!)
─애미.
대충 그런 느낌이었다.
말이 통한다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존나 저 새끼들 대가리엔 어택땅이랑 먹는 것 밖에 없더라고.
저쯤 되면 몬스터도 대가리 딸리는 놈들부터 서서히 자연도태될 만도 한데, 물리법칙 좆까를 모토로 삼는 이세계에서 진화론을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다윈, 당신은 틀렸어.’
그렇게 내 푸키몬 마스터로의 전직은 씹좆망해버렸지만, 당시의 나는 고작 그 정도 일로 꺾이지 않았었다.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결국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 아니던가.
막 ‘말에는 힘이 깃든다’ 같은 개똥논리로 용언이나 마법 문자 같은 것을 사용 가능할지도 모르잖아?
어째 카르미네 대학에서 존나 좆도 가르쳐주는 것이 부려먹기만 하더니만, 이게 다 내가 드래곤본이라는 복선이었던 것이다. 분명 언젠가 푸스 로 다! 하고 입에서 용언을 발사하는 날이 오겠지.
‘꼭 드래곤본이 아니여도 된다고 생각했었지.’
나는 이래봬도 초딩 때 한자 8급을 땄으며 마법 천자문의 애독자였던 남자다.
이 꼬부랑 말 투성이의 이세계에 한자검정 8클래스 대마법사의 위용을 널리 알리며 이세계 홍익인간 노르드가 되는 것도 꽤 괜찮은 미래 아니겠는가?
당시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시도해 봤다.
─노르드 비 브리타니아가 명한다!!
─Po? SSuA toooGu? (뭐지? 자기가 병신임을 암시?)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KropCisA! Wo! biiS! (시끄러운 인간! 때린닷! 먹는닷!)
─응, 니 엄마.
마법천자문 따윈 이 세상에도 없었다.
애미 진짜 좆같은 인종차별자 놈들. 홍위병 이전의 중국은 인류 문명의 3대 발생지 중 하나건만 이딴 취급을 하다니.
─파사사삭!!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덩치 큰 뱀이 길을 안내하던 다람쥐를 준내 빠르게 집어삼킨 것은 말이다.
“찍?!”
─쩌억!!
─꿀꺽!!
눈 깜짝할 사이에 뱀의 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 우리 가이드 씨. 비명을 지르며 토해낸 도토리와 호두 조각이 낙엽 위에 쏟아졌다.
─꿀꺽! 꿀꺽!
우리는 눈앞에서 펼쳐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개꿀맛 다람쥐를 낼름 삼켜버린 뱀은 우리 눈치를 보더니 도주를 시도했다!!
“이 새꺄!! 우리 네비게이션 뱉어내!!”
분개한 나는 야수회귀를 켜고 놈의 몸통을 붙잡았다. 역시 뱀 새끼답게 잡히자마자 내 팔을 물었지만 마나 코팅에는 이도 박히지 않았다.
“시잇?! (머임?!)”
“열려라 위장의 문!!!”
나는 뱀 새끼의 꼬리를 붙잡고 거기서부터 쭉 위로 당겼다! 짜요짜요를 짜듯이 말이다!!
이 새끼의 위장에서 우리 다람이를 꺼내야만 햇!!!
“시시샤아아악?!”
─울컥!!
초중고를 거쳐 단련된 짜요짜요 테크닉에 뱀 새끼는 삼켰던 다람쥐를 토해냈다!
하지만 위액으로 범벅된 다람쥐는 벌써 전신골절과 질식으로 인해 사망한 뒤였다!!
“다람아!!!!”
나는 대성통곡을 하며 다람이의 죽음을 기렸다! 수의대생인 나였기에 저 상태에서 되살릴 방법이 없다는 것은 이 자리의 누구보다 잘 알았다!!
나의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 손에 들린 뱀에게 향했다!
“너 이 새끼!! 감히 다람이를 죽여?!”
“샤앗?!”
“다람이는 우리를 안내해 줬을지도 모르는 설치류였다!!!! 그걸 네가 망쳐버렸어!!!!”
이성을 잃은 나는 그대로 독사놈을 들어올렸다. 할아버지가 뱀을 제압할 때 쓰던 메치기를 재현할 생각이었다.
내가 지구용사로서의 힘을 발휘하면 기절이 아니라 육편이 파-킨하겠지만── 그것도 네놈이 자초한 결말이다!!
“죽어라!! 다람이의 원수!!!!”
“시샷!! 시샷 싯 슈르르르!!! (내가!! 내가 도와줄게!!!)”
─멈칫!
뱀 새끼에게 죽음을 선사하려던 나는 놈의 유언에 팔을 멈추었다.
“샷? 샷 시르르 시시시 샷시슈르르르? (네가? 네가 뭔지 알고 우리를 도와줘?)”
“시르르릇!! (뭐든지!!)”
주둥이를 잘못 놀렸다가 뒤지게 생긴 뱀은 필사적으로 그리 말했다. 뒤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것만 같은 뉘앙스가 울음소리에서 전해져 왔다.
“……고블린 슈릇 샤아샷 시시시? (고블린이라는 녹색의 괴물을 알고 있나?)”
“시시시!! 시시시!! (안다!! 안다!!)”
나는 뱀의 대답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세상에, 이 뱀도 고블린의 위치를 알았다니!! 엄청난 문화 충격이 나를 덮쳤다!!! 그렇다!!!! 굳이 다람쥐만이 네비게이션을 하라는 법은 없었던 것이다!!!!!
“왜 그걸 먼저 말 안 했어!!”
미안함을 느낀 나는 뱀을 내려주었다.
얘도 고블린들의 둥지를 안다면 얘한테 안내를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가라, 카부토마루! 다람이의 의지를 잇는 거야!!”
“조금 이야기의 맥락이 안 잡히는데…… 괜찮은 거 맞지?”
“괸찮아!!”
프랑은 걱정되는지 모양이었지만, 구라면 이 새끼를 족쳐버리고 다음 친구를 사귀면 될 일이었다. 우리는 먹이와 명줄로 이어졌을 뿐인, 한없이 가벼운 비지니스 관계니까.
그렇게 새로운 동료를 얻은 노르드와 친구들은 고블린의 둥지로 향했다.
아, 당연히 다람이 묘는 만들어줬다.
묘에 호두도 1알 넣어줬으니 천국에서도 기쁘게 뛰놀겠지. 나는 그렇게 믿었다.
우리는 카부토마루를 따라서 10분 정도 걸었다.
그렇게 이동해서 도착한 고블린의 둥지는 무려 버려진 옛 신전 같은 곳이었다. 지방의 토착신을 믿느라고 세워 놓고 기억에서 잊혀져서 버려진 유적 말이다.
‘돈이 될 것 같지는 않군.’
어딜 어떻게 뜯어봐도 걍 폐허다. 버려진 숲 속 오두막의 홀리 세인트 버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갸르흑. (심심하다.)”
“갸캬르 갸르흑. (나도 심심하다.)”
신전의 입구에는 보초로 보이는 고블린이 2마리 있었다.
나는 잡담을 하면서도 땡땡이를 치지는 않는 잼민이들의 모습에 내심 감탄했다.
‘고블린 새끼들이 도적놈들보다 낫네.’
도적단 놈들은 보초도 안 세웠다가 나의 절기 마마무(魔磨霧)에 모조리 뒤져나갔는데, 몬스터가 인간보다 나았다.
어차피 들킬 거라면 보초라도 있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럼 지금처럼 우리 같은 습격자를 귀찮게 만들 수 있을 테니.
─스슥.
나랑 프랑은 길을 역주행해서 1번 물러났다. 여기서 닥돌하는 것은 악수(惡手)였다.
일단 제 역할을 다한 뱀은 이제 풀어주자. 도망 못 치게 내 주먹에 꼭 붙잡고 방향만 말하게 했었거든.
“잘 가, 카부토마루. 숲에서도 강하게 살아가렴. 따흑흑.”
“샤아아…….”
함께 마음의 쿠퍼액을 흘리며 뱀과 이별한 나는 프랑이랑 작전 타임에 들어갔다.
“프랑. 어떡할까? 뭐 좋은 의견 있어?”
“노르가 몬스터에 대해서는 나보다 잘 아니까, 우선 노르 생각부터 들을래. 작전 생각한 거 있잖아?”
“아니 어떠케 아랐지.”
“매일 그 사람 얼굴을 쳐다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보이게 되더라구.”
시발. 나한테는 프랑 마음이 안 보이는데. 나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우리 여친님을 관찰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의견을 말했다.
“안으로 다짜고짜 들어가는 건 위험해. 놈들의 행동 경향을 보니까, 아무래도 상위종이 있는 모양이야.”
“상위종이면…… 홉 고블린 같은 거?”
“맞아. 책에서 읽은 건데, 가축이 아니라 곡식을 털어가거나 보초를 세우는 건 상위종이 있다는 증거라고 하더라고.”
출처는 브람마톤 교수님의 이하 생략.
전문은 이러하다.
─집단의 일부가 주위의 적을 경계하는 것은 동물들의 사회에서도 흔한 일이다. 일부 몬스터들도 이와 비슷하게 보초를 세우는 경우가 있다.
─다만 고블린과 같이 지능이 낮고 이기적인 몬스터들은 적에 대한 경계보다 개인의 편함과 쾌락을 우선한다.
─이러한 고블린들이 보초를 선다는 것은, 고블린들이 제 힘으로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상위종이 있다는 증거이다.
─고블린은 힘으로 만물을 논하는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이걸 봐라. 쉬운 단어를 써서 공부를 잘 안 하는 모험가들도 읽기 쉽게 적은 내용 아닌가?
이 얼마나 훌륭한지! 역시 우리 지도교수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신전 안에다가 뭔가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으니까, 밖으로 나오게 만들려고.”
그렇게 나는 대강의 작전계획을 설명했다. 복잡한 작전은 아니었기에 금방 설명이 끝났다.
“응, 좋네! 그렇게 하면 되겠다!”
프랑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우리는 작전 실행에 들어갔다. 근처에서 돌맹이를 주워들고 신전 입구로 갔다.
‘준비 됐지, 오른쪽아?’
내 오른팔에게 컨디션을 물었다. 오른팔은 든든한 근육을 불끈거리며 만전의 상태임을 어필했다. 퍼펙트하다. 나는 프랑한테 보이도록 손가락을 들어서 셋을 셌다.
느긋하게 손가락을 하나씩 접는다.
3, 2, 1───
‘GO- SHOT!!’
─쉬익!!
함께 날아간 투척 나이프와 돌멩이가 두 고블린의 안면에 적중했다!
─뻐걱!!
─푸슉!!
내가 던진 돌멩이는 고블린의 와꾸에 아보카도 씨처럼 깊이 심어졌다. 프랑의 투척 나이프는 고블린의 머리통에 박혀 뇌에 선명하게 칼집을 내었고 말이다.
2마리 보초가 죽자마자 우리는 작전을 실행했다.
“무브무브무브.”
나랑 프랑은 입구 벽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나는 야수회귀를 켠 두 팔에 술식을 결합해서 발동했다.
“<구름 소환(Summon Cloud)>.”
─슈파아아아아아악!!
이번에도 뭉게뭉게 대작전이다. 근데 마마무는 아니다. 이 새끼들 키가 작아서 나만 일방적으로 상대 위치를 파악하질 못하겠거든.
그래서 여기에 추가로 술식을 추가해 볼 생각이다.
야수회귀+<구름 소환>+<타오르는 손길>.
대마법 3중 조합이다.
이게 첫 시도라서 성공할 거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좋고, 안 되더라도 상관 없었지만── 술식 결합은 성공했다.
‘하긴 이것 가지고 술식 결합이라고 하기도 우습지.’
그냥 발생한 증기를 손의 열기로 뎁히는 것이었다. 동시에 발동한 것이지 술식 차원에서의 결합은 아니었다.
슈파아아아아아아악─!!
그래도 뜨거워진 증기는 만족스러운 온도가 되었다. 나는 증기를 컨트롤해서 신전 안에 대충 때려박았다.
‘일명 페이크 화재사건 대작전!!’
이 작전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저번 마마무 시전 때의 도적들이 지껄이던 소리였다.
─새끼들아!! 이 연기는 뭐야!! 불이냐?!
엄청난 안개가 시야를 가리자 내가 처음 만난 도적놈은 그렇게 말했었다. 상식적으로 불에서 나오는 안개가 습할 리가 없는데도.
이것은 무식한 놈은 당황하면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된다는 학술적인 증거였다.
그걸 한심하다고는 생각 안 한다. 나도 여관 침대에서 프랑이랑 뒹구는데 갑자기 연기가 몰려들면 당황해서 나가보긴 할 것 같으니까.
아무튼 이번에는 고화력의 <타오르는 손길>로 증기를 뎁히기는 추가 공작까지 벌였다. 그러니 무식하기로는 도적단들이랑 좋은 승부가 될 고블린들은──
“크캭!! (위험해!!)”
──이렇게 튀어나오고 마는 것이었다.
‘고맙다, 교술린 슬레이어.’
나는 이 아이디어의 기초안을 제공한 교술린 슬레이어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여기서 교술린이란 교수+고블린의 합성어다.
그러므로 교술린 슬레이어는 고블린 퇴치 의뢰에서만 등장하는 SSR 시즌 한정 캐릭터인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힘을 시험하게 해 줘!!!”
나는 쏟아져 나오는 고블린들한테 달려들었다.
검을 뽑지 않고 야수회귀의 손톱을 세웠다. 맞아도 다치지 않을 거니까 이번에는 새 기술 위력 테스트나 원껏 해 보자!!
2차 전직 후에 새로운 스킬을 쓰는 듯한 고양감에 나의 두근두근 이두박근이 팝핀을 추었다!!
“산혼철조!!!”
오른손의 손톱을 휘두른다!!
나의 손톱에 맞은 고블린의 머리는 정육칼을 힘껏 내려친 참외처럼 벌집 삼겹살이 되어서 흩어졌다!! 나는 신 기술의 성능에 환희했다!!
“개꿀!! 성능 확실하고!!”
프랑도 새 무기를 맘껏 사용했다. 오른손의 망치로 가까운 놈 머리를 깨부수고 왼손으로 뽑은 투척 나이프를 던졌다. 두 공격 모두 적중해서 고블린의 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줄었다.
앞으로 대충 7, 8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