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시발 눈이 아니라 입으로 물어대는군.
시발 페도필리아 범죄자로 끌려가서 시작하는 노예 생활 리스타트는 허락하지 않아요! 나는 경비대가 이상한 오해를 하고 몰려들기 전에 말했다.
“저희 프랑은 어엿한 어른입니다.”
“맞아요! 저도 내년이면 22살이라구요!”
“엑? 네, 넷? 22살? 저보다 연상?! 진짜요?!”
라리루라는 화들짝 놀라며 동전을 채운 모자를 떨어트렸다.
─촤르륵! 수십 개의 1쿠퍼 동전이 공원의 풀밭을 굴렀다.
“정말로 죄송해요……. 제가 그만 터무니 없는 착각을 해 버렸어요…….”
우리의 해명을 들은 라리루라는 허리를 숙여서 사과했다.
연기 중의 아양 떠는 목소리와는 톤이 달랐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라리루라의 태도에 프랑도 삐진 태도를 가다듬었다.
“후우. 이제 괜찮아요. 잠깐 오해할 수도 있죠. 잠깐은요.”
그렇게 말하는 프랑은 늘 입는 판초 같은 상의를 벗은 상태였다.
저 판초로 상반신을 가리면 상대방에게는 프랑의 동안(童顔)인 얼굴만 보인다. 그리고 긴 팔다리나 가슴이 가려지면 작은 키의 프랑은 간혹 10대 중반 정도의 어린애로 보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옷을 벗은 것은 프랑의 사소한 항의였다.
─두둥!
태양 아래 드러난 커다란 가슴과 비율 좋은 팔다리는 프랑의 여성미와 나이를 노골적으로 어필했고, 라리루라는 프랑의 쭉쭉빵빵함에 말을 잃었다.
“에우에.”
요요 못된 광대놈 우리 여친님 몸매에 넋이 나가버렸죠? 렉 걸려서 어브버바바브 거리던 라리루라는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어흠, 큼. 용서해 주셔서 감사해요, 프랑 언니. 아! 이렇게 불러도 되죠?”
“네, 뭐. 프란체스카는 조금 긴 이름이니까요.”
“고마워요! 노르드 씨도 죄송해요?”
모자를 안은 라리루라가 내게도 고개를 숙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저한테는 사과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지. 죄송하시다면 뭣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네에! 이 라리루라에게 뭐든지 물어보세요☆! 아, 그리고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요~?”
“그러지 뭐.”
라리루라의 제안에 냉큼 말을 놓는 나.
이세계 꼴마초 노르드는 호의를 사양하지 않는다.
“궁금하시다는 건 뭔가요? 저까지 궁금해지네요! 아, 속옷 색깔을 비롯한 사적이고 성적인 질문은 엄금 또 엄금이랍니다♥?”
“응~ 그딴 거 하나도 안 궁금해~. 알려줘도 2초면 까먹을 거야~.”
여친이랑 같이 있는 자리에서 다른 여자애한테 그딴 걸 물어보는 새끼가 있으면 꼭 봐 보고 싶다. 존나 개꿀잼 구경이 될 테니 말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도 그거랑 비슷할 정도로 예민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너도 알다시피 어제 우리가 네 공연을 봤거든. 까놓고 말해서 엄청 감명 깊게 봐서 그러는 건데, 요령이 뭐냐?”
내가 진지하게 묻자 라리루라는 눈을 반짝였다.
“요령이요? 서커스에 관심이라도 있으신가요~?”
“서커스가 아니라, 몸 쓰는 일 전반에.”
나는 갑옷을 입은 가슴을 툭툭 쳤다.
“보다시피 나는 모험가야. 자랑은 아니지만 마나도 다룰 줄 알고. 하지만 내가 마나를 쓰더라도 너처럼 몸의 균형을 잘 잡거나 정확하게 움직이지는 못해.”
“그래서 가능하다면 제 곡예 훈련을 배워두고 싶으시다는 거군요? 좋아요! 간단한 부탁이네요☆!”
아니 대답 너무 빠르잖냐고.
혓바닥이랑 연동되는 케이블 단자를 뇌가 아니라 척추에다 꽂아놨니? 존나 타임랙 0.1초의 수락에 내가 더 놀랐다.
“괜찮냐? 영업비밀일 텐데.”
“다른 단원들의 기술이나 춤 사위라면 몰라도 제가 하는 곡예는 노 프라블럼~ 이에요! 알려준다고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은 공연을 보기만 해도 따라할 수 있을 거고, 뭣보다 제 잘못을 용서해주신 보답이니까요!”
그리 말하며 집게 손가락을 V 모양으로 해서 눈가에 갖다대는 라리루라였다. 텐센 뒤지게 높네. 광대들은 다 이런가? 따라가다 지치겠다.
“그리고 실은 여러분보다 먼저 저한테 곡예를 배우고 있는 아이도 있답니다☆!”
라리루라는 근처의 나무 뒤에 숨어있던 아이를 데려왔다. 나도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소매치기 같지는 않아서 내버려 뒀던 아이다.
“짜잔! 여기 이 아이는 에리카라고 한답니다! 일단은 두 분의 선배가 되는 셈이네요!”
“그래? 안녕, 에리카.”
“아, 안녕하세요…….”
뻣뻣하게 인사를 하는 에리카는 옷차림이 영 좋지 못했다.
약간 때가 탄 모습이 가난한 곳의 아이일 듯 했다. 주위에 부모님도 없으니 고아일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그런데 라리루라? 나한테까지 알려줘도 돼?”
프랑이 묻자 라리루라는 해맑게 윙크를 했다.
“1명이나 2명이나 3명이나 다 거기서 거기에요! 경쟁상대가 있는 쪽이 배우는 것도 빠르잖아요~?”
“가르치는 네가 좋다면 배우는 입장에서 사양할 것 없지. 그래서? 훈련이라는 게 뭔데?”
“이거에요!”
─탱글탱글.
라리루라가 의기양양하게 치켜든 것은 고무 공이었다.
존나 머임? 마나를 난회전시켜서 저 고무공을 터트리는 수련인가? 시발 개멋지다. 꼭 해 보고 싶다.
그리 생각하는 나에게 라리루라는 말했다.
“이 공으로 하는 저글링! 그게 위대하신 궁중광대(Jester), 크라운 크라운 님의 명저(名著) ‘원숭이도 할 수 있는 궁중광대’의 기본 훈련이랍니다!”
“이 시발 그거랑 이거랑은 좆도 상관이 없어 뵈는데요.”
나는 10회째 도전한 고무공 저글링을 실패하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툭!
손에서 놓친 고무공이 풀밭에 떨어졌다.
이 좆 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새끼. 감히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들어? 개빡친 나는 풀밭에 떨어진 공들을 주워서 털었다.
“찌르르.”
염병 시발 공에 여치가 붙었네.
“니는 새끼야 겨울잠이나 자 제발.”
─톡!
공에 붙은 여치를 딱밤으로 날려주고 옷에 문질렀다. 시발 안 그래도 빡치는데 벌레새끼가 시비를 털고 있어. 나는 공을 주무르며 한숨을 쉬었다.
─몸을 쓰는 서커스 쇼의 모든 곡예는 이 공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에요★!!
이 존나 근본 없는 훈련의 시작은 라리루라의 그런 말에서부터 시작됐다.
─마나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못해도 10개 이상의 공을 써서! 3개 이상의 자세에서 저글링을 10분 계속할 것! 그게 가능한 광대에게는 곡예에 도전할 자격이 생긴답니다!
“생긴답니다는 개뿔.”
이거 존나 장사 비법 알려주기 싫어서 수작 부리고 있는 거 아니냐? 나는 투덜거리면서 프랑이랑 에리카를 훔쳐봤다.
“왓, 왓!”
“앗, 으앗!”
당황하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두 명 다 8개짜리를 돌리고 있다. 나는 시발 5개 짜리도 계속 떨구는 중인데.
어제오늘 배웠다는 꼬마애랑 여자친구한테 압도적으로 발린 내 손재주의 허접함은 대체 무엇이지.
어쩔 수 없이 나도 공을 던졌다. 다른 방법은 모르니까.
던지고 받고, 던지고 받고, 떨궜다.
시발 저글링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굴러가는 공을 주울 기분도 안 들어서 멍청하게 서 있는데, 떨어진 공을 대신 주워주는 사람이 있었다. 라리루라였다.
분장을 한 상태로 쭉 대기 중인 라리루라는 웃으면서 그 공을 내게 던졌다. 나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이런 건 쉬운데 말이지.
“어때요?”
“자살을 이래서 하는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
“아핫. 말씀을 재밌게 하시네요! 위트 있으셔♡!”
배를 잡고 웃는 시늉을 하는 라리루라. 나는 고무 공을 던졌다가 받으면서 인상을 썼다.
“정말 이런 걸로 네가 말하는 곡예를 할 수 있냐? 솔직히 쓰는 근육도 균형감각도 저글링이랑은 연관이 없잖아.”
“저글링은 기초 단계일 뿐이에요. 주 훈련은 저글링 자세가 잡힌 뒤에서 시작되는 신체 컨트롤이죠!”
사락─.
손끝에서 마나의 실을 뿜은 라리루라가 구석에서 쉬고 있던 꼭두각시를 일으켜세웠다.
─뱅글뱅글! 옆구르기 덤블링으로 뛰어온 꼭두각시는 한 팔로 서서 비보잉의 7 자세를 선보였다. 라리루라도 땅에 손을 짚고 같은 자세로 섰다.
“저는 예전부터 마나를 다루는 게 특기였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보통 사람한테는 불가능한 곡예를 펼쳐내는 솜씨는 저의 타고난 재능만이 아니라, 크라운 크라운 님의 교본 덕분이죠!”
“애초에 그 크라운 산도 씨는 누구신대?”
“크라운 크라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신 황금시대의 궁중광대에요! 궁중광대라고 하니까 제가 예전에 로마니아에 있었을 때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 하지 마라. 그냥 안 물어볼래. 얘기 길어질 것 같애.”
나는 대충 이야기를 끊었다. 광대나 음유시인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존나 장황설이 이어질 것 같다. 광대에는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내 말에 라리루라는 7 자세를 계속하며 입술을 삐쭉였다.
“흥! 뭐, 좋다구요? 저도 입 안 아파서 좋네요~.”
“서로 이득 보고 좋구만. 그래서? 이거랑 마나 컨트롤이 무슨 상관인데? 너 곡예할 때는 마나 거의 안 쓰잖아.”
“안 쓰는 게 아니라, 안 써도 되는 거죠. 그건 얘기가 조금 달라요.”
라리루라가 짝짝이 스타킹과 호박바지를 입은 두 다리를 쫙 펼쳤다.
“깜찍하고 재능 넘치는 저도 예전에는 마나를 써서 이런 곡예를 펼쳤어요! 그치만 마나를 사용해서 펼치는 신체 곡예는 아무리 뛰어나도 2류! 진짜배기 광대는 마나로 단련한 감각을 마나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죠☆!”
“마나 없이?”
“그래요! 마나 없이!”
팔꿈치를 접었다 펴는 동작으로 꼭두각시와 라리루라는 정자세로 돌아왔다. 시발 팔 힘만으로 저게 되네.
“마나에 적응해서 강화된 육체의 기능을 마나 없이 최대한 재현할 수 있게 되면, 마나를 쓸 때의 몸놀림도 훨씬 뛰어나지니까요! 노르드 씨도 마나를 쓰면 저글링 정도는 낙승이실 것 아녜요♡”
“그건 그렇지만, 역시 손재주가 모자라서 그런지 맨몸으론 힘들어.”
저 말이 무슨 원리인지는 알 것 같다.
결국 마나의 강화도 기초 능력에 의하는 법!
인간이 몬스터보다 강한 힘을 얻기 힘든 이치가 그것이다. 몬스터들은 마나 사용을 전제로 태어나는 신체구조도 많고, 그게 아니어도 기본적인 덩치랑 힘이 인간보다 훨씬 세다.
‘다시 말해서 이 훈련은, 기술적인 면에서의 능력 상승을 목표로 하는 연습인 거군.’
게임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똑같은 캐릭터를 골라도 평가는 쓰는 사람 피지컬에 따라서 갈린다.
신체가 마나 없이도 마나를 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신체 컨트롤 능력을 보일 수 있다면, 마나의 버프를 더했을 때의 결과는 곱연산처럼 뻥튀기가 되겠지.
그러므로 마나 없이 신체를 움직이는 법을 단련하는 것은 이치에 맞다.
이 훈련은 마나로 강화된 몸을 더욱 세밀하고 정확하게 다루기 위한 훈련인 것이었다.
왜 그 시작이 저글링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테크닉을 크라운 크라운 님께서는 ‘신체조율’이라고 명명하셨죠!”
품을 뒤적이더니 작은 책자를 꺼내는 라리루라. 저게 뭔진 몰라도 평소부터 들고 다니다니, 어지간히 소중히 하는 물건인 모양이다.
“이게 바로 ‘원숭이도 할 수 있는 궁중광대’ 제 2권! 그것도 무려 크라운 크라운 님의 수제자가 직접 만든 초판의 필사본!! 이게 제 보물 3호랍니다☆!”
“자랑스러워 하는 것 치고는 순위가 낮은데.”
1호랑 2호는 워쩐겨.
것보다 초판의 필사본이면 그냥 불법 공유 텍본 같은 거 아니냐. 겐트릭이 나한테 팔아치운 <손길> 시리즈 마법이랑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아무튼 아무튼! 이게 저의 광대도(道)를 이끄는 이정표가 되었단 사실은 변함이 없죠!”
“그 책이 무슨 내용이길래 그러는데?”
“곡예의 종류에서부터 그걸 훈련하는 법까지 다요! 지금 하고 계신 훈련도 이 책의 5페이지 셋째 줄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각 페이지의 내용까지 외우고 있는 건가? 에이, 설마. 대충 아무렇게나 주워섬기는 거겠지. 나는 라리루라에게 물었다.
“나쁘지 않네. 그거 어디서 파냐?”
“푸훗. 책방에서 팔 리가 없잖아요~? 이건 제본도 거의 없는 귀한 물건이라구요?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비법을 공유하지 않으니까요☆!”
입을 가리며 웃는 라리루라. 존나 여기서 이세계인 종특이 훅 들어오네.
하긴 그렇게나 귀하고 좋은 내용의 책이라면 고급 마도서처럼 귀중하게 취급될 것이었다. 이건 달라고 하는 새끼 쪽이 염치가 없는 거지.
“이 책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가 일류 광대를 가른다는 얘기까지 있죠! 광대로부터 크라운 크라운의 책을 얻고 싶으면 훔치거나 뺏거나 죽이거나의 3택이라구요☆!”
“뒤숭숭해지는 얘기는 하지 마. 그 책이 그 정도야?”
“그 정도 이상이고 말고요! 후후후후♥ 이거 상식이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외워 두셔요? 안 그러면 로마니아에서는 바보 취급을 당해도 할 말이 없으팟?! 아파요?!”
라리루라는 신난 모습으로 말하다가 머리를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당연하지만 내가 듣다못해 빡쳐서 남녀평등권(물리)의 철권제재를 가한 것은 아니다.
까불어대는 라리루라를 줘팬 사람은 뒤에서 조용히 다가온 서커스 단장이었다.
“하여간에 너란 애는, 잠깐만 눈을 떼면……. 손님한테 그게 대체 무슨 말버릇이니?”
몸매가 단정한 금색 머리카락의 중년 여성은 꿀밤을 먹인 주먹을 불고서 내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손님. 플랑궁쿨라 서커스의 단장. 알렉산드라 레오반테스입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브론즈 클래스 모험가 노르드입니다.”
정확하게는 브론즈 클래스(진)이지만 그거나 그거나지. 내 당당한 소개에 알렉산드라 씨는 싱긋 웃었다.
“모험가 분이셨군요. 서커스에 흥미가?”
“없는디요.”
이 인간들이 인재에 굶주렸나. 인사한 후에 스카웃 제의 일방장전은 저쪽 업계 국룰인 모양이다.
“후후. 안타깝군요. 재능 있어 보이시는데.”
“그렇죠?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쭈구린 자세에 개구리처럼 점프한 라리루라가 두 팔을 쫙 벌렸다. 9시의 시계 모양을 본뜬 듯한 폼이었다.
“그래서 저글링을 가르쳐드리고 있답니다! 어쩌면 서커스의 매력에 푹 빠져서 저희 서커스단에 들어오실지도 몰라요!”
“그렇게 구린 속내를 품고 있었다니 충격이야.”
“아앗?! 저 입밖에 냈나요? 그럼 방금 거 취소☆”
“1번 내뱉은 말은 환불 안 됨. 수고.”
“그렇대요, 단장님! 유감스럽지만 포기하셔야겠팟?!”
오, 또 맞았다. 이집 꽁트 잘하네. 개콘보다 낫다.
알렉산드라 씨는 라리루라의 뺨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분장한 뺨이 길게 늘어났다.
“루리 너.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요즘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주변에 오해를 살 짓은 피하라고 입이 부르터라 말했어~? 안 했어~?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