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1화 (91/1,009)

애들이나 납치하는 새끼들이 실력이 높을 리 없다. 사는 놈들이나 파는 놈들이나 범죄자 중에서는 하나같이 질이 낮고 급도 낮은 쓰레기들이다.

‘프랑이 인질로 잡히지 않게만 조심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야수회귀를 쓰는 나는 수준 낮은 놈들과의 전투에서 압도적인 우의를 가진다.

곡예를 통해서 수준이 높아진 몸놀림을 실전에서 사용해 볼 좋은 기회다.

그렇게 생각하며 프랑의 뒤를 쫓느라 나도 경계심이 약해졌던 모양이다. 나는 갑자기 뒤에서 날아드는 파공성을 한 박자 늦게 깨닫고 몸을 날렸다.

─쐐액!

퍼억─!

빗나간 창은 내가 기대고 있던 벽에 부딪혔다.

아니 시발, 그냥 부딪힌 게 아니라 아예 꽂혔잖아. 존나 못 피했으며 어깨에 박혔겠다 씹새야.

“냐아아앗!!”

겁을 먹고 도망가는 떼껄룩. 저 좆냥이가 위기를 감지하고 나를 손절한 것이었다.

나는 프랑의 상태를 신경 쓰며 어떤 개새끼가 이딴 짓을 벌였는지 눈을 부라렸다.

가면의 은신 효과가 있어도 투명해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상대방이 날 먼저 보고 공격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잠만. 그런데 왜 나한테 선빵을 날린 거지?’

내가 프랑한테 심혈을 기울이느라 선빵을 눈치 못 깐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상대방은 누구길래 다짜고짜 이렇게 공격부터 한다는 말인가?

우리 작전이 탄로 난 건가? 나는 프랑의 신변을 신경쓰며 적의 등장을 경계했는데, 골목길에서 나타난 것은 존나 의외의 상대였다.

“찾았다!!! 납치법이다!!!”

“죽여!!! 아니, 반죽음으로 만들어!!!”

“배후를 불게 해라!!!!”

우르르 몰려나오는 경비대, 경비대, 경비대!

내 뒤의 골목이 눈 깜짝할 사이에 경비대로 가득찼다!

형들이 왜 거기서 나와?

시발 이게 대체 먼일이고? 나는 상상도 못한 정체에 화들짝 놀라서 다시 정신이 빠져버렸는데, 그들의 살기등등한 모습을 보자 눈치를 까고 말았다.

나는 은신 효과를 위해서 타뷸라의 가면을 쓰고, 하는 김에 아서 웨인의 코스튬도 입었다. 노르드=아서 웨인의 단서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검은색 로브에 철 가면을 쓰고 목도리를 칭칭 감은 어른 남자가, 오밤중에 어린 여자애를 스토킹 NOW.

이건 시발 교황이 와도 납치범이라고 효수하겠다.

‘애1미!’

나는 자신의 실수에 기겁을 했다. 납치범들을 잡을 생각만 하느라 내가 남들 눈에 오또케 보일까지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5명의 경비병들이 살기 어린 눈으로 달려든다!!

“죽어라, 납치범!!!!”

“아니 어 아니 시발 잠깐만요!! 안 쥬긴다매요!!”

이건 가면을 벗고 자기소개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이 존나게 미개한 이세계의 유죄추정 원칙에 제대로 걸려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갸아아아아아악!!! 프라아아아아앙─!!!”

나는 여친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골목길을 도주했다!!

저 미친놈들로부터 나를 구해줄 것은 프랑밖에 없었다!!

룬의 마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대쉬하는 나. 그러나 그쪽 방향의 앞길에는 나를 쫓는 것보다 많은 경비병들이 있었다!

“이 노오오오옴!!! 아이들의 곁으로는 못 간다아앗─!!!”

“아이를 지켜─!!! 인질로 삼게 두지 마라아아앗─!!!”

“씨이이이이이이바아아아아아아아알!!!”

이 개새끼들이 머갈텅텅 주제에 왤케 유능해!! 진형을 갖춘 경비대를 뚫을 자신이 없어서 나는 옆쪽 골목길로 커브를 꺾었다!!

프랑이!! 프랑이 오해라고 해명을 해 줄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몸 성하게 튀기만 하면 된다!!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오옷!!!”

“받아라!!! 헤이스벤트 경비병식 3인 1창의 오의!!!”

“느그들 왜 여깄어!!!!”

내가 항의해서 전근이라도 당했는지 저번에 마법사 길드에서 봤던 새끼들까지 건물에서 도약하며 나를 노렸다!! 이 씹새끼들이 배속지 바뀌었다고 기술명까지 수정한 것 봐라!!!!

투두두두─!

바닥을 굴러서 창을 피했다! 나는 달밤에 경비병들에게 쫓기는 범죄자(무죄)가 되어 골목길을 달렸다!!

“헤엑! 헤에에엑! 헤에엑!!”

진심 대쉬로 도주하기를 30분 가량 계속하자 숨이 턱까지 찼다. 야수회귀를 키면 이렇지 않았겠지만, 녹색의 마나 코팅은 눈에 띈다.

[현상수배: 아동납치범.]

[이름: 아서 웨인.]

[특징: 벡터맨 그린.]

이 지랄을 당했다가는 진짜로 좆된다! 사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남들 앞에서 야수회귀를 강제로 봉인당하게 생겼다!!

“이봐!! 여기야!!”

그때였다. 뒤지는 것보다는 현상수배가 낫지 않을까 싶어 야수회귀를 키려던 나는 골목길에서 소리치는 어떤 남자를 발견했다.

“경비병한테 잡히기 전에 이리로 와!!”

존나 험상궂게 생긴 남자였다. 하지만 저 새끼가 머하는 놈이든 간에, 경비병만 아니라면 야수회귀를 켜고 싸워도 된다!

폐의 공기를 짜내며 그쪽으로 달렸다.

“어디서나! 당당하개! 것기!”

─메다다다닥!

젖 먹던 힘을 짜내서 그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쾅! 내가 안에 들어가자마자 남자는 문을 닫고 걸어잠궜다.

“허어억. 허어억. 허어어어어억…….”

“욕 봤구만. 그러길래 조심 좀 할 것이지.”

쯧쯧쯧. 혀를 차는 남자. 이 새끼가 뭐하는 놈인지 알 수가 없어서 쳐다보려니 그 남자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뉘신지는 몰라도 소식이 늦구만. 헤이스벤트의 도적들이 애새끼들 파는 거 그만뒀다는 소식 못 들었나? 왜 아직까지 애새끼 꽁무니나 쫓아다니고 있어?”

“후욱… 허억…. 너, 방금 뭐라고 했지?”

이 새끼가 지금 넘겨듣기 힘든 말을 하지 않았나? 나는 숨을 고르는 것도 잊고 그 새끼를 째려봤다. 그러자 남자는 두 손을 들었다.

“어어, 그렇게 노려보지 마셔. 구해준 사람한테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구만.”

“은혜는, 허억, 개뿔이…….”

“크크크크!! 하하하하!! 그렇지!! 도적이면 그래야지!! 이거 도적의 귀감이시구만!!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해도 이해해 주겠지?”

─딱!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문을 열고 칼을 든 남자들이 방 안에 밀어닥쳤다. 나를 들여보낸 남자가 히죽 웃었다.

“그러게 누가 경비병들을 자극하래? 댁이 어디 소속인지는 몰라도 오늘 매운맛 좀 봐야 할 거야.”

“소속? 후욱, 후우…… 모험가 길드인데. 왜.”

“엉?”

꺼벙하게 되묻는 남자를 무시하고 허리를 폈다. 호흡은 이제 충분히 가다듬었다.

프랑에게 새긴 룬은 거리가 멀어져서 효과가 끊어졌다. 그래도 나는 프랑을 믿기로 했다. 지금은 경비병들한테 사정을 설명하는 중이겠지. 고양이도 있으니 내 위치를 찾아서 와 줄 거라고 믿도록 하자.

이게 어떻게 잡은 꼬리인데 놓칠 수는 없었으니까.

두 주먹을 부딪치고 야수회귀를 켰다. 슈와아아악─! 녹색 마나가 피어오르자 도적 놈들이 경악했다.

“뭐, 뭐야?”

“뭐기는 뭐야. 개새끼들아. 니들 장날이 된 거지.”

나는 야수회귀의 손톱을 세우며 으르렁댔다.

“고맙다 병신아. 우리 잠깐 얘기나 좀 할까?”

“주, 죽여!”

남자의 호령에 무기를 든 놈들이 달려들었다. 투박한 칼이 날아드는 것을 관찰하며 집중했다. 동체시력이 칼의 품질과 속도를 측정했다. 거기에 담긴 힘까지도.

싸구려다. 느리다. 약하다.

다시 말해서, 예상 그대로의 병신들이었다.

─채애앵!

나는 두 팔을 휘둘렀다. 팔의 보호대와 야수회구의 마나 코팅은 놈들의 검을 모조리 받아쳐 박살냈다.

“허어어억!!”

“씨, 씨발!! 시어도어 새끼야!! 이 놈 괴물이잖아!!”

검도 안 뽑고 자기들의 무기를 분쇄하자 도적들이 경기를 일으켰다.

“병신들.”

내가 속삭였다. 저런 싸구려 칼은 10쿠퍼도 안 한다. 식칼을 길이만 냅다 늘인 것과 다름 없는 무기다. 망치로 적당히 두들겨도 쉽게 박살난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손속을 가한 주먹으로 남자들을 때려눕혔다. 나를 이 건물에 들인 놈만 빼고 말이다.

죽여도 됐지만 살아있어도 방해가 안 될 병신들이라서 사살은 일단 보류한 것이었다.

3초만에 네 명을 때려눕힌 나를 보고 저 병신은 바닥에 넘어졌다. 자빠진 놈의 명치를 밟아서 눕혔다.

“께흑!”

“이제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라.”

“끄흐으윽…!! 이, 이딴 지랄을 하고 몸 성히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질문에!! 대답하라고!! 야발련아!!”

진부한 대사를 읊는 놈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힘은 뺐지만 저 새끼한테는 망치로 후려갈긴 느낌일 것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쉿! 싯발롬아. 경비대 몰려오면 귀찮다매. 우리 할 말만 딱딱 하고 헤어지자.”

─우드득! 퍽! 쩍! 짝!

나는 3분 정도에 걸쳐서 이 새끼가 자신의 입장을 알게 만들어 주었다. 1대1 CC기인 벡터-슈퍼 참교육이다.

“머든지 무러버십셔!!”

남자가 외쳤다. 이빨이 나가버려서 발음은 씹창이었지만 그 의욕은 전해졌다. 나는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후우, 그래. 애새끼들을 납치한다 어쩐다 하던데, 너희가 그 주범이냐?”

“아힘미다! 저히는 즁간샹인임미다!”

“애새끼들을 사 가는 놈은 따로 있고? 어떤 놈들이지?”

“러브를 쓴 남쟈두리었슴미다!”

“뭘 써? 시팔럼아 발음 똑바로 안 하냐?”

“로, 로브! 로브임미다! 대지 새끼랑 말라캥이를 동바난, 로브! 를 쓴 남자엿음미다!”

남자가 바닥에 피를 튀기며 말했다. 내가 아는 놈들이었다. 아니,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저번 도적단들과 거래를 튼 놈들이랑 인상착의가 같았다.

“그래. 그놈들한테 너희가 애들을 팔아넘겼나?”

“햐님미다! 저히가 소늘 뎃을 때는 경비대롬드리 순차를 돌구 이써서 포기햇슴미다!”

“아 시발. 발음 제대로 하랬지. 경비병들이 순찰을 돌아서 포기했다 이거냐?”

“녭!!”

“너희 말고 다른 도적들은? 너희는 아까 납치업에서 손 뗐다고 했었지. 그밖의 다른 놈들도 그렇다고 봐도 되고?”

“구렇슴다! 저히는 경비대놈드레게 잡히지 얂게 잠적 중이엇슴미다!!”

“잘 알았다. 그러면──”

이 새끼도 대충 턱을 갈겨서 제압하려던 나는 인상을 쓰며 머리를 슥 피했다. ─콱! 내 머리를 노리고 던져진 나이프가 뒤쪽 벽에 박혔다.

“저건 집들이 선물인가? 조금 살살 던지지 그래.”

“피할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요.”

내게 나이프를 던진 것은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였다.

이 씨발, 왜 경비병들이 다짜고짜 선빵을 때렸는지 알겠네. 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상한 느낌인 새끼였다. 일단 때려보고 대화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저렇게 수상하게 보이려나?’

내가 그런 생각에 몸서리를 치자 나한테 쳐맞던 남자는 이빨을 우수수 쏟아내면서 외쳤다.

“알톤!! 죽여!! 이 새끼를 죽여!!”

“밤에는 정숙하고 코 하자, 새끼야.”

나는 그 새끼의 대가리를 대충 후려쳐서 기절시키고 검을 뽑았다.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는 그걸 구경만 하고 있었다.

“댁은 또 뉘신데 참견이실까. 납치한 애들을 사간 놈이면 존나 고맙겠는데.”

“후후후. 아까 전까지는 애새끼라더니, 이제는 애들이라고 하시는군요? 정체를 숨기는 법이 어설프십니다.”

시발새끼가 눈치 하나는 존나 빠르네. 나는 혀를 찼다.

“됐고. 우리 질문 교환이나 하자. 어차피 서로 죽일 마음 만만인데 사실대로 말해도 되잖아.”

“거절하겠습니다. 입이 가벼우면 오래 못 사는 직종이라!”

─휘휙!!

말하다가 갑자기 나이프가 날아들었다. 시간차로 투척한 2개의 나이프가 배와 머리를 노렸다.

배를 노리는 나이프를 검으로 걷어내고 머리를 돌려서 피해냈다. 곡예를 통해서 한층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된 팔다리는 나의 무모한 시도에도 간단히 성공했다.

“으음?!”

놀라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저 놈 이름이 알톤이랬던가? 뭐든 상관없다. 제압할 수 있으면 제압하고, 못 할 것 같으면 죽이자.

그렇게 검을 휘두르려 했던 나는 생각을 바꿨다. 예민해진 감각이 아직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대로 공격해도 저 놈은 피하거나 빗나갈 것이었다.

‘그렇다면.’

바닥에 자빠진 남자를 걷어찼다. 요령 있게 차올린 몸통이 빠르게 날아들자, 내 공격만 경계하고 있던 알톤은 반응이 늦어졌다.

“크윽?!”

알톤은 기절한 새끼와 부딪쳐서 자세가 휘청거렸다.

저 상태로는 공격을 못 피할 것이다. ─부웅! 킬각을 붙잡은 내 주먹이 놈의 명치를 세게 두들겼다.

“커헉…! 힘이 어떻게 이리도…….”

명치에 주먹이 박히자 알톤은 무릎을 꿇었다.

나는 곧바로 어깨를 찍어서 한쪽 팔을 부러트리려다가, 또 머리를 뒤로 당겼다. ─휘익! 알톤이 손목의 힘만으로 쏘아낸 나이프가 코앞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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