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3/1,009)

프랑이 쓸 아나시스의 옷도 그렇고, 나중에 가공해서 모습을 바꾸고 계속 쓰는 편이 여러 면에서 나아 보였다.

“아, 그래서 라리루라? 마차 예약 시간은 언제냐?”

“앞으로 2시간 남았네요. 조금 더 여유 부려도 돼요☆!”

“2시간? 그럼 1시간 쯤 더 있다가 체크아웃 하자.”

그렇게 우리는 일박 15쿠퍼인 여관의 침대를 만끽하다가 점심 쯤에 사르가디스로 돌아갔다.

며칠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오랜만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여기가 우리가 늘 묵는 여관이야.”

라리루라를 데리고 여관 샘의 쉼터로 갔다. 음. 이번에도 골렘 소동 때문에 손님이 별로 없어 뵈는군.

“야, 도르카. 어딨냐! 손님이 손님 델꼬 왔다!”

“크크. 그거 참 듣기 좋은 소리구만.”

부엌에서 일을 하던 험상 궂은 여관 주인이 나타났다. 나는 주머니에서 동화 5개를 꺼냈다.

“장사가 잘 안 되나 보지?”

“특정 시기에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보다는 근근하게 분주한 게 낫지. 아무튼 어서옵쇼. 옆에 분도 손님이시냐?”

“그래. 헤이스벤트에서 사귄 친구인데, 창고 있고 서비스 괜찮은 여관을 찾는다길래 일로 데려왔지.”

“거 고맙다. 내가 손님을 잘 받았군 그래. 안녕하쇼, 여기 여관의 주인인 도르카요.”

“네☆! 저는 라리루라라고 한답니다!”

“크크. 인사성 밝은 분이시구만.”

앞치마에다가 손에 묻은 물기를 닦은 도르카가 물었다.

“아침은 먹었냐? 아직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는데. 밥도 내 줘?”

“오. 땡큐. 그리고 나랑 프랑은 같은 방으로 부탁해. 여기 이 녀석 꼭두각시도 창고에 넣어주고.”

“저 덩치 큰 친구?”

도르카가 링링이 3호를 관찰하면 팔짱을 꼈다. 견적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흐음. 중장형 꼭두각시인가. 내부 구조도 충실하면 가격이 꽤 나가겠어. 거기 아가씨? 저 녀석 무게는 어떻게 되오?”

“안에 넣은 장비에 따라서 달라지는데요~? 일단 꼭두각시 자체 무게만 놓고 말하면──”

“우리집 창고는 2중 구조인데, 어느 쪽 방에──”

그렇게 두 사람은 묻고 대답하기를 반복했다. 꼭두각시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었다. 라리루라는 대충 안 것처럼 익살맞은 포즈를 취했다.

“알겠습니다☆! 바닥이 그 정도로 튼튼하면 2층에 데리고 올라가도 되겠네요!”

“그렇수다. 아, 저녁에는 바쁘니까 밤에 데리고 나갈 때는 날이 늦기 전에 창고에서 미리 빼 두길 바라겠소. 이건 아가씨가 묵을 방의 열쇠요. 받으쇼.”

“앗, 네~♡!”

“노르드. 이건 네가 쓸 방 열쇠다.”

“어, 그래.”

이제는 손에 착착 감길 정도로 익숙해진 열쇠를 주머니에 챙겼다. 그러자 도르카가 말했다.

“젊은데 야무진 아가씨로군. 음유시인이신가? 저 꼭두각시는 공연용 같지는 않다만.”

“음유시인은 아니고, 전직 서커스단원.”

“서커스단? 아, 로마니아에서 왔다는 그거. 저 아가씨는 분위길 살피러 온 바람잡이 역할이시냐?”

“아니. 2개 있던 서커스단 중에 하나는 망했고 다른 하나는 딴 곳으로 갔는데? 쟤는 독립해서 여행 중이고.”

내가 그리 말해주자 도르카는 표정이 썩창이 되었다. 안 그래도 무섭게 생긴 놈이 그러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없지 않아 있어요.

“이런 제기랄. 골렘 소동 때문인가? 돈을 벌 찬스였는데.”

“촌놈인 니가 참아.”

“젠장. 아쉽군. 앉아서 기다려. 저 아가씨한테 창고 열어주고 와서 아침밥도 내주마.”

숙박객이 모여들 기회를 놓친 도르카는 한숨을 쉬면서 링링이 3호를 창고에 넣고 왔다. 라리루라는 <꼭두극>으로 그걸 도와주고 와서는 이른 점심밥을 해치웠다.

“아핫♡! 이 집 요리도 맛있네요! 헤이스벤트에서 묵었던 여관보다 훨씬 나아요☆!”

“고맙수다. 여행 중인 거면 당분간 우리 가게 1층에서 공연해 줘도 되는데.”

“후훗. 생각해 볼게요~?”

우리는 가방에서 빵을 꺼내 도르카의 스프랑 같이 먹었다. 링링이 3호의 배에다가 물건을 넣고 다니던 라리루라도 개인 가방을 꺼내서 맸다.

“아~ 배부르네요♥!”

스프를 싹싹 비운 라리루라가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눈을 빛냈다.

“선배, 이제 모험가 길드에 가실 거죠?”

“어. 승급했으니까 브론즈 플레이트도 받고, 골렘 토벌대에 참여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게. 너도 같이 갈 거냐? 도시 안내를 해 줄 정도로 지리에 빠삭하진 못하다만.”

“아앗! 정말♡! 눈치가 빠르시다니까~! 제가 로케이션 조사를 나갈 생각이라는 건 어떻게 아시구☆!”

“라리루라도 짐 풀고 내려와. 우리도 준비하고 올게.”

프랑이 식기를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정리했다.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풀어서 정리하고 다시 합류했다. 그리고 아우둠라 길드로 출발이다.

“저기가 잡화점이야. 물건은 비싸지만 품질은 좋더라구. 저 가게는 빵집인데, 제일 싼 빵 외에는 고민해 보고 사. 흰빵은 3번가 쪽의 가게가 더 싸고 맛있거든.”

“흠흠. 알겠습니다. 기억해 둘게요☆!”

가는 길에 프랑은 라리루라에게 도시를 설명해줬다. 그냥 태어난 김에 사는 인생을 보내던 나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한가득이다.

인터넷도 없는 세상에서는 정보를 얻으려면 몸으로 부딪히거나 물어봐야 되는데, 어느 쪽도 쉽지 않으니까.

“선배~. 저도 모험가 길드에 가입하는 편이 나을까요~?”

“그건 네 자유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 안 할련다.”

모험가는 빠르게 성공하려는 욕심이 있거나, 그밖에 먹고 살 수단이 없는 사람한테나 어울리는 직종이다.

나는 전자고 초창기의 프랑이 후자였다. 초기 자금이 많은 라리루라는 석사 동장을 따고 온 나처럼 먹고 살기 급급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천천히 생각해 봐. 이번에 같이 골렘 토벌에 참여해 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는 않으니까.”

내가 그리 말했을 때는 벌써 아우둠라 길드에 도착한 다음이었다. 라리루라는 길드 안에 관심을 보였지만 눈치 있게 질문세례를 퍼붓지 않고 기다렸다.

“실례합니다. 의뢰 보수를 받고 승급 심사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접수원에게 질문 타임. 일하던 접수원은 퀭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아, 예…. 성함이……?”

아주 뒤지려 카네. 골렘 소동 때문에 철야라도 하는 건가.

아무래도 우리 좆소둠라는 접수원을 추가로 확충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무슨 올 때마다 접수원 일을 맡은 사람이 다 다른 게 말이 되냐.

이건 업무의 분할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탈주하는 직원이 많다는 뜻이었다. 이 불쌍한 사람들 같으니. 존나 나무아비타불 아멘이다.

“노르드입니다. 여기 제 파티원인 프란체스카 에이트리넨이고요.”

“예, 노르드 씨── 노르드 씨?”

더듬거리면서 서류를 넘기던 접수원이 그리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 눈알이 물 만난 고등어처럼 번들거리면서 빛났다!

“노르드 씨! 노르드 씨라고요?!”

“예? 예, 예. 노르드 맞는데요.”

“세상에!! 대체 어딜 갔다 오시길래 이렇게 오래 걸리셨던 거에욧!!!”

남자 접수원은 스팀팩을 부랄에 놓은 것처럼 하이톤으로 외치면서 기상했다. ─우당탕탕! 서랍을 마구 파헤치면서 플레이트 2개랑 돈을 꺼낸다.

“여기욧!! 우선 두 분 다 승급 축하드리고 이건 브론즈 클래스 플레이트고 또 이건 저번 호위 의뢰의 보수입니다앗!!”

“예? 아음, 어, 음. 플레이트가 벌써 나왔어요?”

“같이 일하셨던 모험가 분이 보고를 해 주셔서 성공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미리 발주를 해 놓았습니다앗!!!”

아니 존나 이 저세상 텐션 무엇?

우리 3명이 당황하는 걸 좆도 신경쓰지 않는 접수원은 새벽 4시에 퇴근을 허락받은 회사원처럼 날뛰었다.

“이제 됐죠?! 이제 볼 장 다 보셨죠?! 그러면 얼른 임시 길드 연합 본부로 가 주세욧!!!!”

길드원들의 이목을 되는대로 끌어당기면서 그가 소리쳤다.

“연합에서 노르드 씨,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아──앗!!”

나는 내가 소속한 아우둠라 길드를 누누이 좆소라고 부른 바 있다.

난립하는 모험가 길드 중에서도 군계일학으로 수준이 낮은 길드!

물론 길드의 질 낮음은 신분을 숨기고 사는 나에게는 장점이 되곤 하는 부분이었다. 길드원에게 관심이 없다면 내 정체를 들킬 걱정도 적어지니까.

하지만 나도 가끔 내가 다른 길드에 가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마치 자신의 대학이나 회사를 다른 곳으로 고를 수 있었다면~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 생각은 ‘프랑과 만날 수 있었으니 아우둠라를 고른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결론으로 끝나지만, 지금이라도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이 될 때도 있다.

예를 들자면── 딴 길드의 시설이나 복지를 볼 때라든가.

접수원이 가라는대로 세크메트 길드에 도착한 나는 3층 건물의 웅장함에 말을 잃었다.

어제 막 새로 지은 듯이 삐까뻔쩍한 길드 건물! 2층짜리 목조 주택 중에서 저렴한 걸로 사서 간판만 붙여놓은 듯한 아우둠라 길드와는 천지차이였다.

21세기에서 40층짜리 건물도 아무렇지도 않게 출입하던 나라도 이건 조금 감탄했다.

세세한 장식이 판타지 갬성을 자극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약간 외국의 관광명소 같은 느낌마저 든다.

건물 양식이 나르메르-나일 식이라서 그런지 도로의 분위기에서 혼자 따로 놀기는 하지만.

“어섭셔~.”

근데 이런 감상은 접수처로 가자마자 싹 사라졌다.

직원들이 접수원 느낌이 나던 아우둠라와는 다르게 여기는 모험가가 옷만 갈아입고 볼 일을 보는 느낌이었다. 관상 봐 시발. 야수회귀 떼고 붙으면 지게 생겼네.

몬스터 토벌 전문 길드라서 그런지 여성 접수원도 한가닥 할 것처럼 보이는군.

존나 퍼펙트 꼴마초를 꿈꾸는 내가 근육량에서 지다니.

“실례합니다. 길드 연합에서 절 찾는다고 하던데요.”

나만 부른다길래 일행이랑은 헤어지고 혼자 왔다. 프랑은 지금 라리루라한테 사르가디스를 안내해 주고 있을 것이었다.

“엉? 아아, 혹시 댁이 그거요? 홉 고블린의 파워 스톤?”

“아마 맞을 겁니다.”

접수원의 말에 수긍하는 나. 여기로 오기 전에 사정은 대충 설명받았다.

왠걸, 내가 저번에 잡았던 홉 고블린의 드랍템 때문에 저 높으신 분들이 나를 찾고 계신다는 얘기였다.

─노르드 씨가 언제 돌아오시나 눈이 빠져라 기다리느라 저희들도 시달려서 죽는 줄 알았답니다아아앗!!!

접수원의 급발진은 그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내가 일을 나가서 며칠을 안 돌아오니 수시로 연합에서 ‘걔는 언제와? 걔는 언제와? 걔는 언제와?’ 거리면서 매일 아침마다 사람을 보내왔다나 뭐라나.

“3층 복도 오른쪽으로 가십셔. 사르가디스 영지 문양이 붙은 깃발이 있는 곳이 임시 길드임다.”

그렇게 말하고 하품하는 근육녀 접수원. 음. 남의 집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까 우리 회사가 상대적으로 선녀로 보이는군.

3층으로 올라간 나는 점점 쫄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시발 길드 연합에 영지 문양이 왜 붙어 있는데. 존나 영주가 저기 있을 리는 없으니까, 영주한테 친히 문장을 하사받을 정도로 잘나신 분들이 대기 중이라는 소리였다.

그딴 곳에 왜 내가 끌려가는 것이지? 묻고 싶은 게 있으면 걍 사람 시켜서 적어오게 만들면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깃발이 달린 문까지 왔다.

나는 존나 중대장실에 전입신고를 하러 들어가는 짬찌 신병처럼 심호흡을 하고서 방문을 두들겼다.

“실례합니다. 아우둠라 길드의 모험가 노르드입니다. 찾으셨다고 들어서 왔습니다.”

“누구? 아니, 잠깐. 노르드라고 했소?”

─쿵쾅쾅!

─벌컥! 안에서 소란이 벌어지면서 문이 열렸다. 그러더니 덩치가 커다란 중년 남자가 나왔다.

경비병의 제식 갑옷에 장식을 붙인 듯한 장비를 입은 남자였다. 사르가디스의 경비대장인가?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당겼다.

“흐하하하!! 이제야 오셨군!! 자, 이리 들어오시게!!”

“어, 예? 아, 예.”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닛을 연달아 조작할 때 낼 법한 소리를 내면서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나였다.

우악스러운 아귀 힘에 잡힌 나는 연합 본부 안의 모습에 여러가지 의미로 놀랐다.

우선 가장 놀랐던 것은 여기가 회의실처럼 크고 넓은 방이었다는 사실이다. 안에는 10명을 넘는 모험가나 마법사들이 각자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했다.

두 번째로 놀라웠던 것은 세크메트 길드의 깃발의 상석에 앉아 있는 여자였다.

네페르티티다. 내가 야수회귀를 얻은 유적 근처에서 만났었던 미스릴 클래스의 채찍쟁이 모험가 말이다.

모험가 등급 말고도 길드에서의 신분도 꽤 높은 모양인지 그녀는 방 안에서 딱 4개 있는 의자 중 하나를 당연하다는 것처럼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놀라웠던 것은 마법사 길드 쪽 일행에 포함돼 있던 티르시였다.

“……후훗.”

하수도 의뢰에서도 입었던 로브를 입은 그녀는 나를 보고 놀라더니 입가에 남몰래 웃음을 띄웠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 주지도 못하고 경비대장에게 질질 끌려갔다.

“이 모험가가 바로 우리가 단서로 삼던 홉 고블린의 파워 스톤을 발견한 사람이오!!”

경비대장은 나를 자기 의자 옆에 세우더니 내 어깨를 두들기면서 말했다.

“그러면 노르드 씨!! 말씀해 주시오!! 당신이 저 물건을 얻게 된 경위를 전부!!”

그가 가리킨 것은 내가 홉 고블린한테 뺏어온 검은색 파워 스톤이었다.

장내의 모든 인물들의 눈이 내게로 모였다. 다들 어디 가서 어깨 펴고 다닐 수 있을 것처럼 잘나 보이는 모험가나 마법사들이었다.

─두근두근!

내 바이오-아크리액터, 다시 말해서 심장이 긴장감에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 시발, 역시 오지 말 걸 그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명을 하게 될 거라는 말은 없었잖아!

존나 뜬금없이 사람들 앞에 끌려나와서 발표를 하게 생긴 나. 긴장감에 그만 뺨에서 땀이 흘렀다. 손으로 닦으려다가 눈치가 보여서 관뒀다.

시발 모르겠다. 그냥 폰팔이라도 됐다고 생각하자. 나는 배에 힘을 주었다.

‘말실수 한다고 칼빵 맞을 것도 아닌데 긴장해서 뭐해.’

그리고 여기서 아부바바벱배 거렸다가는 프랑에게 면목이 없다.

나는 프랑이 어디서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멋진 남자친구여야 하니까.

“자기소개는 생략하죠. 제 이름이 궁금하신 건 아닐 테니.”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시발 근데 손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모르겠다. 발표할 때라면 뭔가를 들고 있거나 할 수 있는데.

“우선 설명을 드리기에 앞서, 반대로 여쭤보고 싶군요. 절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잠시 전까지 헤이스벤트에 있다가 돌아온 참이라 자세한 사정은 듣지 못했습니다.”

“마법사 길드와 길피 길드에서 함께 추격하던 흑마법사에 대해서 질문 드리려고 합니다.”

대답한 사람은 마법사 길드의 대표였다.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다. 존나 잠깐만. 저 사람 그 사람 아냐? 내가 마법사 길드에서 경비병들한테 거세당할 뻔 했던 걸 도와줬던 회색 머리 마법사?

설마 마법사 길드장인가? 아니지. 경비병들이 암만 병신이래도 길드장 얼굴은 알았을 것이다. 길드장은 아니겠지.

그래도 몹시 높은 신분일 것이었다. 영주의 문양이 걸린 연합에 대표로 참석했다는 말은, 길드장으로부터 신뢰받는 고위직 마법사라는 뜻이었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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