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5/1,009)

“흑마법사라는 족속은 전부 광인이나 정신이상자에 불과하지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작자라면 머리는 비상할 겁니다. 마법은 어리석은 자의 학문이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습니다.”

“예. 그러니까 저희는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흑마법사 놈은 이렇게 눈에 띄는 일을 벌여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 하고요.”

“아하, 그거라면 미치광이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해도 놈의 목적을 짐작할 수 있겠군요.”

─딱! 마법사 길드의 대표가 손가락을 튕겼다. 골방쟁이 마법사답지 않게 리액션이 혜자인 사람이구만.

“바로 그렇습니다. 제가 골렘의 주인이었다면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는 한곳에 모아서 숨겨 놨을 겁니다. 저렇게 성의 없이 방치해서 이목을 모으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요. 그러므로 저희들은 3가지의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나는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하나. 골렘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둘. 들켜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셋. 들키기를 바라고 있다.”

“……잘 모르겠군.”

골-든 활쟁이가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첫번째는 알겠다. 다쳤거나, 컨트롤할 능력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말이 돼.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뭐가 다르지?”

“후후후. 많이 다르고 말고요.”

나서서 답변한 것은 마법사 길드의 대표였다. 그는 이세계인의 종특인 설명충 특성을 발휘하여 말했다.

“들켜도 상관없다는 가설에는 ‘그래도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다’, 혹은 ‘들키더라도 좋으니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들키기를 바란다’는 것은──”

“함정이라는 뜻이죠.”

길피 길드 아줌마가 결론을 낚아챘다. ─째릿! 두 마법사들은 상대방을 꼬라보며 눈싸움을 해댔다.

사이가 안 좋나? 길피 길드는 고학력자 위주의 멘사 같은 길드라고 들었는데. 아니면 저 두 명이 개인적으로 사이가 나쁜 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저들의 눈싸움은 경비대장이 중재했다.

“두 분은 부디 체통을 지켜 주시길 바라오. 그보다 함정이라는 건, 저 골렘들이 양동이라는 말을 하고 싶으신 거요?”

“그래요. 저 분도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듯 한데요.”

“맞습니다. 어그로── 실례. 주목을 모으기 위해서 일부러 벌인 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죠.”

─톡톡. 지도에 깔린 압정 중에서 ‘골렘 근원지’라고 적힌 부분을 두들기는 나.

“불문곡직하고 말하자면 저 골렘들은 저와 제 동료들도 간단히 잡을 수 있는 약체 몬스터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의 용단(勇斷)이 없었다면 모험가들은 골렘의 코어를 모으고자 저곳으로 향했을 겁니다.”

“흑마법사는 그것을 노렸다?”

“노렸을 ‘수도 있다’, 입니다. 인신공양의 제물이나 언데드의 재료 등으로 사용한다면 손해볼 일은 아니죠. 뇌까지 벌레에 파먹힌 광인이라서 도시 습격 계획이라도 세우고 있다면 사전에 저희의 병력을 줄일 생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끄응. 이미 모험가들 중에서 골렘을 사냥하려고 떠난 사람들도 꽤 있소만.”

흐으음. 그걸 제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이 개소리는 몽땅 다 내 뇌피셜인데.

그냥 경험치 많이 주는 럭키 골렘 이벤트일지도 모르잖아.

“명확한 증거가 없으므로 제 말은 하나같이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추측 가능한 케이스가 앞서 말한 것처럼 나뉜다면, 저희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 셈이죠.”

“선택의 기로요?”

“흑마법사가 앞뒤 생각 않고 조급해 하는 것으로 보고 속전속결로 제압할지, 함정으로 간주하고 철저히 대비하고 추살할지의 갈림길이죠. 이건 여러분들의 선택이니 제가 말참견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때닷! 나는 반박이 안 나오게 단호박으로다가 말했다.

“아무튼 이걸로 제 생각은 다 말씀드린 것 같군요. 저는 이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 아니, 같이 계시지요.”

당황한 마법사 길드의 대표가 눈을 크게 뜨면서 히히 못가를 시전했다. 하지만 나 명경지수의 클리어 마인드는 좆도 꿈쩍하지 않았다.

‘아 몰라 시발. 난 시마이 치고 집에 갈 거야.’

노르는 애기야. 애기는 마망 쮸쮸 디스펜서 빨러 가야대. 난 바쁘니까 남은 일은 월급 많이 받는 댁들이 파이팅해.

“저처럼 공신력도 없고 명망도 부족한 밑바닥 모험가의 말 따위에 여러분 같은 인재들이 휘둘려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제 의견은 어디까지나 참고로 삼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내가 입을 털자 경비대장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이런, 아쉽군……. 그럼 우리도 잠시 쉬는 시간을 갖지 않겠소? 내 부하들에게 방금 전의 얘기를 정리시키지.”

“그렇게 합시다.”

그 말에 연합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빨리 튀자. 계속 추리 자판기 흉내를 냈다가는 저 인간들이 나를 붙잡아서 묶어놓고 ‘흑마법사 어딨어 노루스키’ 같은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시발 내가 무슨 백설공주 애미네 거울도 아니고.

─우르르.

근데 뭐야 시발 니들은 왜 따라와요.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진짜로 각 길드 대표들이 나를 쫓아오는 느낌적인 느낌.

이게 그 무수한 악수의 요청인가 뭔가 하는 그거구마잉.

그때 제일 앞에 있던 길피 길드 아줌마가 말했다.

“아우둠라 길드의 노르드 씨라고 하셨죠? 후후후. 혹시 아우둠라 길드의 대우에 불만은 없으신가요?”

“이봐. 지금 내 앞에서 대놓고 우리 길드의 모험가를 빼갈 생각인가?”

아줌마의 말에 골-든 활쟁이가 살짝 인상을 썼다. 그러자 아줌마는 호호 웃음을 지었다.

“어머. 미안해요 칼라일. 하지만 그렇게 들렸다면 그건 길드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길드 지부장한테도 잘못이 있지 않을까요?”

“……쯧.”

골-든 활쟁이는 아줌마의 도발에 나한테 뭐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가 버렸다.

아니 근데 존나 쟤가 지부장이었냐고. 깜짝 놀랐잖어.

왜 골딱이 주제에 길마 대리인 것이지. 좆소라 그런가.

회사 사장 앞에서 다른 회사 사장한테 헤드헌팅을 당해버린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굳어졌다.

“후후. 모험가 길드는 이중소속이 금지라죠?”

그러자 마법사 길드의 대표가 끼어들었다.

“플래티넘 클래스 이상이라면 다른 길드의 의뢰를 받아도 모험가 길드 연합에서 허가를 한다지만, 노르드 씨는 그 편협한 노인들이 자격을 내 줄 때까지는 기다리셔야겠군요.”

“크롬웰. 함부로 끼어들지 말아요.”

“저도 대화할 자격은 있지 않나요? 길피 길드 사르가디스 지부 마스터 씨?”

“……쯧. 아무튼 노르드 씨. 언제든 환영할 테니 마음이 동했을 때는 꼭 저희 길피 길드를 찾아오세요. 현명한 사람은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 곁에 있어야 하는 법이잖아요?”

혀를 차고는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아줌마. 하지만 내 눈은 입술을 핥는 그녀의 혀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왼손 약지에서 반짝이는 보석 반지까지!

‘허미 시발거.’

직감으로 알았다. 이 아줌마는 내가 피해야 하는 타입이다.

유능한 남편을 잔뜩 두고 부려먹는 일처다부제의 화신!

이 여자한테 잘못 걸리면 낮에도 밤에도 쪽쪽 빨려나가서 10년 안에 쭉쩡이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흐, 흐흐. 죄송하지만 장래를 약속한 연인이 아우둠라 소속이라서요. 상의 정도는 필요하겠군요.”

“어머나. 그거 아쉽네요. 그래도 꼭 생각해 봐 주세요?”

은근슬쩍 남의 턱선을 훑고 가지 마십시다. 어휴 시발 남사스러운 거. 나는 소름이 돋는 느낌에 억지 웃음으로 그녀를 배웅했다.

혼자 남은 마법사 길드의 대표는 세크메트 길드 진영을 쳐다봤다. 혹시 저쪽도 무수한 악수 신청에 참가하려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Zzz…….”

그런데 네페르티티는 점심시간에 밥 먹고 자는 고딩처럼 책상에 엎어져서 자고 있었다.

도당체 저 사람은 뭐 땀시 저렇게 개썅마이웨이로 사는 것이지. 쫌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자너.

“크흠. 노르드 씨. 저는 버즈루드 크롬웰이라고 합니다.”

경쟁자를 제친 마법사 길드의 대표가 말했다.

“뛰어난 식견으로 내려주신 조언에 감사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눈이 탁 트이는 듯 했습니다. 덕분에 작전의 얼개도 대충 짜인 듯 하고요.”

그리 말하면서 악수를 권하는 크롬웰.

그것은 남들이 보는 곳에서 쉽게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입장인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사 표시였다.

“흐흐. 뭘요. 여러분이 모아주신 증거를 가지고 때려맞춘 것에 불과합니다. 절대 맹신하지는 마십시오.”

나는 악수에 응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칭찬을 받아도 쥐뿔도 기쁘지 않았다. 나중에 ‘아니었잖아 씨발아’ 하고 공무집행 방해죄로 감옥에 가두지나 마라.

우리 이걸로 남남 합시다 이제.

아는척, 곤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홉 고블린으로부터 파워 스톤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놓고도 두 사건을 엮어서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뭐, 고블린들이 찾은 은신처는 알아내도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 놈들이 물건을 훔쳐올 수 있었다면 한참 전에 버려진 은신처일 게 뻔하죠.”

“물론 그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흑마법사가 은신처를 전전하며 뭔가를 꾸미는 중이라는 사실은 추정할 수 있죠.”

크롬웰은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유능하지만, 그 탓에 회의에서도 제각각 자신의 경험과 추측에 따른 결론을 독선적으로 주장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고요.”

“예. 이해합니다.”

하긴. 이세계인들은 로지컬한 추리에 익숙하지 못하니까.

저 사람들이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이 딸려서? 설마. 그런 이유보다는 추리를 할 때마다 주관적인 의견이 섞여버리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사실만 놓고 아무도 반박하지 못할 기틀을 다져주신 것만으로도, 노르드 씨는 저희들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를 내셨던 겁니다.”

크롬웰의 말대로였다. 이세계에서는 소위 말하는 ‘팩트만 놓고 생각하기’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흔했으니까.

내 고향 지구에서도 증거를 통한 귀납적 추리법이나 실증주의는 역사에 등장한지 얼마 안 된 문물이었으니 이상할 것 없었다.

‘21세기에서도 개소리에 속는 사람은 많았는데 뭐.’

같은 전염병 사태를 두고도 누구는 병의 증세를 모아서 전염 방식을 알아내고 대처법을 생각하는데, 누구는 전염병은 다 정부의 음모고 백신을 맞으면 나노칩을 이식당해서 빌 게이츠의 노예가 될 거라는 결론을 내놓지 않았던가.

논리전개에 개인적인 의견이 섞여들어가면 똑같은 문제를 두고도 그 사람의 경험이나 성격이 결론에 드러나는 법이다.

저들이 내가 정확한 팩트만 놓고 추리한 뇌피셜을 그럴싸하게 받아들인 것도 같은 이유였고 말이다.

“그래서 노르드 씨는 제게 가르침을 주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혹시 고향에서는 학계에 종사하셨는지요?”

“아니오. 그냥 교육을 조금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의대 휴학생.

아니, 이제는 중퇴생 취급이려나.

“그렇군요. 그럼 오래 붙잡고 있어도 죄송하니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크롬웰은 종이를 꺼내서 마법을 사용했다. ─휘리리릭! 잉크가 솟아나서 인쇄기처럼 종이에 글자가 새겨졌다.

“노르드 씨. 마법에 흥미가 생기시거나 마법사의 도움이 필요하실 때는 저희 길드에 들러 주십시오.”

“이건 사르가디스 지부의 소서러(Sorcerer)인 제가 당신의 신분을 보증하는 증명서입니다. 제가 마법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길드에 가입하지 않으셔도 사르가디스 지부에서는 준 길드원 취급을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준 길드원 취급?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크롬웰은 껄껄 웃어댔다.

“별 건 아닙니다. 길드원에게만 판매하는 마법이나 아이템을 구매하고 싶으실 때는 이걸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이게 이세계 코스트코 연회원증(무료) 같은 거란 소리지?

나는 종이를 받아 놓고도 어안이 벙벙했다. 물건 값은 따로 치뤄야겠지만 회원제 상점을 이용할 수 있는 증명서니까 꽤 귀한 물건일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 천지 어디에도 무상의 호의는 없는 법!

이걸 넙죽 받아서 써먹었다가 어느날 자고 일어나면 머리를 빡빡 밀려서 길드 지하실에 갖혀 있는 거 아니냐? 그렇게 추리 고블린으로 평생 부려먹히는 거지.

나는 그런 망상에 빠져서 질문을 해 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저 같은 놈에게 이런 귀한 물건을 다 주십니까?”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겸손하실 것 없습니다.”

겸손이고 간손미고 왜 이런 걸 주냐고 부담되게. 크롬웰은 싹싹하게 손사레를 쳤다.

“제 취미가 이런 소소한 만남에서 인연을 만들어두는 거라서요. 부담 가지지 마시길.”

그렇게 마법사 길드의 대표는 이세계인 남자다운 가오를 잡으면서 떠나갔다.

그리고 내 앞에는 계속 내가 혼자 남기를 기다리던 어느 여성만이 남았다. 누구냐고 물을 것까지도 없다. 하얀 머리는 이세계에서도 절대 흔하지 않았으니까.

“오랜만이에요. 노르드.”

티르시는 웃으며 인사했다.

“저번에 하수도에서 만난 뒤로 ‘처음 뵙네요’. 그렇죠?”

“흐흐. 예. ‘그렇게 생각하니’ 오랜만이군요.”

아서 웨인이 아닌 노르드로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 맞다. 우리는 비밀스런 장난을 공유한 초등학생처럼 웃어댔다.

“하하. 그나저나 깜짝 놀랐습니다. 티르시가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게 의외이긴 했다.

티르시의 마법 솜씨는 뛰어나다. 그치만 전투요원으로 일부러 채용할 정도인가? 전투용 마법은 별로 알지 못하는데다가 마나로 몸을 강화하지도 못하는 걸로 아는데.

“크롬웰 님의 인선에 뽑혔거든요. 실제로는 흑마법사 대책 연합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엄선하느라 저 같은 7성급 마법사한테까지 자리가 왔죠.”

“그거 참 고생이시겠…… 7성급요?”

나는 말하다가 말고 꺼벙하게 중얼거렸다.

내 엘리트-기억중추에 블루 스크린이 뜬 것이 아니라면 티르시는 분명 8성급이었던 것 같은데?

“후후후. 눈치 채셨나요? 네! 맞아요! 저 승급했어요!”

─쁘이! 웃으며 V자를 날리는 티르시.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에 나도 기쁘게 박수를 쳐줬다.

“축하드립니다! 이거 기쁜 소식을 들었군요. 티르시가 마법에 들이는 열정과 가진 바 재능을 평가받은 덕분이겠죠.”

“그럴려나요? 그럼 좋겠네요.”

부끄러운 것처럼 티르시는 손으로 얼굴을 숨겼다. 자기 실력을 인정받은 거니까 쑥쓰러워 할 것 없는데 말이다.

“평소 행실이 성실하셨던 덕에 이번 연합에도 신뢰를 받고 선발되셨던 건가 보죠?”

“아, 그건 뭐. 여러모로 있어서요. 예를 들어서── 신분을 숨긴 고고학자님이랑 같이 길드의 곪은 혹이었던 담당 스승을 징벌한 거라든가?”

티르시는 짖궂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작게 킬킬댔다.

“이런. 누군지는 몰라도 그 사람도 썩 자랑스럽겠는걸요?”

“그러면 저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에요. 그거 그렇고~ 노르드도 이번 골렘 토벌에 참가하나요?”

“예. 흑마법사 토벌대에 낄 실력은 없지만 골렘을 잡는 일에는 참가할 생각입니다.”

솔직히 내가 여기 낄 짬은 못 되지. 골딱이인 우리 좆소 사장님── 아니지, 지부장님조차도 이 연합 중추에서는 시팔시팔 거리면서 물러나야 했지 않았던가.

티르시는 내 말에 기쁜 것처럼 얼굴이 밝아졌다.

“아, 그러셨구나! 저도 실력 때문에 실전에서는 그쪽에 배치되지 않을까 싶어요. 현장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흐흐. 그때는 저번처럼 멋진 서포트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지켜드리죠.”

“그거 든든하네요. 믿고 있을게요?”

아까부터 왠지 이 아가씨 시선이 쵸큼 부담스러운대여.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서 얼굴을 주물거렸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후후. 아뇨? 잘생기셔서.”

“멋진 패션 센스에 비해서 심미관이 독특하시군요.”

태어나서 여자한테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프랑 말고는 처음이다. 우리 어머니도 ‘새끼. 얼굴 좀 치네’ 같은 말씀이나 하셨는데.

대체 얼굴 좀 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어머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