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이 상천에서 내려와 검에 앉았다! 이것이야말로 내 신기술!! 콜드-오러다!
자, 와바랏!!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공격했다.
“까고자빠졌넴마-!”
─퍼석!
냉기를 머금은 검이 야수회귀의 빠워를 실고 골렘에게 부딪혔다.
노르드 측정법에 따르자면 대략 일반인의 30배의 각력을 가진 나의 일격이었다. 물리 내성을 마법으로 봉쇄당한 흙 골렘 따위가 버틸 수는 없는 것이다!
“BOBOBOB.”
근데 왜 멀쩡하죠 시발아.
“……띠요요용?”
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나.
시발. 이 새끼들 언어 테크 타더니만 방어력도 올라갔나? 당황한 나는 엘리트-대갈통을 빠르게 오버클럭시켜서 이 사단의 원인을 알아냈다.
“아 애1미. 술식 결합 안 했었네.”
<얼어붙는 손길>은 기본적인 출력이 낮다.
그렇다고 내가 잘 쓰는 마법인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마법 술식에 마나가 쥐꼬리 만큼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저번 전투처럼 위력을 늘리려면 야수회귀랑 술식을 결합해 가지고 내 마나통이랑 마나 카테터를 직결해야 했다.
근데 야수회귀는 내 몸에만 적용되는 거라서 검까지 덮지는 못하잖아?
‘좆 됐네 이거.’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깜찍하게 머리를 두들겼다.
“엣큥!”
“POPOOOOOOOO──!!”
“BOOOOOOOOOOOOOO!!”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르르르─!!
골렘의 미적 감각이 인간과는 다를 가능성에 걸고 애교를 떨어 봤는데, 오히려 역효과였다!
이 시발 흙뚱땡이 새끼들은 고대 원시인들의 진흙 피규어처럼 살찐 놈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는 몰려드는 골렘들에게 깔려서 쓰러졌다.
“끄으이이이이익……!!”
아니 존나 때리는 것도 아니고 덮쳐서 깔아뭉개네. 나는 생매장을 당하는 감각에 죽는 소리를 냈다.
내가 초중학생 시절에 샌드위치라고 해서 애들이 서로의 위에 올라타서 깔아뭉개는 놀이가 있었는데, 딱 그 짝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옆 학교에서 사망자가 나왔다고 이런 위험천만한 놀이를 만류하는 몽둥이 든 교사가 있었다! 하지만 이세계에는 냉동 참치를 빠따로 쓰는 촌지 교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보게들!! 저길 좀 보게!!”
그때였다. 멀리서 모험가들이 모여드는 소리가 들렸다. 오 시발, 날 구해주려는 건가?
“저 분이 막아주고 있는 사이에 총공격이다!!”
“오오─옷!!! 우리를 위해서 골렘들을 단신으로 막고 있는 거냐고옷!!!”
“참된 영웅!! 키타이 전사!! 키타이 전사!! 키타이 전사!!”
모험가들은 극딜 타임을 예감하고 나를 포위한 골렘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개새끼들아 119 불러어엇!!!”
존나 인간적으로 나부터 돕는 게 예의 아니냐!!! 내 비명을 듣고 프랑과 라리루라가 모였다.
“지, 지금 구해줄게 노르!!”
“마망……. 나 존나 레미콘에 덮이는 기분이에여…….”
“선배!! 입 다물어요!! 흙 들어가면 숨 막혀서 죽어요!!”
“갸아아악…….”
─퍽!! 퍼퍽!!
망치와 꼭두각시 펀치가 작렬하는 소리!
내 위를 깔아뭉갠 샌드위치 골렘들을 파티원들이 치워주고 있는 것이었다. 샌드위치란 음습한 사회적 린치를 말한다.
“거기 두 사람!! 비켜주세요!!”
“앗, 엇?! 네!”
“와와와와!! 마법사에요, 선배! 마법사!”
마법사고 지랄이고 저는 압사할 것 같습니다만.
흙에 깔려 뒤지면 자연한테 죽은 거니까 자연사냐? 솔직히 몸은 버틸 만 했는데 이러다가 진짜로 질식해서 죽지 않을까 무서웠다.
“서방을 흐르는 바람의 마나여. 이는 4원소의 2계, 폭풍의 집행(執行)이니.”
그 순간 마법사라는 인물이 주문을 외웠다. 아가리를 하느라고 대답하지 못했던 나는 낭창하는 주문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강대한 손짓으로 축출하라! <거신의 휘수(Etten's Refusal)>!!”
속사포 같은 주문이 완성되자 내 등에서 무게가 사라졌다.
─덱데구르르!! 소닉처럼 굴러서 빠져나온 나는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아이 캔 플라이 상태가 된 골렘들을 볼 수 있었다.
“으아악!! 플라잉 골렘이다!!”
“BOPOOOO!!!”
─퍼서서석!
그 골렘들은 10미터 정도 떠오르다가 마법이 끊긴 것처럼 자비없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코어는 멀쩡한 듯 했는데, 팔다리가 박살났으니 이제 볼장 다 봤다고 해도 좋았다. 10마리의 골렘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그로기가 된 것이었다.
“전신에 균등하게 충격을 받으면 쉽게 부서진다. 흙으로 된 골렘의 약점이죠.”
완드를 내리면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역시나 티르시였다.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선 늠름한 자태는 과연 마법사다운 위용이 엿보였다.
티르시는 나에게 능숙하게 윙크를 날렸다.
“노르드, 다친 데는 없죠?”
“예. 덕분에 살았습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
“뭘요. 여러분들을 서포트하러 온 건데요. 아, 이건 서비스에요. <정화(Clean)>.”
차가운 바람이 위아래로 한 번씩 불어서 진흙을 털어냈다. 저번에도 본 적 있는 청결 마법이다. 티르시도 못 본 사이에 성장을 했는지 무영창이었다.
“선배!”
파티원 두 사람이 빠져나온 나한테로 달려왔다. ─쿵쿵쿵! 대쉬하는 링링이 3호의 웅장함에 티르시가 눈이 동그래졌다.
─꾸벅! 프랑은 달려와서 티르시에게 허리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티르시 씨!”
“네. 마침 근처에 있어서 도울 수 있었던 거지만요. 으음, 그러니까…… 프란체스카 씨 맞죠? 브론즈 클래스로 승급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앗, 네. 티르시 씨도 잘 지내셨죠?”
“네? 뭐, 네…….”
두 모험가들은 상당히 어색하게 덕담을 나누었다.
검은 머리와 하얀 머리. 거유와 빈유. 단신과 장신. 도적과 마법사.
그야말로 100% 상반된 두 사람은 흑백의 모노크롬 풍경화처럼 뻣뻣한 미소를 교류했다. 보는 내가 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선배선배선배? 선배선배선배선배!”
그리고 라리루라는 언제나 정상운영이었다.
“선배 안 아파요? 허리 멀쩡해요? 저희 극단 곡예사들이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니 어쩌니 떠들던데 선배 산 송장이 돼 버린 건가요아팟!!”
“걱정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하나만 하자.”
─따콩! 나는 라리루라의 이마에 딱밤을 놔 주고 전황을 점검했다.
“끼요요요요요요요요욧──!!!”
“히─햐!!”
─휘익! 퍼퍼퍼퍽!!
황야는 마법이 날아다니고 검이 춤추는 아수라장이었다.
꼭 개미새끼처럼 뒤져나가는 골렘들! 3배를 넘는 숫자 차이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아딱이도 비벼볼 만한 골렘들에게 브딱이가 우르르 몰려가 가지고 다구리를 까니까 버틸 수가 없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골드 클래스 팀은 퇴치에 참여하지 않고 어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래도 멍하니 있다가는 숙련도 90%도 못 찍겠다!
‘버닝 이벤트 중인데 노가리나 까고 있을 수는 없지!’
나는 검을 수납하고 손을 털었다. RPG 게임 3대 빡침 중 하나는 렙업 직전에 겜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던가.
이번 기회를 놓치고 홉 고블린 주술사를 찾아서 원정을 떠나는 노르도르 원정대를 편성한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에 1마리라도 더 많은 골렘을 조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 생각한 나는 티르시에게 부탁했다.
“티르시. 기껏 도와줬는데 미안하지만, 감사는 전투가 끝나고 다시 드려도 될까요?”
“좋아요.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티르시는 흔쾌히 승낙하고서 추가로 말했다.
“하지만 얼핏 본 바로는 일행 분들 중에 마법사가 안 계신 듯 한데, 괜찮다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저희야 얼마든지 환영이죠. 그래도 전리품은 균등분배로밖에 못 드리는데요.”
“보수 분배는 걱정 마세요. 저희는 전리품을 안 받는 대신에 길드에서 따로 보상을 받거든요. 모험가 분들을 도우라는 것도 상부의 지시거든요.”
그거 듣던 중에 반가운 얘기였다. 일행도 눈빛으로 긍정의 뜻을 표시했다.
그래서 나는 대표로 목례를 했다.
“고마운 제안이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은 티르시가 제압해준 골렘부터 마무리하러 가죠.”
코어는 나중에 뽑더라도 확인사살은 필요하다. 주변에서 죽어나가는 골렘들은 쓸어다 버릴 만큼 많았지만 마나 계승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내가 숙련도를 얻으려면 자신의 손으로 적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팔다리를 잃은 골렘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티르시는 마나를 아껴 달라는 구실로 쉬게 만들고 재빠르게 코어를 뽑아냈다.
슈와아아아아악─!!
코어를 잃은 골렘으로부터 마나가 피어올라서 흡수됐다. 나는 내면의 마나를 대충 검사했다가 살짝 당황했다.
‘흡수량이 많은데?’
저번에 헤이스벤트 근처에서 잡았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었다.
내 계산대로라면 지금 잡은 것의 3배 정도만 더 사냥해야 될 것이었는데, 딱 10마리의 골렘으로 거의 95% 가까이 찬 느낌이었다. 거의 2배를 넘는 흡수율이다.
“……불길하군.”
오싹한 예감에 그만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이세계는 마법과 몬스터가 존재하는 판타지 세상이었지만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게임에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경험치 잠수함 패치라니?
내가 흡수하는 숙련도는 마나였다. 다시 말해서 경험치가 2배라는 말은, 골렘이 가진 마나도 2배를 넘는다는 뜻!
늘어난 마나량과 말을 하기 시작한 골렘의 조화는 내 오감에 이질적인 불쾌함을 낳았다.
어쩌면 그것은 흡수한 마나에서 이루 말할 데 없는 음산함을 느꼈던 탓일지도 모른다.
신발창에 밟힌 진창의 질척함이 내 발을 붙든 순간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악!!
지면을 타고 흘러들어가는 사악한 마나에 나는 깨달았다.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려야 했다고 말이다.
“──제기랄!!! 함정이다!!! 전원 대피!!!”
인솔을 맡은 골드 클래스 모험가가 외쳤다!
소리가 들리는 범위에 있던 모험가들이 화들짝 놀라서 쳐다보자 그곳에서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콰아아아악!! 그 빛에 맞대응을 하듯이 지면에서도 마나가 내달리면서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렸다!
“마법진이에요!!”
티르시가 우리들에게 외쳤다. 그것 뿐이라면 일부러 말해주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나온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형태는── 결계에요!!”
─투확!!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하늘에 퍼진 빛과 땅의 마법진이 연결되었다.
일대를 완전히 뒤덮은 거대한 결계! 아나시스의 결계랑은 차원이 다른 마나가 느껴지는 푸른 빛의 막에 나는 다시 검을 뽑았다.
이변은 계속되었다. 땅에 내달린 마법진이 남아 있는 골렘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까드드득!
진흙 같던 몸이 굳으면서 골렘들이 악마를 닮은 형상으로 변했다. 날개가 달리지 않은 근육질의 가고일이라고 하면 상상하기 쉬울까.
“POOOOOOOOO──!!!!”
“끄아아악!! 이 새끼들, 갑자기 강해졌어!!”
그 놈들은 지질(地質)의 격변에 호응하듯이 날뛰어댔다.
놈들을 쉽게 제압하던 모험가들은 일변한 골렘들에게 대처하지 못하고 당하거나 몸을 피했다.
“이 망할 새끼들이!! 잭슨!! 테리어스!! 물러나!!”
검을 든 골드 클래스 모험가가 공격을 시도했다. 마법사와 도적으로 보이는 파티원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골드 클래스는 노름으로 딴 것이 아닌지 그의 공격은 몹시 매서웠다. 강화된 골렘도 일도양단하며 전장을 휘저었다.
저 실력이라면 맡겨도 되지 않을까? 이 결계의 용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골드 클래스 팀이라면 강화된 골렘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었다.
마법사들이 실드 마법과 결계 마법을 애용하는 것이 어디 어제 오늘 일이던가! 저들 같은 숙련자라면 충분히 잘 대처해 줄 것이었다.
그리 생각한 나는 일행에게 외쳤다.
“대피 지시도 나왔으니 따질 것 없어! 튀자!”
“두 분, 이리로!”
─홰액!
빠르게 움직인 라리루라가 링링이 3호로 티르시와 프랑을 안아들었다. 그녀들은 마나로 몸을 강화하지 못하니까 자기 마나를 소모해서라도 빨리 도망치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변한 상황을 무시하고 피난했다. 목숨 걸고 미친 골렘들과 싸워줄 의리는 없었으니까.
같은 생각인지 다른 모험가들도 도망을 쳤다. 골렘은 힘이 강해져도 발은 느린지 물러나는 우리를 따라잡지 못했다.
“티르시. 연합 상층부로부터 뭔가 들은 것 없습니까?”
내가 열심히 뛰면서 물었다. 나도 칼라일로부터 대충 들은 얘기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난장판이 일어난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다.
링링이 3호에 올라탄 티르시는 신음을 흘렸다.
“어제 여기에 몰래 정찰을 온 길드장들이 골렘의 생성을 촉진하는 마법진을 발견했다고 해요. 골드 클래스 팀은 그 마법진을 해체하려고 온 거였는데, 해체 중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해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