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1,009)

‘뭐, 처음에는 천공신이 제우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야수회귀가 유부녀 킬러이자 강간 마스터인 바람기의 신 제우스를 흉내내는 마법이고, 그래서 내 쥬지도 커졌다.

거 시발 앞뒤가 딱딱 맞는구만. 존나 복선 하나는 제대로 깔아놨다고 부랄을 앞뒤로 탁 칠 뻔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제우스는 없어.’

이세계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신들 자체가 아예 존재를 하질 않았다.

있었다가 멸망해서 사라진 것도 아니다.

만약 그 그남충 새끼들이 존재했었다면 지들 쥬지도 간수 못하고 세상 곳곳에서 사고도 치고 새끼도 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것이었다.

‘하지만 올림포스 신들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지.’

그러므로 그리스 신들은 아예 처음부터 이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내 잼민이 시절의 추억을 장식한 올림포스 신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를 슬프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존나 아프로디테랑 헤라클레스를 실물로 보고 싶었는데. 흑흑. 눈물이 다 나는군.

……미안. 구라다. 사실 좆도 유감스럽지 않다.

사실 상 유부남인 나한테 그 NTR 성애자 그남충 새끼들의 존재는 코즈믹 호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이세계에서 ‘천공신’은 오딘이나 우라누스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다른 나라 신들 중에 하늘을 관장하는 신은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근데 시발 그런 거면 주문에도 제대로 걔네 이름을 넣어 둬야지.’

《오딘 신께 기도하라(yáǵeswō deiwōm Óðinn)》.

《우라누스 신께 기도하라(yáǵeswō deiwōm Wérunom)》.

상식적으로 이 중 하나가 되는 것이 정상 아니냐.

이게 시발 문 워크 댄스가 멋지다면서 오마쥬해 놓고 마이클 잭슨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거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하여간 시발. 멍청한 원시 고대 호모 이세계투스 새끼들.’

존나 어설프기 짝이 없는데 무리도 아니기는 하다.

오딘이 이 주문을 만들던 시기의 원시인들한테 자기 본명을 안 알려줬으면 원시인들이 모를 수 밖에 없긴 하니까.

아니면 걔네들도 피휘자로 부르면서 존경심을 표시하려고 했던 건가.

그래도 역시 거슬리는데. 나 같았으면 척척석사님 멋져요! 하고 칭찬하는 새끼가 있으면 놀리냐 야발련아 하고 뚝배기 깼다.

“아무튼 덕분에 궁금했던 게 풀렸다. 고마워.”

나는 베로니카에게 그리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

새로 따라줬다는 건 마시라는 뜻이다. 어쩌면 내 제정신 수치를 유지시켜주는 마법은 시간 제한이 있는 게 아닐까?

안 마셨다간 또 펠라핸들 같은 소리를 하면서 베로니카의 등 위에 올라탈지도 모른다.

다행히 제정신을 차린 덕분에 차는 보통으로 맛있었다. 베로니카는 턱을 괴며 손사레를 쳤다.

“이 정도론 목숨의 은혜에는 털끝에도 못 미친다. 나중에 만날 때를 위해서 적당한 물건을 찾고 있으니, 그대는 재회를 기대나 하고 있으면 되느니라.”

“흐흐. 언제 만날지 예정은 있고?”

“그대의 꿈에 내가 휘말려든 것도 벌써 두 번째다. 내가 발품을 팔지 않아도 이렇게 자주 만나게 되지 않았는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왜 나랑 베로니카의 꿈이 연결되는 건지도 궁금했지만 그건 베로니카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럼 물어봐 봤자 소용 없겠지.

“그나저나 대답이 청산유수던데. 내가 저번 꿈에서 물어보던 걸 듣고 조사라도 했어?”

“아니, 따로 알아보진 않았다. 룬 마법에 대한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건 글로 정리해 뒀지만.”

아, 그러고 보니까 그것도 물어봐야지 참. 나는 차를 마시다 말고 물었다.

“맞아. 베로니카 네가 그러지 않았냐? 우리 인간은 룬 마법의 진짜 효과를 못 낸다고.”

“또 난데없는 화제 전환이구나.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만? 그대들도 우리처럼 신화시대에 저주를 받았다고 들었다.”

“나는 쓸 수 있던데?”

“……………………………하?”

베로니카는 배트맨의 정체가 피터 파커라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얼이 빠져버렸다. 나는 미녀 망아지의 약간 귀여운 얼굴을 안주로 남은 차를 다 마셨다.

그런 나를 보며 베로니카는 목소리를 떨었다.

“……거, 거짓말.”

“100% 무첨가 트루 빠따에요.”

흑마법사의 거대 골렘을 골로 보내줄 때, 나는 ᚨ(Ansuz)의 룬이 가진 참된 뜻을 깨닫고 쓸 수 있었니까 말이다.

“ᚨ(Ansuz).”

일단 믿지 못하는 베로니카를 위해서 ᚨ(Ansuz)를 발동하는 나. 말을 전하는 입을 뜻하는 룬의 기능이 나와 베로니카의 의식을 연결했다.

─들립니까, 베로니카? 지금 당신의 머리에 직접 말을 걸고 있읍니다…….

“………………………하? 하아?”

실천으로 보여주자 입이 동그래지는 베로니카였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내 어깨를 붙들고 앞뒤로 막 흔들어댄다. 프랑만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힘이 장사였다.

“왜?! 어떻게?! 저주를 극복한 것이냐?! 뭘 했지?! 어떻게 신이 내린 제약에서 몸을 피할 수 있었지?! 말해 다오!!”

“아니, 몸을 피했다기보단 그냥 하다 보니까 되던데.”

“말 같잖은 소리 말아라!! 그럴 리가 있겠느냐!! 다른 것도 아니고 신의 저주인데!!”

─빼액! 귀청이 떨어지도록 소리치며 베로니카는 절실하게 내게 달라붙었다.

“저주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 일족의 숙원이다!! 부탁한다!! 방법을 알려다오!!”

무릎까지 꿇고 내 옷을 잡고 늘어지는 베로니카의 행동에 나도 당혹스러웠다.

‘저주라는 게 그렇게 강력한 거였나?’

내가 룬을 각성했을 때는 뭔가가 방해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방금 전에도 저리 쉽게 말을 꺼냈던 거였다.

내가 지구인이라서 저주랑 상관 없이 쓸 수 있었던 걸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베로니카는 그렇게 생각에 잠긴 내 반응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애절하게 호소했다.

“은혜를 진 입장에서 염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느니라!! 내가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주마!!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내 남은 생을 모두 바쳐서라도 구해오겠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아니, 나도 도와주고는 싶지만…….”

필사적인 기분이 전해져 왔기에 나도 열심히 머리를 굴리게 되었다.

“그 저주란 게 정확하게는 뭔데?”

“우리 일족의 저주는 크게 3가지다!! 타자(他者)의 앞에서 신족의 형태를 취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순결한 자를 등에 태우지 못하게 되는 것!! 그리고 이 저주를 영원히 피에 짊어지고 이어나가는 것!! 이렇게 셋이다!!”

처녀 알레르기에 걸린 말로 외형이 강제당하고 그걸 자기 자식한테도 이어지게 만드는 저주라고 보면 될까.

악랄한 것 같기도 하고, 수수한 것 같기도 하네.

베로니카의 설명을 들은 나는 생각나는 게 있어서 그것도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말이야. 하말이라는 덩치 큰 말도 등에다가 사람을 태우면 몸이 간지러워진다고 했거든? 걔네도 저주에 걸린 거냐? 아, 근데 그 하말은 등을 좀 긁어주기만 해도 나아지긴 했지만.”

“하말……?”

눈이 콩알만 해진 베로니카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좀 더 하면 기절할 것 같은 반응이었다.

“그라니!! 그라니로구나!! 그대여, 혹시 그라니의 저주까지 풀었는가?!”

아니 그라니는 또 뭔데 시발. 고유명사는 번역 능력으로도 해석이 안 된다고요.

─꾹꾹. 나는 거의 절벽에서 나뭇가지를 붙든 것처럼 밀착해 오는 베로니카의 머리를 옆으로 떠밀었다.

“푼 건 아니고 잠깐 해소시켜준 거였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타니까 바로 간지러워했고. 회색의 덩치 크고 게으름보인 말 맞냐?”

“맞다!! 그건 그라니의 후손이 가진 특징이 틀림없다!! 그 녀석들은 말의 형태가 본래 모습이기에 사람을 등에 태우지 못하는 저주를 받았느니라!!”

존나 의외의 반전이었다. 시발, 그 하마와 말의 혼종 같던 놈들이 신의 후손이라고?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그만 다음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유니콘도 저주 풀었던데.”

“………………………………어?”

“엊그제 나랑 싸웠던 유니콘 흑마법사는 인간 형태였다고. 걔도 같은 저주를 받은 거 아니냐? 근데 걔는 사람들 앞에서 인간 형태로 싸우고 그랬어.”

아다와 후다의 여부를 푸른 결계막으로 구분짓던 인간 아다 구별사 아비두스는 분명히 인간 형태였었다.

아주 성품이랑 얼굴이 나란히 빻은 인간형 씹새였지.

“뿔이 부러졌기는 해도 그건 흑마법의 부작용이었고, 무슨 자기네 리더가 원래 모습을 되찾게 해 줬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었──”

“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

“야, 야!! 진정해!! 머리 들이밀지 마!! 뿔로 찌르지 마!!”

─꾸우우우욱!

머리에 달린 뿔을 비비며 내 허리에 이마를 가져다대는 베로니카! 이 시발, 뿔이 머리 앞쪽으로 나 있었으면 내 배에 구멍 났겠다!

“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어떻게?!”

“아악!! 진정해 시발 미친련아!!”

베로니카는 잘난 척 하는 말투는 어따 팔아먹었는지 고장난 카세트 테이프가 되어서 날뛰었다!! 이 시발, 좆랑말 새끼 지 본성은 어따 못 버리는구나!

뭐 유니콘 새끼들이랑 경쟁 심리라도 있나? 누가 미친년을 최고신으로 모시는 놈들 아니랄까봐!!

그때였다. 나는 뜬금없는 붕괴음에 깜짝 놀랐다.

내가 정신이 사나워져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오두막이 무너져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이건 저번에 꿈에서 깰 때도 느꼈던 기상의 징조다!

“──이런!”

베로니카도 그 변화를 보자 간신히 정신을 차린 것처럼 내 몸에서 떨어졌다. 자신이 날뛴 탓에 내 꿈이 깨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황망하게 하늘을 올려다본 베로니카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 그대여!! 지금!!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 저번에 만났던 헤이스벤트 근처의 사르가디스라는 곳에 있는데.”

“브리타니아인가! 멀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내 반드시 그대를 만나서 오늘 들은 이야기를 마저 듣고 말겠다!!”

“아뇨 그게요? 그렇게 기대하셔도 저로서는 별로 짐작가는 방법이 없…… 아 시발.”

말을 하는 중에 내 몸은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늘과 땅의 중력이 뒤집히고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감각! 내가 꿈에서 깨어날 때의 현상이었다. 베로니카는 초조한 것처럼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서 고함쳤다.

“알겠느냐!! 기다리거라!! 늦어도 가을이 끝나기 전에 사르가디스라는 곳으로 가마!!”

“아니 너, 망아지 모습으로 어떻게 날 찾아오려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 알겠지?! 절대 다른 곳으로 가지 말아라──!!”

─쐐애애애액!!

베로니카의 외침이 멀어져갔다. 나는 추락하는 느낌에 뭐라고 대답할 여유도 없이 하늘의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슈우우우욱──!!

그렇게 의식이 각성하기 직전이었다.

내 시야에 하늘의 구멍 옆에 떠 있는 태양이 들어왔다.

“──뎃?”

그 태양의 색을 보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저번에 여기에 왔을 때는 본 적도 없었던 태양.

그게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야수회귀를 얻고서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을 때 가끔씩 머릿속을 물들이던 교수 슬레이어의 불꽃.

그리고 거대 골렘의 영혼 동력로를 성불시킬 때 봤던 그 영혼의 불꽃.

내 꿈속 세상에 뜬 태양은 그 불꽃과 쏙 빼닮은── 하얀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나의 의식은 수마(睡魔)를 떨치고 잠에서 깨어났다.

다음날 아침.

프랑보다 일찍 일어난 나는 딴짓을 하며 프랑이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꿈에서 바이콘 베로니카와 다시 만났다는 얘기를 했다.

저번에는 아무 일도 없이 끝나버렸기에─여친한테 얘기할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말을 안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꿈에서 알게 된 것이 많았기에 설명을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노르가 쓰는 야수회귀는 오딘 님을 흉내내는 마법이었다는 거네?”

잠이 덜 깬 나의 어벙한 설명을 찰떡처럼 알아먹는 우리 여친님. 어젯밤에 격렬한 흔적이 남은 누드 차림이 매우 쥬지 건강에 좋았다.

우리 프랑은 이른 아침부터 쥬지를 화나게 하는 천재였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앞뒤는 맞더라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프랑은 헤헤 웃었다.

“베로니카랬지? 다음에 그 애가 찾아오면 나랑도 인사시켜 줄래?”

“까짓거 그러지 뭐. 저주를 해소하는 방법에 짐작 가는 게 없으니까 기껏 찾아와도 며칠은 얼굴 볼 시간 있을 걸?”

베로니카는 기대 만만인 모양인데, 미안하게도 나는 저주의 해소 방법을 모른다. 감기약 사가는 것처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끝나진 않을 것이었다.

아마 프랑이랑 잡담을 할 시간 정도는 얼마든지 나겠지.

“그런데 인사는 왜?”

“그냥? 노르가 궁금해 하던 걸 해결시켜 줬으니까, 나도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더라.”

천사표인 프랑은 그리 말하며 나를 품에 안았다.

말랑말랑한 가슴에 감싸이자 쥬지콘다가 어젯밤의 격한 섹스를 떠올리고 아침 발기를 재개했다. 나는 프랑의 등을 쓰다듬었다.

“프랑, 너 왠지 기뻐 보인다?”

“헤헤. 들켰어?”

프랑은 세상 만족스러운 것처럼 내 머리를 토닥였다. 몹시 들뜬 것처럼 얼굴이 풀려 있다.

“노르랑 적성이 맞는 마법이 내 고향의 신님이랑 인연이 있다고 하니까, 왠지 모르게 기뻐서. 이러니까 꼭 우리가 운명으로 엮인 사이 같지 않아?”

“흐흐. 프랑이랑 내가 천생연분이긴 하지.”

“천생?”

“하늘이 점지해준 인연이라는 뜻이야.”

“……정말. 우리 노르는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게 말하는 재능이 있다니까.”

─부비부비.

내 말에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이 나를 끌어안는 프랑이었다. 가슴에 질식할 것 같아서 존나 행복했다. 이게 안락사지.

‘아무튼, 21세기처럼 멀티미디어에 노출되지 못한 이세계인들은 아부나 로맨틱한 표현에 약하다니까.’

앞으로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여러 개 준비해 둬야겠다.

웅변가의 재질은 토피카에서 정해진다고 옛날 철학자들은 말했다. 미리 준비한 멘트를 임기응변에 맞춰서 말하는 능력이야말로 로맨티스트의 자질 아니겠는가!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알찬 휴일이로군.’

어제는 골렘 코어에, 새 마법에, 미스릴 주괴에, 달인의 수련법까지 존나 많은 것들을 얻었다.

오늘은 프랑이랑 알몸으로 부대끼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고, 꿈속에서도 1달 동안 계속되던 의문의 단서를 얻었다.

‘내가 가진 궁금증이 전부 풀린 건 아니지만.’

왜 남자라고 알려진 오딘이 여신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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