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능글맞게 묻자 다나는 시치미를 떼며 검지 손가락을 세웠다.
“내가 마음에 든 건 ‘이거’거든?”
그러고는 내 뺨을 짖궂게 찔렀다.
─불끈불끈!!
제대로 먹힌 기습적인 애정공세에 다나의 질내에서 자지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나는 짐승처럼 사납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하핫. 존나 사람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고마워 해라? 그러니까 너한테 반한 거니까.”
“존나 잘 했어, 이 누나야.”
그렇게 다나의 목 뒤에 손을 넣고 배를 맞댄 우리는 허리를 꿈틀거리며 딥한 섹스를 나누었다.
그날 밤, 연구소에서는 밤새도록 물이 튀는 소리와 여성이 허덕이는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다나와의 첫날밤이 지난 다음날.
목공들이 일하러 들어오는 소리에 우리는 잠에서 깨어났다.
─으헉, 시발! 젠장. 어이! 드씨! 어제 내가 장비 정리 제대로 하고 가랬지! 넘어질 뻔 했잖어!
─나, 난 모르는 일이야! 난 어제 잘 치웠어!
“우응…….”
침대에서 일어나며 다나는 눈을 비볐다.
우리 눈나는 아침에 저혈압인지 비몽사몽하며 있다가 공사하러 온 사람들이 내는 소리에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히악?! 지, 지금 몇 시야?!”
“모르지. 점심은 넘은 것 같은데?”
바이오-스탑워치인 내 배꼽시계가 그렇게 고하고 있으니까 맞지 않을까? 다나는 시계를 찾아보더니 허둥지둥 거리기 시작했다.
“크, 크크, 큰일났다 큰일!! 시발, 인부들이 작업 시작 보고 하러 올 텐데 어쩌냐?!”
알몸으로 당황하는 다나.
지금 다나는 다리에서 정액을 흘리고 있으니까 사람을 맞이할 상태가 못 됐다. 내 사정량이 워낙 많아야 말이지.
저 상태로는 속옷이나 바지를 입지 못할 것이었다. 목에 내가 낸 키스 마크라면 목이 긴 옷을 입어서 감추면 되겠지만, 저 꼴로는 닦아도 정액 냄새가 풀풀 나고 말겠지.
“가만 있어. 내가 나갈게.”
그래서 나는 다나를 대신해서 일어났는데, 어젯밤을 풀로 달린 쥬지는 한숨 자고 나니까 완전 부활을 해 버렸다.
다나 정도는 아니지만 내 좆방망이도 존나 허여멀건 정액 투성이였다. 시발거. 나도 이거 닦아야겠는데.
“다나. 여기 물이랑 수건 없냐?”
“수건? 아, 분명 여기에 남은 게…….”
내 말에 다나는 알몸 상태로 방을 뒤적거렸다.
─발기잇!
웅크린 뒷태가 꼴려서 내 쥬지가 움찔거렸다. 가방을 뒤적이던 다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혀를 찼다.
“아 이 씨발, 수건 어제 쓴 게 마지막이었나 봐.”
초보 자취생 특) 빨래감 졸라 쌓임에 따라서 독립한지 얼마 안 된 우리 눈나도 수건을 미리미리 빨아놓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하품을 했다.
“인부들한테 꼭 얘기하러 가야 돼?”
“몰라. 사르가디스에선 그래야 한다더라. 이 씨, 어쩌지? 너 침대 이불로라도 닦고 갈래? 아니면 내가 입던 옷이라도 줘?”
“그러지 뭐. 오, 이거 딱 좋네.”
침대 옆에서 옷감을 줍는 나. 검은색 속옷이다.
어제 내가 벗긴 다나의 팬티였다.
“으큭…….”
다나는 내가 자기 팬티로 풀발한 좆을 닦는 것을 부들부들 거리며 지켜봤다. 왜 하필 그걸로 닦느냐는 눈빛이었지만 말로는 뭐라고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검은 팬티를 하얗게 만든 나는 속옷과 옷을 입었다. 그리고 목에 손을 얹고 실실댔다.
“야. 어느 박사님이 내 목에 키스를 마크 남겨놨는데 이거 어쩌냐? 존나 인부 아재들 죄다 눈치 깔 텐데.”
“젠장, 맞네. 조졌다. 이리 와 봐. 목도리 매 줄게.”
다나는 겨울에 입으려고 가져왔는지 털실 목도리를 꺼냈다. 가을 아침이 쌀쌀하다지만 저걸 매면 더울 것 같은데, 존나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둘둘.
다나는 진지하게 내 목에 목도리를 감았다. 다리 사이에서 정액을 흘리는 알몸 상태로 그러고 있으니 여만 꼴리는 것이 아니었다.
“……왜, 뭐. 왜 그렇게 쳐다봐?”
내가 쪼개는 게 신경 쓰였는지 다나가 삐진 티를 냈다.
튕기는 것도 귀엽다. 나는 정면에서 다나를 포옹하고 뺨에 키스를 했다.
“흐흐. 왜긴. 귀여워서 그랬지. 내가 말하고 올 테니까 옷 갈아입고 있어.”
“시발. 할 말 없다고 아부하기는…….”
입이 귀에 걸려서 그런 말씀 하셔도 설득력 없어요 누나. 다나는 좋아 죽으며 나한테 신분증을 줬다.
“야. 이거 들고 가서 대신 나왔다고 말 전해주고 와. 괜한 소린들 하지 말고.”
나는 그렇게 목도리를 매고 인부들한테 가서 작업 허가를 내려줬다.
근육빵빵 아재들(과 왠지 모르게 섞여 있는 몇몇 여성들)에게 일을 맡기고 오니까 다나는 화장실에서 미리 받아놓은 물로 몸을 닦고 있었다.
“아으, 아직도 뭐가 들어가 있는 것 같네…….”
“흐흐. 자주 하다 보면 익숙해 지지 않겠냐?
“미친놈아, 존나 그건 그것대로 무섭거든? 아니, 것보다 뭐 구경 났냐? 나가 있어. 쪽팔리니까.”
그렇게 몸을 닦는 다나를 구경하려다 쫓겨났다. 아깝다. 어제처럼 샤워 핸드로 즐기게 해 주려 했는데.
나는 다나의 방에서 어젯밤의 흔적을 정리했다.
얼마 안 되서 다나도 몸을 닦고 나왔다. 랩실 노예이자 연구소장일 때의 패션이다. 엉망이 된 원피스는 빨래통에 던져넣었나 보다.
“……이제는 그, 네 아내한테 가는 거지?”
치마의 단추를 여민 다나는 긴장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얼굴 보고 인사해야지. 오늘부터는 한가족이니까.”
내가 말해 놓고도 참 뻔뻔한 소리 같았는데, 다행히 우리 눈나한테는 잘 먹힌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상견례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주먹을 다진 다나는 테이블을 뒤졌다.
“야, 나, 나 향수 뿌릴까? 아니지. 뭐 뿌렸다가 끼 부리는 것처럼 보이려나? 머리는? 안 꾸미고 부스스한 게 낫냐, 빗질한 게 낫냐?”
“너 편한대로 해. 첫 인상이 중요하다지만 같이 살다 보면 힘 줘서 꾸민 겉모습은 금방 벗겨질 거 아냐.”
이건 답이 없는 문제라서 뭐라고 하기도 뭣했다.
‘내가 중간에서 잘 해야지.’
하렘이 다 뭔가? 능력남이 자신의 매력과 능력으로 여러 명의 여성을 아내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중간에서 아내들의 교두보가 돼 주는 것이 프로 꼴마초의 일이다!
강건한 결의를 다진 나는 그렇게 몸을 단장한 다나랑 여관 샘의 쉼터로 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침묵은 금이라고.
존나 140% 맞말이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만 살면서 아가리를 털어서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얼마나 되던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공무원들이 태극권 화법을 단련하며 아 그건 저희 관할이 아닌대여~를 재탕삼탕삼계탕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 생각을 좀 해 보자.
침묵은 금이다.
다시 말해서 존나 많은 침묵은 존나 많은 금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존나 많은 금을 보면 이게 다 뭔가 하는 생각에 몸이 뻣뻣해진다.
“…………………………………………………………….”
내가 세상 조용하게 아가리를 하고 있는 이유.
‘……홀리 갓뎀 쓋.’
영화관에서 전작 주인공이 시작하고 3분만에 뒤져버렸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고요함! 나는 아무 말도 오가지 못하는 방 안에서 침을 삼켰다.
프랑. 그리고 다나.
장차 나와 결혼해서 아내가 되어줄 두 사람 사이에는 존나 개씹 조용한 어색함만이 있었다.
프랑이 화를 내고 있어서? 그럴 리가. 우리 프랑은 자기가 한 말을 쉽게 번복하는 성격이 아니다.
첫날밤에 나를 방에 들이고 같이 술을 마셨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 했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분위기의 정체는 ‘어색함’이다.
거듭 말하는 건데, 우리 프랑은 낯가림이 있는 타입이다.
물론 상황이 많이 긴박하거나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온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럴 때는 금방 친해져서 잘 지낼 수 있다. 라리루라 때도 그랬잖은가!
‘근데 다나도 기본적으로는 아싸잖어.’
많은 반발을 감안하고, 감히 말하겠다.
──20대에 박사를 단 여자는 인싸일 수가 없다.
우리 눈나의 춘추, 올해로 28살. 내년이면 29이다.
나이 스물 아홉을 늙었다고 말하는 것은 소아성애자거나 본인 나이가 10대인 놈들 뿐이었다. 박사를 단 학자의 나이가 20살이라는 것은 존나─그것도 개씹 존나─ 젊다는 뜻이다.
다나는 생긴 건 잘 하면 편의점에서 민증 검사를 받을 수 있을 탱탱한 미녀다. 그리고 내실도 그거 못지 않게 젊다.
‘그러니까 사회생활의 70%를 연구에 바쳤단 건데.’
아마 농담 좆도 안 하고 다나는 인생의 반의 반은 랩실에서 보냈을 것이었다.
그런 다나한테 처음 보는 사람이랑 사이 좋게 얘기를 하란 것은 무리한 얘기였다.
그래서 지금 나랑 프랑이 묵는 방은 바깥의 바람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개씹 조용해진 것이고 말이다.
“프, 프란체스카 에이트리넨이에요.”
“다, 다나 베르베이아입니다.”
어색한 분위기, 어색한 소개! 숨이 다 막히는 상황에서 먼저 말문을 튼 것은 다나였다.
“그……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다나는 예의 바른 존칭을 쓰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녀석이 다른 아내를── 저를 들이는 걸 허락해 주셔서.”
“네? 아, 아니에요. 그건 저도 다 알고 있었던 걸요. 제가 노르랑 사귀기 전부터요.”
“그래도요. 만약의 일이지만 프란체스카 씨가 절대로 다른 아내는 안 된다고 노르한테 말했으면, 이 녀석은 절대로 저를 여기에 데려오지 않았을 거에요.”
그건…… 모르겠다.
나는 입을 열려다가 눈치껏 아가리를 했다. 내가 뭐라고 말해도 본전도 못 찾을 화제였기 때문이다.
일부다처제가 흔한 세상이라도 우리 프랑이 울면서 절대로 다른 아내를 들이지 말아달라고 했다면?
아마 다나의 말대로 됐을 가능성이 컸다. 다른 귀족한테 코가 안 꿰이게 프랑이랑 쥐 죽은 듯이 살 방법을 찾으려고 했을지도 몰랐다.
그 말에 프랑은 얼굴을 굳히더니 딱 부러지게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돼요.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방해할 정도라면 저는 처음부터 노르에 대한 감정을 숨겼을 거에요.”
입술을 살짝 깨문 프랑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객관적으로 봐서── 저는 배우자로서 매력적이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네?”
말도 안 되는 폭언에 실례인 걸 알면서도 프랑의 가슴과 얼굴을 번갈아 보는 다나였다. 존나 나도 그랬고 말이다.
저 큰 가슴과 예쁜 얼굴을 달고 자기가 매력이 없다니?
프랑이 오딘 씹새끼를 외치고 다녀도 피의 실드를 쳐줄 나였지만 이번에는 변명할 방법이 안 떠올랐다. 남들이 듣고 돌을 던져도 내가 대신 맞아주는 것밖에는 못 할 것 같다.
그러자 프랑도 자기 말을 되짚어 본 것처럼 손사레를 쳤다.
“앗, 아뇨. 외향적인 의미가 아니라요. 집안이라든가 자산, 실력 같은 얘기에요.”
“아, 아아. 네.”
“그게, 저는 노르의 꿈에 있어서 별 도움이 안 돼요. 다나 씨처럼 지식이 풍부하지 못한걸요. 싸움도 잘 못해서 노르가 제가 마나를 각성하는 걸 도와주기도 했구, 돈이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노르가 정말 결혼을 출세의 수단으로 생각했으면 말이죠. 제 사랑을 거절하고 자기 가치가 오르길 기다렸다가 귀족 영애를 잡아 결혼해도 됐을 거에요.”
“잠깐, 기다려 봐 프랑. 그거야말로 말도 안 돼.”
이번에는 아무리 그래도 넘어갈 수 없었다. 말을 끊은 것은 미안하지만 반박할 거리가 어디 한두 개여야지.
그렇게 내가 말에 끼어들자 프랑은 고개를 저었다.
“알아. 노르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 것도, 나를 두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란 것도.”
“그러면 왜?”
“……그치만, 그래도 어쩌면 나보다 몇 배는 매력적이고 대단한 사람들이 노르의 아내가 돼 버리면 나는, 집에서 노르가 돌아오길 기다리기만 하는 신세가 될 것 같았는걸.”
나는 프랑의 말에 몇 번인가 있었던 옛날 일을 떠올리고 말았다.
호툴루실의 농장에서 프랑은 내가 달려올 때까지 위험할 뻔 했다가, 내가 도와주고 나서도 얌전히 기다려야 했다.
타뷸라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사정이 사정이었지만 내가 프랑을 데려갈 수 있었어도 혼자 가려고 했을 것이었다.
아마 그때 이후였던가.
프랑이 나한테 적극적으로 뭔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던 건.
생각해 보면 인상미채의 가면이나 마나 각성이나 부여 마법 습득은 전부 나랑 같이 싸우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던가!
그리 말한 프랑은 왼손 약지의 미스릴 반지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노르의 마음을 듣고 울었던 거야. 나는── 행복할 생각으로 맺었던 결혼의 언약이 차게 식어버린 가정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내려간 입꼬리와 흐릿해진 눈동자는 프랑이 옛날 일을 떠올릴 때의 특징이었다.
그랬던 프랑은 내 얼굴을 보고 행복한 분위기를 띄웠다.
“나는 노르라면── 노르랑 노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믿어. 노르는 사랑받은 걸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는 바보잖아. 그러니까 나는 노르를 그냥 좋아하기만 해도 돼. 노르는 꼭 내 마음에 대답해 줄 테니까.”
“……그래.”
순수하기까지 한 사랑의 표출에 나는 목까지 빨개졌다.
나란 놈이 뭐라고 이렇게 사랑을 받는 건지 하는 생각과 저 마음에 응해야겠다는 마음이 반반이었다.
“……존경스럽네요. 저는 프란체스카 씨처럼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다나는 그런 프랑이 눈부시다는 것처럼 눈을 깔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눈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 감정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 프랑은 반지를 낀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리고 물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좀 건방지게 들리겠지만요.”
“뭐 어때요. 사실이 그런걸요.”
프랑은 어색하게 말했고 다나는 한숨을 참았다.
만약 다나가 내가 카르미네 대학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내게 고백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사르가디스에 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고, 그래서 프랑이 고블린이나 흑마법사에게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고로 옛 선학들이 말하길, 역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