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6화 (146/1,009)

“──‘역사에 만약은 없다’. 이 녀석이 예전에 흘리듯이 한 말이에요.”

다나는 쓴웃음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말했다. 내가 그런 말도 했었던가? 마치 마음을 간파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깊이 있는 말이네요.”

“그렇죠? 물어보니까 누가 한 말인 줄도 모른다지만요.”

시발. 그건 지구 얘기를 못 해서 그런 건데. ……아니, 진짜 누가 한 말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출처를 아는 역사적 인물의 명언은 마틴 루터 킹갓엠페러 님이 연설에서 말씀하신 ‘엎드려 살지 마라. 일어나 죽는 거다’ 뿐이다.

프랑은 나를 살짝 보고 말했다.

“다나 씨. 물론 알고 계시겠지만, 노르는 순서나 신분으로 아내에게 순번을 붙일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그거였구요.”

“잘 알아요. 저도 이 녀석을 많이 봐 왔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다나는 다크서클이 드리운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고서는 웃으며 말했다.

“말씀 드려도 될까요? 제가 왜 이 녀석한테 반해버렸는지.”

다나가 나한테 반한 이유?

그건 나도 아직 듣지 못한 얘기였다.

나를 향한 마음을 깨닫게 된 과정이라면 어제도 들었다. 그래도 그 마음이 왜 생겼는지는 나도 못 들어봤다. 프랑은 다나의 말에 기쁘게 끄덕였다.

“네. 들려주세요.”

“아하핫. 그렇게 재밌는 얘기도 아니지만요. 일단은 제가 왜 학자가 됐는지부터 말씀드릴게요. 긴 얘기가 될 것 같은데 괜찮나요?”

“그럼 제가 마실 거라도 받아 올게요.”

“아, 잠시만요!”

프랑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다나가 가방에서 가져온 물건을 꺼냈다. 찻잎이 들어간 단지였다.

“이거, 약소하지만 선물이에요. 제가 대학에서 즐겨 마시던 찻잎들이에요. 노르도 자주 마셨구요.”

“감사합니다. ……그랬어?”

프랑은 공손하게 선물을 받고 나한테 물었다. 프랑 앞에서 차를 마시지는 않았으니까 신기한 모양이었다.

나는 찻잔을 들어서 마시는 흉내를 내며 웃었다.

“대학 연구원들은 죄다 티 타임을 좋아했거든. 까놓고 말하면 티 타임을 핑계로 쉬고 싶어했던 거지만. 저게 값이 쬐끔 나가는 물건이라서 돈 아끼느라고 여기 와서는 안 마셨어.”

이세계에서도 고급 차는 사치품이다. 중세니까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싼 차가 없는 건 아닌데, 이세계 현미녹차 취급인 싸구려 차라면 굳이 돈을 들여서 마실 이유가 없거든. 비싼 차? 시발 아딱이가 그딴 거 살 돈이 어딨어.

아무튼 내가 아는 그 차가 맞다면 나도 탈 줄 안다. 존나 저것만 탈 줄 아는 거지만 말이다.

“이리 줘. 내가 타 올게.”

“천천히 갔다 와. 난 네가 아는 곳까지 얘기하고 있을게.”

“어. 그래라.”

다나에게 그리 말하고 프랑한테서 차 단지를 받았다.

1층 부엌으로 가서 도르카한테 양해를 구하고 대학에서 3년 내내 배웠던 대로 찻잎의 블랜딩 비율을 조절했다.

티 스푼이 쓰던 것과 달라서 조마조마 했지만 눈대중으로 맞췄는데 틀리지 않았다. 마나 덕분인가? 아니면 짬 덕분? 둘 다 맞는 것 같다.

“좋은 차구만. 다과라도 내 줄까?”

천으로 식기를 닦으며 옆에서 지켜보던 도르카가 물었다. 나는 내 방에서 가져온 주전자와 찻잔을 트레이에 담고 대답을 했다.

“가져가 봤자 못 먹을 걸. 진지한 얘기 중이라.”

“그래 뵌다. 잘 풀리길 기도해 주마.”

“겁나게 땡큐베리머치합니다. 걱정 안 해도 되겠지만.”

차를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자 두 사람은 좀 분위기가 풀어졌는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뭐야. 어디까지 얘기했길래 웃고 있냐?”

“아, 왔냐? 내 출신이랑 너랑 만났던 곳까지 얘기했어.”

나랑 다나가 만났던 곳이라고 하면 대학 빨래터인데.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다나는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래서요. 이 녀석이 랩실── 연구팀에 들어오고 일주일만에 뭐라 했는지 아세요? 아니 글쎄, 저더러 석사 생활은 어떻냐는 거에요!

저번주까지 다른 사람들 속옷을 세탁하던 녀석이 제가 10년 걸려서 올라온 곳을 지낼 만 하냐고 묻는데, 사람이 어떻게 그걸 신경을 안 쓰겠어요? 황당해서라도 신경이 쓰였죠.”

아니 시발,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고?

나는 다나의 말에 깜짝 놀랐다. 내가 온갖 잡담 사이에 섞어서 던져본 밑밥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시발 너 그때는 존나 태연하게 대답했으면서! 다나는 내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건, 얘가 실제로 저보다 일을 더 잘 한다는 거였어요. 능력만 있었으면 재수 없다면서 나쁘게 보기라도 했을 건데, 어디 이 녀석 특기가 그것만이에요?”

“말 잘 하고, 남의 기분을 잘 알아차리고, 똑똑하죠. 또 있나요?”

“네. 딱 그거에요. 제가 잉크 따지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제 생일날에 월급도 거의 못 받는 녀석이 선물로 교수들이나 쓰는 비싼 잉크를 선물해 줬어요. 교수들 번역 노예질 하고 받아왔다면서 자랑하던데 그게 얼마나 귀엽던지.”

저건 나도 기억 난다.

처음으로 다나 생일을 알았던 때가 생일날로부터 1달 전이었던가? 시간이 없어서 노예놈 월급─거의 기초생활비─을 융통하질 못했었다.

그래서 나를 번역 노예로 쓰던 교수님에게 학구열을 존나 어필하는 똥꼬쇼를 해서 잉크를 나눠받아서 선물했었지.

다나가 잉크통을 깔끔하게 쓰거나 종이에 잉크똥이 묻는 걸 싫어하는 건 딱 보면 보였으니까 말이다.

참고로 내가 노트랑 세트로 들고 다니는 휴대용 펜은 거의 똥쟁이 펜 수준이다. 굵기도 계속 바뀌고 존나 잘 번져서 필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프랑은 다나가 말한 ‘잉크 득템을 자랑하는 나’를 생각해 보고서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상상이 가네요. 직접 못 본 게 아쉬워요.”

“아, 죄송해요. 조금 자랑하는 것처럼 들렸죠?”

“맞아요. 그렇게 들렸어요.”

프랑의 말에 다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프랑은 기습에 성공한 도적처럼, 아니 장난에 성공한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그러니까 잔뜩 자랑해 주세요.”

“그렇잖아요? 노르는 ‘저희들의’ 남편이니까.”

“──네. 그렇네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다나는 한결 편해진 것처럼 말했다.

내가 타 온 차를 입에 가져가는 다나. ─후루룹. 뜨거운 차를 마신 다나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익숙한 맛이어서 그렇겠지. 블랜딩 비율이 어쩌구 할 만큼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고고학계는 장래가 무척 밝아요. 현대 기술의 최첨단이거든요.”

갑자기 고고학계 얘기가 나오길래 나는 이야기의 줄기가 바뀐 줄 알았다.

프랑은 질문으로 다나의 말을 끊지 않고 들었다.

“고대문명의 유적을 기반으로 개발한 기술, 그걸 얻기 위해서 투자되는 돈, 국가나 귀족님들의 관심. 고고학계에서 이름을 날린 학자는 어딜 가도 대접을 받죠. 하지만 그래서 고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사실 드물어요.”

다나가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그렇고 다나도 그랬다. 우리를 시작으로 많은 고고학자들은 과거의 역사에 흥미가 진진한 연구가랑은 존나 거리가 멀었다.

그냥 이게 돈이 되고 장래에 도움이 되니까 하는 일이지.

“아마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노르랑 만나기 전까지 제 논문이 심지가 없다고 기각당했던 건요.”

─달그락. 다나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저는 10살에 고향을 나왔어요. 그때부터 실력은 있었고 운 좋게 연이 닿아서 열다섯 살에 대학에도 들어갔죠.

고향에서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면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그런 건 악습이라면서 무시하고 고향에서 배운 걸 학위논문으로 썼어요.

카르미네 대학에 들어가서는 시키는대로 일해서 금방 석사 금장까지 달았고요.”

다나는 저리 말했지만 나는 약간 이상했다.

시계열로 따지면 맞다. 박사를 달기까지 석사 동장에서 스타트하면 빨라도 6년이다. 기본은 8년 이상이고 말이다.

그렇게 치면 다나는 15살에 입학하고, 10년 걸려서 졸업 후에 석사 금장까지 딴 것이다. 대학 시절에도 석사 금장을 다는데 10년이라고 했으니까 아마 이 계산은 정확하다.

졸업하는데 4년, 석사 금장까지 6년.

추가로 나랑 3년 반 일해서 28살 가을에 박사.

석사 동장부터 해서 9년 반. 그렇게 느린 건 아니다. 빠른 편도 아니지만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뭐가 문제인지 눈치깠다.

‘나랑 만나기 전에 파죽지세로 진급하다가 박사를 못 달고 멈췄구나.’

석사 금장까지 6년.

동-은-금까지 각각 2년 걸린 것이다.

그런데 박사에서는 연달아서 진급을 좌절했다. 진급 속도는 보통이었지만 잘 나가던 만큼 좌절감은 컸겠지.

‘논문을 평가하는 새끼들은 존나 애1미 없이 구니까.’

내가 술집에서 씨발씨발 거리던 때를 생각하면 된다.

이제 와서 보니까, 그때 다나가 나랑 어울려줬던 것도 내 기분을 이해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다나도 멘탈이 깨지면 술자리에서 풀고는 했으니 말이다.

‘……나랑 마실 때는 약한 소리는 안 했던 것 같은데.’

티를 냈다면 내가 기억을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술자리의 다나는 늘 그 맛없는 술을 존나 맛있게 마셔대는 녀석이었다.

──퍼즐의 빈 구석에 들어가는 것은 어젯밤 다나의 외침이다.

─3년을 너랑 같이 있어 놓고도 나는, 나는 어제까지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어!! 너랑 같이 마시지 않는 술이 그렇게 맛대가리 없다는 것도 몰랐단 말야!!

……지나간 일은 꼭 이렇다.

그때 알아차리는 것보다 한참 뒤에나 그랬던 거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 더 많다.

이럴 때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어렸을 적에는 좋았죠. 무지개의 끝에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건 귀여운 정도였어요.”

테이블에 다나가 검지 손가락으로 아치 형을 그렸다. 아마 무지개를 그린 모양이다.

“모르는 걸 알고 싶어서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그 대답을 아는 사람이 없는 나날이었죠. 심지어 제가 궁금했던 게 이게 맞았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꼬마였던 제가 뭐든지 궁금해 하던 이유는 그걸 지탱하는 호기심이었는데── 해소되지 않는 호기심은 그냥 스트레스잖아요?”

실감이 담긴 말이었다.

딱딱 맞춰서 승급하다가 박사를 못 찍고 척척석사 엔딩을 맞이하는 석사는 의외로 널렸다. 박사부터는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니까.

다나도 거기서 자신의 한계를 맞닥뜨린 것이었다.

“논문 심사는 정확했어요. 자기 마음도 모르고 살았으니 오죽 하겠어요? 예전부터 줏대가 없었던 거죠. 용케 호기심만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고, 이제 석사 신분으로 다음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즈음에 노르를 만났군요?”

“후후. 역시 알아차리시네요? 반한 점도 비슷한가?”

계면쩍은 것처럼 얼버무리는 다나였다. 프랑은 동창회에서 추억의 공감대를 형성한 회사원처럼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아요. 저 느낌이 핑 하고 왔어요.”

“이거 진짜 같은 이유면 부끄럽겠네요. 아무튼 그, 하기 싫은 일에 열심히이기는 힘들잖아요? 내일 일을 안 나가면 굶어 죽는 사람도 아침마다 일 하기 싫다면서 일어나는데 말이죠.”

그리 말하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다나.

“그런데 저 녀석은 다르더라구요. 제 관심을 끌었을 때부터 그랬어요. 싫다면서 불평하는 주제에 뭘 해도 존나…… 죄송해요. 무지 열심히 하는 거에요. 관점이 다른 거죠. 몇 년 뒤 계획을 다음주 일정처럼 짜고 실천한다니 말이 돼요?”

아니, 계획을 짜거나 까먹게 생긴 내용을 메모하는 건 내가 병신이라서 어떻게든 맞춰서 움직이려고 하는 짓인데.

3년 동안 노예짓 해야지 자유민 신분이 되니까 저도 그 개지랄을 해 가면서 롤링-똥꼬쇼 3점사로 번역 노예 노르드로 살아온 거엿읍미다만?

과대평가라고 말하려고 말을 고르는 나보다 프랑이 먼저 대답했다. ─짝! 눈을 빛내며 손벽을 치는 프랑.

“맞아요! 노르가 약간 그런 면이 있죠? 저한테도 그래요! 10년, 20년 뒤의 일을 내일 아침밥으로 뭘 먹을지 얘기할 때랑 똑같은 톤으로 말하는 거 있죠?”

“아, 역시 알고 계시네요. 그 버릇 남 못 줬나 봐요?”

“헤헤. 저는 죽을 때까지 아무한테도 안 줬으면 해요. 저, 그런 미래 얘기를 말하는 노르를 품에 안겨서 지켜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모닥불 앞에서 얘기할 때도 꽤 운치 있어서 좋아요. 쟤는 먼 곳을 볼 때가 제일 멋지지 않아요? 유목민족이라 그런가?”

시발, 뒤지겠다.

이건 존나 수치사(羞恥死)로 죽을 것 같다!

아내들이 내 장점을 주고 받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현장에 껴 있으라고?

그래 뭐, 기쁘긴 하다. 뒤지게 기쁘고 말고. 기분이 쌍☆쾌하고 어깨가 으쓱으쓱 한다. 근데 등도 막 가렵고 지랄이네. 구와아아아악!! 쪽팔렷!!

21세기의 한국인은 칭찬에 익숙하지 않다!

왜 우리 아버지 세대께서 ‘오다 주웠다’면서 츤데레 짓을 하겠는가! 다 칭찬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하기 때문이다!

내가 불판에 올린 오징어처럼 말리는 것을 낄낄대며 구경한 다나는 차를 호쾌하게 원샷 때렸다.

그러고는 본 성격을 약간 드러내며 말했다.

“그래서 뭐어── 그렇게 3년을 같이 일하고 나니까 둘이 있는 시간이 즐거워졌어요.

랩실은 진짜 말도 안 되고 고립된 공간이에요. 매번 모르는 것과 알아내야 하는 것만 몰려드는 곳요.

그런 지옥 같은 곳에서 저 녀석이 해 주는 얘기는 제 호기심을 잔뜩 충족시켜줬죠. 시시한 잡담, 착착 달라붙는 우스운 농담, 은근히 심오한 명언도 있고요.”

내 풍둔 아가리 술이 원인인가. ─퍽퍽! 내가 우쭐해 하는 걸 본 다나는 자기 입을 때려댔다.

“쟤가 하는 말을 곱씹고 따라했더니 말하는 방법까지 저 녀석을 닮아버렸어요. 프란체스카 씨도 조심하세요. 이거 물 들면 안 빠져요.”

“떽! 다나 네 이 년! 원래 사랑하면 닮는 것이다! 프랑이 나처럼 안 되길 바란다면 너희 둘도 서로 사랑하도록 해라. 사랑은 나눌 수록 커지는 것이니라. 잘 하면 너의 그 굽다 남은 팬케이크 반죽 같은 가슴도 조금은 커질지 모른다.”

“저것 보라구요! 와 씨, 말 하는 것 좀 봐! 맞고 싶지 너?!”

“에사크타(정답)!”

다나는 빡쳐서 성질을 부렸고 프랑은 그런 우리를 웃으며 구경했다. 내게 어그로를 집중하여 두 사람을 막역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이 노르드 레퀴엠이다!

‘내가 저 둘을 사이 좋게 만들었다! 나는 아내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닷!’

“갸아아악! 폭력 반대!!”

물론 나는 그 대가로 팔뚝을 붙잡고 침대에 쓰러져야 했다. 이 고통이 나의 사랑으 증거닷…….

‘악역은… 익듁하니까…….’

기절한 나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다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프랑이 다나의 잔에 차를 채워줬다.

“아, 고맙습니다. 제 얘기는 이게 전부에요. 저도 최근에나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한 거라서, 많이 두서 없었죠?”

“전혀요. 후훗. 저랑 비슷한 이유라서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설명을 무척 잘 하시던데요?”

프랑은 다정하게 말했다. 근데 프랑아. 얘 생각보다 존나 진심으로 팼어. 나 마나의 패시브 강화 없었으면 피멍 들었을 것 같애.

찻주전자를 내려놓은 프랑은 나를 보며 말했다.

“다나 씨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주셨으니까, 저도 제 얘기를 들려 드릴게요. 노르 말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말씀 안 해 드렸댔죠?”

“아, 부탁 드려도 되요?”

“그럼요. 저도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그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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