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니가 몰라서 그래. 이게 시발 얼마나 개쩌는 건데.
나는 그렇게 그게 뭔데 씹덕아 소리를 들은 오타쿠가 된 것처럼 쪽팔린 기분을 참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저렇게 까불어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 지도만 있으면 고대문명의 유적을 찾아갈 수 있어!’
단순히 학계에 실적을 쌓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내 목적인 공간이동 마법의 탐구에 비약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지도인 것이다!
부푼 마음을 가슴에 안고 나는 파티원들을 대동하여 복귀로에 올랐다.
──그런데.
“……허?”
그토록 시끄럽던 2층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쥐 죽은 것 같은 침묵이 귀를 아프게 찔러댔다. 소음이 뇌 속에 파고드는 것이라면 적막은 가슴에 스며드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다나도 방금 전까지의 흥분을 싹 잊고 긴장했다. 3층으로 내려가고 3시간도 안 지났는데 이렇게 사람이 싹 빠질 수가 있나?
“……탐지해 볼게.”
프랑이 대표로 귀를 기울였다. 반지의 룬에서 마나가 빛을 뿜어내며 프랑의 오감을 강화했다.
“……들려.”
귀를 쫑긋 세운 프랑이 띄엄띄엄 말했다.
“걷는 소리……. 뭔가 먹고 있어. 발이 젖었는지 걸음에서 물장구 소리가 나. 하지만, 무척 덩치 큰 것 같은…….”
기도하는 것처럼 손을 잡고 귀를 기울이던 프랑이 갑자기 눈을 떴다.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밑?”
“──Korrrrrrrrrrrrrrooo.”
낮게 울며 갑각류 같은 거대한 손이 바닥을 유령처럼 뚫고 튀어나왔다.
그것은 그야말로 사과를 으깨는 바이스처럼 프랑의 몸을 잡으려고 움직였다!
“──프랑!!”
“──언니!!”
발을 뗄 수 있었던 사람은 주변을 경계하는 것보다 프랑의 말에 집중하던 나랑 라리루라 뿐이었다.
─퍼억! 내가 프랑을 밀쳐내고 라리루라가 쓰러지려는 프랑을 받아서 옆으로 던졌을 때.
인간의 피부가 벌레의 갑각으로 바뀐 것 같은 손이, 나와 라리루라의 몸을 붙잡았다.
─화아아아악!!!
바닥이 사라져서 한참 아래로 가라앉는 감각!
그 무자비한 압력에 나와 라리루라는 속절없이 끌려가, 영문 모를 공간으로 빨려들어갔다.
바닥을 뚫고 강하하는 것은 이상하고 불쾌한 감각이었다.
말하자면 수은(水銀)처럼 무거운 액체가 전신을 훑는 것만 같은 느낌!
“크윽!”
나는 내 허리를 붙든 손을 떨쳐내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이 존나 커다란 인간형 벌레 같은 손의 주인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있는지도 모르잖는가. 이걸 떨쳐내면 난 그야말로 영화 플라이에 나오는 파리 반 인간 반의 파리 섹서(Sexer)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었다!
벽과 꼴마초의 콘택트 퓨전!
인간형 골렘 노르드가 되어서 제르가디스 같은 스톤-스킨의 남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야 프랑이랑 다나는 남편과의 섹스에서 돌 딜도로 자위하는 것만 못해지니까!
‘뭣보다 라리루라도 잡혀 있어!’
시야가 돌벽인지 뭔지로 꽉 막혀서 안 보였지만, 프랑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던 라리루라.
그 녀석도 이 씹새에게 잡혀서 끌려가고 있겠지. 나 혼자 살겠다고 여기서 탈출하는 것은 마초의 길이 아니다. 실패할 가능성까지 있으니까 지금은 저항하지 말도록 하자.
─쿠확!
그때였다. 내가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리자 몸을 타고 흐르던 벽이 사라졌다. 나는 빛이 넘쳐나서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렇게 나타난 의문의 공간! 내 눈을 부릅떠졌다.
휘우우우우우……!!
──어둠이다.
개시팔, 군대에서 소등한 직후의 생활관보다 더 어두운 공간이었다! 염병! 얼마나 넓은지도 구분도 안 가네!
그렇게 외친 것은 당연히 라리루라였다. 그 녀석의 허리춤에서 대롱거리는 랜턴 덕분에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빠져나온다! 착지 준비해!”
“네!”
착지? 내가 말해놓고도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추락하는 느낌은 이어지지만 주변이 어둡기만 해서 얼마나 높은지도 알 수가 있어야지, 시발.
라리루라의 랜턴은 그야말로 생일날 불다가 남은 촛불처럼 어두웠다. 기름이 동난 것이 아니었다. 어둠에 잡아먹히는 것처럼 빛이 이 공간에서 멀리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Koooooorrroooooo…….”
그래도 우리를 잡은 놈의 와꾸 정도는 관찰이 가능했다. 이 시팔 새끼, 우리가 조져놨던 워킹-벌레 새끼랑 좆도 다를 게 없는 생김새였다.
“근데 왤케 커!!”
생긴 것은 똑같았는데 덩치가 남달랐다. 거의 벌레계의 타이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손의 크기에서 얼추 견적을 잡아놨던 것보다 더 크다!
나는 그 등빨에 쫄지 않고 창을 휘둘렀다.
“타락한 헬창 새끼! 니 뻠핑 뭘로 했어 씹새야!!”
“KKK!!”
벌레 새끼는 손을 놓고 딴딴한 팔로 내 창을 가드했다.
뭔 씨발? 덩치만 큰 게 아닌가? 잼민이 벌레들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 방어력이었다! 나는 창으로 씹새의 팔을 치고 그 반동으로 위치를 바꿨다.
라리루라의 허리를 강하게 붙잡고 창을 휘둘렀다. 뻗으려던 벌레의 갈고리 손이 거기에 맞아서 빗나갔다.
“KKK!! KKKKK!!!"
“KKK? 유 뻐킹 레이시스트!!”
마치 웃는 것만 같은 울음소리였다!
발음 상으로는 ㅋㅋㅋ와 비슷했지만 성대가 인간과 달라서인지 느낌도 천지차이였다.
‘비웃음? 지능이 있는 건가!’
번역능력이 발동하지 않는 것을 보면 언어체계는 아니다.
그래도 이 새끼에게는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사악한 지혜가 있는 것 같았다. 벌레가 인간을 비웃다니! 나는 역겨움과 놀라움의 조합이 민트초코와 같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것은 마치 토막난 바퀴벌레가 죽지 않고 민박집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전율이었다!
“K─KKKKK!! K─krrrrroooooooooooooonnnn!!”
그 벌레 새끼는 웃음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내며 발 디딜 곳도 없는 공중에서 갑자기 후퇴를 했다.
─부우우우웅!!
랜턴의 빛에서 벗어나기 전에 놈의 등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날개인가? 시발, 가지가지 하는군.
털 달린 벌레 새끼가 날개까지 있어? 나는 놈이 상하좌우 어디에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을 하다가 관뒀다.
지금은 플라잉-벌레 새끼의 공격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휘이이이이잉!!!
“애── 미!! 언제까지 떨어져 이거어어어!!!”
“히이이이이이이이이!!”
내 팔에 허리를 잡힌 라리루라가 비명을 질렀다!
추락이 근 10초 가까이 이어졌다!
내 이과 지식에 따르면 벌써 추락 높이가 50미터를 넘는단 뜻이었다. 야수회귀의 마나 코팅이 있지만 내 몸이 버틸까? 라리루라까지 업었는데?
“선배애앳!! 저 이렇게 죽는 건 싫어요!!”
서커스단 생활로 거의 비슷한 결론을 내렸는지 라리루라는 반 울음이 되서 나를 붙들었다.
“흐이이이익! 나, 남자친구도 못 사귀어보고 죽긴 싫어요!! 2달만 기다리면 저도 이제 간신히 어른인데!!”
“이 시발, 뚝 그쳐! 얌전히 있어!”
“히끅! 힉! 히익!”
나는 라리루라의 허리를 세게 안아서 아가리를 시키고 마법을 발동했다.
마나가 움직여서 술식에 빨려들어갔다.
추락가속도는 이미 붙을대로 붙었다. 바닥에 격돌하기 전에 증기의 추진력이 이 운동에너지를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푸시식.
마법이 마나를 연기로 바꾸었을 때였다.
내 발바닥에서 뿜어져야 했을 수증기의 압축분사는 갓난 애기의 방귀나 트림처럼 그쳐버렸다. 유리컵이 깨지는 것처럼 술식이 무너진 것이었다!
“갸아아아아악!!!”
마법이 발동을 안 한다!
왜지? 야수회귀는 유지되고 있는데? <구름 소환>의 술식만 꼭 끓는 물 속에서 밀가루 반죽을 해야 하는 것처럼 평소와 전혀 다른 법칙에 의해서 붕괴해 버렸다!
“시발이 첩첩산중이네!!!”
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내가 라리루라의 체중까지 전부 내 다리로 받아내고 이 녀석의 부축을 받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러려고 해도 인간의 몸은 상반신이 더 무겁다.
내가 땅에 발을 디디면 남은 추락 에너지에 의해서 몸이 앞이나 뒤로 고꾸라질 것이고, 그에 따라서 내가 업은 라리루라도 바닥에 격돌하고 말 것이었다.
‘야수회귀의 출력을 끌어올리면 나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라리루라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얠 어떻게 들어도 이 녀석은 두개골이 파-킨하거나 척추가 접혀버린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나도 팔다리가 닭뼈처럼 뽀각 하고도 남을 것 같다! 아무래도 높이가 높이니까!
─뷰룻뷰룻! 좆도 쓸모없는 이과 지식이 내 뇌에 과학적인 절망을 주입했다!
“갸아아아아아아아악!! 프라아아앙──!! 다나아아아──!! 마지막으로 안는 게 이 녀석이라니 싫어어어어어!!!”
“이 선배가 진짜 끝까지 못 하는 말이 없으시네요──?!”
그렇게 죽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풍덩!!!
“우푸푸!!”
“흐규옉?!”
우리는 물을 뒤집어쓰고 정신을 차렸다.
아니, 뒤집어 썼다기보다는 빠졌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아무튼 어두워서 몰랐는데, 우리는 수면 위에 추락한 것이었다.
─첨벙! 첨벙!
살았다는 안심을 느낄 틈도 없이 나는 라리루라를 업고 헤엄을 쳤다. 아버지가 억지로 배우게 시키셨던 수영법이 이렇게 진짜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콜록, 콜록! 케흑. 후우우…….”
운이 좋았는지 어떻게든 뭍으로 보이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땅과 물이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였지만 말이다.
“……프리실라. 살아있냐?”
“본명으로…… 부르지 마세요…….”
내 가슴에 마네킹처럼 쓰러진 라리루라가 대답을 했다. 잘 됐다. 뭘 하든 생존에 있어서는 혼자보다 둘이 나으니까.
“콜록, 크힝……. 여기가 어디에요?”
비척대며 일어난 라리루라는 랜턴의 불부터 구해내며 그리 물었다. 방수 기능이 붙은 밀폐형 랜턴이라서 물에 빠져도 그 불은 살아 있었다.
“몰라레후.”
나는 창을 쥐고 일어섰다.
존나 대자로 뻗어서 숨을 골라도 된다면 그러고 싶은데, 그 앰뒤 플라잉-갑각벌레 새끼가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상황 아니던가.
“흐으…… 링링이 3.5호도 두고 와 버렸네요.”
라리루라는 물을 닦으며 말했다. 우리가 빠졌던 물은 어두워서 몰랐을 뿐이지 그냥 물이 맞았다. 독늪 같은 것은 아닌 모양이니 다행이었다.
“……어두워.”
모자의 물기를 짜내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라리루라.
굳이 다시 말할 것도 없었다. 이 공간에는 빛이라고 할 것이 랜턴밖에 존재하지 않아서 상하좌우의 구분도 어려웠다.
나는 청각과 후각에 신경을 집중하며 습격을 기다렸다.
“라리루라. 이거 내 갈무리 나이프인데, 이거라도 들어.”
“저도 호신용 무기가 있으니까 그거 쓸게요.”
“그러든가. 소리 들리면 경계해.”
라리루라는 저글링 나이프인 일자(一字) 단검을 꺼냈다.
꼭두각시를 못 쓸 때를 대비한 무기인지 길이는 짧다. 이 상황에서 라리루라에게 전력을 기대하는 것은 포기하는 게 나아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습격을 경계하며 눈이 어둠에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
“안 오네요?”
“혹시 몰라. 벌레라면 며칠 밤을 기다려도 지치지 않아도 이상할 것 없어.”
“그래요? 박식하셔라.”
“땡큐합니다. 어쨌든 움직이자. 젖은 몸으로 가만히 있다간 체력만 깎여. 조심하면서 쉴 곳부터 찾자고. 랜턴은 어때?”
“랜턴은 멀쩡해요. 하지만, 그, 죄송해요. 예비용 기름은 전부 링링이 3.5호의 배에 넣어놔서…….”
“그건 어쩔 수 없지. 가자.”
나는 침울해 하는 라리루라를 데리고 조금 보이기 시작한 내륙으로 갔다.
물론 어쩌면 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벌레새끼들의 서식지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부정적인 상상만 해서 살아남는 것은 척 노리스가 와도 불가능했다. 사람은 긍정적인 비전을 가지고 살아도 세파에 시달리는 법이 아니던가.
“……<수사의 랜턴(Friar's Lantern)>.”
혹시나 싶어서 발동해 본 마법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기름 없는 가스 라이터를 킨 것처럼 불똥만 튀고 끝났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이 공간에서 마법은 쓸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현대의 마법만은 말이다.
“ᚲ(Kenaz).”
─휘릭! 휘리릭!
이마에 정방향의 ᚲ(Kenaz)의 룬을 새기자 감각이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