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동물의 숲 첫 발매일에 줄을 선 사람들에 필적하는 벌레의 파도였다! 무슨 좀비떼에게 쫓기는 블록버스터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마스터-인종차별자가 날아올랐다. 잠자리를 빼닮은 투명한 피막의 날개! 저 놈은 그야말로 육해공 씹새끼였다!
대장 벌레는 갈고리 손톱을 세워서 전위를 맡은 애먼 탐사원을 노렸다. 나는 저 새끼가 노리는 것을 눈치채고 미스릴 창을 휘둘렀다.
“버러지 새끼야, 어디가!! 나랑 마저 놀아야지!!”
바람은 내 허락 맡고 펴라! 내 창이 고공에서 벌침을 쏘는 것처럼 날아든 대장 벌레를 후려쳤다. 가속도가 붙은 돌진은 엄청난 운동 에너지를 가졌는지 내 손바닥이 저려왔지만, 놈이 노렸던 탐사원을 구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게 고작이었다.
“으아아아아악!!”
내 공격을 버틴 놈은 후방으로 날아가서 열심히 뛰던 마법사의 멱살을 쥐고 높이 날아올랐다!
예로부터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존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전장의 지배자는 저 대장 벌레였다.
─우적!! 까드득!!
대장 벌레는 삶을 포기하지 않은 마법사의 머리를 씹어서 죽여버렸다. 마법사는 비명조차 못 지르고 팔다리를 실 끊긴 인형처럼 늘어트렸다.
“KK!! KKK!!”
갈라지는 입으로 두개골을 우적거리며 시체를 던져버리는 씹새끼! 대장 벌레가 다음 타겟을 찾는 것처럼 무기질적인 눈을 굴려댔다.
“……큿!!”
셀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는 마법을 쓸 수 없는데 저 새끼는 지 좆대로 날아다니니 이길 방도가 없었다. 멈춰서서 맞서 싸웠어도 저 마법사를 구하지는 못했겠지.
나도 나대로 시야가 빨개질 만큼 대굴빡을 혹사시켰다.
역시 불을 질러서 어그로를 돌렸어야 했나? 촉수 나무를 태울 화력만 있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아니, 그래도 저 놈의 고고도 습격은 못 막았을 것 같다.
우리가 저 새끼를 무시하고 뛰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우리가 소환진에 도착할 때까지 저 새끼는 앞으로 2~3명은 낚아챌 여유가 있다.
그 2~3명에 나나 라리루라가 낄지도 모를 일!
‘그렇다면──’
창대를 뒤로 당겼다. 투창의 포즈다. 야수회귀의 녹색 마나 코팅과 나날이 강해져 가는 근력이 창대를 잡은 손에 인지를 초월한 힘을 부여했다!
“벡터-촉법소년 폭행!!!”
─쐐애애애애액!!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창을 던졌다. 미스릴의 창날은 은색 화살이 되어서 내가 노린 목표로 날아갔다.
나는 가까워진 거리와 내 힘을 믿었다. 50미터 거리를 남기고 태어나서 처음 던져본 투창이 파공성을 내며 날아갔다.
그 목표는 애벌레를 닮은 석상이었다.
─와르르르!
벌레 새끼들의 신앙의 대상은 그 신앙의 깊이만큼 물렀다.
내 창이 꽂히자 석상은 끔찍한 균열이 일어나며 개박살이 났다. 애벌레를 닮았던 돌덩이는 이제 다시는 조립할 수 없는 퍼즐이 되어서 소환진 주변에 굴러 떨어졌다.
벌레 새끼들이 믿던 신앙은 그 우상을 따라서 붕괴한 것이었다.
“─────K?”
침묵, 그리고 더 큰 침묵!
뒤져라 달리는 우리를 쫓던 벌레 새끼들은 황망하게 석상의 말로를 쳐다봤다.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는 부정, 분노, 공포, 흥정, 체념이라고 했던가.
그건 벌레 새끼들도 마찬가지였을까? 그 놈들은 자기들의 신앙이 씹창났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아이돌 빠순이들이 무대 조명에 깔려서 죽어버린 병역기피자 아이돌을 보며 느끼는 것과 같은 무저갱의 절망이었다!
“──코로오오오라라라아아아아아앗!!!!”
“──아아라라코로로코코코느라라라라라!!!!”
우리를 쫓는 것도 잊고 절규하는 벌레 새끼들! 그들은 지 주둥이에서 보라색 거품을 보글거리거나 더듬이를 뜯어대며 멘탈에 심대한 데미지를 입었음을 행위예술로 표현했다.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처럼 어둠만이 남은 이계에 진정한 멸망이 도래한 것이었다. 나는 다나를 따라하며 겸허하게 성호를 그었다.
“──KKK, You mother fuckers.”
너희들의 메시아는 모조리 뒤졌다.
유감을 표하도록 하지.
“Kkk─Rrrr─Ooooooo─N──!!!!!!”
─부우우우우웅!!!
침을 흘리며 대장 벌레가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무기질적인 낙서 같은 눈에 처음으로 살의 외의 다른 감정이 떠올랐다. 가장 뛰어난 벌레들의 리더답게 죽음의 5단계의 두 번째, 분노에 누구보다 먼저 도달한 것이었다.
먹고 싸는 것만을 낙으로 삼던 미생물이 신앙을 얻고, 그걸 잃었을 때 어떻게 되는가!
대장 벌레는 껍데기의 털을 삐쭉 세우고 포효하며 그것을 증명하려 들었다.
“꼽습니까? 로마니아로 가십시오. 다른 종교 추천해 줄 수 있다. 종교는 이세계 종교가 있어요.”
나는 바닥을 박찼다. ─콰앙! 압도적인 각력이 바닥에 신발 자국을 남겼다. 그 여력을 살려 대쉬의 기세를 올렸다.
대열을 빠져나와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혼자 대열에서 빠져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라서 자제하고 있었던 건데, 상황이 변했다.
어그로를 끌어놓고 대열에 껴 있는 건 존나 트롤 짓이니까.
“Kroooooooooooooooooooooottttttt!!”
가까워질수록 대장 벌레의 체감 비행속도는 미치도록 빨려졌다. 씨발 새끼가 주인공도 아닌데 빡쳐서 파워 업 하는 게 말이 되나? 나는 대쉬의 속도를 살리며 스텝을 밟았다.
“벡터-와리가리!!”
─파파팟!
세 방향을 점하여 회피! 실제 달인의 움직임!
능수능란한 스텝에 대장 벌레는 나를 놓쳤다. 속도를 감속하기에는 늦었다! 그대로 바닥에 부딪혀서 옛날 분식집 벽에 가득하던 똥파리의 데스 마스크처럼 되도록 해라!!
─뷰우웅!!
내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장 벌레놈이 물체 투과 능력을 발동하여 지면을 뚫고 사라진 것이었다!
“머여 그 시팔 애미 없는 페이징 능력은!!”
의식을 치루거나 사람 대가리를 산채로 뜯어먹는 광경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깜빡하고 있었다. 저 새끼의 특기는 비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멍 파기고 공중 날기고 간에 넘모 좆 같애!!”
본인은 킬각을 보면서 내 공격은 빗나가게 만드는 사악한 기술!
닌텐도 세대인 나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두 기술을 섞어 사용한 대장 벌레는 10초만에 내 발밑에서 튀어나왔다!!
“예측과 경험의 힘!!”
그 기습을 간파한 나는 쿨타임 0.1초의 펀치를 날렸다.
창으로도 못 뚫은 놈을 이걸로 죽일 수는 없겠지만, 공격의 기세 정도는 늦출 수───
“아 시발 좀.”
또 물체 투과 능력이었다. 내 펀치에 맞아야 했을 벌레의 대가리가 홀로그램처럼 빠져나갔다.
─덥썩! 타이밍을 착각한 내 몸이 크게 흔들린 순간, 대장 벌레 새끼는 내 몸을 투과하며 뒷다리로 옷깃을 붙잡았다.
그렇게 어어 하는 사이에 지면이 멀어져간다!
“끄으윽!!”
잡아채서 죽이거나 떨어트려서 죽이는 게 이 새끼의 필살 패턴인가?
벌레 새끼가 독수리들의 전법을 카피하다니! 한때 수의사 지망생이었던 자로서 도저히 용서가 불가능했다.
“미친 새꺄!! 높이높이는 뒤져버린 니네 하느님한테나 해!!”
─까드드득! 나는 내 옷을 잡은 다리를 잡아서 있는 힘껏 비틀었다.
외피가 아무리 튼튼해도 압력을 견디는 것은 관절과 근육의 역할이다. 바위도 부수는 힘에 노출된 놈은 갈고리 같은 발톱에서 힘이 풀렸다.
휘이잉─ 쿠웅!!
내가 10미터 높이에서 바닥에 착지하자 다른 사람들은 다 소환진에 도착한 상태였다. 다른 벌레 새끼들이 마인드 크래시에서 회복하지 못한 사이에 열심히 뜀박질을 한 모양.
존나 나만 인섹트-롤러코스터 강제 탑승을 당했나 보군.
이래서 지구에서도 탱커를 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선배!! 빨리 와요!! 지켜보는 제가 다 가슴 떨려서 죽을 것 같다구요!!”
울상이 된 라리루라가 <꼭두극>으로 창을 가져와서 나한테 던졌다. 난 그것을 받아들고서 달렸다.
─부우웅!! 대장 벌레가 다시 고고도 습격을 감행했다.
“KooooRrrrrrroooooooooooo──!!”
소환진까지 10미터. 라리루라가 방해되지 않게 빛에 감싸여 사라졌다.
5미터. 헬리콥터 소리 같은 날개짓이 왱왱거렸다.
3미터. 강화된 오감이 바로 1미터 뒤까지 접근한 갈고리의 존재를 간파했다.
──그렇게 대망의 1미터.
나는 백스텝 점프를 밟으며 창을 망치처럼 휘둘렀다.
까아앙─!!! 대장 벌레는 물체 투과 능력의 발동이 늦었다. 나를 죽이려고 뻗은 팔로 창을 받아낸 것이었다.
일그러진 벌레 면상의 씹새끼에게 나는 공손한 태도로 중지를 세웠다. 소환진에 내 발이 닿았다.
“현피 마려우면 쫓아와 봐. 병신아.”
그렇게 뇌까린 순간, 빛이 내 시야를 집어삼켰다.
“홈 스위트 홈!”
빛이 그치자 나는 어느새 익숙한 돌벽 건축물에 있었다.
“선배!! 늦는다구요, 정말!!”
라리루라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무언가에 집중하다가 내가 나타나자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아마 내가 나타나기까지 걸린 10초가 10년 같았을 것이다. 일단 나였으면 그랬겠지. 이제 끝났다며 달래줄 수가 없다는 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물러나! 아직 안 끝났어!!”
─슈칵!!
나는 뒤구르기 낙법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며 발도술의 달인처럼 원-핸드 창술을 펼쳤다. 내 눈앞에 빛을 발하는 소환진이 보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12시간만에 보는 인간의 건축물에 쥐똥 같은 감격의 눈물을 짜내지 않았다. 그런 건 아내들을 보고 해도 되니까.
바닥에 그려진 소환진을 박살낼 생각이었냐고? 그럴 리가 있나.
내가 싸우는 상대는 아까부터 1마리밖에 없었잖은가.
─채앵!!
털게 같은 갑각이 창을 쳐냈다. 나와 라리루라의 허리를 한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거대한 갈고리였다.
“──KooooRRrrrrrrrrrrrrrrnnnnn!!!!”
마치 TV 화면에서 빠져나오는 디지몬처럼 몸을 비틀며 소환진에서 나타난, 거대한 벌레 인간!
빛이 번쩍이며 대장 벌레가 소환진에서 흉측한 와꾸를 내밀었다. 처자식을 살해당해도 이렇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증오가 뿜어져 나오는 귀기 어린 몸짓이었다.
물론 이제는 아까랑은 상황이 다르다.
여기서라면 우리도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피해요, 노르드 씨!! 전원!! 요격 준비!!”
그때 먼저 도착했던 셀레나가 단호한 호령을 내렸다.
마법사와 궁수가 진형을 갖췄다. 여자 마법사가 눈물을 흘리며 <화염구(Fire Ball)>에 마나를 퍼부었다.
”세르지오의 원수!! 뜬 숯으로 만들어 주겠어!!!“
오, 이런 시팔. 내가 휘말리든 말든 쏠 분위기였다.
존나 소고기 세트에 옵션으로 나오는 돼지 고기처럼 하는 김에 땔감이 되기는 싫다. 나는 라리루라의 허리를 잡고 옆으로 뛰었다.
“──포격 개시!!!”
사선(射線)에서 내가 몸을 피하자 셀레나가 검을 슬레이트 치는 것처럼 내려쳤다.
펑!! 콰과과광─!!
소환진에서 억지로 빨리 빠져나오려는 벌레 새끼에게 탐사원들의 마법과 화살이 쏟아졌다.
화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밀폐 공간에서 써도 괜찮은 바람 마법의 매직 아이템! 내가 저기 있었어도 살아날 방도가 없을 정도로 무자비한 포격이었다.
‘……이걸로 끝일 리가 없지.’
나는 라리루라를 놓아줬다. 머리가 핑크색인 우리 파티원께서는 뭘 하고 계시는지 계속 인상을 쓰며 집중을 하다가 갑자기 소리쳤다.
“여러분, 멈춰요! 그 놈을 놓쳤어요!”
“──정지!! 포격 정지!!”
셀레나는 라리루라의 말을 따랐다.
포연(砲煙)이 그치자 거기에 남은 것은 미친 소를 풀어놨던 밭처럼 곰보빵 꼬라지가 된 마법진이 전부였다. 벌레 새끼는 더듬이 한 짝도 안 남았다. 나는 혀를 찼다.
“또 튀었나── 흡!!”
그리 중얼거리다가 바닥을 구르는 나. 당연히 라리루라도 내 팔에 딸려서 같이 굴럿다.
옆면의 벽을 투과하며 날아온 벌레 새끼는 타겟을 놓치고 다른 벽으로 사라졌다. 포격이 쏟아지기 전에 도망쳤던 것이다.
‘존나 저 씹새끼는 투과 능력이 발동하는 중에 어떻게 나는 건데?’
날개짓이 공기를 통과하는데 소리는 왜 나는 것이며, 어떻게 비행할 추진력을 지 몸보다 얇은 날개로 발생시키는 건지.
존나 하나부터 열까지 물리법칙을 좆으로 보는 것이 분명했다. 아예 그런 종류의 마법인가?
아니, 마법은 무슨. 언어체계도 없는 새끼들한테 바랄 걸 바래야지.
‘씹팔. 아마 저것도 신체능력의 일종이겠지?’
마나를 사용해서 물체 투과 현상을 발동하는 장기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닐까?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인상을 쓰며 라리루라의 어깨를 두드렸다.
“라리루라. 위치 알겠냐?”
“얼마든지요! 무진장 멀어진다면 모를까, 이렇게 가까이로 접근하면 저도 알 수 있다구요? 맡겨주세요☆!”
“그래, 맡긴다. 생각 좀 하자. 접근하면 방향만 지시해 줘.”
─톡, 톡, 톡.
나는 창대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생각을 거듭했다.
저 새끼한테 인질 작전을 사용할 지능이 있을까? 만약 그럴 머리가 되고, 분노가 가라앉아서 나를 조질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면?
아마 나를 죽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납치할 것이었다.
‘투과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지?’
그렇게 다른 생각을 멈추고 집중하던 나는 답을 찾았다.
‘저 벌레 새끼를 죽이려면 다른 사람이 방해 돼.’
셀레나 파티가 인질로 사용된다고 해서 내가 대신 뒤져줄 의리까지는 없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죽게 놔두는 것도 입맛이 존나 쓸 것이었다.
‘몰려있어 봤자 우리한테 도움도 안 될 거야. 저 새끼의 능력은 다굴을 불가능하게 만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