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4화 (164/1,009)

공격당하기 직전까지 막을 수가 없는 기습!

우리는 한 곳에 뭉쳐있지만 이 전투는 골자를 따지고 보면 0.1초의 기습을 막는 개인전이었다. 벌레 새끼의 공격을 눈치채도 바로 옆 사람 정도밖에 구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일종의 살인 피구라고 하면 될까. 공 대신 날아오는 게 2미터를 넘는 크기의 털게 벌레라는 점이 존나 살벌한 피구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창을 벽에 겨누며 셀레나에게 말했다.

“셀레나 양! 올라가서 조력을 구해주십시오! 만약 위층에 제 파티원들이 있다면, 불러 주시고요!”

“증원을 부르라구요?! 당신들은요?!”

“저 몬스터는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제가 막고 있는 동안 하프 드워프, 마법사, 수녀 차림의 고고학자로 이뤄진 파티를 찾아주십시오! 그녀들의 도움이 있으면 이길 수 있습니다!”

내가 적당히 말하자 셀레나는 10초 정도 고민하다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어요!! 절대로 죽지 마시길!! 저는 죽어서 빚을 못 갚는 상대는 이제 질색이랍니다!! 전원, 후퇴합시다!!”

내 말에 셀레나는 실낱 같은 희망을 믿고 위층으로 뛰어서 올라갔다.

아마도 여기가 4층이겠지? 우리 파티원들이 남아 있지 않을 게 뻔하니까 위험한 곳에 아내들이 찾아올 가능성은 0%였다.

“저기요, 선배? 언니들이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건 무슨 소리였어요?”

─툭. 나랑 등을 맡댄 라리루라는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그런 질문을 했다. 나는 히죽 웃었다.

“그거? 그냥 구라야. 설득할 시간 없으니까 야부리 좀 털었음.”

“와, 진짜 못 됐다니까. 선배한텐 양심이란 게 없어요?”

“그런 점이 존경스럽지? 본 받아도 됨.”

“절대 싫어요~♡”

라리루라는 그렇게 익살맞은 톤으로 말하며 어깨를 조금씩 들썩였다. 언제 어디서 놈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빡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장 벌레 새끼가 셀레나를 쫓아가지 않았다면, 여기 남은 우리에게 덤벼들 것이었다.

나는 등에서 전해지는 라리루라의 체온을 느끼며 말했다.

“야, 라리루라. 알고 있지? 내 창에 걸려 있는 룬의 효과.”

“당연히 알죠. 걱정 마시라구요? 없으면 없는대로, 작으면 작은 걸로 만족해야죠~♡”

“말하는 것 봐라. 건방진 꼬맹이 같으니. 좋지. 저 새끼 잡으면 10마리로 쳐 준다. 내가 이계에서 잡은 놈들은 실적에서 떼고.”

“흐응? 후응? 정말요? 정말 후회 안 하시죠?”

“그래, 이 년아. 오빠 믿지?”

내가 낄낄대며 말하자 라리루라도 텐션 높게 대답했다.

“아핫♡! 이제야 저한테도 욕을 해 주시네요? 선배가 저를 대하기 편한 상대라고 인정해 주신 것 같아서, 저도 왠지 쪼~금 기뻐져 버렸어요!”

“후배님. 후배님의 변태적인 취향을 굳이 이 타이밍에 공개해야 했습니까?”

“왜요? 변태인 후배는 싫으신가요? 친한 사람한테만 욕을 하는 선배가 나쁜 거라구요?”

프랑한테는 침대에서밖에 욕 안 하는데?

반론을 생각한 나였지만 눈치껏 아가리를 했다. 등에 닿는 작은 어깨에서 긴장이 풀렸으니까 이거면 된 게 아닐까.

…부웅.

우리가 입을 다물고 기습에 대비했을 때였다. 나는 난반사되며 왱왱 거리는 소리를 강화된 청각으로 붙잡았다.

아까 전처럼 아래나 옆인가?

아니면 허를 찔러서 위?

어느 쪽에서 공격해 오든지 반격할 수 있도록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렇게 창대를 강하게 쥐자, 때가 찾아왔다.

투과 능력을 해제하며 흉측한 갈고리가 튀어나왔다.

내가 창을 겨눈 곳과 180도 반대의 공간이었다. 라리루라가 바라보는 위치에서 우리 둘을 동시에 뚫어버릴 공격이 날아들었다.

우리는 등을 맞대고 위치를 교환했다.

나는 최대한 속도를 살려서 창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역시 늦었다. 한 동작을 더 취해야 했으니까 기습적인 공격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 공격은 타이밍을 놓쳤다.

──나 혼자였다면 말이다.

“에잇! 이에요~☆!”

─휘리릭! 착!

라리루라의 손가락 끝에서 <꼭두극>의 실이 뻗어나왔다. 마나의 실이 내 창날을 감으며 황금색으로 빛났다.

룬의 효과로 강화된 <꼭두극>이 창의 속도와 위력을 보조한다!

나는 바닥을 부수는 것처럼 진각을 밟았다. 당구의 큐 대를 지르는 것처럼 투창을 펼쳤다. 궤도 조정 따윈 생략했다. 내 손은 거들 뿐이다.

맞추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니까.

“──맛세이 샷!!”

─쐐애애액!!

─쯔퍽!!

실을 휘감고 드릴처럼 회전하며 날아간 창이 벌레 새끼의 가슴팍에 꽂혔다.

“──Kooooooooonnnnn!!!”

놈은 자신의 몸통을 반갈죽낼 위력의 창을 갈고리로 잡아서 멈추었다.

투과 능력은 발동하지 못했다. 그렇겠지. 자신과 접촉한 물체를 임의적으로 ON/OFF할 정도로 섬세한 능력이 아니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내 공격을 투과하며 나를 때렸을 수도 있었다. 날 붙잡고 날았을 때는 절대로 놓치지 않았을 것이고 말이다.

비행이 가능한 것은 그것 때문이다.

날개에 닿은 공기는 투과되지 않았기에, 저 새끼는 하늘을 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저 새끼는 자기 몸에 닿은 창을 투과시킬 수 없다.

능력을 발동해 봤자 창은 벌써 저 새끼의 가슴에 파고들고 있는 뒤였으니까!

“끄으으으으윽……!!”

“Koooorrrrrrrrrrrrrrooooooo……!!!”

<꼭두극>에 힘을 쏟으며 라리루라가 신음했다.

투창의 기세는 이미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ᚨ(Ansuz)의 룬으로 강화된 라리루라의 <꼭두극>과 놈 사이의 힘싸움 뿐!

결말은 명백하다. 암만 강화되어도 <꼭두극>이 어디 전투용의 마법이던가. 앞으로 5초 정도 지나면 저 새끼는 창을 뽑아서 빼앗고 도망쳐 버릴 것이었다.

“천공을 흐르는 번개의 마나여.”

──물론, 나한테는 그 5초로 충분했지만.

“일곱 가닥의 손톱이 되어 꿰뚫어라. <번개의 화살>!!”

창대를 향해서 뛰어들며 영창했다. 7개의 화살이 내 주먹 테두리에 생성되었다.

나는 그 주먹을 창대 끝에 두들겼다.

“<부여>!!”

─콰르르르르릉!!

창대를 타고 올라간 전기 덩어리는 창날에 닿으며 황금색 번개가 되어서 스파크를 튀겼다. 라리루라의 <꼭두극>의 실이 끊기자 뇌격의 크기가 부풀어올랐다.

“Kkkkkaaaaaaaaaaaaa───!!!”

탑 안을 번갯불이 밝게 비췄다. 나는 창대를 잡고 전류를 계속 퍼부었다. 대장 벌레 새끼는 자신의 체내를 휘젓는 전류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절규만을 울렸다.

불빛조차 본 적 없었을 놈이 어찌 번개를 알겠는가!

만약 저 놈이 번개를 알고 있었다면, 돌멩이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하늘을 신이라고 믿으며 경배했겠지.

야수회귀를 만든 원시인들처럼 말이다.

“──Koooo!!!”

강인한 갑각이 무색하게 벌레 새끼의 전신이 반쯤 익어버렸을 때였다.

그 놈의 새까만 눈이 갑자기 뒤집혀졌다. 나는 흠칫 놀랐다. 살이 익는 냄새가 내 코를 파고들 지경까지 되었는데도 놈의 살의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던 것이다!

“Kkk…… K─KKK──!!!”

“──씨발!”

놈의 손이 내 팔을 잡으려 들었다. 누전을 피하기 위해서 급하게 술식을 취소했다.

하지만 전류가 사라졌을 때는 벌써 내 손목이 붙잡인 뒤였다.

내 머리통을 깨부수려는 것처럼 치켜세운 갈고리!

까맣게 탄 뒤에도 사람 골통을 백 번도 더 부수고 남을 굵은 팔이 내 머리를 향해서 휘둘러졌다.

그것을 맞받아치고자 내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치켜세웠을 때.

“──선배한테 손대지 마.”

라리루라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며, 검게 그을린 갈고리가 허망하게 빈 공간을 갈랐다.

“……K?”

놈은 어째서 자신의 팔이 이상하게 휘둘러진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허를 찔렸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그 놈의 손.

라리루라를 붙잡고 이계로 데려갔던 왼쪽 손에── 분홍색 마나가 반짝이는 것을.

‘부여 마법으로 새긴 <꼭두극>!!’

<번개의 화살>을 배우는 동안에 빌려줬던 부여 마법의 책이 떠올랐다.

라리루라가 답지 않게 날카로운 감각으로 저 새끼의 위치를 파악했던 것도 말이다.

“야, 너 존나 쩐다! 라리루라!!”

“당연하죠! 저는 당하고만은 못 사는 성격이거든요!!”

존나 믿음직스러운 대답이었다. 나는 크게 웃으면서 벌레 새끼의 배를 걷어찼다.

내 손을 놓친 커다란 갑각벌레. 그 새끼는 빌빌대며 투과 능력을 발동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몸 안을 전격이 휘젓고 돌아다녔는데 컨디션이 멀쩡할 리가 없으니까.

“K─nnnnnnnnnnnooooooooooooooooorrrr!!”

“하나하나 건방지다구요, 벌레 주제에에에!!!”

포효에 대답하듯이 사납게 외친 라리루라가 손을 천장으로 향했다.

─콰아앙!!!

천장을 부수며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광대 옷을 입은 링링이 3.5호가 외벽에 비해서 무른 바닥을 부수며 강하해 온 것이었다.

‘아나시스가 썼던 원거리 <꼭두극>인가!’

라리루라가 아까부터 집중하고 있던 건 이것 때문이었나! 나는 빨리 백스텝을 밟으며 <마법의 화살>이 날아갈 공간을 비웠다.

아무렴, 끌려가는 순간에 <꼭두극>을 부여할 정도로 부여 마법에 능숙해졌다면 자신의 꼭두각시에 마법을 걸어놓지 않았을 리가 없겠지.

유적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계속, 마법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주 무기를 불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보시던가요!!”

라리루라가 이를 드러내며 팔을 휘둘렀다.

위이이이잉─! 육중한 기계음을 내며 꼭두각시가 두 손을 교차했다. 그 손가락 끝에 막대한 마나가 모이며 분홍색의 빛을 뿜어냈다.

“<복사 방출(Emission of Radiation)>!!!”

─쿠화아아아아아악!!!

분홍색의 레이저 광선이 통로를 주파했다.

<마법의 화살>을 거대 골렘의 코어로 강화하여 발사하는 마법일까. 정말 남은 마나를 몽땅 쑤셔넣었는지, 내가 저기에 맞는 입장인 것도 아닌데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흑마법사의 거대 골렘에게도 유효타가 들어갈 듯한 출력!

투과 능력을 발동하지 못한 벌레에게 통로의 절반을 채우는 레이저를 피할 체력 따위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 놈은 무자비한 포격을 정면으로 얻어맞았다.

잠자리 같은 날개가 춤을 추며, 물리 에너지의 폭격에 개박살이 난 팔다리가 바닥에 쏟아졌다.

“Krrrrrr!!!! OoooooooooooOOoooooooo!!!!”

그렇게 레이저 빔이 통로의 절반을 채우며 작렬한── 그 순간.

“벌레 새끼 주제에 레이저에 맞아 뒤지는 건 과분하지.”

나는 통로의 남은 절반을 빠져나가듯이 대쉬했다.

목표는 바닥에 떨어진 창이다. 주울 틈은 없다. 그 사이에 저 새끼가 회복해서 닷지해버릴 확률이 140%가 넘는다는 것을 내 엘리트 대갈통은 연산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나 같은 궁극완전체 얼티메이트 꼴마초에게 그따위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내가 누누이 말하건데, 이족보행 생물이 가진 근력의 진수는 하체에 있다.

그것이 이세계 그린 잼민이든, 워킹-고라니든, 워킹-벌레든 다 똑같이 말이다.

예로부터 손의 자유를 얻고자 하는 자는 허리의 고통과 맞바꾸어 강력무비한 각력마저도 얻어왔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필연이었다.

이것은 훨씬 앞선 문명을 가진 우주의 총아이자 차원의 영장류인 우리 인류가, 이차원의 젤나가로서 어리석은 외계인들에게 베풀 마지막 자비였기에.

“독수리, 슛──!!!”

나는 한 명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 창대의 끝을 발로 걷어찼다.

─피잉!!

저글링이 단련시켜준 신체 조율의 효과가 빛을 발했다.

나의 이차원살법에 힘입어 발사된 미스릴 창이 벌레 놈의 목에 꽂혔다. 그 위력은 그야말로 살충(殺蟲)적이어서, 한낱 벌레 새끼가 제 목숨을 보존할 도리 따윈 없었다.

“Koooorrrr…….”

벌레 구이 새끼는 자기 목에 자라난 미스릴-아담스 애플을 빛이 꺼진 눈으로 내려보았다. 전류과 포격으로 걸레짝이 된 갑각은 방어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투과 능력으로 살짝 가라앉았던 다리가 두둥실 떠올랐다.

그렇게 마지막 도망마저 실패한 놈은 마지막으로 나를 노려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력이 다한 것처럼 뒤로 쓰러졌다.

그게 이차원으로부터의 방문자에게 주어진 최후였다.

자이언트 식인 벌레 대장에게 승리를 거둔 다음.

나는 합장을 하고 뒈져버린 그 새끼의 목을 박살냈다.

“전기파리채에 감싸여 있으라.”

─콰드득! 소름 돋게 생긴 머리가 창끝에 맞아서 여러 조각이 났다. 뛰어난 생명력을 가진 벌레라도 이렇게 뚜껑을 따 주기까지 했으니까 되살아나진 않겠지.

“확인 사살 중점. 이는 실제 중요하다.”

역공 받고 뒤질까봐 쫄아가지고 시마이를 치지 못하던 겁쟁이 노르드는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창대에 묻은 체액을 대충 털어냈다.

창을 닦아내자 다시 뽀득뽀득해진 느낌.

벌레 대장의 시체는 역소환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나는 벽에 기대서 액체 슬라임처럼 널브러진 라리루라에게 물었다.

“피곤하지? 잠깐 쉬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