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 (169/1,009)

그렇지만 나=강북호가 아기 잼민이였던 2000년에는 아직 프로틴조차 간혹 약물 취급을 받던 미개한 시기!

그런 시기에도 근육 뻠핑에 땀을 흘리던 원시 고대 헬갤러였기 때문일까?

우리 관장님은 땀내난다는 말을 존나게 싫어했다.

거의 훈련소 비만소대 새끼들한테 돼공이라고 놀리면 씍씍 거리는 것의 3배 정도의 과민 반응으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관장님은 최후의 심판이 3분 남은 바티칸의 목사들처럼 광신에 가까운 목욕지상론자로서 활동했다.

그들이 성경책을 방패로, 십자가를 검으로 삼아 이단(異端) 옆차기를 시전하듯이, 우리 관장님께서는 아예 지하 1층의 찜질방 열쇠를 손목에 차고 다니며 정권 지르기를 하였다.

당연히 그런 관장님 밑에서 아다 새끼 좆질 마냥 무질서한 피스톤질 펀치를 습득하던 애새끼 강북호는 그의 목욕지상론에 다이렉트로 영향을 받았고.

어머니가 물을 받아준 빨래대야에서 때를 불리며 깝치다가 수도꼭지에 뚝배기가 쪼개지기 전까지는 사이비에 감염된 미니어처 테란처럼 살아왔었다.

하지만 원래 유치원생이란 좆 만한 핏덩이에 헬륨처럼 가벼운 뇌를 주입한 것에 가까운 철 없는 애새끼!

어릴 적의 그 고통스러운 뚝배기 개봉식이 성년이 된 나의 신념을 좌우하지는 않았다.

날아라 슈퍼보드에 홀려서 보드를 타고 싶다고 땡깡을 부리다가 양팔에 깁스를 달고 블랙 워그레이몬 코스프레를 하고도, 나는 아직 나보다 약한 자의 말에는 따르지 아니하며.

나이 삼십까지 1년 하고 3개월 남았지만 여전히 목욕을 사랑했다.

“그래서 왔습니다. 제 의지로.”

“남편님아. 정병 소리 듣기 전에 닥치고 들어가렴.”

─찰싹! 목욕탕에서 중얼거리는 내 등짝을 다나가 후려쳤다.뒤지게 찰져서 생각보다 아팠다.

“않이 눈나. 왜 때려요.”

“개소리 말고 빨리 와. 누나 씻고 싶다.”

허리에 손을 대며 눈을 찌푸리는 다나. 우리는 사르가디스로 돌아와서 장비를 여관에 두고 단박에 목욕탕으로 온 것이었다.

티르시는 마법사 길드의 목욕탕을 쓰면 된다며 가 버렸기에 노 씨네 세 가족에 라 씨가 추가된 4인팟이었다.

우리의 토크쇼에 쓴웃음을 지은 접수원 여성이 말했다.

“네 분이십니까? 이용권은 가지고 오셨나요?”

“네. 여기요.”

나는 이용권을 꺼내서 다른 일행들 것까지 내려고 했다. 다나는 이용권을 다 써서 없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프랑이 갑자기 내 손을 잡아서 멈췄다. 뭐지?

“노르, 잠깐 귀 좀 대 볼래?”

왜인지 다나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프랑. 다나는 라리루라랑 얘기하면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왜? 뭐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그런 건 아닌데…… 그게 있지?”

─속닥속닥.

내가 귀를 갖다대자 프랑이 귓속말을 했다.

그 내용을 들은 나는 입을 찢어져라 벌렸다.

“지, 진짜로?”

“응. 가족끼리 서먹서먹한 건 싫은걸? 아직은 알게 모르게 어색하니까, 조금 더 터놓고 지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

프랑은 그리 말하며 순진하게 웃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본심으론 싫지 않은 제안이었다. 거의 뭐 악마의 속삭임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용권을 주고 접수를 했다.

“다나. 라리루라. 접수 끝났다. 여기 수건.”

“오, 빠르네. 땡큐.”

“저도 땡큐에요☆!”

라리루라는 수건을 받고 까부는 포즈를 취했다. 광대옷이 아니라서 약간 신선한 느낌.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다나? 너는 특실로 잡아 뒀으니까 프랑이랑 같이 쉬다가 와.”

“특실? 무슨 특실?”

“이번에 새로 개장한 곳이래. 공중탕 말고 따로 있다더라.”

“그래? 뭐, 나쁘지 않네.”

다나가 알겠다는 것처럼 끄덕이자 라리루라가 볼멘 소리를 냈다.

“네에에? 선배, 저는요~?”

“너도 별실로 가게? 특실은 2인실이라서 셋이서는 못 들어간대. 뭣하면 따로 잡아줘도 되는데.”

“2인실요?”

라리루라는 그 말에 몇 초 동안 나를 쳐다보다가 눈을 피했다.

“네에~ 네에~. 알겠습니다아~. 라리루라는 혼자 쓸쓸하게 씻고 나올게요~.”

“흐흐. 나도 혼잔데 뭐. 가족 간의 문제니까 이해해 주라. 너도 곧 있으면 어른이잖아?”

“가정 내, 가정 내. 흐응……. 그래요, 그러시겠죠.”

내 말에 수건을 목에 감은 라리루라는 입술을 삐쭉였다.

“흥~ 이네요. 아주 선배가 편하실 때만 어른 취급이군요? 됐~ 네요. 그러시다면 전 혼자서 후딱 씻고 여관에 돌아가서 먼저 자 버릴 거니까요~.”

“그건 상관 없는데, 저녁밥은 같이 안 먹을 거야?”

“……같이 먹을래요.”

“알겠어. 잠들지 말고 있어라? 만약 문 노크해 보고 대답 없으면 따로 안 깨울게.”

나는 미리 그렇게 말해뒀다. 사춘기 졸업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애를 밥 먹으라며 깨웠다가 안 좋은 소리를 듣기는 싫으니까 말이다.

“저, 안 자고 있을 거니까 꼭 데리러 오시기에요?”

─톡톡. 그런데 라리루라는 내 신발 끝을 차며 말했다.

“아니다. 그냥 여기서 기다리다가 선배랑 같이 돌아갈래요.”

“그러던가. 아마 내가 더 먼저 나올 듯?”

보통 남녀가 목욕탕에 가면 남자가 먼저 나오지 않던가.

초딩 시절에는 아버지랑 때를 밀고 이발소에서 이발까지 하고 나와도, 어머니는 우리보다 30분은 늦게 나오셨다. 그러면서 ‘같이 오면 오래 못 씻어서 싫다’고는 하셨지.

그러자 라리루라는 눈을 굴리며 물었다.

“선배. 선배는 보통 씻는데 얼마나 걸려요?”

“1시간이면 다 씻고 나올 것 같은데.”

“그러면 저도 1시간 있다가 나올게요~. 혼자서 기다리면 심심하니까, 같이 얘기나 하죠!”

“그래. 이따 보자.”

그렇게 나는 남자 목욕탕에 가서 후딱 씻고 나왔다. 이계에서 벌레 새끼들의 체액이 튀어버렸던 갑옷은 여관에 두고 왔어서 눈치를 받지도 않았다.

근데 내가 상남자 특) 목욕 30분 컷에 따라서 몸을 씻고 나왔더니, 라리루라는 벌써 목욕탕 현관에 나와 있었다.

“앗! 선배!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가 내가 나오자 손을 흔드는 라리루라였다.

“아니 그건 내가 할 소리고요.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언제나처럼 프랑 언니랑 같이 씻는 것도 아니어서 샤워만 하고 나왔답니다! 아, 그래도 꼼꼼하게 씻었다구요?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유감이네요☆!”

“유감은 개뿔이. 내가 늦장 부리다가 나왔으면 너 기다리고 있는 거 보고 양심에 찔려서 뒤질 뻔 했자너.”

얘 아주 머리도 덜 말렸네. 나는 혀를 찼다.

“감기 들기 싫으면 머리나 말려. 어차피 프랑이랑 다나는 좀 걸릴 걸.”

“네에~? 피곤해서 귀찮아요~. 선배가 말려주시면 안 돼요♡?”

“존나 내가 딸을 낳았나? 손이 많이도 가는군.”

그래도 이 녀석이 누구 때문에 피곤했는지는 삼척 동자도 아는 상황!

고생했으니 머리 정도는 못 말려 줄 것 없지. 그리 생각한 나는 라리루라의 수건을 뺏었다가 축축함에 인상을 썼다.

“머임? 수분 흡수율 돌아버리겠네. 너 존나 수건도 탕에 담궜니?”

“앗. 어떻게 아셨어요? 실수로 퐁당~ 했답니다!”

“쓰벌. 그래서 머리를 못 말렸구만. 드라이기도 없으니.”

“드라이-어?”

“그런 게 있어.”

이 미-개한 이세계에는 드라이기가 없다. 왜냐하면 귀족들은 열풍(熱風) 마법으로 대체가 되거든. 서민들? 니들은 개털머리나 되도록 하세욧!

─탈탈. 나는 내 수건으로 분홍색 머리의 물기를 털어줬다.

“으으읏. 선배애~. 거칠게 하지 말아 주세요~.”

“아가리해.”

핑크핑크한 머리털은 의외로 살랑거렸다. 몸에 도는 마나가 미용에도 도움이 많이 되서 그런 걸까?

‘다나만 해도 생활 패턴이 거의 강약중강약인데도 나이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니까.’

근데 그렇다면 우리 눈나는 도대체 왜 개털머리인 것이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성좌 ‘개털뭉치 삽살개’ 같은 놈의 가호를 받고 있나.

─위이이잉.

나는 마법을 썼다. <타오르는 손길(Burning Hand)>의 열기를 품은 증기가 라리루라의 머리카락를 말렸다. 저번에 프랑의 머리를 말릴 때에도 썼던 술식 결합이었다.

─흠칫! 뜨신 바람이 닿자 라리루라는 눈을 감고 새끼 고슴도치처럼 목을 움츠렸다.

“흐앗? 뭐, 뭐에요 이거? 입김?”

“내가 드래곤이냐? 니 머리통에 브레스를 쏘게? 그보다 너 가르마 어느 쪽이야.”

“오, 오른쪽요.”

“여기구만. 손님? 얌전히 있으십시다. 니 평소 머리 모양에 맞춰서 말릴 건데 불만 없지?”

─위이이잉! 나는 마나 빨로 DEX에 버프를 먹은 손놀림을 십분 활용하여 라리루라의 머리를 말려줬다.

“자, 다 됐다. 뽀송뽀송하네.”

“으으. 왠지 머리가 솜사탕이 된 것 같아요.”

“크흐흐. 다시는 샤워 못 하겠구만.”

존나 솜사탕 머리라니. 물이 닿으면 탈모행이겠다.

아무튼 아내들이 나올 때까지는 한참 걸릴 것이었다. 젊은 애랑 무슨 얘기를 해야 될지는 감도 안 오지만, 옛날 우리 아버지처럼 꼰대 냄시가 퀴퀴하게 나는 잔소리만 않으면 평타는 치지 않을까?

“선배, 선배. 저 음료수 사 마셔도 되요? 마셔보고 싶은데 단장님은 돈 아깝다면서 맨날 안 된다고만 하셨거든요!”

“에잉, 쯔쯔쯔…….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말여……!”

“제가 선배 것도 사 드릴게요♡”

“우리 라리루라가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구나. 아, 나는 바나나 우유로.”

“뭔지 모르겠으니까 자몽티로 사 올게요.”

─메다닥! 라리루라는 지갑을 들고 좌판대로 대쉬했다.

뛰는 폼이 존나 즐거워 보였다. 독립한 대학생처럼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는 쾌락? 아, 그거라면 나도 잘 알지. 돈 낭비는 인생에서 제일 즐거운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그렇게 라리루라가 사온 자몽 음료수를 들이키며 우리 아내들을 기다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씹 카사노바 기둥서방 새끼가 된 기분이었다.

여관에 도착한 우리는 여관비를 치루고 방에서 한숨 잤다.

하지만 6시도 안 되서 렘수면 모드에 들어간 탓일까? 나랑 프랑이 깨어난 것은 새벽 2시였다. 시발 8시간을 기절했네.

“우으응……! 푸하.”

실내복을 입은 프랑이 기지개를 켰다.

─출렁. 중량감을 방해하는 물건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브리타니아 제일 찌찌의 리얼함이 굉장했다. 나는 S극에 이끌리는 자석처럼 프랑의 등에 안겼다.

“응. 눈 감았다가 뜨니까 새벽이네. 업어가도 몰랐겠어.”

“까비. 먼저 일어나서 업어갈걸.”

“푸흐흐. 어디로 데려가게.”

─쪼물럭.

내가 가슴을 만져도 프랑은 신경쓰지 않았다. 내 가슴에 몸을 기대며 만지기 편하게 자세를 바꿔주는 다정한 모습까지 보였다. 으윽. 쥬지 터진닷……!

세상의 절반을 가진 기분에 기분 좋게 놀고 있을 때였다. 프랑이 조금씩 허리를 떨기 시작하자 누군가가 우리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용.”

“니 아내요.”

찾아온 사람은 다나였다. 나는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내가 찌찌에서 손을 떼자 약간 안타까워 하는 프랑의 신음이 들렸기에 쥬지가 발딱 섰다.

─흠칫. 작은 가방을 멘 다나는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활발해진 내 쥬지를 보고 당황했다.

“뭐, 뭐야? 벌써 시작했어?”

“설마. 잠깐 프랑이랑 놀고 있었지.”

“놀기는 지랄이……. 프랑 얼굴 보니까 니 혼자 즐겼구만.”

방 안을 보고 다나가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런 다나의 허리를 감고 끌어당겼다.

“왜 그래? 누나도 놀러 왔으면서.”

“……씨발. 같이 씻자길래 친목이나 다니려는가 했는데.”

“흐흐. 참고로 얘기는 프랑이 먼저 꺼냈다? 신나서 수락한 건 나지만 말이야.”

“아─ 존나 닥쳐 좀! 입 싸물고 나가 있어, 변태 새끼야!”

등쌀에 밀려서 방문을 닫고 복도에서 기댕겼다. 편의점에 가는 것 같은 차림새였다.

물론 콘돔 따윈 사 올 생각 없지만 말이다.

“상남자 특) 안에 쌈.”

근엄하게 뇌까린 나는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그렇게 풀발한 상태로 뇌내 MP3를 켜서 암욜맨을 4번 쯤 열창했을까?

방문이 처녀가 스커트를 걷는 것처럼 조금 열렸다.

“……들어 와. 개새끼야.”

“존나 기다리다 지쳤어, 이 누나야.”

나는 다나의 말을 듣자마자 셔터 아래로 슬라이딩하는 FBI 요원에 빙의하여 방 안으로 들어갔다.

프랑과 다나가 네글리제 차림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헤헤. 나 이런 옷은 처음 입어 봐.”

귀까지 빨개진 프랑이 수줍게 웃었다.

프랑은 흰 시스루 네글리제로 폭력적인 가슴을 어필했다. 보통 여자가 입으면 옷이 흘러내릴 확률이 100%를 넘을 초 거유 전용의 속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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