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1화 (181/1,009)

다시 말하자면 오크 코에다가 내가 냉동빔을 쏘거나 하면 검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될려면 진짜 악의적으로 마나를 벅벅 문질러야 하기에, 그런 짓을 하면 당연히 실격이다. 수능 시험장에 스마트 워치를 끼고 온 새끼가 뭐라고 변명해도 퇴출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물컵을 내려놓고 말했다.

“어쩌실 겁니까? 다른 응시자들한테도 나눠주고 입막음을 부탁하면 통과는 할 수 있을 텐데요.”

“……다른 오크들은 발견 못 하셨댔죠?”

“예. <동물 회화(Animal Conversation)>로 찾아봤는데 저 숲에 남은 오크는 이 코의 주인들이 전부인 모양입니다. 길드에서 재시험 기회를 안 주면 올해는 포기해야 할 걸요.”

나는 대충 예상도를 읊었다.

오크가 모험가들한테 토벌을 당하고 번식을 제대로 못 한 것이라면 숲을 뒤져도 8마리 씩 되는 오크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게다가 오우거도 있을 거고.’

넓은 숲이기에 깊은 곳에 들어가면─오우거가 아니어도─ 우리 파티로 못 잡는 몬스터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았다.

의뢰 완수를 위해서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를 판별하는 것도 모험가의 기술 중 하나라는 건가. 존나 개막장 이세계식 시험다웠다.

‘근데 이렇게 운빨로 통과하는 것도 반칙이라고 봐야 되나?’

모험가한테는 운도 실력이다.

운 나쁘게 오크를 발견 못 한 응시자들을 불합격 시키는 거라면, 운 좋게 획득한 우리들도 봐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자 티르시가 말했다.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노르드가 도와줬는데 저만 깨끗한 척을 하긴 싫구요.”

자기 방에서 가벼운 차림으로 나를 부른 티르시는 새하얀 눈썹을 둥글게 휘게 만들었다. 웃음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착한 아이는 아니에요. 떨어진 동전을 주워가는 게 범죄는 아니잖아요?”

“흐흐흐흐. 티르시는 융통성이 있어서 좋다니까요.”

“후훗. 마법사 길드에서 고생하면서 요령만 늘었죠.”

“요령 좋죠, 뭘.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입을 싹 닦고 공짜 퀘스트 템을 챙기기로 하였다.

존나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조금만 빨리 도착했어도 오크를 잡다가 오우거한테 습격당할 뻔 한 것 아닌가!

그러니까 이건 정당한 위험수당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그래도 촌장한테는 살짝 귀띔은 해 두는 게 낫겠군요. 또 길드한테 귀찮은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며칠은 여기 묵어야 합니다.”

“네. 마을에 도착해서 바로 발견해서 사냥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말을 빌렸다고 하면 하루 정도만 묵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럽시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출발하죠.”

나랑 티르시는 며칠 씩이나 여기 있기는 싫다는 의견에서 합의를 보았다.

존나 나더러 저 트롤러 새끼들이랑 같이 이 마을에 남아 있으라고? 그건 뒤져도 싫다.

‘만약에 마을에서 밍기적대다가 오우거가 나타나면 저 새끼들이랑 같이 싸워야 할 거 아냐.’

최근에 좆 같은 일의 연쇄를 질리도록 겪은 나는 더 이상 에이 설마 그러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 알아차린 건데, 나는 트러블을 부르는 체질이다.

생각해 보면 이세계에 와 버린 시점에서 보통 재수가 없는 게 아니잖은가. 나처럼 운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극명한 놈은 달리 없을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런 좆 같은 불행의 예감을 느낀 순간부터 대비를 해 둬야 맞다는 뜻이었다.

염병할 오우거 새끼가 내 앞에 나타나겠느냐며 가을철 배짱이처럼 똥배짱을 부리다가는 어어 하는 사이에 뒈져버릴 것이었다.

나는 절대로 트롤러 새끼들을 멱살 캐리 해가면서 영혼의 맞다이를 치를 생각이 없었다.

오우거와 트롤이 맞짱을 뜨면 당연히 오우거가 이긴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한국에서는 그렇게 정해져 있다. 태초에 판타지의 신께서 트롤 파워<오거 파워라고 설정해 놓으셨기 때문이다.

존나 트롤 따위는 포션 재료 포대에 불과하지.

당연히 힐링 팩터도 없을 저 트롤러 새끼들은 오우거의 주먹에 잘 익은 홍시처럼 뭉개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당장 출발하고 싶지만, 밤이 너무 어두우니까.’

적당히 달려서 5~6일 정도 걸린 걸로 치면 가라를 쳐도 안 들키겠지.

솔직히 길드에서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해 놨었으면 우리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을 건데, 이딴 곳에 실딱이(진)들을 보내 놨으니까 길드도 할 말 없을 것이다.

미친 오우거가 돌아다니는 숲에 오크를 잡겠다고 들어가는 것은 뇌에 기생충을 기르는 달팽이 새끼도 안 할 생각이었다.

촌장한테 얘기를 전해주고 길드에도 귀띔을 해 두면 우린 모험가로서 의무를 다 한 거다.

“다른 사람들을 불러 오겠습니다.”

그렇게 티르시의 방에서 나온 나는 트롤러 새끼들을 불렀다.

그 놈들은 좆도 하는 것 없으면서 내가 부르자 바쁜데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었다가, 내가 아직도 피가 묻어나오는 신선한 오크 드랍템을 보여주자 얌전히 따라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요?”

그리 말하는 아서스는 술냄새가 났지만 별로 취한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티르시 말대로 자기 기준에 맞춰서 마시는 양을 조절한 걸까? 나는 오크 코를 담은 주머니를 내려놓으면서 말을 했다.

“제가 정찰을 갔다가 우연히 오크들이 몰살당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을 사람한테 물어봤지만 다른 모험가들은 오지 않았다는 모양이고요. 아마 오늘 숲의 몬스터들끼리 치고 받은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코를 잘라왔다?”

오크의 죽음에 통탄하며 비건이 물었다. 병신 같은 생각과 어법이었지만 말은 이해가 갔다.

“예. 하지만 이 놈들 외에는 오크의 생활 흔적을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던 오크들이 싹 몰살을 당한 상황으로 보이고요. 숲에 들어가기는 위험하니까 이것들로 승급 시험을 퉁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운이 좋군! 그리 함세!”

“로-마!”

요 깜찍한 씹새들. 내 그럴 줄 알았다.

이것들이 실버 클래스로 올라가서 칠 사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니까 약간 양심이 찔리는 느낌도 있는데, 이 새끼들이 똥을 싸는 것까지 내가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부디 이 트롤러들이 분수에 맞게 살기를 바라자.

내가 그리 생각하며 오크 코를 나눠주려고 했을 때였다. 술 취한 드워프 아서스는 갑자기 뭐가 떠올랐다는 것처럼 손뼉을 쳤다.

“이런! 그런데 괜찮겠나? 시험관이 과정을 지켜볼 텐데. 숲을 돌아다니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않겠나?”

“시험관이요? 아뇨. 노르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마을에 찾아온 사람은 저희가 전부라고 해요.”

티르시가 그리 말하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을 처녀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서스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코를 찡그렸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승급 시험만 네 번째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을에는 시험관이 먼저 와 있을 게야. 내가 나간 사이에 길드 사람이 찾아와서 애기를 꺼내지 않았나?”

“네?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요?”

“……그게 참말인가?”

아서스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신음을 흘렸다. 우리의 대화를 알아듣기도 버거워 하던 비건이 거수했다.

“조금 기다리면 마을에 오는 것 아닌가? 그때 우리가 잘 몰라서 먼저 잡아버렸다고 하면 되오이다.”

“멍청한 소리! 시험에 앞서서 길드는 고용한 모험가나 실버 클래스였다가 길드에 채용된 접수원을 파견해!”

어림도 없다는 것처럼 5수생 아서스는 자기가 시험을 치뤄가며 알아낸 사실을 나불댔다.

“그들이 와서 조사를 하고 오크가 있다는 전서구를 날려야 여기가 시험장으로 뽑히는 게야! 아무리 거 무슨 이상한 유적인가 뭐시긴가가 발견돼서 바빴다고 해도 그렇지, 아우둠라 길드가 이 중요한 과정도 생략했다고 생각하는가!”

“잠시만요. 아서스 씨. 시험관 분에게서 승인 전서구가 왔으니까 여기를 시험장으로 꼽고, 저희를 보냈다는 뜻인가요?”

티르시가 말했다.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 물은 것이었다.

“전서구를 보낸 시험관은 마을에 남아서 저희에게 시험의 방식을 알려주는 거고요?”

“그렇다네. 나는 그건 질리도록 했으니까 파티장한테 맡기고 술을 마시러 간 게야. 어차피 과정은 다 똑같고, 설명은 파티장만 들어도 된다고 배웠으니 말일세.”

“하지만 정말로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저는 오늘 여관에서 쭉 기다리고 있었는데도요.”

“끄응……. 모르겠구만.”

우리는 영문 모를 사태에 입을 다물었다.

그 시험관이라는 인간이 여기 트롤러들처럼 인생을 좆대로 욜로하는 놈이라서, 중간에 일을 때려치고 닷지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니, 전서구를 보내는 과정까지는 성실하게 수행했겠지. 그러니까 여기가 시험장으로 선발된 거고.’

여기는 실시간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는 이세계다.

시험관이 전서구를 날리고 나서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기 전에, 신변에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나는 물을 마셔서 입술을 적시고 말했다.

“저희 말고는 아무도 마을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죠. 그 시험관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에 숲에서 조사를 먼저 했다면 어떻습니까?”

“조사를 먼저 했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

“순서를 바꾼 거죠. 저희는 하룻밤 쉬고 일을 하기로 했지만, 시험관은 일을 다 끝낸 다음에 쉬는 타입이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세상에는 일부터 해치우고 나서 쉬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휴식부터 취하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야 존나 중요한 시험이니까 몸을 쉬게 하고 나서 움직이려고 한 건데, 어쩌면 그 시험관은 숙달된 업무라서 일을 다 끝내고 쉬자는 마인드였다면?

“시험관은 여관을 잡지 않고 숲에 가서, 오크를 발견하고 길드에 승인 전서구를 날렸지만── 마을에는 끝내 들어오지 못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마을에 찾아온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던 거라면?

“그렇게 되면 시험관이라는 사람은…….”

조용해진 방에서 티르시는 떨떠름한 것처럼 중얼거렸는데, 하던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했다.

그러자 아서스가 수염을 잡아당기며 말을 받았다.

“죽었겠지. 다쳐서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치더라도 일주일이면 살아날 가망은 없다네. 오크 놈들을 죽여놓은 그 몬스터에게 살해당한 것 아닌가?”

“……시발.”

나는 그만 육두문자를 뱉고 말았다. 편하게 끝날 것 같던 개꿀 시험이 갑자기 존나 끔찍한 미스테리 추리극으로 변해버렸구만.

“구하러 간다!!”

─와당탕! 비건은 의자를 넘어트려가며 일어섰다. 생명존중을 외치던 새끼답게 분연한 태도로 시험관을 구조하자는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시험관은 살아 있는다! 목숨 실제 중요!!”

“아서게. 내가 보기에는 이번 시험도 글렀어. 구하러 간다 하면 말리진 않겠네만 나는 빼 주게.”

아서스는 혀를 차대며 말했다.

“쯧쯧. 5번 떨어지면 포기하려 했건만, 나는 브론즈 클래스 모험가로 살다 갈 운명인가.”

“간다!! 짧은 다리!! 너도 같이!!”

“관두라고 했잖나. 사람도 몬스터도 목숨은 하나 뿐이야. 난 술이나 더 마셔야겠군.”

그런 말만 남기고 아서스는 여관을 나가버렸다.

비건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씩씩거렸다. 아서스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느낌이었다.

“암컷 파티장!!”

“……비건 씨. 브리타니아 어에는 호칭 앞에 여성격 조사를 붙이지 않고, 암컷은 애초에 여성격 조사가 아닙니다.”

“파티장!! 안 갈 건가!!”

“가더라도 내일입니다. 밤이 너무 늦었어요.”

얼핏 듣기에는 냉정한 대답이었는데, 옆자리에 있던 나는 티르시가 손등이 하얘지도록 치맛자락을 쥔 것을 보았다. 그 말에 비건은 콧김을 뿜어댔다.

“내일이다!! 내일 다시 대답을 묻는다!! 나는 먼저 저 다리 짧은 드워프부터 말로 때린다──!!”

비건은 고릴라처럼 흥분해서는 방을 박차고 나갔다. 아마 아서스를 설득하러 갈 생각이겠지.

─끼익. 끼익. 티르시는 닫히지 못하고 흔들리는 문을 쳐다보다가 나에게 물었다.

“노르드는 어쩌고 싶으세요?”

“저는 관두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티르시는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그렇게 말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는 느낌이었다.

“저를 구하러 해줬던 티르시에게는 감사하고 있습니다만, 저희는 얼굴도 모를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노르드라면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납치된 사람이 원해서 여기 온 게 아니었거나, 제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랬을지도요.”

아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 못해서 도르카나 클라라가 실종된 거였다면 움직였을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험관도 위험을 알고 온 것 아닙니까. 구할 수 있다면 구하는 게 제일이지만, 저희는 마을 사람들과 길드에게 경종을 울리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가식 없이 그리 말했다.

저번 서커스 사건처럼 내가 피해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본 것도 아니다. 티르시를 구해줬을 때처럼 내 PTSD를 자극해 공감대가 생성되지도 않았고 말이다.

“얼마나 강할지도 모르는 몬스터입니다. ‘불쌍하다’는 자기 목숨을 걸기에는 부족한 이유에요.”

21세기에 살 때도 나는 TV에 나오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가엾게 여겼지만, 그 애들을 구해주려고 저 먼 나라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런 성격이었으면 수의사가 아니라 의사를 택했겠지.

“그렇죠. 네. 호의처럼 값을 매기기 힘든 감정으로 계산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제가 먼저 꺼냈었죠.”

그렇게 말하는 티르시는 약간 풀이 죽은 듯 했다. 나는 그 모습에 약간 입맛이 썼다.

“티르시. 이건 조금 분수에 넘는 말입니다만, 당신과 저의 관계라면 어느 정도 건방진 말을 내뱉어도 돌이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말씀하세요.”

어떤 말을 들을지 무서운 것처럼 티르시가 말했다.

그런 티르시에게 나는 몹시 건방진 의견을 타진했다.

“여기는 로마니아가 아니고, 저희는 귀족이 아니에요. 권리 없는 책임은 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티르시는 뭔가 깨달았다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멍해진 티르시에게 인사하고 나는 방의 문을 닫아주었다.

나는 어수선해진 마음으로 내 방으로 돌아갔다.

옛말에 달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쓰는 창이 어디 신금(神金, Adamantium)이던가!

물론 나는 좆도 달변가가 아니기는 한데, 나는 개인적으로 써야 할 때 수중에 있는 은화가 쓸데없는 금화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열었다.

“……머여 시발.”

하지만 방문을 열자마자, 나는 방에 먼저 찾아온 손님이 있다는 사실에 얼척이 나가서 이마를 탁 쳐야만 했다.

놀람 반 얼탱이 없음 반으로 방에 들어온 나는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며 물었다.

“존나 너는 왤케 신출귀몰하냐?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꼭 뜬금포로 튀어나오네.”

【그건 내가 할 소리로군. 사르가디스에 있으라지 않았느냐. 마침 이동마법진이 있는 성수의 숲 근처가 아니었다면 길이 엇갈릴 뻔 했느니라.】

“므이야옹─. (졸려─.)”

등에 고양이를 태운 쬐끄만 망아지는 여관 방바닥에 배를 뉘인 채로 그렇게 말했다.

이 고양이, 헤이스벤트에서 짝다리 광대년한테 죽다 살아났던 그 녀석인가. 아직까지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니 조금 놀라웠다.

나는 다리를 꼬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아무튼 안녕.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다. 그 망아지 모드.”

【그대가 저주를 풀어준다면 영영 작별할 모습이지.】

베로니카는 그렇게 말하며 쿡쿡 웃었다.

저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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