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2화 (192/1,009)

“잊지 마. 광기에 물들지 말고 분노를 길들이렴. 우리의 것이 아닌 광기에 지배당해선 안 돼. 그렇게 하면 분노는 너의 힘을 키우는 원동력이 돼 줄 거야.”

카리스마 대빵 큰 말에 탄 아무개는 손을 저으며 나한테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모자를 눌러쓰며 윙크를 날렸다.

“자, 여기까지 생전의 나로부터 남기는 조언이고, 여기서부터는 지금의 내가 남기는 조언. 귀 기울여서 들어줘?”

“아직도 남았냐?”

“더 하고 싶어도 시간 상 그렇게 못해. 네 싸움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아아~주 가끔씩이거든.”

그렇게 자기가 할 말만 실컷 한 아무개는 혀를 내밀었다.

“나로부터의 조언은 딱 하나야! 너도 내 후계자라면 좀 더 적극적이고 멋지게 굴 것!”

“우선 작명 센스부터 고치고, 그 다음으로는 너한테 호감이 있는 여자애한테 적극적으로 대쉬해 버리라구. 당최가 말이야, 너는 초식 생물이니? 여자애가 못 참고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게 취미야? 슬레이프니르도 아니고.”

【히힝.】

회색의 말이 항의하는 것처럼 울자 아무개는 가만히 있으라는 듯 옆구리를 찼다.

태산도 한 달음에 뛰어넘을 것 같이 생겨서는, 저 말도 생각보다 소심한 성격인 모양.

“하여튼! 이름은 중요한 거야! 말했지? 나만 해도 별명만 99개에 가명은 41개였다니까! 뭣하면 내가 여기에서 하나 지어줄까?”

“필요 없네요. 할 말 다 했으면 집에 가렴. 나도 곧 눈 뜰 것 같걸랑.”

나는 할로윈에 과자를 탐내는 잼민이를 쫓아내는 것처럼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저 오무개인지 아무딘인지 모를 신은 낙엽처럼 허무하게 날아가버렸다.

“아아앗!! 이거!! 그 망치 띨빡이한테 걷어차였을 때랑 비슷한 부유감이얏──!!”

팔랑거리며 회색 말을 타고 날아가는 아무개.

그 가벼움 때문일까. 나는 그녀가 어디까지나 꿈속이었기에 저렇게 자아를 가진 것처럼 말하고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실감했다.

저기 날아가는 오 씨는 이미 현실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백일몽에 불과한 것이었다. 저번에 베로니카가 내 꿈에서 세웠던 오두막처럼 말이다.

21세기 식으로 비유하자면, 영화관의 스크린으로 예전에 녹화해 둔 영상을 재생한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신이니까 분신(Avatar) 정도는 만들 수 있었겠지.

회색 말은 정중하게 나한테 목을 숙여서 인사했다.

그러고는 하늘로 날아올라서 팔랑거리는 아무개의 목덜미를 물었다.─그엑. 아무개가 신음을 흘리며 실이 끊긴 인형처럼 늘어졌다.

존나 카리스마라고는 쥐뿔도 없구만.

저 크레이지 핫 또라이는 신화에서 가끔씩 동네북 취급을 받던데, 다 저래서였나 보다.

나는 날아가는 신과 신마의 환상에서 눈을 떼고 의식을 집중했다. ─화르르르륵. 하늘에 있던 하얀 태양이 빛나면서 내 의식은 꿈에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깨어나서 눈을 떴다. 베로니카가 고양이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

【내가 깨우는 것보다 빨리 일어나버렸구나.】

나는 오늘 꾼 꿈에 대해서 베로니카한테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신족의 형태로 변신해 있던 베로니카가 커텐을 걷었다.

【잠이 다 깨면 말하거라. 곧 새벽이다.】

산의 능선을 타는 태양이 대머리처럼 반질반질하게 빛났다.

얼마 안 있으면 해가 뜰 시간인 것이었다.

바이콘의 성지에 가려면 잡담은 나중에 해야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장비를 착용했다.

베로니카를 따라서 새벽이 밝아오는 마을을 나왔다.

성수의 숲에서 이동마법진을 타고 바다를 건넌 곳에 있는 콰르트고니아에 갈 생각이었다.

【마법진이 열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신족 형태로 숲을 달리며 베로니카가 말했다.

【시차를 감안해도 2시간 정도일 것이다. 저주 해주에 관한 설명은 내가 하마. 그대는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서 가져가면 된다.】

“그럴게. 2시간 정도면 빠듯하네.”

【무얼. 빠듯할 것 없느니라. 성지는 이동마법진이 새겨진 곳에 있으니.】

“오. 그거 듣던 중 다행인 소리.”

물건 보고 나오는데까지 2시간이면 사정만 설명하고 다음에 다시 오는 게 나을 뻔 했네.

우리는 열심히 달려서 성수의 숲으로 들어갔다. 밤에는 정적밖에 없던 곳에 빛나는 마법진이 생겨나 있었다.

‘이게 그 회색 말의 흔적이라니.’

꿈에서 봤던 다리 8개의 회색 말── 슬레이프니르를 떠올리는 나.

친밀감 맥시멈으로 정중하게 굴던 녀석이라서 뭔가 위엄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마법진을 보니 인상이 달랐다.

‘이거 존나 고위 마법 아닌가?’

바닥에 새겨놓은 문양은 마법진에 감동을 받는 사고방식이 전혀 없는 나한테도 장엄한 느낌을 주었다. 무교론자도 바티칸의 대성당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베로니카는 바닥의 마법진을 손가락으로 만지작댔다.

【이제 기동 가능한 시간대구나. 그대여. 옥새는 잘 챙겨왔겠지?】

“너 그 소리 한 번 더 하면 10번째다.”

【아직 6번째니라.】

“아니…… 하. 됐다. 존나 게르마니아 인은 농담이 안 통한다더니.”

일반론을 말하며 오우거의 유물을 꺼냈다. 마법진을 켜야 하니까 베로니카한테 주려고 했는데, 문득 걱정거리가 하나 생겨났다.

“잠깐만. 여기 넣어둔 룬의 마나도 이동에 사용되거나 하진 않겠지?”

【룬의 마나는 소모성이 아니잖으냐. 기름으로 국을 끓인다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구나.】

“그럼 됐고. 시작해 줘.”

내가 안심하고 말하자 베로니카를 유물을 들고 마법진에 마나를 흘려넣었다.

그렇게 몇 분 지나자 집중하던 입술이 열렸다.

【차분하게 지켜보니 알겠구나. 구신의 마나가 룬 문자 9개 분량이면 마법진의 이용 조건이 채워진다.】

“오우거는 몇 개였지?”

【6개 정도가 아니었겠느냐? 우리와 싸우며 쓰던 것은 반절 정도였다만, 나도 싸움에서 쓸 수 있는 룬은 몇 개 없다. 아무튼 이 유물의 마나라면 왕복하기에 충분하겠군.】

─키이이이잉.

유물에서 마나가 넘실대며 마법진에 빨려들어갔다. 이걸로 충분한 마나를 흡수한 모양인지 달빛처럼 선명하게 빛을 내는 마법진.

베로니카는 유물을 돌려주며 말했다.

【올라타거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도록.】

약간 놀이기구 경고문 같은 말이었는데, 마법진에는 전혀 즐길 부분이 없었다. 빛이 번쩍하더니 주변 풍경이 바뀐 게 전부였다.

마법진에 들어간 기술력의 차이인지 지저의 탑처럼 다른 곳으로 전이당하는 이상한 느낌도 안 들었다. 바이콘의 성지라는 곳은 내가 꿈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초원이었는데, 존나 먼 곳에 숲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성공한 게 맞는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베로니카!】

그런데 의심할 건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나타난 순간, 마법진 주변에 있던 4명의 남녀가 베로니카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무심코 그쪽을 쳐다보자 그들은 빛을 내며 진짜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말로 변신했다.

【으음! 그 자는 인간인가!】

【인간을 성지에 데려왔다는 건, 그가 베로니카가 말하던 인간이야?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잠깐, 베로니카. 왜 너는 인간이 옆에 있는데 말로 변하지 않지?】

【저주를 푼 건가?!】

소란이 일어나는 건 존나 순식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근처에 인간이 있음=말로 변신함의 공식에 의해서 성지에 있던 바이콘들이 속속들이 저주의 영향을 받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하고 고리타분한 지랄을 일으키지 않도록 베로니카가 사정에 설명을 해 둬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얄짤없이 국룰에 따라서 성지에 침입한 씹새가 될 뻔 했다.

아무튼 다행이기는 했는데,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소식을 들은 바이콘 떼가 사바나의 무소 대행진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베로니카가 저주를 푸는 방법을 찾아왔다!】

【신들께서 우리에게 내린 벌을 거둬가신 거야!】

【낭보다! 다른 성지에 있는 이들도 전원 불러서──】

【그만!!】

베로니카는 소란을 일으키는 동족들에게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용.

그러자 썰물이 빠진 해변가처럼 바이콘들이 아가리를 했다. 베로니카한테 쫀 건가? 아니, 그녀의 말을 존중하는 분위기 같았다.

말투도 다른 바이콘들이랑 다르던데, 혹시 베로니카는 높은 신분일까.

바이콘 공주님 같은 건 아니겠지.

【저주는 완치되지 않았다. 내가 먼저 해주 방법을 시도하고는 있으나, 현재는 반절 정도의 진행도가 고작이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석연치 못하다.】

미리 얘기해둔대로 말하는 베로니카.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저렇게 말할 건데 불쾌해 하지 말하달라는 얘기였다. 100% 사실대로 말하는 거지만 사실 적시 명예 훼손이라는 법도 있지 않은가. 팩트라고 가슴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양뿔을 단 말떼에 둘러싸인 우리는 그렇게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아무 말도 않고 있었는데, 용기를 낸 바이콘 하나가 거수를 하는 것처럼 뿔을 들었다.

【베로니카. 저주의 반절이 해결됐다는 건 무슨 뜻?】

【다른 자들이 있는 곳에서 신족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는 저주는 풀렸다. 허나 순결한 자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저주는 그대로이다. ……나처럼 당사자가 순결한 몸일 때는, 신족의 형태를 유지하지도 못할 정도이다.】

마지막 말은 개미가 기어들어가는 듯한 소리였는데, 과연 신족의 성지라고 해야 할까. 귀가 나쁜 바이콘은 한 마리도 없었는지 전원이 뿔을 곧추세웠다.

【나! 나! 나나나나나나! 나! 나는 순결을 버린지 50년이 넘었어! 나는 해주해도 되겠네! 순결한 상대랑 접촉 못하는 건 해주하나 마나 똑같잖아!】

【쓰으으으읍!! 살 날이 많이 남은 것들은 빠지거라!! 이런 건 저주를 오래 달고 산 노인네들부터 해주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나!!】

【머리털이나 꼬리털이나 똑같이 쉰내나는데 바뀌어서 뭐 하게! 말이면 늙은 티도 덜 나는데 숲에서 요정족이랑 놀기나 하셔!!】

【뭬야!!!】

【으잉, 쯧쯧쯧!! 이래서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을 고쳐놔야 혀!】

【나이도 달 찬 것들이 바깥으로 싸돌아다니니까 그렇지! 나 때는 300살 먹기 전에는 성지 밖에 나가지도 못했어! 룬 마법을 제대로 못 다루니 자기 몸도 간수를 못 하는 게야!】

【……흐음. 오트르트 노인. 그건 나를 향한 말이라고 들어도 되겠나.】

낮게 묻는 베로니카의 말은 히히히힝 거리는 바이콘 어와 다르게 사람이랑 똑같은 목소리였다. 성대 구조가 달라서인지 조용하게 말해도 마굿간 같은 말 울음소리를 뚫고 잘 울려퍼졌다.

그래선인지 다시 바이콘들의 아가리 싸물기 타임이 개시되었다. 오트르트였나 오트밀인가 하는 바이콘은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어버버 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흠. 그게, 그런 뜻이 아니고…….】

【그럼. 아니겠지. 아니여야 하지 않겠나.】

베로니카는 그 바이콘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나는 고대로부터 정해진 자격을 달성하고 성지를 나갔을 텐데. 그대의 발언은 선지자(Vǫlva)님의 권위에 도전하고자 하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 과언이오! 설령 자처해서 예지자(Seeress)의 역할을 짊어졌어도, 베로니카 자네가 승천하신 고인의 뜻을 대리할 수는 없소!】

【틀림없는 말이군. 나는 결코 선지자님을 참칭하고자 했던 적이 없다. 능력이 아닌 나이로 규율을 정하며 예언을 입맛에 맞게 바꾸는 짓은 절각(折角)형이니까.】

【끄응.】

선을 넘는 바이콘을 말로 두들겨 팬 베로니카는 내가 계속 기다리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전번에 말했듯 내가 신세를 진 이족(異族)의 벗에게 답례를 전하고자 데려왔다. 2시간 안에 성지를 떠날 생각이며, 나 이후에도 예언에서 말하는 해주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2시간? 해가 뜨기 전에 가겠다는 건가?】

【그렇다. 묻고 싶은 것이 있는 자는 내게 오도록. 내 벗이 떠나기 전까지 질문의 대답을 받겠다. 물어볼 게 뻔한 질문에는 대답을 준비해 왔으니, 라임 나무 밑에서 낭독하지.】

베로니카가 눈짓을 하자 바이콘 몇 마리─혹은 몇 명─이 움직였다. 나를 만나러 오기 전에 얘기가 되어 있었다는 그녀의 친구들이었다.

【그대여. 이들을 따라가다오. 나는 동족에게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

【알겠어. 다 끝나면 기다릴게. 네가 데리러 와.】

【그럴 것 없다. 옆에 있는 힐데가르트에게 부탁하거라. 날 데리러 가 달라고 하면 된다.】

【맡겨줘.】

내가 눈치껏 게르마니아 어로 말을 하자 바이콘들은 베로니카의 얘기를 들으려고 흩어졌다.

─다그닥. 목소리가 암컷 같은 바이콘이 나한테로 왔다.

【힐데가르트야. 금방 헤어지겠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서 내 저주도 풀어주며 좋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어. 인간 친구. 네 이름은 뭐야?】

【노르드입니다. 베로니카랑은 우연히 만났죠.】

【세상에 우연 같은 건 없다구? 만남과 헤어짐에는 중요한 필연과 가벼운 필연만 있는 거야.】

뿔이 약간 깎인 바이콘 힐데가르트는 그리 말했다.

‘무슨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그런 얘기인가?’

꿈에서 만난 천공신 오무개의 분신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의 말에 고개를 모로 꼬았다. 사람마다, 아니 신족마다 생각하는 거에도 차이가 나오는 모양이다.

힐데가르트는 내 옆에 달라붙더니 말했다.

【노르드랬지? 넌 여자 경험이 있구나. 타렴. 룬 스톤을 보관해 놓는 곳까지는 멀거든.】

【타라고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나는 걱정 반 놀람 반으로 물었다.

베로니카는 대충 봐도 자신의 본래 모습을 신족으로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내 부탁으로 등을 내주더라도 절대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도 나더러 말로 변신해서 남을 태우라고 하면 싫을 것 같으니까 공감은 갔다. 뭣보다 망아지 같아서 등에 탈 크기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힐데가르트는 나한테 솔선해서 등에 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히히히. 말의 모습에 저항감을 가지는 건 베로니카처럼 어린애들이나 그렇지. 성지에서 인간형으로만 살다가 바깥에 나가면 평균 100년은 말의 모습에 거부감이 이어져.】

【100년이요?】

시간 단위 도른 것 보게. 누가 신족 아니랄까봐 카운트의 기본이 3자리였다.

씨발. 300살에 첫 외출 외박이라니. 여기는 성지가 아니라 지옥이 아닐까? 충성마트에 개근하는 새끼가 진짜로 국가에 충성하는 새끼가 아닌 것처럼 이름만 성지일지도 모르겠다.

─찰싹. 힐데가르트가 꼬리로 자기 등을 때렸다.

【어서 타렴. 2시간밖에 없다지 않았어? 이러고 있을 시간도 아까울 텐데.】

【예? 룬 스톤이 그렇게 많습니까?】

【어머. 몰랐어?】

힐데가르트는 늠름한 군마 같은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베로니카가 소유한 룬 스톤만 마흔 개가 넘는데?】

태워주는데 불평을 말하기는 미안해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따릉이에 버금가는 속도로 달리는 힐데가르트는 존나 탑승감이 최악이었다.

‘그래도 안장까지 달아달라는 건 좀 아니겠지?’

그리 생각하고 양심껏 올라탔더니 허리가 부러질 것 같다.

척추뼈 4번이 메이데이 긴급탈출 하겠다. 꼴마초의 허리가 호리병처럼 휘었다.

‘야수회귀 켜자.’

못 참겠어서 내 허리를 지켜줄 소울 브로를 불렀다. 눈빛이 달라지는 바이콘들. 내가 구신의 마나를 쓰는 것을 보고 좀 놀라워 하는 것 같았다.

한결 편해진 나는 다리에 힘을 빡 주고 바이콘의 성지를 구경했다.

넓은 초원이었다. 옛날 신앙에서 믿는 낙원 같은 느낌이다.

폐에 들어가는 공기가 맑고 청명해서 자연인들이라면 여기에 터를 잡아서 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공기가 맛있다는 표현이 이래서 생겨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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