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서 박하사탕을 마시고 휘파람을 삑삑삑 불어대는 거랑 비슷하게 성대가 상쾌했다.
그렇게 내가 편해진 것처럼 보이자 말을 걸어도 된다는 생각을 한 걸까. 힐데가르트가 말했다.
【베로니카는 신화시대의 유명한 예언가님이 남긴 예언을 잇는 신족이야.】
대답을 하려던 나는 혀를 깨물 것 같아서 이빨을 악물었다. 존나 안장도 없이 시속 200km는 내는 것 같다. 체감으로는 평지를 달리는 롤러코스터다.
손가락으로 ᚨ(Ansuz)를 써서 룬 마법을 발동했다.
마나 뿜뿜 메시지라서 은밀하게 움직일 때는 못 쓰는 도청 씝가능한 음성 메시지다.
─특별한 혈통이라는 건가요?
【……ᚨ(Ansuz)를 쓴 거야? 정말로 저주를 극복한 인간이 나왔구나.】
내 말에 동문서답을 하는 힐데가르트. 뒤를 쫓던 다른 바이콘들도 혀를 내둘렀다.
【나도 베로니카를 믿기는 하지만, 이게 좋은 징조인지는 모르겠군. 우리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수천 년을 이어지던 벌이 끝나다니.】
【200살배기가 허세 부리기는. 수천 년의 세월이면 충분히 참회했다고 여기신 거겠지.】
다른 바이콘이 핀잔을 주었다. 나보다 6배는 살았을 ‘어린’ 바이콘이 중얼거렸다.
【용서라면 좋겠지만, 실망일 수도 있다. 섬기고자 하는 상대로부터 받는 무관심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니까. 너희들도 잘 알 텐데.】
존나 이 새끼는 사춘기의 ‘나 똑또케 병(病)’인가.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들어서 분위기 곱창내는 것 보소. 나는 얘기가 끊기지 않게 화제를 물었다.
─선지자의 후예라는 건, 아까 오트르트 씨인가 하는 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직위 같던데요.
【아아, 응. 맞아. 자처해서 하는…… 일종의 고행승 같은 거야. 로마니아의 고행승. 알아?】
─네. 압니다.
말하자면 조장 짬처리 같은 걸까?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묻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이야기를 거기서 끊겨버렸다. 이들이 말해주는 거라면 적당히 듣다가 끊으면 되는데, 내가 캐묻는 것은 뒷조사 같으니까 남들 보기가 안 좋을 것이었다.
사람 위장 아프게 하는 침묵의 질주는 다행히 금방 끝났다.
【여기야.】
급정지를 하며 멈춘 곳은 동굴이었다.
입구의 룬과 게르마니아 어로 적혀진 표지판이 베로니카의 제단이 있는 곳임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힐데가르트는 친구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처럼 결계를 풀고 말했다.
【안에 들어가렴. 우리는 여기서 기다릴게.】
【예? 같이 들어가시죠. 제가 잔뜩 훔쳐갈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이상하게 의심받을지도 모르니까 같이 갑시다. 이런 걸로 빌미 잡아서 시비 터는 사람 100% 있을 거라니까. 나는 그런 생각으로 말했는데, 다른 바이콘들은 고개를 저었다.
【베로니카가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니까. 우리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거든.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다녀와.】
【……알겠습니다.】
그들의 태도에서 베로니카에 대한 존중을 느낀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골라가지고 오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힐데가르트의 등에서 내려서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깨끗했다.
아마 청소를 해 주는 사람─이 아니고 바이콘─이 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동굴이라서 어둡기는 했는데, 안에 들어올 때는 마법으로 빛을 밝혔던 듯 했다. 랜턴을 두면 관리하기 힘드니까.
눈에 좋은 블루라이트 랜턴을 발동했다. 내 기본 컬러링인 녹색으로 전환해서 우물에 돌을 던지는 것처럼 동굴 안으로 날렸다.
동굴을 밝히며 앞장서는 그린 랜턴의 빛.
다행히 별로 깊숙한 동굴은 아닌가 보다.
“이 눈은 어둠이 잘 보이지…….”
그리 중얼거리며 걸으니 금방 동굴의 막다른길에 도착했다.
묘지처럼 비석이 그득한 석실이었다.
일면에 빼곡한 돌은 부서진 것도 많았는데, 만들어졌을 때의 원형을 유지해서 내 어깨까지 오는 것들도 많았다. 이것들이 전부 베로니카가 모아온 룬 스톤인 것이다.
‘그리고 내 악세칸에 낄 아이템 후보이기도 하지.’
이것들이 【퀘스트: 바이콘 베로니카를 구하라(1/1)】의 보수였다.
나는 오늘밤 침소에 데려갈 첩을 고르는 폭군처럼 오연하게 룬 스톤을 굽어보았다.
‘일단 너무 큰 건 패스.’
부서지지 않은 커다란 돌에도 룬 마법 강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나처럼 발품을 파는 모험가&고고학자한테 들고 다니기 힘든 룬 비석은 쓸모가 없을 것이었다. 저런 건 게임의 토템처럼 광범위 버프를 까는 물건이다.
‘시대는 포터블이지.’
여기서 우리 스위트홈에 설치할 인테리어용 가구를 골라가는 건 많이 무리수였다. 아내랑 상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가구를 사갔다가 혹평을 받는 유부남이라니. 그런 슬픈 삶은 싫다 이거에요.
게다가 원형을 유지한 커다란 룬 스톤은 하나밖에 없더라. 나는 리얼돌 페도필리아로 변신하여 테이블에 쫘르륵 깔린 돌멩이를 구경했다.
‘……정성들여서 연구한 티가 나네.’
솔직한 감상을 말해도 된다면, 여기는 자연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드넓은 자연의 생물들을 채집하여 전시한 인간본원적인 공간! 다른 것이 있다면 여기에 생명체였던 전시품이 없다는 점뿐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박물관이란 파브르가 운영하는 금은방처럼 곤충 박제를 쇼윈도에 전시해둔 곳이었는데, 베로니카의 룬 스톤 창고는 애완돌 분양 카페 같은 인상이다.
말하자면 고고학자의 연구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룬 스톤 표본에 메모와 해석본을 붙여놓아서 그런가. 석사놈의 트라우마를 살살 자극하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목요일 새벽…… 쌓이는 일…… 주말 출근의 예감…… 윽 머리가.
나는 트라우마 스위치를 진정시키며 걷다가 손에 무언가가 부딪히고 말았다. 손으로 테이블을 쓸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가락에 잡힌 돌을 집었다.
빨간 룬 스톤이다. 하지만 룬 스톤이 어떻게 여기에? 자력으로 탈출을?
의문스러워진 내가 돌을 주운 곳을 보자, 필기를 하다가 만 종이와 펜이 있었다.
‘베로니카가 연구하다가 정리를 안 하고 간 건가?’
나를 보러 브리타니아로 오기 전에 깜빡하고 안 치웠다든가 한 걸까.
이해한다. 방구석 랩실 감손미였던 나였기에 잘 안다. 랩실 노예로 살다가 보면 일주일 동안 방치된 찻잔에서 곰팡이가 슬기도 하는데, 연구 중이던 내용을 정리 안 하는 것 쯤은 일상다반사지.
왜 역사적 유물을 그따구로 허술하게 다루냐고? 현장에는 현장의 룰이 있다, 이 말입니다.
아무튼 이것도 인연이겠지. 나는 룬 스톤을 손바닥에서 굴려보았다. 원본에서 잘게 부숴진 파편인지 룬 어도 안 적혀 있어서, 누가 보면 그냥 색깔 있는 돌일 줄 알겠다.
“?”
그렇게 생각했는데, 잘 보니까 돌멩이의 맨질맨질한 면에 룬이 새겨져 있더라.
ᛏ(Teiwaz)의 룬이었다.
이 룬은 승리를 갈망하는 기도로 쓰이며, 그 우람한 모양 때문에 창이나 쥬지에도 비견되었다. 생긴 꼬라지부터가 존나 귀두와 좆기둥 그 자체.
아무튼 신화시대 게르마니아의 전사들은 절대 씹게이처럼 싸움에서 쫄거나 하지 않았기에, 이 룬은 승리와 용기와 꼴마초의 룬인 것이었다.
이세계 꼴마초인 나에게 이 이상 어울리는 룬 문자가 달리 있을까!
룬 마법으로는 좆도 쓸모가 없는 룬이라서 내가 다음으로 습득할 후보에는 없던 룬 문자였는데, 어차피 룬 스톤의 룬은 장식에 불과하니까 좆도 상관 없었다.
룬 스톤이란 겉모양이 어쨌든 ‘룬 마법 +20%’ 효과를 단 악세다.
다 똑같은 효과라면 룩딸도 챙겨주는 놈으로 가져가는 것이 로지컬 마초이즘 아니겠는가!
“쥬지의 룬이라. 넌 내 꺼야.”
마음에 들었다. 나는 기쁘게 이 룬 스톤을 가져가기로 했다.
그래도 아직 연구 중인 물건이니까 받기 전에 한 번 물어보는 게 나을 듯 했는데, 이제 막 해주 세미나를 시작했을 베로니카를 불러버리는 건 좀 아닐 것 같았다.
다행히 시계를 보니까 시간도 1시간 넘게 남았다.
‘마침 잘 됐군.’
룬 스톤을 내려놓고 옥새를 꺼냈다. 오우거한테서 쌔벼온 마나로 새로운 룬을 습득해야겠다. 짬이 안 나서 뒤로 미루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 써버리면 돌아갈 때 베로니카가 눈치깔 것 같다. 딱 하나만 습득하도록 하자.
‘후보는 이미 정해 놨지.’
실은 그 유니콘 새끼만 아니었어도 ᚨ(Ansuz)보다 먼저 이 룬을 배울 생각이었다.
─휘리리릭! 나는 옥새에 저장해 두었던 룬의 마나를 회수하며 공중에 문자를 썼다. 룬의 마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글로 변했다.
‘잠깐만.’
그런데 이 룬, 발음은 어떻게 하지?
불식간에 찾아온 의문! 나는 벌어지던 입을 닫고 고민했다.
현대 이세계인들에게 퍼진 룬 어와, 몬스터&바이콘들에게 퍼진 룬 어에는 차이가 있었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보다 훨씬 큰 괴리가 말이다.
‘나는 어느쪽으로 습득해야 하지?’
저번까지는 안 하던 고민이었는데, 룬에는 이세계인들이 못 쓰는 진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자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인간식 발음이나 문자로는 ᚨ(Ansuz)처럼 진 각성판 룬 마법을 못 쓸지도 모를 일!
그래서 나는 고민 끝에 바이콘식으로 발음하기로 했다. 베로니카가 이 룬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은 나도 봤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이거라면 꽝은 아니겠지. 그리 생각한 나는 룬을 발음했다.
“ᚦ(Thurisaz).”
공격 마법에 대한 내성을 주는 룬!
그리고 방호와 그 방호에 의한 안녕(安寧)을 의미하는 룬이었다.
저번에 타뷸라와 맞다이를 떴을 때부터 인상 깊었던 룬 마법이었기에 나는 아까워하는 일 없이 이 룬을 골랐다.
‘야수회귀를 켜도 마법에 잘못 맞으면 훅 가니까.’
타뷸라 새끼도 ᚦ(Thurs) 빨로 공격 마법을 다 씹어버렸지 않았던가!
이건 객관적으로 봐도 대단한 일이었다. 후방에 티르시 수준의 마법사가 있었고, 내가 전위로 존나 시간을 벌었는데도 공격 마법 내성 하나 때문에 댕댕이로 변신한 타뷸라를 냉동육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이니까.
‘마법을 맞을 때마다 MP가 깎인다는 게 난점이지만, 보통 때는 피하면 되지.’
이건 위험할 때의 보험이다. 나중에 목걸이 같은 곳에다가 부여해 두자. 그리 생각하며 룬의 마나를 가라앉히려고 했을 때였다.
─파아아앗!
느닷없는 기습 섬광탄
룬 스톤 중의 몇 가지인가가 빛을 뿜어댔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당황하면서도 냉정하게 주시하던 나는 내 근육찌찌 계곡에서 봉화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아까 챙긴 룬 스톤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졌다!
“으아악! 돌에서 빨간 물감 샌다!!”
나는 괴성을 토해내며 돌을 꺼내 던졌다.
“파이어 인 더 홀!”
─휘익! 날아가는 돌멩이. 위험을 멀리 떨어트려 놓고 쇼윈도를 골라서 그 뒤에로 몸을 피신했다.
뭐가 일어나는 거지? 내 룬 마법에 반응을 한 건가? 의문은 접어두고 야수회귀를 발동했다. 숲을 거쳐와야 했기에 창을 들고 온 것이 다행이었다.
미스릴 창을 쇼윈도 옆으로 뺐다. 그렇게 창날에 비친 룬 스톤의 상태를 엿보는 나. 동굴에서 퀘스트 아이템을 챙기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게 국룰이긴 한데, 지반은 잠잠했다.
─치지직. 치지지지직.
고장난 브라운관 TV를 방불케 하는 노이즈! 나는 그렇게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 창대를 쥐었다.
룬 스톤은 창을 든 여성의 홀로그램을 비추고 있었다.
고대문명보다 더 옛날 느낌이 나는 갑옷을 입은 여자였다.
어딘지 모르게 꿈에서 본 오딘과 닮은 인상!
내가 그리 생각한 것은 외모가 비슷해서가 아니었다. 저기 있는 여성은 생김새가 대놓고 나 전사요 하는 느낌이다. 좀 허당끼가 있는 크레이지 핫 또라이 여신이랑은 다르게 근엄한 표정이기도 해서 닮은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왠지 모르게 오딘이랑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내 그런 호기심은 여자가 입을 열자 해소되었다.
─잘 들리고 있나? 이제부터 이 룬 스톤을 습득한 너에게, 내 창술인 【게르튀르(Geirtýr)】를 가르치겠다.
여자는 다짜고짜 창으로 기수식을 취하며 그리 말했다.
─찌르르! 오한이 드는 예리한 기백!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해서 그녀에게 창을 겨눌 뻔 했다. 그만큼 저 여성의 자세는 빈틈이 없고 위협적이었다.
나무에서 뛰어내린 호랑이가 코앞에 착지한 것처럼, 나는 저 여자의 자세에서 사람의 본능을 통나무로 후려치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
─이 창술은 천공신님께 신명을 내림받은 신창(神槍)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가르침을 영광 있는 비스툴라의 전사가 배우고 연찬하여, 더 후세에까지 전할 수 있기를 천상의 신들께 기도하겠다.
게르튀르에, 비스툴라?
어느 쪽이건 처음 듣는 단어였다. 번역이 안 되는 것을 보면 고유명사다. 그래도 일단 게르튀르라는 것이 무술의 이름이라는 건 저 여자의 말로 짐작이 갔다.
─게르튀르는 9개의 공격 자세와 9개의 반격 자세로 되어 있다. 공격과 반격의 초식을 오가며 습득하라. 18개를 모두 완성한 자는 이를 조합하여 자신에 맞게 바꾸어도 좋다.
─슛! 슛!!
자기 소개도 안 한 여자는 그리 말하며 시범을 보였다. 난 그 동작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
‘이거 인강이잖어.’
학생들이 종이에 적어둔 글만 보며 혼자 골치 썩이지 않게, 가르침을 기록해 놓은 영상 매체!
내가 재생시킨 것은 원시 고대 강의 영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과거와 현대의 기술력 차이에 갑자기 부아가 치밀었다.
‘씨발. 현대 이세계에는 야동도 없더만!’
대학 노예 시절, 유부남이던 랩실 노예 동료가 숨겨달라며 떠밀었던 딸감도 다 그림이었는데!
하지만 마치 대본을 읊는 것처럼 말하는 저 여자는 촬영이 매우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이건 룬 스톤이 만들어졌을 때는 인강 비디오가 평범한 것이었다는 증거였다.
존나 고대문명의 곰 플레이어는 어쩌다 쳐 멸망한 것이지. 나는 그렇게 씩씩 거리다가 마음을 가다듬었다. 뇌가 쥬지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 정신 단디 차리라, 머갈통아!
‘이 영상, 오딘이 나한테 남겼던 안배랑 비슷해.’
내 꿈에 나와서 말을 전해줬던 아무개의 분신!
그것은 룬 스톤에 부여된 마법을 수천 배나 퀼리티 업 한 마법이 아니었을까?
마법과 지혜의 신이기도 했던 오딘이다. 초 하이 테크놀로지 인공지능 인강 비디오를 만들어두는 것 쯤은 누워서 떡 먹기였을 것이다.
그런 가설을 깔고 생각하니까 다른 궁금증도 풀렸다.
‘혹시 오우거의 옥새도?’
오우거 교수가 가지고 있던 고대문명의 유산!
나는 옥새를 쓰다듬었다. 이 옥새의 본질은 MP 저장 기능을 추가한 룬 스톤이다. 혹시 여기에도 저것처럼 ‘후계자에게 남기는 기록’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3주만에 룬 1급! 원시 고대 오우거 쌤의 룬 어 특강!
옥새에 저장된 영상이 그런 거였다면?
오우거 새끼가 룬의 달인이 된 이유가 설명 가능할 듯 했다.
‘아니, 잠깐. 그럼 왜 베로니카는 이걸 몰랐지?’
문득 든 생각에 인상을 쓰는 나.
베로니카가 이게 인강 체험권이라는 걸 알았다면 귀띔을 해 주었을 것이었다. 이건 창술 특강이고, 이건 딸딸이 아조씨의 섹스테크닉 0원 환급반이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었지. 룬 스톤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베로니카는 몰랐던 거야.’
이렇게 고고학자처럼 연구를 했는데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건 ‘나’라고 하는 특수한 놈한테만 허락되는 특수한 현상인가? 마치 야수회귀처럼?
아니. 그 대답은 NO였다. 오우거 새끼가 신화시대의 지식이나 룬, 인신공양의 의식 같은 걸 배울 곳은 그밖에 따로 없었으니까.
물론 고대문명의 유물이니까 이 옥새엔 오우거의 DHA를 높여주는 버프까지 세트로 달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나한텐 좆도 상관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