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쟁이 눈나의 인강 티켓을 꺼내며 그리 말했다.
지구에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있어도 비슷한 논문이 제출됐는지 찾기가 쉽다. 거의 모든 논문 다운로드 사이트에는 같은 학계 학자들의 인용지수까지 나왔다.
‘그런데 정보 통신이 씹창인 이세계는 사정이 다르지.’
내 고향 21세기 지구에서처럼 논문을 찾아보질 못하는 것이었다. 각을 잡고 중복되는 연구가 있었는지 대학이나 대도시의 연구소에서 조사해야 했다.
만약 내가 좆빠지게 써간 논문을 다른 교수들이 ‘본 거야’ 하고 엎어버린다?
나는 분노로 부랄이 벌벌 떨릴 것이었다. 나처럼 룬 스톤의 발동 조건을 달성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조사는 해야 할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 걸 보면 연구됐을 가능성은 적겠지.’
내 말을 들으며 티르시는 모닥불에서 조금 엉덩이를 뺐다. 나는 추워서 물도 덥혀서 마셨는데 티르시는 더운 모양이다. 선조 중에 막 겨울왕국 출신이 있는 거 아닐까.
“조사를 하시려면 대학에 가실 건가요? 중부지방으로?”
“아뇨. 다나가 복구를 끝내면 거기로 갈 겁니다. 그쪽 지방 대학에 들르려고요.”
나는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명언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저의 탑에서 찾아냈던 유적의 지도!
다나가 그중 일부를 복구해서 위치를 알아내면 우리 가족은 당분간 해외 출장을 나가게 될 것이었다. 함정인지 아닌지도 조사해야 하니까, 현지에서 대학에 들리게 되겠지.
이 내용은 비건과 아서스한테 들리면 안 될 얘기라서 내 설명음 무척 건성이 됐는데, 티르시는 똑똑한 캐리어 우먼답게 말귀를 알아들었다.
내 말에 섭섭해 하며 머리카락을 꼬는 티르시.
“외국으로 나가시는 거군요. 부러워요. 저는 일이 있어서 따라가진 못 하겠네요.”
“크크크. 곧 모험가 등급도 오를 텐데 마법사 길드에서도 승급 하셔야죠. 이제 6성급 마법사가 멀지 않았잖습니까?”
“멀지 않기는요. 1, 2년으로는 모자라죠. 제 나이가 서른이 넘기 전에 6성급을 다는 게 목표였는데, 가망이 없어 보여서 큰일이에요.”
“저도 서른 찍기 전에 석사 딱지 떼고 싶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겠지만요.”
“후후. 노르드도 고생이 많네요.”
“그래도 요즘은 고생할 가치가 있는 느낌입니다. 전부 다 아내들 덕분이죠 뭐.”
─움찔! 내 주댕이가 반자동적으로 애처가 발언을 하자 베로니카가 몸을 떨었다. 왜 떨었는지는 몰라도, 자고 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30살 전에 6성급이라.’
나한테는 20대에 공무원 6급을 달겠다는 말 정도로 무모한 도전으로 들렸는데, 여기는 개인의 능력이 100명 분을 할 수 있는 이세계 아닌가.
‘능력만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은 얘기지.’
20대의 6성급 마법사라는 젊음과 능력을 갖추는 것!
그게 티르시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로마니아의 귀족이랑 결혼을 할 생각이라 했던가.’
몰락 귀족인 티르시가 로마니아의 귀족이 되려면 부인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댄다.
그건 지당한 일이었다. 지구에서도 관직을 사고 파는 막장국가는 있었지만, 권력 경쟁에서 져서 몰락한 권력층이 다시 복권하는 걸 허락하는 국가는 거의 없었으니까.
‘몰락 귀족이 귀족의 아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법적으로는 꽤 널널한 거지.’
쿠데타처럼 중죄로 실각한 것이 아니라 그런 걸 수도 있다.
아무튼 티르시는 뭔가 개인적인 이유로 귀족 자리를 되찾을 생각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자기 스펙을 쌓고 귀족이랑 혼인하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겠지. 저번에 나에게 로마니아 귀족위에 관심이 있느냐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을 던졌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고 말이다.
근데 나는 그 사실에 약간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티르시는 나한테 자평했던 것처럼 계산적인 면모가 있는 사람이야.’
첫 만남 때부터 길드에서 받는 평가를 높이려고 자원봉사 느낌으로다가 아딱이들이랑 파티를 맺었던 티르시.
그밖에도 그녀는 자신의 스펙과 연관된 사건에 날이 선 태도를 보이곤 했다.
이름을 까먹은 탈모 교수에게 화를 냈던 것은 당연한 건데, 그때 외에도 다시 쓸 수 있는 논문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서 내 논문 탈환 작전에 협력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번에는 승급을 서두르려고 나한테 머리를 숙이기까지.’
물론 나는 티르시의 계산적인 면모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이익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골호인이라고 놀림받기 싫으면 자기 밥그릇은 알아서 지켜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이상한 건, 티르시는 거의 무골호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착한 사람이라는 건 보고만 있어도 알아.’
따릉이의 안장에 걸린 가방에는 길드에서 파견된 시험관의 유품이 보관되어 있다.
티르시가 자기 옷으로 감싸서 챙긴 유품이 말이다.
저렇게 성격이 모난 데 없는 티르시가, 고작 해야 권력욕 때문에 자기 결혼생활까지 담보로 써서 귀족 복귀를 노릴까?
내 생각에 그건 아닐 것 같았다.
어쩌면 티르시한테는 귀족으로 돌아가려는 것도 목표의 중간 과정이 아닐까. 나도 박사를 다는 걸로 노력을 끝낼 생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후루룩.
그리 생각하던 나는 밤공기에 식어버린 물을 마셨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일까? 티르시는 잡담이 끝났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모닥불을 쬐며 불침번에 집중하는 티르시.
그녀는 내가 사르가디스에서 맺은 인연 중 하나였다.
나는 이세계의 무정함에 적응한 꼴마초다. 하지만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은 아직 죽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며 연을 맺은 사람이니까, 티르시의 꿈도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근데 왠지 이세계에서 내 우정은 여자랑만 맺어지는 느낌이 드는군.
‘사르가디스에서 사귄 사내 새끼라고 해 봤자 도르카 정도인가.’
크롬웰과 친구들이랑은 비지니스 관계니까 말이다.
저번에 프랑이 집들이 파티를 했을 때 도르카네 여관에서 술을 사 왔다고 했었는데, 조만간 나도 술이나 한 잔 마시러 가야겠다.
─타다닥!
그때 모닥불의 불똥이 티르시의 로브에 튀었다. 로브는 모험가의 장비템답게 불똥 정도로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는데, 재 때문에 그을음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이런. <정화(Clean)>.”
그을음을 눈치챈 티르시는 로브를 털더니 마법을 썼다.
정화의 바람이 그을음을 깔끔하게 없애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저번에 다나랑 지나가는 얘기로 <정화> 마법을 배우자는 얘기를 했었지.’
지하창고는 환기가 안 돼서 청소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깜빡하고 있었네.
“티르시. 그 <정화> 마법은 제가 배울 수 있을까요?”
“이걸요? <번개의 화살(Lightning Missile)>에 비하면 꽤 간단한 마법이니까, 노르드라면 할 수 있을 거에요. 알려 드릴까요?”
“부탁드립니다. 다나가 꼭 배워오라고 해서.”
내가 그리 말하자 티르시는 얼굴을 붉혔다.
뭐지? 내가 뭐 잘못 말한 게 있었나? 고개를 모로 꼬는 나. 나의 그런 리액션에 티르시는 손사레를 쳐댔다.
“아, 아뇨! 알겠어요. 지금부터 알려드릴게요. 펜이랑 노트는 갖고 계시죠?”
그렇게 나는 티르시가 불러주는 술식의 구조와 마나 운용법을 옮겨적고 연습을 했다.
불침범은 4시간씩 2교대라서 시간은 널널했다. 베로니카는 내가 연습을 하는 동안에 눈치 빠르게 일어나서 불침번의 경계역을 자처해 주었다.
나는 효과에 비해서 심각하게 오글거리는 주문을 10번도 넘게 외우며 훈련을 했다.
“떠나라. 몸을 더럽히는 부정의 잔흔. 이는 해독의 바람, 남방의 경풍(輕風). <정화(Clean)>.”
후와아아아아아악─!!
와, 시발. 드디어 됐네.
목이 마를 정도로 주문을 외우자 드디어 첫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감이 잘 안 잡히는 걸 보니까 뽀록샷 같은데, 완숙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역시 주문이 붙은 마법은 쉽지 않다.
“고맙습니다. 나머지는 집에서 연습해 볼게요.”
“네, 넷. 그런데 그…… 노르드.”
내가 고개를 숙여서 감사하자 티르시는 헛기침을 하다가 의사처럼 손가락을 세웠다.
“이 마법을 아내분의 몸 속에 사용할 때는 조심해 주세요? 이물질 소독에 사용되는 바람은 일시적인 거지만, 몸 속에 상처를 낼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정사 후에 흔적을 치우실 때에는 천천히 소독되기를 기다리시란 뜻이에요.”
부끄럽지 않은 척 설명을 하는 티르시.
나는 티르시가 왜 내 부탁에 얼굴을 붉혔나 했는데, 다나가 배워오라고 했다는 말 때문에 뭔가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난 무심코 중얼거렸다.
“……지하창고 청소에 쓸 생각이었는데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티르시가 말한 사용법은 존나 쓸모가 많았고, 그렇게 써도 된다는 걸 안 이상에야 프랑이나 다나한테도 자주 써 줄 것이었다. 섹스 후의 정액 처리는 우리 가족의 난관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굳이 티르시한테 원래 목적을 말할 필요는 없었던 것 아닐까?
저것 봐. 존나 우리 파티 연금술사님 얼굴 터지겠네.
“아뇨, 그게, 저는, 그, 제, 제가 그런 곳에 쓰려고 배웠다는 뜻이 아니구요?”
눈물이 맺힌 눈으로 티르시는 판토마임 같은 흉내를 냈다.
“밀폐한 포션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 길드 일에 필요해서 배웠던 거에요. 저는 그냥, 연인 사이에 <정화> 마법의 오용 사고가 나고는 하니까, 주, 주의를 드리려고……. 이, 이상한 상상 같은 건 안 했어요…….”
“믿습니다. 진정하십쇼.”
그리하여, 나는 태어나서 처음 성희롱을 당한 여중생처럼 구는 티르시를 교대 시간까지 달래야만 했다.
아무튼 그 뒤로는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사르가디스로 돌아왔는데.
그 동안 우리 사이에 아무 대화도 없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바이콘 망아지의 처녀 알레르기 도지는 소리 빼고 말이다.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문을 열며 복귀 인사를 박았다.
따릉이를 목장에 반납하거나 파티원들과 헤어지는 중에도 프랑이랑 다나가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 특히 베로니카가 신분증이 없어서 은신 시키는 과정이 존나 번거로웠다는 건 비밀이다.
티르시가 내 그런 마음을 눈치채고 보고를 전담해줘서 좀 빨리 돌아올 수 있었지만 말이다.
물론 그건 티르시가 내 얼굴을 보기 부끄러워서 그랬던 걸 수도 있는데, 이유가 뭐든 퇴근이 빨라져서 나쁠 게 어디 있겠는가!
‘느낌적인 느낌이 나중에 길드로 불려가서 또 취조를 받을 것 같기는 한데, 그건 그거고.’
신혼 생활 중에 5일이나 집을 비웠던 것이다. 존나 씨발 1초라도 빨리 사랑하는 아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 것은 자연의 섭리였다.
“어, 남편님아. 존나 빨리도 오셨다.”
거실로 들어가자 마중을 나오던 다나랑 맞닥뜨렸다. 나는 미아 보호소에서 마망을 발견한 새끼 잼민이처럼 광희난무를 하며 달려들었다.
“다나아아아아아앗!!! 보고 싶었어!!!!!”
“으앗?! 야, 야! 뺨에 침 묻히지 마!”
다짜고짜 끌어안고 볼에 키스를 날려대자 다나는 좋으면서 빼는 척을 했다. 왜 좋아하는지 알았냐면 얼굴을 돌리면서도 손으로는 내 허리를 안아주었기 때문이다.
─부비적. 나는 다나의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키 차이가 나서 힘들었지만, 그까짓 거 내가 허리를 좀만 숙이면 될 일이었다.
“으으윽…… 다나. 너무 보고 싶었어. 이제 다시는 너희랑 떨어져서 일 하기 싫다…….”
“찡찡대기는. 그래, 고생했어. 나도 보고 싶었──”
─우뚝. 다나는 다정한 눈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몬스터 가죽 바지의 짱짱한 구속에 크게 고통받는 내 쥬지드라 때문이었다. 내 쥬지가 허벅지에 넣은 라이플처럼 다나의 고간에 밀착해버리고 말았다.
“……이 새끼 봐라? 내가 그리웠던 거야, 아니면 내 몸이 그리웠던 거야?”
─스윽스윽. 다나는 이죽거리며 양손으로 내 허벅지를 훑었다. 가죽바지 위로도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손길에 쥬지드라는 쿠퍼액의 포효를 흘려댔다.
‘아, 존나 이대로 다나랑 침대에 뛰어들고 싶다.’
씻지도 않은 쥬지를 내밀면 암만 그래도 싫어하겠지만, 그 싫어하는 반응도 보고 싶다.
인상이라는 인상은 다 쓰면서 내 자지를 닦아주던 다나가 닦아도 남아있는 체취에 신경질을 부리며 펠라를 해 주는 걸 보고 싶다.
냄새난다고 하던 입으로 자지를 빠느라고 발딱 선 다나의 유두를 밤새도록 핥고 싶다!
“……크흑.”
나는 솟아나는 욕망을 누르며 다나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내가 그렇게 나오자 다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내 생각을 손바닥 위에서 굴리는 구슬처럼 완전히 파악하고 있을 다나다. 나답지 않아서 놀란 거겠지.
“왜? 씻게? 아, 프랑이라면 지금 목욕탕에 있어. 오늘은 내가 일찍 퇴근해서 먼저 씻었거든.”
프랑을 찾는다고 생각했는지 그리 설명해주는 다나. 그런 다나는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지 테이블에 과자랑 책이 놓여져 있었다.
“프랑한테도 왔다는 말 해주러 가. 아니면 따라 들어가서 즐기다 오든지.”
“아, 그럴게. 근데 먼저 소개해야 할 사람이 있어. 아니지, 사람은 아닌가?”
“소개?”
“그래. 베로니카, 나와.”
고개를 끄덕인 내가 이름을 부르자, 베로니카는 마치 대기업 건물에 찾아온 면접생처럼 삐걱거리며 문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서 어색한 브리타니아 어로 말했다.
“아, 안녕하시옵니까. 베로니카 에클립시스라고 하옵니다.”
“하?”
다나는 입을 딱 벌리며 90도 인사를 박는 베로니카를 쳐다보았다. 놀랄 만 했다. 뿔이 달린 종족은 이세계에도 거의 없으니 말이다. 저주가 풀린 바이콘이라는 발상에는 도달할 수 없을 것이었다.
“갑자기 이 뭔…….”
그런데 다나는 어버버 거리다가 정신을 차리더니, 날 쳐다보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세 번째 아내야?”
“아니다 이 누나야.”
“아닙니다 사모님!!”
나랑 베로니카가 하모니를 이루며 대답했다. 베로니카한테 안긴 고양이가 먀아 하고 울었다.
존나 대답이 겹쳐버렸군.
그보다 사모님이 뭐야, 사모님이.
프랑은 내가 왔다는 소식에 목욕을 5분만에 끝냈다.
“노르!! 어서 와!!”
해맑은 강아지처럼 달려오던 프랑은 다나처럼 베로니카를 발견하고 멈췄다가, 1초만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만면에 만개한 미소로 나한테 달려들었다.
─포옥! 갑옷을 벗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프랑.
씻다가 급하게 나왔기에 덜 마른 머리가 내 옷을 적셨지만, 그딴 걸 신경쓸 우리가 아니었다. 프랑은 얼굴을 비비적대며 내 냄새를 잔뜩 들이켰다.
“후으, 흐아! 노르다, 노르야!! 진짜 노르!!”
“흐흐. 나 없는 사이에 가짜 노르드라도 왔었어?”
“응! 꿈에서 나왔었어! 나, 노르 없는 동안에 노르 방에서 잤다? 그랬더니 노르 꿈 꾼 거 있지? 사실은 말야, 침대보를 세탁하려고 갔던 건데, 베개에서 노르 냄새가 나더라구! 너무 아까워서 못 빨았어! 이제 노르 왔으니까 빨아줄게!”
까치발을 들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프랑.
평소보다 텐션이 좀 많이 높은데. 미안하게도 혹시 욕탕에 잠겨서 한 잔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니까 존나 행복했지만 말이다.
‘나중에 적응하면 이런 격한 반응도 보기 힘들지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