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1화 (201/1,009)

“물어보진 않았지만 티르시는 일 때문에 힘들 걸.”

빵 껍데기를 벗기며 내가 말했다. 가을에도 바빴던 티르시였는데, 겨울이라고 일이 끊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말하자면 화장품 연구소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몇 달 단위로 일정을 짜게 되면 시간을 내기 힘든 사람은 못 따라오겠지.”

다나는 자기도 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으면서 그리 말했다. 이 누나 천하태평한 것 봐라. 백수도 아닌데 세상의 평일 휴일에서 달관한 듯한 분위기였다.

그리 걱정을 한 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들고양이 테레사한테 밥을 나눠주던 프랑이 고개를 모로 꼬며 물었다.

“다나 넌 괜찮아? 일 때문에 집에 남아야 하는 건 아니지?”

“대학 간의 연계 업무, 현지 답사, 핑계는 얼마든지 있지. 내가 독단으로 움직여도 성과만 내면 연구소의 업적으로 들어가. 내가 없을 때 연구 요청이 와도 연구소 애들이 수주해서 해결해 주겠지.”

“이 눈나가 박사 달더니 교수가 돼어 가고 있네. 나 지금 좀 소름 돋았음.”

“어. 나도 가끔 잠결에 니 잘 때 와꾸를 보면 등골이 오싹하더라. 아마 이게 사랑인 듯.”

“아하. 그건 꼴림이에요.”

“와우. 그럼 존나 우리 남편은 교수한테 꼴리는 거야?”

“누나. 제발 개소리 멍멍 소리는 침대에서만 하자. 느그 남편놈 성도착증 정신병자 만들지 말고.”

“네, 다음 교수필리아.”

“아 애미 씨멍발.”

우리 아내님의 풍둔 교수암쇄권은 오늘도 청산유수였다. 저 기름칠 팍팍 한 혓바닥으로 아까 전까지 내 쥬지를 핥던 게 거짓말 같군.

‘이게 낮이밤져인가 뭔가 하는 그거구마잉.’

다음에 우리 누나 잘 때 옷 벗기고 딸쳐버릴까부다.

내 불알이 주기적으로 마나를 써가지고 쥬지드로펌프 용액을 충전해 놔서 그런가. 마나통이 늘 수록 성욕이 증대되는 느낌이었다.

‘진짜 오우거 새끼의 마나를 쌔비고 나서부터 내 성욕이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나는 저번 승급전을 돌이켜보았다.

내가 그 출장에서 얻은 전리품은 생각보다 많았다.

1. 분노를 통한 야수회귀의 레벨 업.

2. 마나통의 확장과 룬의 마나의 획득.

3. 브딱이에서 실버 클래스로 승급.

4. 오딘의 전언과 베로니카의 파티 가입.

5. 마나 보조 배터리와 룬 스톤 인강 티켓 획득.

고작 해 봤자 실딱이 승급전이었는데 오우거 레이드 원큐로 얻어버린 게 상당한 느낌. 그런데 이중에서 내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의외로 ‘마나통의 확장’이었던 모양이다.

‘이러다가 언젠가 1보 1딸 해야 되는 거 아냐?’

존나 내가 내 성욕을 감당 못하게 되는 날이 오면 어쩌지.

그냥 개소리라고 넘어가기도 좀 그랬다. 실제로 나는 두 개의 불알을 가진 남자니까.

기본 장착템인 고간의 불알과, 야수회귀의 부작용으로 생긴 쥬지드라의 브레스 주머니!

그래서 휴일이 아닌 날에는 보통 마나도 성욕도 금딸 3달째처럼 폭발 직전이 돼 버리곤 했다. 마나가 오링나면 일을 못 하므로, 내가 비상용 마나를 남겨놓는 평일에는 성욕도 자연스럽게 넘쳐나는 것이었다.

이럴 때는 프랑의 웃는 얼굴이나 다나의 목덜미만 봐도 쥬지가 막 웅장해져버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는 그야말로 인간 비아그라인 것이었다. 혈중 비아그라 농도를 체크하면 면허 정지감이겠지.

하다하다 요즘에는 자위 욕구마저 느낄 정도였다.

‘사르가디스에 오고 나서는 딸치고 싶다는 생각도 거의 안 했는데 말이지.’

나도 남자니까 아예 안 친 것은 아니지만, 이 갓뎀 뻐킹 이세계는 딸감도 찾기 힘들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춘화도 같은 걸로 딸을 치는 21세기인이 어딨겠는가!

씨발. 어차피 이세계에 오게 될 줄 알았으면 미술 전공이나 할 걸. 자급자딸이 가능했다면 나는 영구기관처럼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오른손으로 딸을 치는 섹슈얼 우로보로스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내가 영양가라곤 좆도 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에 우리 아내들과 베로니카는 상의를 끝내가고 있었다.

“허면 일주일 정도 준비기간을 두는 걸로 기억해 두겠다. 저주가 풀린 몸으로 움직이는 것에도 적응해야 했으니, 적당한 시간이겠구나.”

물을 마시고 그리 말하는 베로니카. 다나는 순수하게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같이 와 주게? 우리야 고맙지만 이번에 가는 유적은 너희 종족의 해주법이랑은 별로 관계가 없을 걸. 운이 나쁘면 아예 헛걸음일지도 몰라.”

“방해만 안 된다면 데려가 다오. 천공신님의 기억을 찾을 때 필요한 재료는 게르마니아에서 얻는 것이 빠르다. 그리고 그게 아니어도 나는 그대들의 도움이 되고 싶구나.”

“필요한 재료?”

“꿈속에서 이성을 유지하는데 쓸 매개체다. 인간은 꿈을 꿀 때는 의식이 흐릿해지느니라. 그대들이 현명하게 움직이려면 꼭 챙겨둬야 한다.”

아, 베로니카가 예전에 준비했던 그건가.

베로니카를 펠라핸들녀라고 부를 만큼 맛이 갔던 내가 그 차(茶)를 마시자 제정신이 들었었지. 그게 없어서는 우리 세 사람이 꿈에 들어가도 100% 몽중 섹스 파티만 하다가 나올 것이었다.

그리고 내 침대는 내 몽정액으로 농후한 생크림 케이크가 돼 버리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같이 가자. 전투가 벌어지면 베로니카는 도움이 될 거야.”

그리 생각한 나는 베로니카의 손을 들어주었다.

셰이드 때문이 아니어도 전력이 늘어나서 나쁠 것 없었다. 베로니카는 전투 중에만 변신을 풀어서 신족 모드로 큰 거 한 방 날려주고 원상복귀하면 충분했다.

선쿨도 후딜도 존나 길지만 화력은 쎈 대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었다.

워킹-알라의 지팡이…… 아니, 천공신의 지팡이다.

개쎄 보이는 이름이로군.

‘지저의 탑을 생각하면 게르마니아의 유적도 우당탕탕 폐허 대탐험으로는 안 끝나겠지.’

나는 냉정하게 리스크와 리턴을 저울질했다.

우리 파티만 가지고 공략에 도전하게 되면 난이도는 지저의 탑의 몇 배는 오를 것이었다. 지저의 탑처럼 어그로를 분산해줄 다른 모험가가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만으로 공략할 각이 안 나오면 주변에 돈을 받고 정보를 파는 것도 서브 플랜에 넣어두자.

“다나가 연구소장 일을 인수인계를 하는 일주일에, 게르마니아까지 배를 타고 가는 것도 포함하면 남는 시간은 많겠네. 베로니카? 빈 시간에 나한테 그 셰이드라는 것 좀 알려줘.”

숟가락으로 스프를 17등분하며 머리를 쓰다가 그리 말했다.

꿈속에서 신의 기억을 찾는 작업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빡셀 것 같았다. 꿈을 조작하는 마법을 배우는 것조차 몇 달이 걸릴지 아무도 모를 일!

‘짬이 생길 때 차근차근 배워가야겠지.’

내 그런 말에 베로니카는 뉴런에 꽂아놨던 책갈피를 펼치는 것처럼 눈을 반개하며 대답했다.

“그대여. 설명이 불충분해서 면목이 없다만, 꿈을 조작하는 마법과 셰이드는 전혀 별개의 술식이니라. 그러므로 그대가 꿈을 조작하는 마법을 배우고, 그대의 아내들이 셰이드의 요령을 배우는 것이 옳다.”

“그런 거야?”

프랑이 눈을 껌뻑거리며 대꾸했다.

베로니카가 나랑 셰이드를 한다고 말했을 때는 놀랐었던 프랑이었는데, 본인이 해야 한다는 말에는 당황하지 않으니까 조금 신기했다.

하긴 오늘 아침에도 가슴에 내 정액을 묻히고 있었는데 뭘 부끄러워 하겠어.

“원래 남성은 셰이드를 펼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경멸을 받았다는구나. 천공신님께서도 셰이드를 펼쳤다가 유희신님께 놀림을 받았다는 전승이 있으니, 노르드에게 이를 가르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튼 프랑의 물음에 베로니카는 설명을 해 주었다.

“물론 어인 일인지 천공신께서도 그대의 꿈속에서는 여성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셨다만.”

“남들 앞에 나올 때는 노인 모습으로 변신했나 보지.”

아마 오딘의 본 모습은 내가 본 안대 여대생쟝이 맞을 것이었다. 수천~수만 년 전에 셀프 인신공양의 의식을 저질렀던 리즈 시절 오딘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 꼴로는 아무리 쎄도 존경받기는 힘들었겠지.’

이 이세계는 겉모습이랑 능력치가 따로 노는 토끼공듀들의 세상이지만, 나이가 어린 놈이 얕보여지는 것은 똑같았다. 살인 기술을 갈고 닦은 여고생이라도 같은 기술을 10년 더 수련한 농익은 숙녀의 괴력에는 못 당하니까.

다른 변수가 없다면 그게 가장 로지컬한 이유일 것 같은데, 솔직히 그 원시 도이치 하후돈의 성 정체성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하여튼, 셰이드의 요령은 간단하다. 그대들도 우연히 성공한 적이 있지 않더냐. 꿈을 조작하는 마법은 가르쳐 줄 테니 그대는 아내들과 협력해서 시도해 보거라.”

베로니카가 말했다. 저주의 부작용 때문에 식욕이 없다며 거의 음식에 입을 안 댔기에 기운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마 말의 모습으로 접시에 코를 박고 밥을 먹기는 싫은 모양이다.

“셰이드에 성공한다면 노르드와 심념을 연결해 놓은 나도 꿈에 휘말려 들어갈 것이니라. 그때는 내가 옆에서 조언을 해 주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꿈속에서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게르마니아에서 소재를 구해야겠다만.”

“알겠어. 할 일은 정해졌네.”

─후루룩. 나는 스프를 다 마셔버리고 말했다.

“우선 게르마니아에 가서 근처 대학의 도서관을 방문하자. 나나 다나라고 해서 모든 논문을 아는 건 아니니까, 오딘에 대한 논문이나 룬 스톤의 연구 기록을 찾는 거야.”

우리가 탐험할 유적의 정보는 어디에도 없을 테니─만약 있었다면 다른 놈들이 벌써 씹고 뜯고 맛 보고 즐겼을 것이다─, 조사하는 건 그것만 해도 됐다.

“알아볼 걸 알아보면서 유적을 찾아내자. 유적을 찾고 조사하다가, 주변 도시의 마법사 길드에서 셰이드에 쓸 재료를 사 오면 땡. 간단하네 뭐.”

“헤헤. 그래두 무지 바쁘겠다.”

프랑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체류에 들 예산을 생각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지도 모른다. 유적 탐사 중에는 돈이 나올 구석이 없으니까.

‘그래도 계획의 얼개는 대충 다 짜졌군.’

아무래도 겨울 중에는 게르마니아에만 있게 될 것 같다. 내년 봄에는 로마니아에 가야 하니까, 기껏 집을 사 놓고 오래 비워놓게 되려나.

“그럼 나는 모험가 길드에서 승급 시험 결과를 물어보고 올 건데, 같이 갈 사람?”

그릇을 다 치우고 나갈 준비를 하며 물었다. 신족 형태로 뒷정리를 도왔다가 더위 먹은 망아지가 되어버린 베로니카는 꼬리를 휘적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가고 싶으나, 이 모습으로는 이목만 끌겠지……. 미안하다만 그대여. 값은 치룰 테니 내가 사용할 가구를 구해다 주지 않겠느냐?”

“어. 돈은 네 지갑에서 챙겨간다?”

“그리 해 다오……. 침대와 탁자만 있으면 되느니라…….”

베로니카가 유언처럼 말하고 미동도 안 하게 돼 버렸다. 야, 마당에서 죽어. 여기서 죽으면 마루에 시쳇물 배.

“남편님아. 어차피 출근할 거니까 같이 가.”

“그럼 나도 갈래. 라리루라한테도 들리게.”

외투를 입은 다나가 그리 말했다. 따라 나온 프랑도 두껍게 옷을 입었는데, 키 차이 때문인지 동글동글해서 존나 귀여웠다. 뺨을 깨물어주고 싶네.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집을 나왔다.

“누나는 연구소에 얘기하고 오마. 너희도 밤 늦기 전에는 돌아와.”

다나랑은 중간에서 헤어졌다. 게르마니아로 출장을 가려면 인수인계랑 소장 대리를 정해둬야 할 것이었다.

그나저나 조만간 우리 눈나 직장 동료들한테도 얼굴을 비춰둬야 할 텐데 말이다.

“프랑. 라리루라는 나 없는 동안 어쩌고 있었대?”

가을 날씨에 춥지 않게 프랑이랑 팔짱을 꼈다. 프랑은 내 팔꿈치에 뺨을 대며 대답했다.

“라리루라는 마법사 길드에 정식으로 등록했어. 서커스단 체포 보수로 받은 돈이 있었잖아? 그래서 티르시 씨가 돌아오시면 제자로 받아 달라고 부탁해 보겠다더라구.”

“아아, 그래?”

듣고 보니 생각이 났다. 저번에 내가 승급 시험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런 얘기를 했었지. 마법을 배워서 더 대단한 쇼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이다.

라리루라도 정력적으로 자기 미래에 투자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티르시라면 거절하진 않겠지.’

마법사 길드는 길드원에게 스승을 두기를 권장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데, 까놓고 말하면 이세계인들다운 인맥전쟁의 일환이었다.

계산적인 면모와 착한 성격을 동시에 가진 티르시 아닌가. 자기 이력서에 쓸 내용을 늘리며 파티원끼리 친해질 수 있는 제안은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었다.

─저벅저벅. 뺨을 에는 찬 바람을 뚫고 여관에 도착했을 때였다. 어쩐 일인지 여관 밖에 나와 있던 사이키델릭한 핑크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사복 차림이던 그 녀석은 손에 입김을 불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화색이 되어서 소리쳤다.

“선배♡! 어서오세요☆!”

이 녀석은 언제 봐도 그대로구만. 나는 유치원에서 아빠를 발견한 어린애처럼 팔을 흔들어대는 라리루라를 보며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잘 다녀오셨나 보네요. 별 일 없으셨어요?”

맹대쉬로 접근한 라리루라가 말했다. 그 녀석은 처음 보는 물건을 관찰하는 고양이처럼 나를 여기저기 쳐다보더니 빵끗 웃었다.

“언제 오셨었어요? 오늘 아침? 돌아 오시자마자 저를 보러 와 주신 거라면 저는 무척 기쁠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론 오늘 저녁까지 아무 것도 안 먹고 마셔도 기운이 넘칠 만큼!”

“어제 저녁에 돌아와서 꿀잠꿀목욕꿀밥 풀 코스로 때리고 왔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바로 왔다고 해 주시길 바랬어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낙담하는 라리루라였다. 얜 언행이 죄다 과잉 리액션이네.

“그래 뭐, 암튼 너도 잘 지냈냐? 마법 배우고 있다며.”

“네에! 그래서 오늘도 마법사 길드에 가 보려고 했었어요!”

빨간 볼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리루라. 그래서 아침부터 나와 있었던 모양이다.더 늦게 안 와서 다행이었군. 엇갈릴 뻔 했다.

“우리는 이제 모험가 길드에 들렀다가 가구 보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할 얘기가 있는데 바쁘면 다음에 하고.”

“갈래요!”

타임랙 0.1초로 수락하는 라리루라였다. 복싱선수의 잽처럼 반사신경이 작용한 듯한 대답속도다. 폰겜 스토리에서 스킵 모드를 켰을 때 같았다.

“그래, 그래라. 여기서 잠만 기다려. 도르카 놈한테서 술 좀 사 오게.”

나는 파티원들을 기다리게 하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도르카는 아침이 밝아서 일 나갈 사람들이 다 없어지고,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오, 뭐야. 집 구했다더니, 우리 여관이 그리워지셨나?”

“여기는 안 그리운데 여기에 쓴 돈은 아직도 그립지. 오늘은 여관 말고 술집에 용건이 있어서 왔다. 여기 맥주 통으로 팔지?”

“크크크. 당연하지. 운송 길드를 통해서 배달도 한다. 1통이면 되냐?”

“작은 걸로 줘. 며칠 있으면 일 때문에 멀리 나가걸랑.”

나는 도르카한테 맥주값을 쓰고 장부에 서명했다. 모험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돈 때문에 금주를 하던 나였는데, 우리 다나 눈나가 술고래라서 필요하다.

그렇게 눈나가 술을 마시면 프랑도 슬그머니 잔을 가지고 따라간다. 아니면 아내님을 혼술 시키기 싫은 내가 같이 대작해 주거나.

존나 그러다 보면 셋 다 헬렐레해진다.

그럼 우리 아내들이 알딸딸한 머리로 2층 자기 방까지 가야겠는가? 아니지. 1층에 있는 내 방에서 같이 알몸으로 뒹구는 것이다.

왼쪽을 봐도 가슴.

오른쪽을 봐도 가슴(A컵).

그런 퇴폐적인 삶의 윤활유가 맥주였다. 크, 내가 이 맛에 삽니다.

“그래, 알카디가 좋은 걸로 들어왔는데 1병 어떠냐? 내가 인심 써서 싸게 준다.”

“아 지랄 자제해. 그걸 테이블에 갖다 놓으면 우리 가족들 독침 맞은 모험가 파티처럼 순서대로 픽픽 뻗어. 존나 그거 마취용액에 술 타서 파는 거 맞다니까.”

“뭘 모르는구만. 일 빡세게 한 날에 그거 한 잔 하고 자면 그만큼 좋은 게 또 없는데.”

“마취제 맞네. 용법이 불면증 약이잖아 미친 놈아.”

“크크크. 아내한테 깨워달라 해. 숙취해소제도 세트로 파니까.”

“해소제는 지랄, 해독제겠지. 아무튼 잘 지내라. 또 술 사러 오마.”

“그래. 기왕이면 아내들한테 심부름 부탁해라. 그 분들은 내가 굳이 말을 안 꺼내도 먼저 좋은 술이 들어왔는지 물어보시더만.”

“염병. 다음달부터 니 면상 자주 보게 생겼네.”

우리 아내님들이 술에 끔뻑 죽어서 그런가. 생일날에 백화점 게임 코너에 데려온 잼민이처럼 되는 모양이다. 이제부턴 술은 내가 사러 와야겠다.

─짤랑.

술팔이 짓을 하려는 도르카한테 맥주값을 치르고 나왔다. 그러자 들려오는 그녀들의 대화 소리.

“에스트 씨는 다리 다 나으셨대요! 어제 언니랑 헤어지고 이 주변에서 만나뵀거든요.”

“정말? 다행이다. 나 저번에 승급 의뢰에서 만나뵙고 나서 못 만났었어. 건강해 보이셔?”

“네! 승급한 기념으로 다리 각반을 새로 사셨다고…… 앗, 선배 나오셨다.”

내가 없는 동안에 사이가 더 친해지라도 했는지 분위기가 활기찼다. 둘이서 같이 일도 나갔으니까 그럴 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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