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7화 (207/1,009)

“아─. 그래서였군요! 왠지 커다란 항구에는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이 공연을 많이 보러 오는구나~ 하고 대충 넘어갔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네요♡!”

라리루라는 손가락을 세었다. 자기가 다녀본 도시를 꼽는 듯 했다.

“앗, 여기야!”

제일 앞에서 지도와 길을 대조하던 프랑이 멈춰섰다. 우리 눈나가 사전에 찾아둔 여관이었는데, 고고학계에서 연줄을 댄 여관이었기에 DC를 받고 이용할 수 있었다.

【어서오세요! 4인 일행에 펫 1마리로 괜찮으신가요?】

【예. 여기 신분증요.】

접수처로 가자 게르마니아 인 아가씨가 비지니스 미소로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입국 절차에서 신분은 다들 증명을 받았기에─고양이인 베로니카는 예외다─, 고고학 박사인 우리 눈나가 대표로 서명을 했다.

【펫……. 애완동물…….】

인원수에 포함조차 못 된 베로니카는 ‘가축’에 이은 ‘펫’이라는 말에 큰 상처를 받고 울적해졌다. 내가 귀 뒤를 만져서 위로해 주었다. 동물로도 강하게 살아가렴.

“선배~? 오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도 게르마니아 어까지는 못 해서요~.”

라리루라는 링링이 3.5호를 창고에 넣고는 내 눈치를 봤다.

“방 잡으실 때 뭐라고 하신 건지 못 알아들었는데요~. 혹시 저는 여기서도 독실이에요? 오늘도 라리루라는 여러분들이 웃는 소리를 옆방에서 벽에 귀를 대고 엿들어야 하는 가여운 처지인가요~?”

“4인실로 잡았어. 침대도 2층 침대로 2개랜다.”

“야호! 역시 우리 선배♡! 최고에요!!”

기쁜 나머지 만세를 하는 라리루라. 다나는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인상을 썼다.

“뭐지? 방을 잡은 건 난데 왜 남편 새끼가 칭찬을 받냐?”

“원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갖는 거야.”

“내가 곰이냐? 미친 곰박이련아.”

“노르. 그랬다간 완전 기둥서방인데.”

아무튼 왕따를 면한 라리루라가 기운차게 짐을 풀어줘서 짐을 푸는 것도 편했다. 장기 투숙을 해도 괜찮은 여관이라서 우리가 들고 온 짐도 많았다.

“자, 정리 끝! 나는 남편놈 데리고 일 보러 갔다 올게.”

“벌써? 조금 쉬었다가 가지.”

다나가 출장증을 챙기자 프랑이 옆자리를 가리켰다.

하지만 내가 다나를 대신해서 손을 저었다. 뱃여행 때문에 지친 것은 팩트였지만, 나도 다나도 방에만 박혀 있는 생활은 바다에서 보낸 6일 동안 질려버렸던 것이다.

“갑갑했던 것도 풀 겸 바람도 쐬다가 늦게 들어올 거야. 늦어도 밤이 되기 전에는 책 갖고 돌아올 생각이니까 저녁 먹지 말고 있어. 군것질을 하러 갈 거면 조심하면서 같이 다니고.”

거듭 말하지만 외국에서는 전우조가 필수다. 나랑 다나가 조사팀, 프랑이랑 라리루라랑 베로니카가 집보기 팀이 되었다. 라리루라는 텐션을 높이며 선원들한테 배운 경례를 흉내냈다.

“아핫♡! 알겠습니다! 언니들이랑 1층에서 정보나 훔쳐들어 볼게요! 밤에는 방에 올라와서 베로니카 언니를 만지며 놀 테니까 걱정 마시구요☆!”

“흠? 라리루라야. 너도 고양이를 좋아하느냐?”

고양이 모드의 베로니카가 침대에 누워서 물었다. 라리루라는 눈을 깜빡였다.

“아뇨, 그렇게까지는? 기왕이면 아기 코끼리가 더 좋아요!”

“……코끼리라. 특이한 취미로구나.”

“예전에 같이 일하던 아기 코끼리가 그리워서요♡!”

“……뭐, 되었다. 저주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다. 훈련…… 이건 다 훈련……. 으윽…….”

나는 처녀와 유부녀의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버린 베로니카의 신음을 들으며 문을 닫았다. 다나는 긴장한 것처럼 심호흡을 했다.

당연히 이제부터 남의 대학에 연구소장으로 방문해야 하니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나는 이세계 라마즈 호흡으로 정신을 가다듬더니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누나, 뭐해?”

“데이트.”

수치심에 움찔대는 입꼬리로 어색하게 웃으며 다나는 기쁜 티를 팍팍 냈다.

“나도 가끔씩은 널 독점해도 되지?”

존나 안 될 것 없지.

이세계의 패션 센스는 가끔씩 현대에 버금갈 때가 있다.

오늘 내가 이 가설을 설립하게 된 것은 우리 다나의 가을 패션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먹힐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스키니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 니트, 마지막으로 코트!

키가 좀 크고 몸이 마른 다나한테는 맞춤옷처럼 존나게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허미 꼴리는 거.

“흐, 흐으. 흐으.”

근데 그런 차가운 도시 여자 같은 분위기도 팔다리가 같이 나가면 의미가 있을까. 나랑 팔짱을 낀 다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고장난 호두깎기 인형처럼 걷기 시작했다.

하긴, 우리 3인 부부가 멀쩡한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없기는 했지. 나는 다나의 손에 깎지를 껴서 내 옷 주머니에 넣었다.

“어쩔래? 대학 들리기 전에 구경이나 좀 하다 갈까?”

다나가 꺼낸 데이트라는 말에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그리 물었는데, 다나는 농담이었다는 것처럼 킥킥거렸다.

“새끼가 한두 달 쉬더니 빠져가지고. 첫날부터 농땡이냐?”

“농땡이가 아니고 남편의 의무에 충실한 거지. 4년을 알고 지냈지만 너랑 팔짱 끼고 돌아다니는 건 오늘이 처음이잖아.”

“관두셔. 몇 주일은 여기 있을 건데, 천천히 하지 뭐.”

“그렇네. 여름이었으면 해수욕이라도 했을 걸.”

항구여도 해수욕장 정도는 있었다. 문제는 가을도 끝나는 시기에 왔다는 점일까. 이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면 감기고 지랄이고 인간 빙수 되는 거 순식간이다.

“우리끼리 물장구 쯤이야 목욕탕에서 허구헌 날 하잖아.”

“수영복이 없으면 그 맛이 안 나.”

“존나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한 변태 새끼.”

“꼴림에도 미학이 있고 마초한테도 순정이 있는 거에요.”

우리는 바다의 파도 대신에 인파를 가르며 대학에 갔다.

어디서나 다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신분을 인증하고 도서관이 있다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브리타니아는 게르마니아보다 약소국이지만, 카르미나 대학의 위명은 게르마니아의 일류 대학에도 꿇리지 않는 것이었다.

【안내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다나가 아주 조금 어색한 발음의 게르마니아 어로 안내해 준 사람을 돌려보냈다. 나는 도서관 입구에 서서 그 거대함에 휘파람을 불었다.

‘장서량은 카르미네 대학 못지 않군.’

도서관에는 잠금장치가 붙은 신발장까지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큼직한 대자보가 보였다.

【복도가 더러워지지 않게 갈아 신어 주세요. 도서관 사서 일동.】

청소하기 귀찮아서 그런 걸까? 고고학자들 신발이 흙으로 더럽기는 하지. 다나도 그걸 발견한 모양인지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집어서는 나한테 건넸다.

“야, 여기 니 발 사이즈 있다.”

“어? 아, 어. 여기 누나 거.”

나도 내가 집었던 슬리퍼를 다나한테 줬다. 우리는 서로가 자기가 신을 슬리퍼보다 상대방한테 줄 걸 먼저 찾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깠다.

“아니, 왜 자기 것부터 찾지 않고…….”

나는 어안이 벙벙한 기분으로 슬리퍼를 받아서 신어봤다. 내 발에 귀신 같이 맞았다.

다나의 발에도 내가 준 슬리퍼가 깔맞춤한 것처럼 맞았다.

우리 부부는 또라이를 쳐다보는 것처럼 눈빛을 교환했다.

“미친 놈. 니 내 발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있냐?”

“그러는 누나는요. 나는 노예 시절에 비품 관리도 했어서 기억하는 건데, 나는 남한테 내 발 사이즈를 말해준 기억이 없는데요.”

“……몰라 씨발아. 그냥 들어가.”

다나는 팔뚝으로 얼굴을 감추며 도망을 쳤다.

그 바람에 코트가 펄럭이고 늘씬한 엉덩이가 보였다. 나는 우리 아내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며 다나의 탐스러운 빵댕이를 쫓아갔다.

역시 스키니 청바지는 진리다.

다나. 너한테는 치마보다 바지가 더 어울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룬 스톤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혹시 도서관에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본 경험이 있는가?

이 넓은 도서관에서 카탈로그만 믿고 책이나 논문을 찾아야 하는 고행은 진짜 씨발 해 본 새끼만 안다. 이세계인 학자들한테 가장 좆 빠지는 작업이 뭔지 물어보면 10명 중에 8명은 색인(索引)을 꼽을 것이었다.

심지어 논문을 찾아내도 현실 이세계에는 Ctrl+F도 없다.

‘게르마니아의 암석 연구’라는 논문이 있으면, 여기에 룬 스톤에 대한 내용도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걸 전부 읽어봐야 하는 것이었다.

종이와 잉크 냄새에 포위당하자 대학원생 시절의 PTSD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교보문고 스멜 500배.

“염병. 역시 한 3시간 정도는 둘이서 놀다가 올 걸.”

“뭐야 이 씨발 남편놈아. 내 머리에서 나가.”

“내가 억지로 들어갔나? 누나가 좋다고 넣었지.”

“개소리 하고 있네. 가려는 사람 쫓아와서 넣은 게 누군데.”

“응~ 애 엄마~.”

“존나 기똥차게 뇌에 똥 찬 새끼.”

우리 부부는 입으로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앞으로의 작업이 존나 힘들어질 걸 깨닫고 절로 비장한 얼굴이 되었다. 교수 새끼들이 증빙자료 찾기를 연학원생들한테 짬처리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집중해서 해도 오늘 안에 끝날지 모르겠네.’

나도 말만 안 했지,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 20분 정도는 말이다.

연애를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건 존나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세상에 내놓으라 하는 석박사 부부도 신혼생활 1달째의 핑크빛 분위기에는 얄짤 없더라.

연구 조사<<<<연애질의 공식을 세워버린 내 뇌는 다나랑 꽁냥거리는데 뉴런 활동의 CPU를 낭비해버렸다. 나는 논문을 찾던 중에 조막만한 ‘다나 베르베리아’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오, 이거 봐. 여기 누나 논문도 있다.”

“뭐, 뭐? 그딴 게 왜 여깄어. 씨발, 이리 내. 태워버리게.”

커뮤니티에서 몇 년 전의 흑역사를 찾아낸 것처럼 다나는 얼굴이 굳었다. 나는 다나의 말을 귓등으로 무시하며 책장을 펼쳤다.

“어디…… 흠? 제가 이 논문을 쓰는데 큰 도움을 주신 누구누구 어쩌고 저쩌고와, 유능한 조수 노르드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흠칫. 다나가 입을 다물었다. 나는 낄낄대며 쪼갰다.

“아, 이거 본 기억 난다. 예전에 봤을 때는 립 서비스인 줄 알았더니, 우리 누나 내가 번역 노예 시절부터 자기 뱃속에 누구 애가 자랄지도 예견하고 있었구만. 아주 그냥 이때부터 나한테 끔뻑 죽고 계셨네. 존나 훌륭해.”

“임신은 염병이……. 맨날 정액으로 자궁부터 위장까지 배 터지게 채워넣는 놈이 뭐래. 내 난자 니 정액에 익사해서 뒤졌어 씨발아.”

난자가 정액에 익사한다니, 물고기가 바다에 빠져서 죽는 소리를 하는군.

“글게 마시지 말라니까 왜 매번 꿀꺽꿀꺽 해. 내 쥬지즙은 쥬스가 아니에요. 이 날씬한 배가 단백질로 부풀면 나까지 막 가슴이 아파요. 알어?”

나는 다나의 스웨터를 걷었다. I자 복근의 배와 새끼 손톱만한 배꼽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다나는 기겁을 하며 스웨터 옷자락을 내렸다.

“야, 야…! 너 미쳤어?! 여기 남의 대학 도서관이야!”

“만지기만 할게. 흐흐. 우리 눈나, 배꼽도 귀엽네?”

“지, 지랄 마 병신아…!”

작게 외친 다나가 스웨터로 내 머리를 포장해버렸다. 뭐지? 첫날밤에 했던 플레이를 다시 해 달라는 것인가?

─쯉쯉츕츕.

“히이잇?!”

─퍽! 나는 다나의 배를 핥았다가 머리를 쳐맞고 옷 밖으로 나왔다. 테에엥…….

“왜 때려 눈나. 나 아파.”

“니, 니가 먼저 맞을 짓 했잖아 새끼야!”

“따흑흑.”

“……어디 봐. 많이 아파?”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시무룩한 척을 하자 효과가 좋았다. 다나는 억울한 것처럼 화를 내다가 못내 미안한지 내쪽으로 손짓을 했다.

“크크크. 아프긴. 장난이야.”

“……진짜 이 씨발 새끼. 사람 놀리는데 도가 텄지?”

“놀리다니? 이것도 다 애정표현이야. 싫어?”

다나의 허리를 안으며 물었다. ─파르르. 굴욕에 눈초리를 떨며 다나는 분하게 뇌까렸다.

“……입술 대, 씹새야. 키스하게.”

나는 아내한테 순종하는 착한 남편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숨을 죽여가며 키스를 나눴다. 평일 아침이라서 도서관 이용자가 많지 않은 것도 행운이었다.

다나가 혀를 움직이자 타액이 섞이는 소리가 났다. 몸을 떤 다나는 내 턱선을 어루만졌다. 입술이 용접당한 것처럼 밀착당했다. 혀가 얽히는 소음이 사라졌다.

…쮸우우.

나는 입술을 뗐다.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들켰을 때 수습이 안 되는 짓은 하면 안 됐으니까. 다나는 자기 신분까지 다 깐 상황이지 않은가.

‘아, 씨발 꼴린다.’

분명 그럴 생각이었는데, 다나의 표정이 너무 요염했다.

코트가 터틀넥의 어깨선을 타고 흘러내린 다나가 나를 쳐다보는데, 무슨 컨셉 그라비아 촬영장처럼 몽롱한 눈빛에서 색기가 넘쳤다.

학자인 다나한텐 대학 도서관이 홈 그라운드 버프를 받는 공간이기라도 한 걸까?

내 숨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두꺼운 털실 터틀넥을 입고도 몸이 말라 보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나는 못 참고 터틀넥의 카라를 내렸다. 거기에 감춰져서 체온과 살냄새가 향긋하게 달궈진 목에 키스를 퍼푸었다.

스으읍─ 하아…….

도서관의 책 냄새와 다나의 체취가 섞이자 랩실 노예 시절이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철야로 퀭해진 다나가 내 옆에서 꾸벅거리며 일을 할 때 풍기던…… 그 여자 냄새.

다나도 여자라서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가 심해지면 다 제쳐두고 목욕을 하러 가고는 했는데, 그래서 나한테는 그 냄새가 더 인상 깊었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 할 정도로는 진하면서 악취까지는 가지 않는 천연의 향기!

물 마법으로 바다 위에서도 목욕할 수 있는 여행길이었던 탓일까. 향기가 내가 만족할 정도로 진하지 못했다. 내 코는 집에서 옛날 간식의 냄새를 찾는 개처럼 다나의 목덜미에 콧김을 뿌려댔다.

다나는 뜨거운 김이 옷속으로 파고들자 숨을 죽였다.

“……어, 어디까지 하게…?”

“조금만. 조금만 더 하고 끝내자.”

“……응.”

다나는 내가 얼굴을 파묻은 곳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줬다.

나는 원없이 다나의 체취를 맡았다. 고등학교 교복이 한국인 남자한테 꼴림을 유발하는 이유는 거기에 누구나가 공유하는 노스탤지어가 있기 때문이랜다.

그 말을 생각해 보면 내 노스탤지어란 다나의 살내음과 마른 잉크 냄새가 섞인 공간에 있는가 보다.

집에서 각방을 쓰기를 잘 했다. 프랑이나 다나의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그녀들만의 개성이 드러날 것이었다. 나중에 꼭 내가 아내들 방에 찾아가서 섹스해 봐야지.

─삐걱.

사람 인기척에 나랑 다나는 약간 떨어졌다. 다나가 어깨에 코트를 돌려입었다. 인기척의 주인이었던 여자 학부생은 우리 부부를 힐끔 보고서 지나갔다.

다나는 목에 키스 마크가 남았는지 걱정하는 것처럼 목을 만졌다. 나는 마나로 강화된 코끝에 남은 다나의 체취를 마음껏 들이켰다.

“흐, 우리 아내님 덕분에 의욕이 팍팍 나네. 이제 일하자.”

만족한 것은 나 뿐이었기에 다나는 입술을 삐쭉였다. 근데 뭘 어쩌겠는가? 여기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공개된 도서관인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다나의 용기, 아니, 성욕을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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