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7화 (217/1,009)

─썩둑!! 빗자루질을 연상시키는 적당한 공격이 회전하는 넝쿨 다발을 종이처럼 절삭했다. 담쟁이 넝쿨을 뜯어내는 장면을 수천 배로 부풀린 듯, 사람 허리보다 굵은 넝쿨이 바닥에 쏟아졌다.

피 웅덩이가 튀었다. 잘려나간 넝쿨에 청동 거울이 튕겨져 내 발치로 굴러왔다.

그 거울에 비친 나는 왼쪽 얼굴이 없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오며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을 먹칠을 한 것처럼 가렸다.

키잉─! 키잉─! 키잉─!

재촉하는 듯, 기대하는 듯, 검은 마나가 용트림을 부렸다. 왼팔에서 뿜어지는 마나의 출력에 지하묘지가 지진을 일으키며 요동쳤다.

“……다나. 프랑을 치료해 줘.”

마지막으로 남은 이성으로 그 말만을 하고, 나는 어둠에 잠식된 얼굴에 손을 얹었다.

빛이 겁을 먹고 피해가는 것처럼 새까매진 얼굴은 영혼을 만지는 듯한 감촉이 들었다.

그렇게 장례에서 시체의 눈을 감기는 것처럼── 나는 내 왼눈을 감겼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Rrrrrrr….”

검은 마나가 좌반신을 타고 몸을 덮었다. 목이 짐승 같은 하울링을 냈다. 지하묘지를 흔드는 지진이 강해지는 것을 개의치 않고 나는 목청껏 포효했다.

“■■■■■■■■■■■■■──!!!!!!!!!!!!!!!!!!!!”

─쾅!!! 짐승이나 몬스터도 따라하지 못할 하울링을 내지르며 진각을 밟았다.

고대문명의 건축 기술로 만들어진 지하묘지가 방사형(放射形)으로 갈라졌다. 예르나가 안색을 바꾸고 꽃잎을 오므렸을 때, 투척한 창이 공기의 벽을 찢으며 비상했다.

1겹, 2겹── 5겹의 적층 방패에 압축 실드까지 펼친 전력전개의 방어태세였다.

창이 관통한 공기가 폭풍 같은 여파를 남기며 지하묘지에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하묘지는 지반 붕괴의 전조를 보이며 진동했지만 나는 생매장될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 지하묘지의 천장── 수십 미터 두께의 암석 지반이 흔적도 없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콰르르르르릉!!!!

미스릴 투창이 예르나의 방어를 가볍게 뚫고 몸의 절반을 뜯어냈다. 빛의 마나는 즉사의 치명상을 입은 예르나의 몸을 치료했다. 트롤처럼 재생 능력을 가진 생물들을 초월하는 속도였다.

파괴의 여파가 머리 위의 땅을 분쇄하며 지상으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었다. 폭풍에 휘말린 예르나의 반신은 죽지 않고 재생하면서 지상 수백 미터 고공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놓치지 않는다.

“RRRRRRrrrrrooooooooooooooo──!!!!!!!”

나는 제자리에서 수십 미터를 점프하며 그것을 뒤쫓았다.

프랑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벽난로에 타죽은 쥐의 시체처럼 뉴런의 구석에 늘러붙어 있었으나, 그것은 들끓는 살의와 분노를 가라앉힐 계기가 되지 못했다.

지하에서 뿜어진 허리케인이 망령도시의 일각을 허물었다.

날쌘 청새치처럼 내게 돌아오는 창을 캐치하며, 나는 죽은 시체들의 폐허를 향해 도약했다.

“케흑, 캬하악?! 끄하아악……?!”

몇 초만에 반신이 재생한 예르나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빛의 마나로도 옷은 재생할 수 없었는지, 전라가 되어서 바닥을 구르던 예르나는 나를 발견하고 눈을 부릅떴다.

“시건방진 구신의 쓰레기가, 잘도 나를 무릎 꿇렸겠다…….”

예르나가 이를 갈며 뇌까렸다. 모직의 드레스가 나신을 가렸다.

“네 팔다리를 잘라서, 머저리 같은 동료들과 아내의 시체에 파묻어주겠어. 네 몸도 마음도 전부 썩어서 문드러질 때까지── 포식식물의 양분으로 삼아주겠어!!!!”

“Rrrrr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나는 포효하며 질주했다.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트린 예르나는 폐허의 건물에서 꽃을 피웠다. 직선으로 이어진 100미터의 거리에 라플레시아 같은 꽃이 만개했다.

─카르르르르륵!!

라플레시아의 넝쿨이 사나운 죽창처럼 자라났다. 면을 제압하는 광범위 공격이었다. 피할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나는 질주를 계속했다.

야수회귀의 손톱을 세웠다. 나는 30cm 넘게 자란 칼날 같은 손톱을 옆으로 휘둘렀다.

“Syaaaaaaaaaaaaaaaaaaaa──!!!!!”

매연처럼 새까만 증기와 마나가 뿜어졌다. 넝쿨의 감옥은 손톱의 참격에 갈려나갔다. 여력을 남긴 손톱의 마나는 예르나가 있는 곳까지 날아갔다.

“하이 엘프의 혈통을 깔보지 마──!!!!”

예르나가 아까보다 많은 꽃잎을 전개하려 했다. 하지만 그 노림수는 실패했다. ─콰드득! 내 손가락에서 뿜어진 마나의 실이 예르나의 몸을 포박한 것이었다.

그것은 실을 넘어서 거의 밧줄에 가까운 굵기였다. 실에 닿은 예르나의 몸이 검은 마나에 감싸이며 압축되었다. 피가 고장난 분수기처럼 무질서하게 튀었다.

“꺄으햐아아아아아아아아으아아아아아아아아각──?!!!!!”

360도 밀폐된 공간에서 유압 프레스에 깔리는 것처럼 예르나는 팔다리가 뭉개졌다. 나는 팔을 당겼다. 예르나가 꽃잎의 방패에서 대포알처럼 튀어나왔다.

─패앵! 실의 전자운동처럼 예르나의 구겨진 몸통이 공중에 부양했다.

10미터. 20미터. 30미터.

마나의 실은 그칠 줄을 모르고 길어졌으며, 예르나가 추락할 높이도 그만큼 높아졌다.

“설마……!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아아악──?!!!”

비틀린 육체를 재생하던 예르나도 자신의 말로를 직감한 듯 했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애액─!!!!

나는 찢어진 연을 바닥에 매치는 것처럼 예르나를 지면에 내려쳤다. 전동릴에 감긴 낚시줄처럼 예르나는 허리가 거꾸로 꺾여 부러졌다.

그것도 직후에 방문할 지옥에 비하면 미지근한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꺄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푸직!! 물감을 채운 물풍선을 떨어트린 것처럼 예르나의 몸이 뿔뿔이 흩어졌다. 목소리를 낼 성대도 박살나자 공포와 아픔이 연주하는 비명소리도 그쳤다.

흩뿌려진 피와 살덩이가 뭉치기 시작했다. 징그러운 살 뭉치는 순식간에 아름다운 엘프의 나신을 구성했다. 유적에 남겨진 빛의 마나는 이 정도로는 고갈될 일이 없었다.

그 육체는 마나가 끊기기 전까지는 영원불멸하다.

육체는 말이다.

“악, 하악……?! 히이, 히이이이………!!”

점토처럼 뭉쳐진 예르나가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나신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자존심을 세워가며 입은 드레스는 실밥조차 없이 사라졌는데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예르나는 환상통에 미쳐가며 내가 뻗은 실을 끊었다.

오래 살아오면서 고통을 느껴본 적은 얼마 없었겠지. 10초마다 믹서기에 갈리는 것만 같은 통증에 착란 증세를 보이던 예르나는 간질 환자처럼 발작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콰아아아아아아!!

물의 소용돌이가 직선으로 발해졌다. 심해의 해류에서 몰아치는 소용돌이가 땅 위에서 재생된 듯 한 압박감! 수 톤에 달할 것이 틀림없는 거대한 수류였다.

나는 소용돌이를 겨누고 손바닥을 펼쳤다.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다. 두려움을 만드는 이성은 마비된 뒤였다. 지금 내 행동원리를 지배하는 것은 오직 광증에 섞인 분노 뿐이었다.

“Awuuuuuuuuuuaaaaaaaaaaaaaaaaaaaa!!!!”

소용돌이를 향한 손바닥에서 극한의 냉기가 쏘아졌다.

그 냉기는 소용돌이가 품은 에너지의 원자 활동을 눈 깜짝할 사이에 정지시키며 얼음 덩어리로 만들었다. 냉기는 초속 백 미터를 넘는 압축 분사의 출력으로 얼음 덩어리를 가루로 만들며 예르나의 하반신을 얼려버렸다.

“L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진각을 밟으며 얼음바닥을 부쉈다. 예르나의 배에 주먹을 갈겼다. 배가 터져나가고 척추가 꺾였다.

“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예르나의 목을 창자로 감아서 넥타이처럼 당겼다. 명치에 무릎을 찍자 핏빛 얼음이 비산하며 상반신이 터져나갔다.

“Rrrrrrrrrrrrrrrooooooooooooooooooooooooooo!!!”

투콰가가가가가가가각─!!!

나는 예르나의 몸을 때리고 때리고 때렸다. 머리는 노리지 않았다. 뇌가 터져나간 동안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할 거라는 잔혹한 생각을 이성을 잃은 머리로 떠올린 것이었다.

슈르르르르륵─!!

빛의 마나가 고갈되어갔다. 신체의 결손을 치료하는 것은 소모가 크다. 막대한 마나는 공격에 활용되지도 못하고 수십 번, 수백 번을 쉬지 않고 죽어나가는 예르나의 장기와 혈육을 메꿔야만 했다.

아까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빛의 마나가 지금은 눈에 잘만 보였다. 마나가 줄어든다. 수백 년의 세월이 부끄럽지 않게 하해와 같았던 양이, 태양이 추락한 바다처럼 엄청난 속도로 증발해댔다.

“Ky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투쾅!! 나는 우스꽝스럽게 튀어오른 예르나의 머리통을 붙잡고 벽에 부딪혔다. 수수깡처럼 부숴진 벽을 뚫고 땅바닥에 예르나의 머리를 갈아버리며 달렸다. 빨간 페인트가 도로의 선처럼 그어졌다.

“히야으아아에오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러진 팔로 예르나가 자기 몸을 뜯어냈다. 내 아귀 힘을 못 버티고 상반신이 바닥을 굴렀다. ─데굴데굴! 시체로밖에 안 보이던 몸이 정지했을 때는 이미 예르나는 전신을 재생한 뒤였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머리를 헤집으며 예르나는 도주를 택했다.

땅을 네 발로 기다가 마나를 물 쓰듯이 쓰며 하늘을 나는 예르나. 나는 마나의 실로 잡아당기는 대신에 그것을 쫓아서 도약했다.

발에 검은 안개가 모이자 땅을 디디고 선 것처럼 자세가 안정되었다. 발에서 분사되는 증기를 동원하여 나는 도망치는 예르나를 추격했다.

내가 쫓아오는 것을 본 예르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광을 했다.

“오지 마, 저리 꺼져!!!!!! 오지 말라고오오오!!!!!!!!!!”

예르나가 한 손을 하늘에 내걸었다. 하늘에서 빛이 사라졌다. 별빛이 잘 보이는 이세계의 밤하늘과는 일변하여 아무런 빛조차 없는 검은 하늘이 펼쳐졌다.

─키이이잉!!

검은 하늘에 순백의 빛덩이가 떠올랐다.

태양광에 별빛까지, 하늘의 모든 빛을 흡수하고 압축해서 업화로 전환하는 마법이었다. 예르나는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몸서리를 쳐댔다.

“원죄를 저지른 열등종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나를 죽이려고 드는 거야!!! 인간족에게 신들이 남긴 유산을 누릴 자격 따윈 없어!!!! 내 눈에 지평선까지 난립한 인간족들의 나라는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 쓰레기장일 뿐이라고!!!!!”

빛의 구체는 예르나가 공급하는 마나와 자연의 빛을 빨아들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었다.

예르나가 머리가 망가진 것처럼 침을 튀길 때마다 빛의 광채가 강렬해졌다. 틀림없이 예르나가 펼칠 수 있는 최고 화력의 마법이었다.

“Rrrrrrrrrr…….”

나는 내 옆을 부유하는 창을 붙잡았다. 지팡이처럼 내걸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나의 후방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원형의 진 안에 룬 문자 하나가 떠 있을 뿐인 간결한 마법진이었다. 그것은 새까맣게 자전하며 부지불식간에 숫자를 늘려갔다.

6개 째를 세었을 때는 벌써 9개가 되어 있었다.

10개 째를 세었을 때는 20개로 늘어났으며, 30개를 전부 세기도 전에 50개로, 50개는 90개로. 만다라처럼 하늘을 수놓으며 100여 개에 미치는 마법진이 칠흑의 천공을 누볐다.

“………아, 아아.”

예르나가 피범벅이 된 입에서 침을 흘리며 절망했다.

마법의 화력과 숫자, 전개속도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밀려버린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몇 박자 늦게 발동한 내 마법은 예르나보다 강하게, 빠르게,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나는 송곳니를 드러내던 입꼬리도 낮추고 오연하게 최후의 불꽃을 기다렸다.

─쿵! 예르나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밤하늘보다 새까만 천공에서 예르나는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소리쳤다.

“죽어서 사라져버려어어어어억!!!!! <천체신의 심판(Umpire of Celestial)>!!!”

【──Eptirleiða Hævateinn.】

마법이 부딪혔다.

추락하는 태양과 역천하는 99개의 불꽃 폭풍이 뒤섞이며 어두운 하늘을 밝혔다.

길항은 찰나지간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예르나의 태양은 용광로에 던져진 성냥처럼 내가 발한 불꽃에 휩쓸려 소실되었다. 비명조차 불사르는 붉은 겁화가 나뭇가지처럼 예르나가 있던 공간을 뒤덮으며 뻗었다.

염상하는 천공에서 나는 지팡이처럼 쓰던 창을 내렸다.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재는── 한 줌도 없었다.

하늘이 원래 색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마법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아니, 말이 조금 잘못됐다. 해제했다고 하면 내가 자의로 푼 것처럼 들릴 것이다.

제대로 말하자면 풀렸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왜냐하면 더는 내 마나통에 남은 마나도, 마법에 사용하기 위해서 ‘조종하고 있던’ 마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쓰으으으벌…….”

나는 마나통에 최대치의 10%도 안 남았다는 것을 깨닫고 대자로 쓰러져 누웠다.

처음으로 야수회귀를 썼을 때에 삐까뜨는 체력 소모였다. 팔다리에 거의 힘이 안 들어갈 정도니까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이었다. 무거운 팔의 힘을 짜내서 왼쪽 눈을 만져보았다.

─끔뻑끔뻑. 눈은 멀쩡했다. 눈깔에 장애가 생겨서 안대를 끼고 드루이드 석사에서 후크 선장으로 직업을 바꿔야 할 줄 알았는데.

‘영문을 모르겠군.’

나는 대자로 누워서 인상을 썼다.

사건에는 인과가 있다. 원인과 결과는 표리일체이기에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1분 전까지 벌이던 비현실적인 전투에는 그에 걸맞은 원인이 필요했다.

원인.

다시 말해서 대가(代價)가 말이다.

‘타뷸라처럼 눈을 제물로 삼은 건 아니야.’

미궁에 빠진 문제를 되짚자 떠오르는 것은 타뷸라였다.

그 하프 인간 새끼는 나한테 뒤질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눈을 제물로 바치고 육체를 바꾸는 힘을 얻었었지 않은가.

─이 몸의 이름은 타뷸라!! 위대하신 천상의 광기를 섬기는 에인헤리(Einheri)이자, 불멸의 전사다!!

─천공에 거하는 위대한 광기시여!! 당신의 에인헤리가 공물을 바치오니, 비천한 혈육을 불사를 가호를 바라나이다!!

그 새끼의 말을 생각해보면 천상의 광기란 오딘의 은유다.

타뷸라가 하프 인간에서 순혈 늑대인간으로 변신한 마법은 오딘에게서 힘을 내려받는 마법이었을 것이다. 약간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리 생각해 두자.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아무튼 내가 방금 저지른 모종의 마법─마법인지조차 모르겠지만─은 그와 비슷했다.

일단 검은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부터가 그랬다. 거의 이성이 남아 있는데도 미친 새끼처럼 빡쳐서 끼에엑 거린다는 점도 똑같았고 말이다.

‘그래도 종류가 비슷할 뿐, 효과는 정 반대였어.’

타뷸라가 쓴 마법은 신체강화에 국한된 것이었는데, 내게 걸린 버프는 그것과 100% 반대되는 것.

굳이 어울리는 표현을 쓰자면── ‘지혜의 강화’다.

지혜의 강화.

알아듣기 쉽게 말해서 마법 재능의 상승이었다.

마나 컨트롤 능력, 분석력, 판단력을 높이는 힘!

믿을 수 없게도 그것이 사건의 진상이었다. 나는 전투 중에 자아가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었기에 확언해도 좋았다. 그 야만스럽기 이루 말할 데 없는 파괴와 난동이, 사실은 인지를 뛰어넘은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이다.

‘내가 펼쳤던 기술은 전부 내가 보거나 배운 기술이었어.’

창을 움직인 것은 <꼭두극>을 개조해서 염동력처럼 사용한 것이었다.

부러진 창을 붙인 것은 다나의 치료 마법을 손 본 것이고 말이다.

맨살로 공격을 버틴 것은 마나의 신체 강화.

창을 던져서 지반을 뚫어버린 초인적인 근력은 야수회귀.

손가락에서 뿜어진 마나의 실은 물체조작능력을 강화한 <꼭두극>.

손톱의 마나를 날린 건 야수회귀와 <구름 소환>의 술식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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