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0화 (220/1,009)

‘영혼으로부터 정보만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거지.’

대화가 불가능한 영혼한테서 단편적인 정보를 추출해내는 마도구!

일종의 사이코매트리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휴르르르르르륵! 예르나의 몸에서 허연 뭐시기가 끌려와 룬 스톤에 가둬졌다.

원래 ᛈ(Perth)의 룬은 귀중한 룬의 마나를 낭비하기 싫어서 후보에서 탈락했던 룬 문자였다. 거의 흑마법에 가까운 마법인 것도 이유인데, 내가 만났던 영혼들이 다들 내 말을 잘 따라줬던 것도 컸다.

하지만 이렇게 손수 조져놓은 년놈들은 영혼이 되도 자기 얘기를 순순히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미 뒤졌으니까 협박도 별로 안 통하고 말이다.

저번 승급 시험에서 배운 교훈을 살려서 이 룬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좆 같은 새끼들의 와꾸를 또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장점이었다.

이 씨발련이 다시 떠드는 꼴을 보면 열불이 나서 내가 먼저 기절했겠지. 저장한 기억을 보려면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해지지만 그건 돌아가서 하도록 하자.

나는 그렇게 물 타입 교수몬의 기억만 쏙 빼갔다.

예르나의 영혼은 남지 않았다. 육체가 없는 영혼에게 기억이란 자아를 증명하는 정보이다. ᛈ(Perth)의 상자는 그것을 복사하면서 건드리기에 영혼의 부담이 큰 것이었다.

조금 아쉬웠다. 지옥에 끌려가는 것을 기대했는데.

‘그래도 좋은 곳으로 갔을 리는 없겠지.’

이세계에는 이상하리만치 지옥이라는 이미지의 사후세계가 적었다. 사후세계는 보통 천국인 것이다. 굳이 꼽자면 게르마니아의 발할라-니플헤임 정도가 천국-지옥과 비슷할까.

내가 그리 생각했을 때였다. 예르나의 시체에 갑자기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이 씹?!”

애1미 씨발! 존나 이번엔 또 뭔데. 자폭인가? 벡터맨에 나오는 괴수처럼 거대화를 하나? 기겁을 한 우리는 빠르게 그 년의 시체에서 거리를 두었는데, 예르나의 시신은 파이로키네시스트 현상처럼 자연발화하며 뼛조각도 없이 사라졌다.

“……쓰벌. 또 분신이었다든가 하는 건 아니겠지?”

“기다려 보거라. ᚹ(Wunjo).”

내가 오싹한 생각을 입에 담자 베로니카가 손을 휘저었다.

─휘리릭! 룬이 발동했다. 에너지의 교환, 이동, 목표의 공유 등을 상징하는 룬이었다.

생물의 몸에 사용하면 신체능력을 강화하는 룬인데, 룬 마법에 제약이 안 걸린 베로니카는 좀 다르게도 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꿈틀. 눈썹을 움직인 베로니카가 경멸의 눈초리를 보였다.

“……저주로구나. 타의에 의해서 사망하면 시체가 사라지는 주술이다.”

“룬이냐?”

“아니……. 아즈테카의 우신 숭배 마법과 유사하군. 우신 숭배자들처럼 상하관계는 없는 듯 하다만, 비밀을 존속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집단이 있는 건가요? 나쁜 사람들은 혼자 다니는데도 꼭 어디 소속해 있네요☆!”

라리루라가 불쾌하다는 것처럼 말했다. 익살맞게 웃고는 있었는데, 눈이 좆도 안 웃고 있다. 화가 난 게 맞는 듯 했다.

“세상의 주류가 아닌 자들은 좋든 나쁘든 그렇게 되지. 이 여자는 자기가 좋은 쪽이라고 믿는 악한이었다만…… 비슷한 사상을 가진 종자들이 넘쳐날 거라고 하면 과연 불온하기 짝이 없다.”

베로니카의 한숨에 공감이 갔다.

타뷸라네 조직, 임모르탈리스, 예르나네 조직.

벌써 씹새끼들 동호회만 3개다.

‘세상에 앰생이 너무 많군.’

절반 정도로 줄어들면 우주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 같은데. 한숨이 자동으로 나왔다.

그래도 지들끼리도 으르렁거리고 있는 듯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예르나가 착란 중에 지껄였던 혼잣말 중에서 일부 떠오르는 것을 노트에 적었다. 프랑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서 그 말 내용에 집중을 못 했다. 그래도 잊어버리는 것보단 나을 것이었다.

프랑은 자기 망치를 가져오더니 말했다.

“다들 내려가자. 다나가 걱정돼.”

“네! 다른 모험가들이 소란을 듣고 찾아오면 큰일이니까요☆!”

“아 망할, 그랬지. 우리만 있는 게 아니었지.”

생각해 보니까 그랬다. 내가 우르르 쾅쾅 푸다다다 하면서 하늘 천 땅 지랄을 해 댔던 소리는 게르마니아 왕국군도 다 들었을 것이다.

‘모험가들도 다 튀어버렸을 테니 얼른 움직여야겠군.’

지하묘지를 뿜빠이하기는 싫으니까 내가 거세게 개통해준 묘지 천장도 숨겨야겠는데, 시간에 맞을까 몰라. 우리는 일단 위험을 감수하고 지하묘지로 들어갔다.

“……존나 개 같은 새끼. 터덜터덜 잘도 돌아왔네.”

다나는 결계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가 나를 보고 존나 제 아들이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욕쟁이 어머니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겼냐?”

“좆발랐지. 2승 1패니까 판정승임.”

“논문 털리고 쳐맞았으니까 2대 2로 무승부지 새끼야. 너 이 새끼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내 몇 명인지도 손가락 꼽아가면서 세겠네.”

“한 손으로 시마이 치는 범위기를 바라는 거에요.”

“그건 존나 니 하반신이랑 상의하시고요.”

대충 대답한 다나는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 웃통을 까고 있는 내 찌찌를 말이다.

나는 마초헌법에 따라서 일단 좌우 가슴살을 꿀렁꿀렁 해 주었는데, 다나가 갑자기 왜 남의 몸을 쪼물닥 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뭐지? 자기보다 거유인 나를 질투하는 것인가?”

“와꾸가 죽빵 반죽인 새끼가 가슴털이 양심에 났나. 느그 젖탱이는 단백질이잖아. 성분표가 달라요 씨발아.”

─짝! 이마에 혈관을 다나는 건틀렛을 낀 손으로 내 빵댕이를 쳤다. 씨발 존나 아팠지만 나도 일부러 맞을 짓을 한 거였기에 힘을 빡 주고 있어서 살았다. 일종의 부부 차력쇼다.

“쯧. 새끼, 말하는 꼴 보니까 우리 남편님 맞네. 머리도 뭐 멀쩡해 보이고.”

툴툴대며 머리를 긁는 다나.

아, 그런가. 내가 그 지랄을 하며 깽판 치는 걸 봤으니까 이 남편님이 멀쩡한가 걱정되겠지. 주무른 곳도 내가 넝쿨 드릴에 맞은 부위였다.

‘하여튼 우리 눈나도 참 알기 쉽게 복잡한 여자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쳐다보자 다나는 니 대굴빡에 마구니가 끼었다는 것처럼 나를 쏘아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뭐, 기분은 어떠냐?”

“기분? 뭔 기분?”

“뭐긴 뭐야, 병신아. 복수 끝냈잖아. 후련하냐고.”

허리에 손을 얹고 묻는 다나.

나는 그 말에 파티원들의 상태를 보았다. 다들 다치고 피곤한 안색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고생했다고도 할 수 있고, 편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강력한 적과 만났지만 하루만에 유적의 탐사가 일단락된 셈이니 말이다.

그래도 다른 일행은 복잡한 기분인 것처럼 느껴졌다. 제일 좋아해야 할 새끼가 가만히 있으니, 사실 별 일을 해내지 못했던 그녀들은 먼저 기뻐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팔짱을 꼈다.

오늘의 승리도 언제나랑 같았다.

의문을 해소한 만큼이나 할 일과 의문이 쌓여가는, 평소 그대로의 이세계 라이프다. 우리 이세계 정상영업합니다. 존나 새삼 생각해 봐도 언제 망한들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 뻐킹 이세계의 역사에 숨겨진 깊은 비사(祕史)는 우리 석박사와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1~2년 노력한 정도로는 풀 수 없을 것이었다.

잃어버린 비밀만큼 지들 좆대로 역사를 묻어버리는 새끼도 있겠지.

예르나가 말한 라는 단체부터가 존나 그런 쪽의 일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특수부대 같지 않은가. 대충 어둠의 홍위병이라고 하면 될까. 아니, 이렇게 말하니까 존나 좋은 단체 같네.

아무튼 뭐, 그렇다.

제각각의 종족, 범세계적인 모친리스 친구들이 자기들 좆을 기준으로 야드법을 정하고 싶어 하는── 언제나대로의 염병 맞을 이세계다.

나랑 친구들처럼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만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어느 세상이나 산다는 건 좆 같음을 동반하는 일이다.

좆 같기 이루 말할 데가 없지만, 어디 우리 이세계가 이딴 식인 게 하루이틀 일이던가.

“그래. 응. 다나 네 말이 맞아.”

급한 불을 대충 끄고 나자 마음이 놓였다.

풀어진 마음의 빈 공간에 새로운 감정이 들어찼다.

논문을 훔쳐간 년이 뒤져버렸으니까 되찾는 것을 포기하려 한 나였는데, 예르나가 조용히 행방불명으로 처리된다면 몇 년 뒤에는 논문 미투에 도전해 봐도 될 것 같다.

그리 생각하면 이건 희망찬 승리가 아니었을까.

이유가 뭐든 간에 이긴 건 이긴 거다. TV도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는 판타지 노잼 월드다.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기쁨을 느껴보겠는가.

나는 깊게 고뇌하여 그런 답을 내렸다.

따라서 두 팔을 천천히 들어서 만세를 취하고.

“조오오오오오오오오온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분 째진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목청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의 기쁨을 표했다.

──한 걸음 나아가면 10걸음 밖이 보이는, 혈압 마라톤 같은 우리네 인생.

꼴랑 몇십 분 정도는 기뻐해도 벌은 받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그제야 나답다는 듯이 웃는 아내들과 친구들을 보며 개운하게 낄낄댔다.

어벤져스 노르드, 현 시간부로 소집 해제합니다.

기쁨의 함성을 내지른 뒤, 나는 차분하게 계획을 세웠다.

원래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뭐다?

‘파밍이지.’

일할 때는 속전속결 칼퇴를 모토로 삼는 나였는데, 오늘은 특히 신경을 써야 했다. 내가 거대 원숭이 노르드로 변신하여 일으킨 이모저모가 어그로를 잔뜩 끌었을 테니까.

다른 사람이 이곳을 알아내기 전에 후딱 해치우자.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간 좆되는 수가 있었다.

“나는 유적 천장을 막고 오마. ᛒ(Berkanan).”

─펄럭! 베로니카는 검은 날개를 펼치더니 하늘을 날았다.

변신 마법의 룬은 일부만 변신하는 것도 가능한 모양이다. 근데 시팔 날개라니! 마음에 쏙 든다. 한국인이라면 자고로 아바타에 날개를 달아야지.

콰르르륵…! 플라잉 바이콘이 된 베로니카는 신족 모드에서 발동하는 마법─좀비 우물을 막은 그것─으로 천장을 대충 매워놓았다.

당연히 존나 두꺼운 지반을 혼자 매울 수는 없다. 말하자면 뚜껑만 덮은 셈이었다.

비행을 마치고 느린 속도로 내려오는 베로니카. 아마 날개를 길러도 이동속도는 빠르지 않은 듯 했다.

“이거면 탐사 중에 들킬 일은 없겠지. 보통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땡큐.

나갈 때는 어그로가 끌리지 않게 우물 쪽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우리는 예르나가 튀어나와서 기습을 날렸다는 구멍으로 들어갔다.

비상탈출구에 함정을 깔아놓았을 리는 없기에 우리는 약간 조심하기는 했어도 금방 숨겨진 방의 최심부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윙윙윙…!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는 것은 텀블러처럼 생긴 사각기둥이었다. 마나이 뿜어져 나오는 사각기둥은 바닥의 마법진과 이어졌는데, 나는 그걸 보자 고고학자의 눈썰미로 직감했다.

“먼지가 없구만. 마법진도 새 거고. 예르나가 건드렸다는 건 이게 유적의 핵심인가.”

“다들 섣불리 손대지 마. 프랑, 베로니카. 너희한테 맡길게.”

다나의 부탁에 프랑과 베로니카가 지식을 살려서 조사했다. 예르나는 실종된 뒤부터 여기에 죽치고 있었던 모양인지 꽤 생활감이 있었다.

범죄자를 체포하고 그 새끼의 범죄 흔적을 찾아서 월세방에 들어온 느낌이다.

“이쪽에는 위험한 물건 없어. 함정도. 나는 안쪽에서 계속 찾아볼 테니까, 다들 이쪽부터 조사해 줘.”

방의 절반을 검사하고 그리 말하는 프랑. 베로니카도 주운 책을 넘기다가 중얼거렸다.

“저마법진은 이 책의 내용으로 보이는구나. 보거라.”

“책? 웬 거래.”

주니까 받았지만 약간 의문이 들었다. 중요한 물건일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여긴 예르나한테는 출장 호텔 같은 장소다. 귀중품은 아마 안전한 곳에 두고 왔을 것이었는데, 내 생각대로 책은 그렇게 대단한 물건은 아니었다.

책은 《분신》이라는 간단한 제목의 마도서였다.

나르메르-나일의 말로 쓰인 제목에 비해서 내용은 로마니아 어였다. 그렇겠지. 상형문자에 가까운 그쪽 나라 말로 책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석판도 아니고 말이다.

책을 속독으로 읽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특정한 재질로 사용자랑 비슷한 분신을 만드는 마법의 제작법이었다. 나는 이 책이 왜 여기 있는지 눈치를 깠다.

“예르나 년, 이 책을 보고 분신을 만들었군. 원래는 쓸 줄 모르던 마법이어서 전문 서적을 가지고 와서 연구를 하려고 했던 거야.”

“선배? 여기, 마법 공식도 있어요.”

라리루라가 손가락질한 곳에는 과연 예르나의 필적으로 된 계산식이 있었다. 한 발 먼저 계산식을 훑어보던 다나는 진심으로 더러운 것을 집었다는 듯이 종이를 내팽개쳤다.

“존나 역겹네. 사람의 피랑 살로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방법이야.”

“어디 봐 봐.”

나는 종이에 적힌 글을 읽었다. 예르나의 필적은 30%인데 누구 글씨인지 모를 글자가 70%였다. 아마 예르나 같은 년놈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했던 흔적인 모양이다.

호문쿨루스는 인간과 매우 흡사한 골렘을 말했다.

연금술의 일종으로 분류되고는 한다는데, 이 세상에서 인간은 흙으로부터 빚었다는 전승이 많았다. 호문쿨루스는 거기서 착안해서 만든 클론 골렘 같은 것이다.

딱 봐도 알겠지만 만들기는 존나 어렵다고 한다. 인륜적인 문제로 많은 국가에서 금지하는 마법이었고 말이다.

‘빛의 마나로 피와 살을 인간의 형태로 재생시켜서…… 씁, 틀림없군.’

눈으로 읽었을 뿐인데 피비린내 나는 듯한 내용이다.

사용하는 마나가 빛의 마나라는 점이 오싹함을 더했다. 마치 의료도구로 사람을 해부해서 가구로 만드는 연쇄살인마의 일지 같았다.

“모험가들을 여기로 납치해 와서 죽인 것도 그래서였나.”

그 이끼 밭이 분신의 생성소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모험가 납치도 이유 없이 저지른 짓은 아니었던 건가.

하긴 암만 인성파탄자여도 소시오패스에 가깝던 년이다. 그 짓이 자기 목을 조른다는 것 정도는 알았겠지.

“……추격자의 존재를 알고, 여기서 반격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

라리루라의 추리에 나도 한 표를 던졌다.

예르나는 타뷸라네 조직에게 쫓기고 있었다. 아마 여기서 죽치고 있다가, 그 이끼 밭을 깔아뒀던 공간에서 분신으로 격퇴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인륜을 저버린 연구기록을 대충 읽었다.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뭔가 증거가 있지 않을까 해서 한 일이었는데, 내 노력은 월척을 건졌다.

연구기록의 70%를 채우는 뉘신지 모를 필적!

그 일부에 또 다른 사람의 글귀가 들어가 있던 것이다. 이 연구에 개입한 사람만 최소 세 명은 된다는 소리였다.

<강한 제물이 무조건 효율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음>.

그리 적은 새끼의 필적은 기록에서 이따금 나타났다.

편지처럼 이 결과를 주고 받은 듯 했는데, 거기에 교수가 논문을 첨삭하듯이 사족을 적어둔 것이었다.

“잠만, 근데 이거…… 어디서 본 필적인데?”

다나가 관심을 가졌다. 이세계에서도 필적 검사는 유효하니 말이다.

음지에서 암약하던 예르나도 양지에서는 유명한 교수라는 직위가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의문의 첨삭자를 알아봤다는 건, 이 새끼도의 글씨체를 어디서 봤다는 소리였다.

“여기 이거. 다나 너는 누군지 짐작 안 가냐?”

“……확실히 이상한 필체기는 한데, 모르겠다.”

내가 보여준 글귀를 읽던 다나가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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