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르랑 나랑 비슷하다고? 개소리 하고 있네.
저 천인공노할 씨발럼이랑 나는 좆도 닮지 않았다. 마나의 유사성을 가지고 닮았다고 친다면 나도 제이드도 엔리르도 ‘다 비슷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었다.
【그래, 이 약물중독 부르주아지 새끼야.】
나는 저 씹새들에게서── 제이드 투스타스와 엔리르에게서 구신의 마나를 감지하면서 대답했다.
【손님이 클레임 걸러 오셨다, 애미애비도 없는 게이 커플 새끼들아!!!】
─콰아앙!! 마나를 폭발시키면서 진각을 밟았다.
그 작용의 반작용을 대쉬의 에너지로 바꿔서 질주했다. 내 주먹이 흉맹한 불꽃으로 타올랐다. 내 목표는 엔리르였지만 기세에 압도당한 제이드는 반사적으로 내쪽에 방패를 향했다.
나는, 우리는 그 틈을 기다렸었다.
─쐐애액!
비밀 계단 아래에서 던져진 나이프가 제이드의 대갈통을 노렸다.
상회장 새끼는 방패를 돌릴 틈이 없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피했는데, 나이프는 실로 연결된 것처럼 궤도를 바꿔서 정확하게 그 투구의 틈새에 꽂혔다.
【끄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제이드. 당연한 결과였다.
그토록 소리를 쳐댔지 않은가. 감각이 뛰어난 프랑이라면 당연히 듣고 올라왔다가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주목을 끈 것도 그래서였다.
우리는 말 없이도 마음이 통하는 부부였기에, 나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 프랑의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한 페이크를 걸었던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개똥철학은 맞으면 나아, 씹새야!!】
폭력은 안 고쳐지는 신념은 병이다. 나는 좋아 죽는 상회장 대신에 코앞까지 다가온 엔리르에게 죽빵을 갈겼다.
그 새끼는 상회장이 하후돈이 되든지 닉 퓨리가 되든지 관심 없다는 듯 내 공격에 집중하고 있었다. 가면을 쓴 상태인데도 곧 벌어질 싸움에 환희하는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아. 그런 성격에, 그런 관계라 이거지.
나는 이 씹새들의 관계와 성격을 대충 감 잡고 외쳤다.
【불꽃 펀치!!】
【──뇌신의 허리띠(Þunras Gjörð)!!】
엔리르가 주문을 외우자, 놈의 전신을 번개가 덮었다.
그 허리에 룬 문자가 떠올랐다. 이 새끼의 기술은 템빨이 아니라 자신의 마법인 듯 했다.
번개가 대책없이 천둥 소리를 울렸다. 이웃집에 대한 배려심은 동네 똥개한테 먹여줬는지 이웃집에서 100% 항의가 들어올 듯한 굉음이다.
하지만 내 불꽃의 주먹은 전혀 쫄지 않고 그 새끼의 와꾸를 때렸다.
【머야 시발!!】
안면에 적중시킨 주먹이 번개에 가로막혔다. 주먹은 역장(力場)에 저지당한 것처럼 중간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물리력을 동반하는 번개인가?’
그런 주제에 치사하게도, 놈이 휘감은 전류는 막힌 주먹을 통해서 내 몸으로 파고 들어왔다.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자동 도트뎀을 날려댄다니! 그야말로 공방일체였다.
엔리르는 가가대소를 터트리면서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ᚲ(Kenaz)의 룬! 그 다음은 ᚦ(Thurisaz)의 룬인가!! 우리들 외의 인간 룬 술사를 만나다니 기쁜데, 친구!!】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친구래, 시발럼이!!】
나는 달군 쇠를 넣은 물웅덩이처럼 휘발되는 마나를 느끼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늘 있는 일 아니던가. 공격 마법을 막아주는 룬은 기능하고 있었으며 소모량도 적었다.
나는 진각을 밟으며 【게르튀르】의 공격기 제 5품새를 펼쳤다.
창을 휘두르거나 찌를 수 없는 초근거리에서 쓰는 기술.
자세도 마나 운용도 어려워서 최근에야 습득한 고난이도 공격기였다.
다리의 힘이 허리로, 허리의 힘이 어깨로, 어깨의 힘이 내 팔과 그 끝의 주먹으로 이어졌다.
【말 놓고 싶으면 민증부터 까!!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어요!!】
창을 쓰는 기술을 주먹으로 재현한 나는 띵호와 짜이찌엔 무술의 발경처럼 원인치 펀치를 날렸다.
【뭉게뭉게-육왕건!!!】
【끄으으윽?!】
─콰아아아앙!!
【게르튀르】에 증기의 추진력까지 더해지자 엔리르는 발을 뒤로 물렸다. 나는 그렇게 벌려진 거리를 활용하며 180도 회전했다.
근력과 마나를 불어넣은 돌려차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품새를 완성시켰다.
【크으, 크하하하하!! 마나 승부냐?! 나를 상대로?! 용기는 가상하다만──】
【──좆까슈!! 볼트 태클!!】
─뻐어억!! 말을 끊으면서 날린 뒤돌려차기가 엔리르를 날려버렸다.
【큭, 크하하하하하!!!】
충격을 못 죽인 그 새끼는 총알처럼 쏘아져서 방의 벽을 부수고 복도의 어둠으로 날아갔다. 쳐맞고도 웃는 걸 보면 저 씹게이 새끼는 마조히스트가 분명했다.
【후욱, 후욱……! 손질이 잘 된 나이프로군!】
상회장이 투구의 슬릿에 박힌 나이프를 뽑아서 던져버렸다.
나이프에는 피 말고도 하얀 수정체가 묻어나왔다. 저렇게 세게 박혔는데 뇌를 헤집지 않은 것만도 대단했다.
라리루라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링링이 3.5호가 관수(貫手)를 만들었다. 그 손가락에 <마법의 화살(Magic Missile)>이 생성되자 상회장이 방패로 방어했다.
─위이잉.
관수로 상회장을 뚫어버릴 듯 하던 링링이의 팔이 인체의 관절로는 흉내도 못 낼 360도 회전을 뽐냈다.
마법은 당연히 방패를 들게 하기 위한 페이크였다. 링링이 팔에서 소 잡는 칼처럼 두꺼운 칼을 뽑아내 방패를 튕겨내는 라리루라. 링링이의 입에서 장침이 사출됐다.
방금 전에 나이프 때문에 짝눈이 돼 버렸던 상회장은 장침 앞에서 냉정하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조악한 현대문물 따위가!!】
상회장은 갑옷의 방어력을 믿고 뒤로 굴렀다. 그건 올바른 판단이었다. 두꺼운 갑옷이 장침을 튕겨냈으니까.
자세를 바로잡자마자 상회장은 망치를 던지려는 듯 팔을 내걸었다. 제지하려던 나는 복도 안에서 번뜩이는 마나의 파동에 발이 굳었다.
“그대여, 받거라!”
비밀 계단에서 내려오던 베로니카가 창을 날려줬다.
그녀도 구신의 마나 사용자였기에 나랑 같은 위협을 느낀 것이었다. 나는 창을 잡았다.
마나를 편식하는 창이었지만 석판의 아공간에는 들어갈 수 있었다. 원리가 결계랑은 달랐기 때문이라는데, 아무튼 필요할 때 손에 있어줬으니 호기심은 접어뒀다.
콰르르릉─!!!
창을 잡기가 무섭게 번개가 뻗어왔다.
반격기 2품새로 풍차 돌리기를 하려던 나는 저 번개가 그냥 전기가 아니라는 걸 떠올리고 품새를 바꿨다. 반격기 3품새. 무거운 투사체를 쳐내는 방어였다.
─투쾅!!
손을 저릿하게 만드는 무거운 느낌은 정답을 골랐다는 실감을 주었다.
위쪽으로 튕겨낸 번개가 천장을 부수고 파편과 전류를 튀겨댔다.
저 번개는 에너지와 물리의 복합 공격이다. 투사체 방어를 선택해서 다행이었다. 만약 풍차를 돌렸다면 창은 번개의 운동 에너지에 날아가고 나는 전류에 감전됐을 것이었다.
‘받아칠 만 해!’
<번개의 화살(Lightning Missile)>처럼 전류가 공간을 나아가는 마법이었기에 튕겨낼 수 있었다.
진짜 번개였으면 천둥 소리가 들린 시점에는 이미 마초이즘 통구이가 됐겠지. 창대에 스파크가 튀기는 걸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항마(降魔)의 창인가. 우연이군.】
제지당하지 않은 상회장이 망치를 투척했다. 부메랑처럼 회전하면서 라리루라를 노리는 망치.
【어딜!!】
라리루라가 링링이를 물렸을 때, 비밀 계단에서 달려나온 사람이 날아오는 망치를 막아냈다. 다나였다.
【우리 막내한테 던져도 되는 건 팁이랑 칭찬 뿐이야!!】
다나의 팔에서 마나가 뱀처럼 춤을 췄다. 실드가 그녀와 라리루라를 지켜내고자 펼쳐졌다.
─카앙!! 망치가 실드에 부딪혔다. 상회장이 다시 장비의 마법을 발동시켰다.
【석추(石槌)여! 섭리를 증명하라!】
상회장의 주문은 효과가 있었다. 다나의 그 튼튼한 실드에 금이 내달렸던 것이다.
【윽?!】
【아니?!】
하지만 놀란 사람은 다나만이 아니었다. 상회장은 설마 저 망치에 실드가 부숴지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처럼 놀랐다.
나는 직감 반 추리 반으로 저 망치에도 내 창처럼 마나에 반발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 시발 템빨충 새끼!!】
그런데 그걸 상회장을 노리는 공격에 사용할 틈은 없었다. 이번에도 번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투캉!! 아까보다 위력이 늘어난 번개를 쳐내자 스파크가 장부에 불을 붙였다.
【제길!!】
천장에 부딪힌 번개가 고장난 발전기처럼 쏟아졌다.
무슨 전기뱀장어로 비를 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기에 상회장을 노리던 조이드도 뒤로 물러서야 했다.
【형씨!! 다른 곳으로는 못 받아치겠수?!】
【불똥을 피하려면 천장이 가장 낫습니다!! 바닥에 흘렸다가 감전당하고 싶습니까?!】
상회장이 탱킹하고 엔리르가 전기를 뿌리는 전투법이다.
내가 엔리르를 전담해서 마킹하거나 조이드를 뺀 다른 사람들에게 ᚦ(Thurs)의 부적을 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떼로 몰려와도 못 이겼겠지.
이 새끼들, 사이가 그렇게 돈독하지는 않은데 콤비네이션은 만만치가 않았다. 나는 마른 입술을 훔쳤다.
【실력이 대단하군. 깔봤던 건 사죄하마.】
─촤르르륵. 상회장이 망치에 마나의 사슬을 연결했다.
저번에 해적 두목도 쓰던 마법인데, 저것도 망치의 기능인 듯 했다. 하긴 회수할 방법이 있으니까 저렇게 망설임 없이 던져댔겠지.
<거기 스톱! 분에 못 이겨서 던져놓고 다시 주워가는 거, 진짜 꼴불견이에요★!>
【어차피 저 땅딸보 새끼는 로마니아 어 못 알아들어!】
<아니, 알아듣는다.>
라리루라와 다나는 상회장의 대꾸를 씹고 마나의 사슬을 붙잡았는데, 1초만에 그 안색이 바뀌었다.
링링이 3.5호의 굵은 팔과 다나의 건틀릿이 상회장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니 시발, 저 둘이 붙었는데 힘에서 밀린다고?’
나는 우리 눈나가 순수 힐러라기에는 힘이 굉장히 세다는 것과, 저 링링이 3.5호의 출력이 무시 못할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나 사용자에 템빨이 있다지만 상인이라는 새끼가 저 둘이랑 줄다리기에서 우위를 점한다니. 드워프는 진짜 씹사기 종족이 맞다. 약해빠진 인간족은 웁니다.
【영광으로 알아라. 우리 드워프의 보물에 손을 대 봤다는 경험을.】
상회장은 지 말대로 분노 조절에 일가견이 있는지 눈깔을 잃은 사람답지 않게 침착한 말투였다. 그의 마나가 용트림을 부렸다.
당겨지는 사슬을 잡던 두 사람은 현명하게 판단했다. 사슬을 놔 버린 것이다.
자세가 조금 휘청였지만 상회장은 회수한 망치를 붙잡으려는 듯이 움직였다. 이번에도 움직이려던 나는 멈춰서야 했다. 저 복도 안에서 튀기는 전깃불을 본 것이다.
씨발, 저 씹새끼. 숨어갖고 나만 경계하고 있네. 위력을 높이게 냅둘 수도 없어서 냉동빔으로 반격했다.
번갯불은 얼음 안개의 분사를 피해냈지만 주문이 끊긴 것처럼 마나의 약동이 멈췄다.
상회장의 손에 망치가 돌아왔다.
─쐐애액!!
회수하는 망치를 뒤쫓는 것처럼 나이프가 날아갔다.
하나 남은 눈깔이 무척 소중했을 상회장은 시야까지 포기하고 방패로 나이프를 방어했는데, 나이프를 던진 그녀는 그걸 노렸던 모양이다.
후드를 쓰기 위해서 풀어헤친 흑발을 휘날리면서 프랑이 계단으로부터 뛰쳐나왔다.
─우지끈! 자기 몸보다 큰 골렘의 손을 손목 아래에 기른 프랑은 그 주변의 벽을 스트리폼처럼 뜯어냈다.
【조이드 씨, 비켜요.】
힘에는 힘, 드워프에는 드워프다. 대포만큼 무거울 돌덩이가 대포알처럼 무서운 소리를 내며 방을 가로질렀다. 프랑이 자기 완력을 100% 발휘한 것이었다.
【이발디 맙소사.】
돌팔매처럼 하늘을 나는 돌벽을 보며 조이드가 난전 중인 것도 잊고 멍 때렸다.
건축 중인 건물에서 H빔이 추락한 것처럼 충격파가 청소를 안 한 듯한 방의 먼지와 서류를 뒤흔들었다. 상회장은 방패를 앞세워서 견뎠다.
마법 반사 방패는 방어력도 좋은지 흠집이 조금 생긴 걸로 그쳤다. 불티에 먼지와 서류가 같이 쏟아지자 일부의 불씨는 꺼지고 나머지는 더 거세게 타올랐다.
─타닥, 타닥.
불똥 타는 소리를 내는 공간에 프랑이 착지했다.
그 손목에 있던 골렘의 손은 시간제한을 못 버티고 무너져내렸다. 쏟아진 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검은 생머리가 달려온 바람에 휘날렸다. 가면을 썼지만 프랑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혼혈이로군. 계단을 찾아낸 것도 너겠지.】
상회장이 말했다. 자기 눈깔을 칼날로 휘저은 상대한테 하는 말치고는 몹시 유한 태도였다.
【허나 동족의 피가 흐르는 계집이여.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는 있나?】
【복수죠.】
냉랭한 대답에 상회장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단락적인 질문이 아니다. 혼혈로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는 말이다.】
【당신보다는 알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얘기는 아닌가 보네요.】
【눈치도 빠르군. 타고난 혜택과 재주에 기대서 썩어가는 순혈보다 훌륭해.】
상회장은 방패를 내밀며 허리를 낮췄다.
【그러나 우리 같은 혼혈은 태어난 시점에서 종족의 미래를 위한 초석으로서 목숨을 점지받은 생명이다. 혼돈의 피에 의지해서 숙명에서 벗어나봤자, 그 피에 이끌린 자들이 우리 목에 운명의 족쇄를 채우고자 찾아오겠지.】
【……그게 이유인가요?】
프랑은 화난 것 같지도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상회장이 내뱉는 망언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없어 보였다.
【그게 당신이 고향을 망치는 이유에요?】
【근본을 따져보면 그렇게 되는군. 어째서 내가 가마 상수리나무의 숯을 염가에 판다고 생각하지? 황금에 눈이 멀어서 장인 정신을 버린 자들에게 자격을 묻기 위해서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요?】
【자격이 아닌 의무다. 운명을 아는 자의 의무.】
베로니카가 손짓으로 타오르는 불을 껐다.
불꽃이 꺼지자 비밀 계단이 설치된 방에 야음이 돌아왔다.
【……제 친구는요. 운명을 믿어요.】
프랑은 베로니카가 일으킨 바람을 등으로 맞으면서 말했다.
【저희 남편이 일족을 구해줄 사람이길 바랐다더라구요. 하지만 적어도 그 애는 자기들만을 위해서 제 소중한 사람에게── 하물며 전혀 무관한 남에게 그 운명을 강요하지는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