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그리 믿는다고 해서 신족일 거라고 확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이비 교주가 머리가 고장나서 진짜 지가 신인 줄 알게 되었다는 얘기라면 나도 들어 봤다.
하지만 진짜든 아니든 그 힘은 무시 못 할 정도였다. 우리한테는 그걸로 충분하고 말이다.
“일단은 자칭 신님으로 기억해 두면 되는 거겠네요?”
라리루라가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나는 이 얘기를 하면 일행의 분위기가 무거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른 파티원들은 걱정하거나 무서워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얼굴에 드러났던 걸까? 다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까지 내 왼편에서 아침밥을 세 그릇 먹던 여신님이 눈 훤히 뜨고 계시는데 이제 와서 놀라는 것도 좀.”
“……흠흠. 맛있었느니라, 오늘 밥은.”
베로니카가 겸연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애시르 신족의 후예이면서, 그 신족의 힘을 조금 되찾은 베로니카는 절반 쯤 여신이라고 해도 될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치면 나는 여신의 남편인 건가.
신의 후계자보다 이쪽이 더 실감이 나는 타이틀이군.
“엔리르라는 사람두 신의 힘을 흉내내려구 했었잖아. 수준 차이는 있어도 그 연장선이라구 생각할래. 지레 겁만 먹는 건 안 좋아.”
“신족이라고 해도 모두 강인한 존재인 건 아니니 말이다.”
프랑과 베로니카의 말이었다. 둘 다 신이라는 이름에 쫄지 않고 냉정하게 사리분별을 하려는 듯 했다. 나보다 낫구만.
아무튼 파티원들이 생각보다 침착한 느낌이라서 다행이다.
‘생각해 보면 프랑의 말도 맞지.’
진짜 신이 적대세력의 보스라고 해도, 우리들은 지금까지 신과 관련된 존재나 신화, 적들과 마주쳐 오지 않았던가.
시작은 꿈에 나온 오딘의 후계자나, 신족의 후예라는 바이콘 족의 예언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내가 오딘 칼라 파워를 뿜어대면서 깽판을 쳐대거나, 신의 자리를 탐내는 엔리르 같은 새끼들도 만났다.
헤니르라는 새끼가 당장 눈앞에 나타나서 디바인데스빔을 쏴대는 게 아니라면 두려워할 건 없겠지.
어차피 나중에는 그 새끼도 꼴마초의 신 앞에 무릎꿇게 될 것이니까. 중국산 토르였던 엔리르 새끼처럼 말이다.
엔리르, 헤니르. 이제 보니 씨팔것들이 이름도 비슷하구만.
베로니카는 팔짱을 끼면서 침음했다.
“그나저나 벌써 유효한 기억을 캐내는데 성공했느냐? 우리 주인님에게는 호접몽의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마초의 정신력을 깔보지 마라 이거에요.”
“선배가 맨날 하는 헛소리는 어쨌든, 전 헤니르라는 신은 들어본 적 없는데요?”
고개를 모로 꼰 라리루라가 물었다. 이 녀석도 어쩌다가 내 사정에 휘말려버린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제 와서 손절하고 떠나버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힐끔거리면서 나를 보는 라리루라의 질문에 프랑이랑 다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몰라. 총혜신도 헤니르도 처음 들어.”
“응. 이름은 게르마니아의 신님…… 아니, 신 같지만.”
“그러하다. 총혜신 헤니르. 애시르 신족 중 가장 어리석은 신이라고 불렸던 구신의 일각이니라.”
베로니카의 설명이었다. 그녀한테도 희미한 기억인지 떠올리면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들은 다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잠만, 베로니카. 총혜신이라는 건 지혜로운 신이라는 얘기 아냐? 가장 어리석은 신인데 지혜의 신이라고? 게르마니아의 신화가 모순이나 말장난을 좋아한다지만 좀 이상한데.”
“……구전으로는 해신 뇨르드 님께서 애시르 신족의 사절을 불렀을 때, 헤니르는 가장 어리석은 신을 자처하면서 인질로 나섰다고 들었다. 일부러 어리석다고 자칭한 걸지도 모르지.”
해신 뇨르드?
그거 참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이구만. 내 이세계식 이름을 지은 새끼가 예르나 그 좆프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조금 께름칙한 느낌도 들었다.
“사실 알고 보면 나는 해신이었던 게 아닐까? 내 그럴 줄 알았지. 어째 배멀미를 안 하더라니.”
“노르드가 아니라 뇨르드라잖아 노루 새끼야.”
“노나 뇨나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솔직히 이거 킹능성 있다.”
“에바야 시발. 노랑 뇨가 바뀌어도 되면 너는 존나 분뇨의 신이 되는 수가 있어요.”
“Oh.”
얘기가 탈선했군. 본론으로 돌아가자. 나는 베로니카에게 질문했다.
“암튼 베로니카. 그 헤니르라는 신은 뭐 하는 신이래?”
“모른다.”
“않이 저기요?”
단답형은 감점이야 시발. 원래 시험 칠 때는 몰라도 뇌를 쥐어짜서 소설을 써야지 C가 C+이 되고 그러는 거라고.
베로니카는 뿔을 긁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총혜신의 전승은 거의 남아있지 않느니라. 라그나로크가 일어나기 전에 해신님에게 밉보여서 목을 잘렸다는 전승과, 그 뒤로도 오딘 님의 형제로써 목만 남아서 조언자 역할을 했다는 전승 정도가 전부다.”
“모가지가 잘렸었다고?”
새끼. 듀라한이었네. 어째 꿈에서 목이 더럽게 가렵더라.
신족이라면서 라그나로크에서 어케 살아남았는가 했는데, 아마 당시에는 뒤져 있다가 나중에 이리 와라 몸통아 해서 붙인 모양이다.
존나 레고도 아니고 어케 모가지를 붙였다가 뗐다가 하는 것이지.
“전승에 남은 지식은 이게 고작이다. 더 알고 싶다면 일족의 노인에게 묻는 수밖에 없겠지. 안 그래도 연구하던 공간 마법에 진척이 있었다.”
베로니카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신마님께서 남긴 마법진을 연구할 수만 있다면 나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이콘의 성지로 갈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느냐?”
“어? 진짜?”
우리 베로니카가 게르마니아에 있을 때부터 여관에 남아서 연구를 해 왔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이제 그 기간이 대충 2개월을 넘었다는 것도 말이다.
‘그치만 연구에 몰두하긴 힘든 환경이었을 건데?’
연구 기간의 절반은 여행 중이었기에 이렇게 빨리 성과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었다.
바쁜 중에 시간을 짜내서 한 연구가 벌써 그렇게 진척을 보였다니? 그건 누가 봐도 대단한 업적이었다. 우리는 감탄한 눈빛으로 베로니카를 다시 보게 되었다.
─벌떡!!
베로니카의 고생을 상상한 나는 냅다 일어섰다. 이런 건 좀 과장되게 칭찬해도 되는 일이었다.
“크으으!! 우리 마눌님 미쳤다!! 초안 받고 납품까지 2개월 실화임? 하긴 여신님인데 인간들 기술 재현 쯤은 개껌이지!”
“아, 음…… 너, 너무 기대하지는 말거라? 석판 본체와 오리할콘 기둥이 필요한데다가, 발동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비거리도 짧으니 대륙 간 이동은 어려울 것이다.”
“그것만 해도 어디야? 아니, 것보다 진짜로 이 된다고? 실감이 안 가네.”
다나도 반신반의하는 느낌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처음에는 눈치 좋게 어울려주는 건가 했는데, 아마 진심으로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는 듯 했다.
“후, 후흥. 룬은 응용의 마법이니라. 이미 완성품이 있는 상황이니 재현하기는 어렵지 않았지.”
그리 말하는 베로니카는 입꼬리를 움찔거렸다. 기쁘긴 한데 순순히 좋아하기가 부끄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거기에 프랑과 라리루라까지 박수를 치면서 선망의 눈길을 보내자 기어이 나를 따라서 일어났다.
“후후후훗! 좋다! 더 칭찬 하거라! 내 뛰어난 능력에 다시 반해도 좋으니라!!”
“역시 베로니카 언니세요!! 다시 반했어요♡!!”
“생각치도 못한 상대를 홀려버렸구나! 허나 윤허한다! 뛰어난 자는 흠모를 받는 법이니!”
칭찬은 바이콘도 춤추게 한다. 신이 난 베로니카는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자아! 참고로 나의 그대여! 그대는 어떠하지? 아내로 삼은 여자의 노고에 뭔가 해 줄 말은 없느냐? 있겠지?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 응? 응?”
“그럼!! 역시 우리 여신님이야!! 잘했어!!”
이 녀석 브레이크를 떼자마자 거침없어졌구만. 나는 자신이 로맨틱한 멘트가 즉각 떠오르지 않는 이과인 것에 한탄하면서 그냥 베로니카를 끌어안아버렸다.
─와락!
“……으, 으음! 그렇지? 역시 그대의 베로니카지?”
그래도 평소에 애교가 적은 만큼 밤일할 때를 빼면 스킨십 경험이 적은 베로니카다. 내 포옹만으로 만족한 건지 행복한 얼굴이 돼 버리는 우리 시종님.
“후후, 후후후. 헤헤헤헷♡”
그렇게 나는 그녀의 등을 잔뜩 쓰다듬고 놔 주었다. 그리고 좀 진지한 분위기를 되찾고자 헛기침을 했다.
“근데 베로니카. 그 슬레이프니르의 이동 마법진은 연구했다간 동족들이 싫어한다지 않았어?”
“어? 아, 으음. 그래. 나 혼자라면 필연적으로 뭇매를 맞게 될 것이니라. 허나 나의 그대여? 그대는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누구인지 잊었느냐?”
“앗, 글쿠만.”
나는 막혔던 문제가 풀린 것처럼 이해가 갔다. 그러자 베로니카도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프랑보단 못해도 범상치 않은 거유가 보기 좋게 출렁거렸다.
“그렇다! 그대를 방패로 삼으면 일족의 꼬장꼬장한 노인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니라!”
“아줌마. 남편을 방패로 삼지 말아요.”
오딘의 후계자인 나를 탱커로 쓰겠다는 건가. 증거는 잔뜩 있으니까 팩트인지 아닌지 의심 받을 걱정은 없겠지.
뭐, 나도 말로는 저렇게 했어도 바라던 바였다.
꼴마초 노르드는 언제나 우리 아내님들의 방패다 이거에요.
“그러면 우선 이동 마법진이 설치된 곳으로 가자꾸나!”
“기다려 봐. 당장은 힘들어. 로마니아에 가는 게 먼저야.”
으로 대륙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면 지금 밖에 나가는 건 안 좋다. 언제 영애님한테서 지령이 내려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입국 허가증 문제 때문에 나라 간의 텔레포트는 안 하는 게 낫다.
까딱했다가 잡히면 일가족 노예행 익스프레스다.
“윽. 그, 그건 안다. 하지만 로마니아로 가는 길에도 들릴 수 있는 성지가 있느니라.”
“로마니아 쪽에?”
“아니, 로마니아 령에는 성지가 없다. 한때 있었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폐쇄했다고 들었다. 이제 와서 보면 그것도 선지자님의 뜻이었던 것 같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선지자는 생전에 로마니아를 경계했던 모양이니까.
“그 성지는 어디에 있는데?”
“고르갈리아의 옛 터전이다.”
“고르갈리아? 거기에도 바이콘들이 살아?”
프랑은 놀라워하면서 물었다.
고르갈리아.
크라운 크라운의 고향인 오르왈리아 근처의 사람들이 세운 국가다. 주요 인종은 브리타니아 인이다.
영토는 주변 국가 중에서도 특히 작았던 걸로 기억한다. 고대문명 바이킹 시절의 게르마니아와 로마니아 사이에서 빼앗기고 털린 영토를 명맥만 온존한 정도다.
“세상 곳곳에 있는 성지에는 관리자 역할을 하는 바이콘이 몇 명씩 배치되어 있다.”
베로니카는 프랑의 질문에 즉답했다.
“대부분 꼬장꼬장한 노인 중의 노인들이지. 나이를 먹어서 옛날 이야기는 잘 알아도 지식을 채워넣느라 머리는 굳어버린 작자 뿐이다.”
“호, 혹평이 심하시네요? 언니답지 않게.”
그녀로서는 드문 노기(怒氣)에 당황하는 라리루라. 베로니카는 아차 하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흥. 룬 스톤을 모으던 무렵에 하도 군소리를 들어서 말이다. 그 작자들도 나이가 나이이니, 지혜는 몰라도 지식량이라면 나 이상이다. 헤니르의 구전을 캐내기에 적당한 상대니라.”
“흐음. 그러면 로마니아로 가는 길에 바이콘의 성지를 경유하게 되겠는걸. 이동 코스를 빙 돌아가게 짜야 하려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던 다나가 그리 중얼거렸다. 삐진 베로니카한테 안겨서 애교를 부리던 라리루라가 대꾸했다.
“앗,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브리타니아에서 로마니아로 가는 경유지는 보통 고르갈리아를 지나거든요. 게르마니아를 통해서 가면 검문이 진짜 심해서요.”
“어? 그래?”
“그래요. 운 나쁘면 일주일도 더 잡혀 있게 된답니다? 저도 여기 올 때는 고르갈리아를 거쳐서 왔어요☆!”
로마니아 인인 라리루라의 말이니까 맞겠지. 저래 봬도 꽤 똘똘한 녀석이니까.
저번에도 말했지만 로마니아랑 게르마니아는 사이가 무척 안 좋다. 국경지대를 넘으려면 빡세다는 것이다. 프랑은 진지하게 말했다.
“하긴, 베로니카는 아직 확실한 신분증이 없잖아.”
“……인간의 검문 쯤 변신해서 통과하면 되잖느냐.”
불법체류신(神) 베로니카는 볼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바이콘은 드워프나 엘프랑은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국가에 출생신고를 하거나, 신분증을 발급받는 절차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베로니카는 불법체류와 밀입국을 동시에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사실 이건 종족 상 어쩔 수가 없다.
‘베로니카랑 결혼하려면 신분증 문제도 해결하긴 해야겠지.’
프랑이랑은 혼인 신고서를 올렸다. 하지만 신분이 입증이 안 된 상태여서는 나랑 베로니카가 정식으로 부부 사이가 될 수는 없잖은가.
이세계의 혼인신고는 결혼식을 거쳐야─주례를 맡는 신부, 수녀에게 입증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도 장차 해결해야 할 안건이었다.
‘그나저나…… 고르갈리아인가.’
나는 뇌리에 지도를 펼쳐보았다.
고르갈리아의 위치는 섬 국가인 브리타니아의 바로 아래다. 그리고 거기는 얼스터 인의 군락 중 하나가 존재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나는 내가 무심코 쳐다본 것만으로 대충 알아들었는지 손을 털었다.
“내 고향은 브리타니아 북부야. 고르갈리아에 사는 놈들은 찐퉁 에린의 후예고. 그 왜, 시뻘건 머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다니는 얼스터 인들 있잖아.”
“아니, 눈나 고향 위치는 대학 시절에 들어서 알거든. 근데 나 그쪽 얼스터 인도 본 적 있는 듯?”
사르가디스로 가던 길에 봤던, 아내를 찾으러 왔다는 빨간 모히칸 얼스터 전사.
그 녀석도 고르갈리아의 얼스터 군락에서 온 거였을까? 내 꿈에도 잠깐 나왔었던 것 같은데 이름을 까먹어버렸다. 약간 미안하군.
다나는 관심 없다는 듯 손을 털더니만 내 손등을 손톱으로 간지럽혔다. 간질간질하군.
“암튼 가는 길에는 또 배를 구해야 되겠네?”
“그렇겠지. 저번처럼 장기 출장이 될 거야. 1~2월 중에 출발해서 실종됐다는 티르시를 찾고 나면 경매 일자도 가까울걸.”
“현지에 가면 지저의 탑에서 만났던 셀레나 씨도 만나봐야 하지 않냐? 그 사람한테 경매 때까지 로마니아에 있을 거라고 얘기를 전하고, 티르시 씨를 찾을 방법도 상의해 보자고.”
“선배는 이번에도 여자를 만나러 가시는 거네요☆!”
“않이, 라리루라야. 말투 좀 어뜨케 안 되겠니?”
라리루라가 웃으면서 날린 촌철살인이 생각보다 아프더라.
시발 그 사람이랑 나랑은 남녀관계가 아니라고. 셀레나는 약혼자도 있는 모양이던데 뭘.
‘일정은 대충 잡혔군.’
나는 속으로 계획의 순서를 나열했다.
1. 실종된 티르시를 찾으러 로마니아로 간다.
2. 가는 길에 바이콘의 성지에서 헤니르의 신화를 듣는다.
3. 로마니아에서 티르시를 찾아내고 나면 아는 사람들이랑 만난다.
4. 돌아오기 전에 엘릭서를 경매에 붙여서 팔아치운다.
‘대충 이 정도겠지.’
게르마니아 출장을 갔다온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외국으로 가게 되다니. 고고학자답게 대륙과 대륙을 뛰어다니는 나였다.
‘시발, 생각해 보니까 학계에 논문도 내야 하는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적당하게 <편찬대대>의 어그로가 끌리지 않을 논문 거리를 선별해서 1편 써 두자.
‘아내인 다나가 박사인데 내가 석사면 가오가 안 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