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9화 (289/1,009)

“다나 양이 말 안 해 주시던가요? 얼스터 연구는 돈이 안 돼요. 제 밑에서 일해주는 연구원생들에게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줄 정도라서, 저는 그냥 솔로 현장직처럼 일한답니다.

내가 놀라자 하이로메인은 멋쩍게 뺨에 손을 가져갔다.

“저랑 일해주는 연구원생들에게 제때제때 돈을 못 주니까 미안하더라구요. 연구비를 쪼개서 나눠주고 나면 연구에 쓸 돈도 없었구요.”

“뭐…… 라고요……?”

자기 월급을 쪼개서 나눠주기까지 했다고?

그야말로 컬쳐 쇼크의 연속이다. 허황된 나머지 구라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저게 거짓말이라 친다면, 뭣하러 그런 구라를 깐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하이로메인의 장비나 옷은 확실히 좀 보였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평가가 깎이기만 할 거짓말을 한다니 어불성설이었다.

랩실 노예를 부리지 않는 교수라니!

하이로메인의 말은 중소기업을 경영한다면서 회사원이 자기 뿐인데다 회사 사무실도 없다고 말하는 거랑 똑같았다.

그녀가 왜 교수라는 말에 멋쩍어 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아, 아니. 그래도 아직 100% 믿는 건 일러.’

나는 자신을 다독였다.

대학원생이 없는 교수라고 하는, 생각조차 못한 모순적인 존재에 조금 당황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볼 방법도 없는 상황 아닌가. 경계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된다.

‘킹치만 진짜면 어쩌지?’

교수이자 교수가 아닌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마피아 피카레스크 복수물의 주인공이 선량한 야쿠자나 마피아를 앞에 두고 총구를 떠는 것과 같은 혼란이었다.

시발, 빠찡꼬랑 재패니즈 포르노에 손을 안 대는 야쿠자가 말이냐 방구냐. 범죄를 안 저지르는 범죄조직은 짱구네 유치원 원장 선생님 친목회랑 다를 게 무엇이지?

“아, 알겠습니다. 일단 타시죠. 제가 다치신 분을 오래 잡아 뒀군요.”

잠깐 혼란하던 나는 하이로메인을 마차로 보냈다. 유니콘 새끼는 우리를 경계하듯 꼬라보다가 마차 앞으로 갔다.

─푹. 손을 털고서 내 옆구리를 찌르는 다나.

“야, 남편. 얌전해서 다행이긴 했는데 니가 웬일로 참았냐?”

“……당분간 지켜보게. 교수에도 선한 교수가 있고 악한 교수가 있고, 연구 못하는 교수, 친절한 교수 등 다양한 교수가 존재하는 걸지도 모름.”

“병신이 개소리는.”

다나가 내 귀에 속삭였다. 하이로메인에게 안 들릴 만큼 작은 욕이었다. 우리 눈나 욕 하는 소리 존나 듣기 좋네. 녹음해갖고 잘때 듣고 싶다.

“하하하. 하하하하! 제 마차 꼴 좀 보라지요! 이거 수리비는 둘째치고 달리다가 안의 짐짝이 쏟아지진 않을까 무섭군요!”

멘탈이 꼬츄바사삭된 빅투아르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어댔다. 원인은 부숴진 마차 때문이다.

물류 배달 아조시가 트럭 옆구리가 곱창난 걸 보는 듯한 느낌이군. 그거야 눈물밖에 안 나오겠지. 존나 낮술 마렵겠다.

그러자 하이로메인이 소매를 걷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소매를 걷었다.

“그거라면 제가 바람막이의 주술을 걸어드리겠습니다. 몇 시간 정도라면 마차 안에 들어오는 바람을 막고 짐을 지켜줄 거에요.”

그리 말하는 그녀의 팔에 검은색의 문신이 보였다.

뭐지 시발? 저 아줌마, 교수가 되기 전에 좀 날라다녔나?

공부 잘 하는 인텔리 일진 같은 거시기? 시팔 무서운 누나였네. 존나 집에서 담배 쩐내 날 것 같애.

“후후. 이건 픽트의 문신이에요. 마법의 술식을 몸에 새기는 주술이죠. 저는 바람막이의 주술을 새겼구요.”

─챱챱!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눈치깐 것처럼 하이로메인은 자기 팔뚝을 쳤다.

“덕분에 겨울에 말을 타고 달려도 춥지 않아요. 이걸 배우겠다고 브리타니아 북부에서 3년을 보냈죠. 픽트 부족 분들께 인정 받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자신의 평가는 낮은 주제에 얼스터 문화는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하이로메인이었다. 누가 보면 얼스터 인인 줄 알겠어.

‘픽트의 문신이라.’

분명 얼스터 인들한테는 문신을 새기는 문화가 있댔지. 이 소릴 들은 게 언젯적 얘긴지 기억도 안 나네.

‘그러고 보면 다나도 마법을 쓸 때 주문을 안 외우잖아.’

다나의 알몸뚱이를 속속들이 본 나이기에 그녀의 피부에 문신이 없다는 건 알지만, 옛날 기억이 난 나는 다나에게 속삭였다.

“……누나. 누나 고향에선 저런 게 유행해?”

“성인이 되면 몸에 새겨. 나는 저게 싫어서 주술 몇 개의 기반만 깔고 나왔고.”

우리 아내님들 과거사는 파면 팔 수록 끝이 없구만 그래. 나는 놀라다가 지쳐서 기운이 빠져버렸다.

‘얼스터의 문신 문화가 이렇게 우리 아내님이랑 엮여서 나올 줄은 몰랐네.’

나는 혀를 내두르면서 주술로 구멍을 막은 마차에 탔다.

딱히 눈에 보이는 것도 없는데 휑한 구멍에서 부는 바람은 없었다. 유니콘과 빅투아르의 말이 이끄는 마차는 쾌적하게 달려나갔다.

참고로 이건 나중에 알았는데, 베로니카는 다나의 마법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망령도시에서 예전에 다나의 마법을 처음 봤을 때도, 픽트의 모사 마법(Pingere)이 어쩌구 하고 중얼거렸던가.

세상에는 아직 고고학자인 나도 모르는 문화가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된 하루였다.

그 실감의 최후를 장식한 건 마을에 도착한 뒤였고 말이다.

“외부인은 우리 마을에 들어올 수 없다!!”

이건 또 뭐람 십팔.

“마을에 못 들여보내주신단 겁니까?”

─부르르. 빅투아르가 밤공기에 몸을 떨다가 물었다.

그의 질문에 창을 든 마을 사람─여자였는데 아마 마을의 자경단일 것이다─은 매섭게 눈을 부라렸다.

“그래. 먼 길을 와 줬는데 미안하지만 당분간 우리 마을에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은 숙박할 수 없다. 몰래 들어온다면 두들겨 패서라도 쫓아낼 거야.”

“아, 아니. 아주머니. 저 빅투아르입니다. 소금 파는 행상인 빅투아르요. 기억 안 나십니까?”

“댁 얼굴은 알지만 그래도 안 돼. 뒤에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댁 혼자라도 안에 들여보내줄 수는 없어.”

단호하게 말하는 자경단 아줌마.

플루스미러 마을에 도착해서 몸을 녹일 생각에 흐뭇해졌던 우리는 이렇게 입구컷을 당한 것이었다.

추운 겨울밤에 마을 담장을 코앞에 두고 노숙을 해야 하는 건가? 뭐 이딴 좆 같은 일이 다 있지.

“안 되겠습니다. 요지부동이에요.”

빠꾸를 먹은 빅투아르는 쓸쓸하게 돌아왔다.

우리 중에서 그만은 이 마을에 찾아간 경험이 있었다는데, 그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도 출입은 허락해 주지 않았다. 난 늦은 밤에도 횃불이 켜진 마을을 관찰했다.

‘경계심이 팽팽하군. 무슨 일이 난 거야.’

그리고 그 일은 외지인을 의심해서 풀리는 문제는 아닐 듯 했다. 왜냐하면 우리를 쫓아낸 자경단 사람들한테서 미안한 듯한 눈빛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포랑 따뜻한 물 정도는 나눠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근처에서 밍기적대면 저 눈빛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뀌는 것도 눈 깜짝할 사이겠지만 말이다.

‘마을 수준에 비하면 철통경계인데 마을 안이 소란스럽진 않군.’

시골 마을의 음습하고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범죄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은 안 보였다. 나는 마을에서 눈을 돌렸다.

“별 수 있겠습니까? 근처에 숲이 있다니까 거기 가서 바람이라도 피해 보죠. 마차 뚫린 부분은 모포로 막고요.”

“끄응. 그래야겠군요.”

빅투아르가 팔뚝을 비비면서 대답했다. 우리야 하룻밤 자고 갈 수 없어서 아쉽지만, 어차피 목적지는 숲이었다. 빅투아르는 여기를 경유해서 내일 로마니아로 갈 것이고 말이다.

‘문제는 하이로메인인데.’

나는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상처를 회복하느라 지쳤는지 중년 여교수는 하품을 하고 있었다.

“교수님? 여기서 더 동쪽으로 가려면 숲을 건너야 하는 모양입니다만, 얼스터 인 분들의 취락은 숲 너머에 있나요?”

“하아암……. 앗, 네. 플루스미러 숲을 넘어서 나아가면 또 평야가 나오는데, 그 근처에요.”

그렇다면 하이로메인과는 내일 헤어지게 될 듯 했다.

‘이거 저 교수한테도 불침범이라도 시켜서 얘기를 듣던가 하는 수 밖에 없겠는데.’

그렇게 나는 기다리던 일행들에게 대충 사정을 설명했다. 마을에 못 들어간다는 얘기에 다들 실망했지만 불평은 나오지 않았다.

텐트 같은 마차 출입구를 닫고 마부석으로 갔다. 뿔 꺾인 유니콘 새끼가 허튼 짓을 못 하도록 감시해야 해서였다.

“이럇!”

빅투아르가 힘을 빼고 채찍질을 하자 마차는 숲이 있다는 곳으로 나아갔다.

마차에 단 랜턴은 호롱불처럼 2~3미터 앞까지만 비추었다. 마차가 밤에도 달리는 일은 흔하지 않아서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다.

곰인형처럼 모포로 몸을 만 빅투아르가 중얼거렸다.

“이거 참, 무슨 영문이었을까요?”

“글쎄요. 아마 마을 바깥의 일로 인한 상해사건일 겁니다. 제 감이지만 십중팔구 사람이 죽었을 거에요.”

“사, 살인사건이란 말씀입니까?”

나는 마차 바퀴가 덜컹거릴 때마다 흔들리는 말의 그림자를 보면서 말했다.

“마을 안은 소란스럽지 않았지만 외부인인 저희는 몹시도 경계했죠. 그건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진정할 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얘깁니다.”

물론 저들이 피해자일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빅투아르는 주절거리면서 말을 주워섬겼다.

“꼭 살인사건이 아닐 수도 있잖습니까?”

“경계 수준을 보면 최소 상해나 도난 사건입니다. 하지만 도난은 논외입니다. 도난 사건은 외지인보다 내부인이 일으키기도 의심받기도 쉽습니다. 뭣보다 오늘 새로 온 외지인을 쫓아낼 이유가 없어요.”

마을의 누가 무엇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가.

그런 정보는 그 마을의 주민이 더 잘 알 것이었다. 오늘에 이르러서 나타난 우리를 용의선상에 올리지도 않았겠지.

“상해나 살인으로 좁혀서 생각해 보면 저들의 반응은 조금 이상하죠. 사람이 죽었어도 여관은 손님을 받습니다. 저건 범인이 붙잡히지 않고, 마을 사람들 전원에게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야지 나오는 경계심입니다.”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외지인이라고 확신한다는 거야?”

마차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프랑이었다.

“어. 어디 교회 같은 곳에서 같이 모여 있어도 사건이 연발했다던가, 피해자의 상태가 보통이 아닌 걸 걸. 후자일 때는 마을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살인 방식이겠지.”

초인적인 힘으로 사람을 반쪽으로 찢어놨다든가, 하룻밤 사이에 나무 꼭대기에 매달아 놨다든가, 뭐 그런 게 아닐까.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저 마을 사람들이 이건 절대 우리 동네 놈들로는 못 할 짓이라고 여길 만큼의 참상일 것이었다.

“노르드 씨는 머리가 좋으시네요! 깜짝 놀랐어요!”

하이로메인이 감탄한 것처럼 박수를 쳤다. 나는 흥분하지 않고 턱을 괬다.

“아뇨. 칭찬은 감사하지만 저는 오히려 걱정입니다.”

“사람을 의심한다는 건, 몬스터가 한 짓으로는 안 보인 거라는 얘긴데…… 그러면 피해자의 상처에 날붙이나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던가, 짐승의 흔적이 없다는 소리 아닙니까.”

이세계의 촌구석에 사는 사람들은 마을 근처의 몬스터에는 빠삭했다. 우리 친가에서 발자국만 봐도 논밭을 망친 동물이 어떤 씹새인지 알아차리는 것과 같은 이유다.

게다가 저 사람들한테는 목숨까지 걸려 있는 일이다.

마을 주변에서 자주 해를 끼치는 몬스터의 짓이다? 그러면 알아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몬스터였다면 오히려 우리한테 퇴치를 부탁했겠지.’

아니, 아니지. 잘 모르는 몬스터여도 일단 괴물이 저지른 짓 같았다면 모험가처럼 입고 다니는 나를 그냥 보내는 건 말이 안 된다.

“인간이 벌인 듯한 짓이지만 평범한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초인적인 힘. 외지인으로 추정되는 마을 사람들의 알리바이. 이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이 의심하는 상대는 누구겠습니까?”

마침 딱 어울리는 상대가 가까이에 있다. 나는 가까워지는 숲을 불길한 것을 보듯 노려봤다.

“……설마?”

그리고 하이로메인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쐐애애애액!

바람을 가르고 날아드는 소리에 나는 자세를 풀고 팔찌에 손가락을 걸었다. 하지만 뽑아들지는 않았다. 그 화살은 우리 마차보다 한참 앞에 꽂혔기 때문이다.

빅투아르가 급하게 마차를 멈췄다. 나는 마부석에서 일어나 숲쪽을 보았다.

몸에 문신을 한 빨간 머리의 전사들이 여기에 활을 겨누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숲에서 우리한테 활을 겨누는 얼스터 인들을 보고 인상을 썼다.

우리를 보고 경계한다는 건 알겠다. 마을이랑 뭔가 문제가 생겼으니까 마을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걸 숲에서부터 하니까 문제지.’

얼스터 인들이 엘프도 아닌데 숲에서 살겠는가.

아마도 저 숲을 지나야만 저들의 취락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좀 선을 넘은 짓이었다. 자기 집 마당 앞의 도로를 점검하고 있는 듯한 행위 아닌가.

“거기 멈춘다, 이방인! 숲에 들어옴, 불허한다!!”

누가 들으면 언어장애 엘프인 줄 알겠군. 나는 인상을 썼다.

우리는 저 숲에 있을 바이콘의 성지로 갈 필요가 있었다. 이 지방 사람들의 분쟁은 신경도 쓰이고 불쌍하지만, 여기서 길막을 당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마부석에서 뛰어서 내렸다. 저들을 설득해 볼 생각이었다.

“여보세요! 거기 들리십니까! 저희는 여러분들이 아닌 숲에 용무가── 씨발?”

고함을 치던 나는 얼굴이 굳었다. 초인의 시력을 가지게 된 나도 너무 어두워서 몰라봤다.

저 씨발놈의 남정네 새끼는 알몸뚱이였다.

그는 얼스터 바디페인팅 전사였던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악!!!”

나는 예기치 못한 눈갱에 비명을 질렀다. 나무에서 신중한 포즈로 활을 겨누는 그의 고간 사이에서 좆만한 살무사가 슈와아악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1미 시발!! 개새끼야!! 이건 제네바 협약 위반이야!!”

꼬츄 덜렁덜렁 활쟁이 바바리맨 부족이라니!

저것은 그야말로 비인도적인 생화학 병기였다. 화생방에서 눈물콧물 뽑으면서 보았던 황천길 너머가 지금 다시 보였다.

이세계인들이 가진 얼스터 알몸 마을의 로망은 조작되었다!

나는 과거에 사르가디스로 가는 마차에서 내게 약을 팔았던 행상인에게 분노했다.

저딴 끔찍한 사내 새끼들이 바글거리는 곳에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재패니즈 혼욕탕에 두근거리면서 들어간 관광객이 말부랄 아재들의 축 쳐진 가슴살만 보다가 돌아와서 세상의 잔혹함을 깨달아버리듯, 나는 느닷없는 눈갱에 테러리즘마저 느꼈다.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 중 하나는 옷의 유무일 텐데, 어쩐 일로 저들은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려 하는가!

바바리안과 바바리맨 사이에 존재하는 발음의 유사성은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전 시대의 야만족과 현대의 야만인, 그 공통분모야말로 바바리인 것이다!

나는 통탄에 잠겼다. 뻐킹 레이시스트들에게 차별의 소재를 던져주는 저들의 모습은 가엽기까기 했다.

거짓말이다. 가엽지는 않다. 역겹기는 햇따.

[이 미개한 호로잡놈의 새끼야!! 제발 옷 좀 입어!!]

나는 얼스터의 말로 고함쳤다. 이 추위에 꼬츄도 쪼그라든 새끼가 우리 아내들도 있는데 뭘 쳐 보여주는 것이지? 존나 돌맹이로다가 고간을 뭉개버릴까?

‘안 돼, 참아! 내 안의 레이시즘!’

세상에 정당한 차별이란 없다. 바바리안-맨이라는 이유로 그 쏘세지와 달걀로 브리타니아식 블랙퍼스트를 만들어도 된다는 법은 없는 것이었다.

내가 다짜고짜 고함을 치자 얼스터 인 중에서 그나마 옷을 입은 새끼가 나무를 내려왔다. 원숭이처럼 뛴 그는 사람다운 낙법을 취하고서 나한테 마주 외쳤다.

[에린의 말을 아는 자여! 어쩐 연유로 우리들의 마을을 향하고 있는가!]

[옷을 입으라니까 왜 동문서답이야!! 마을이 아니라 숲으로 갈 거라고 새끼야!!]

나는 존댓말을 그만두었다. 저 새끼는 최소한 타잔 팬티는 두르고 있길래 방심했다가 낙법을 취하는 중에 롤링 코끼리를 보고 말았던 탓이었다. 마나로 강화된 오감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숲? 이 숲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대는 우리를 번롱하려 드는가! 거짓을 말하지 마라!]

없기는 씨발놈아. 거기에 우리 아내님 친척이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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