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0화 (290/1,009)

나는 이세계 비처녀충랜드로 가려는데 뜬금없는 퀴어축제 수문장이 튀어나오자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빡치는 건 그걸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바이콘의 성지에 대한 얘기는 함부로 못 한다. 저들이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해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디로스! 헛수고다! 이방인들은 말로 해서는 물러나지 않는다! 힘으로 쫓아내자!]

3번째 얼스터 알몸뚱이가 소리쳤다.

나는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당황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소리친 사람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젊은 처녀였다. 알몸에 염료로 낙서만 해둔 빠요엔 여전사 말이다.

암만 우리 아내들이라도 내가 다른 여자 알몸을 빤히 쳐다보는 건 좋게 안 볼 것이었다. 마차에서 아내들이 기웃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우트린! 기다려라! 흥분하지 마라!]

[흥분? 나는 냉정하다!]

검을 든 여전사가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녀는 앞장을 선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최소한의 생각은 있는지 검집에 넣은 채였지만 나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또 급발진을 한다고?’

게르마니아에는 분노 바이러스라도 흐르나?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가, 그게 쓸데없는 생각이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검집을 맨손으로 잡아챘다. 여전사가 당황스럽게 내 손을 쳐다봤다. 제압할 생각으로 풀 스윙을 했는데 쉽게 낚아채였으니까 놀란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바디페인팅을 보고 눈을 반개했다.

랜턴의 빛에 가까이 접근한 알몸 여전사의 피부! 거기에는 검은 도료가 발라져 있었다. 투스타스 상회장이 뿌려댔다던 가마 상수리나무 도료다.

이 시발, 여기까지 유통이 돼 있었네.

‘고르골리아랑 니다벨리르가 가까운 곳도 아닌데 말이지.’

그렇게 경고를 해 두고 갔는데, 영주가 일을 안 했나?

아니지. 존나 자기 나라 일부터 수습하고 인근 국가에 소식을 뿌렸어도 이런 촌구석 알몸족들에게 정보가 오진 않았을 것이었다.

[저기요, 아줌마. 혹시 아줌마 몸에 그린 문신──]

[이, 이 수치를 모르는 놈!]

그런데 여전사가 갑자기 빼액 소리를 질렀다. 나는 눈깔을 왜 그렇게 뜨냐고 대꾸하려다가 눈치를 챘다. 그녀의 새하얀 얼굴이 시뻘개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전사의 몸을 그렇게 핥듯이 눈으로 탐하다니! 네게는 명예도 없느냐!]

[아니 씹. 바바리걸한테 들으니까 빡침이 솔솔 올라오네.]

그럴 거면 벗고 다니질 말든가 시팔.

나는 그리 생각했다가 내 독백이 성폭력 범죄자 같이 들린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치만 미니 스커드나 가슴골 파인 옷 정도라면 어쨌든, 알몸으로 다니는데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공격하는 상대한테서 눈을 돌릴 수도 없는데.

존나 뭔데. 전천후 패시브 미투 공격인가? 시대를 한 10세기 정도 선두하는군.

어쩌면 이세계의 야만족은 우리가 아니었을까?

[죽어라, 파렴치한 노랭이!]

내가 얼이 빠져 할 말을 찾자 여전사는 빙글 돌면서 검을 뽑아버렸다. 이야, 분노조절장애 도료 효과 확실하구만.

[우트린!!! 그만두라고 했다!!!]

뒤에서 타잔맨이 노호성을 질렀지만 우트린인지 게보린인지 하는 년의 선빵은 멈추기엔 늦었다.

물론 막기 어려울 것도 없었고 말이다.

나는 팔을 세워서 검날을 가드했다. 그러고 솔직히 존나게 놀랐다.

팔에만 야수회귀의 마나 코팅을 발동했는데, 자기 공격이 막히자 여전사는 번개처럼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던 것이다. 마나 코팅이 가로막지 못한 옆구리를 노렸다.

나는 잠깐 고민했다가 그냥 맞아줬다. 공격의 위력은 확인했다. 다칠 것 같진 않았다.

[흐악?!]

알몸녀 게보린이 기함했다. 뭔가 방어 마법으로 보이는 걸 피해서 허리에 칼질을 했는데 씨알도 안 먹혔기 때문이겠지.

[어, 어떻게!]

[거인 가죽 갑옷이라서. 나도 이거 뚫느라고 고생 좀 했어.]

[끄악─!]

팔찌를 창으로 바꿔서 허벅지를 갈겨줬다. 알몸 여전사는 전사다운 우렁찬 비명을 질렀다. 창대로 쳤는데 왜 죽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선빵 맞은 건 개빡돌지만, 약효 때문이니까 봐 준다.]

─퍽! 나는 무릎을 꿇은 그녀의 턱을 회수한 창대로 갈겼다.

학교 청소시간에 부러진 대걸레로 장난하듯 쓰다듬었을 뿐인데 그녀는 즉시 혼절했다.

‘모험가로 치면 실버 클래스 쯤 되려나.’

얼스터 인들의 평균 실력이 높다고 했던가. 시골 마을에서 생활하는 얼뜨기 촌놈 전사가 실버 클래스라면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했다.

그렇다면 아마 저기에서 게보린 씨를 말리던 이는 최소한 골드급은 될 것이었다.

느낌이 쎄한 게 굳이 맞짱을 뜨고 싶진 않았는데, 반격을 가하고도 말로 해결이 될까?

─패애앵!

안 될 것 같군. 나는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 그리 생각했다.

혹시 존나 쎈 공격일지도 모르니까 피하면서 화살을 대충 잡아챘다. 화살촉이 섬뜩하게 갈린 철 화살이었다. 다행이다. 위력은 별 것 없었다.

[노출증 아저씨. 이거 장난감 화살이야? 맞으면 아프기만 하고 안 죽어?]

[어, 어?]

[아니지? 근데 왜 시발 사람 배때지에 이딴 걸 쏴 씹놈아.]

나는 잡아챈 화살을 활쟁이에게 투척했다.

─콰악!!

화살은 나뭇가지에 서 있던 그의 머리통 근처에 화살깃까지 박혔다. 【게르튀르】의 투창 요령을 담아봤는데 위협이 됐을지는 모르겠다. 동료가 맞았다고 화살을 쏘는 놈들이니까.

[……흡!]

얼스터 전사는 숨을 삼켰지만, 분노조절장애에 걸린 얼치기 게보린 씨보다는 숙련된 전사인 듯 했다. 추태를 보이지 않고 화살을 새로 매겼으니까.

얼굴이 굳은 타잔맨은 침통해 하면서 창을 들었다.

[……미안하다. 에린의 말을 아는 자여. 이번에는 우리가 지나쳤다.]

[그래? 나도 그건 동감인데, 왜 댁은 말하고 손하고 따로 노는데? 이 동네에서는 창을 겨누는 게 사죄의 표시야?]

[돌려줄 말도 없다. 잘못은 우리가 저지른 것이 맞다. 허나 여기서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수도 없다. 에린의 후예로서 위신이 걸린 일이다.]

[먼저 공격하고 진 게?]

[말을 번복하는 게 말이다. 들여보낼 수 없다고 말한 다음 꼬리를 말면서 도망칠 수는 없다.]

야만족의 법도일까? 타협이 없는 신념이지만 폭력적이어서 왜 저들이 안 좋은 시선으로 보여지는지 알 것도 같았다.

‘문화에 대한 존중이나 타협이 없는 세상에서 저딴 소리에 시달리면 좆 같게 보일 법도 하지.’

그것도 알몸 쥬지 딸랑이들에게 빼애액 당해서 좆발리면 뒷담 정도는 하고 싶어질 것이다.

야만족 드립을 옹호하고 싶진 않는데 차별을 하는 이유는 알아버렸다.

[쓰러트려서 쫓아내겠다! 에린의 창을 받아보아라!]

타잔맨이 창을 낮춰들고 달려왔다. 나는 풍차를 돌리고서 반격기를 준비했다.

[Auuuuuuuuuuuuuuu──!!!]

그의 입에서 사람 같지 않은 하울링이 퍼졌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인간의 성대로 발음할 수 없는 발음이어서? 그럴 리가. 내가 놀란 것은 그의 팔다리에 늑대 비슷한 마나 코팅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푸슈슛!

석궁를 쏘는 것만 같은 소리를 내면서 창이 날아들었다.

난 【게르튀르】의 반격기 제 1품새를 펼쳤다. 창을 휘젓는 것으로 근거리 냉병기를 막는 기술이다. 내 기술을 눈치까고 변초로 빠져나가려는 창을 넝쿨처럼 휘감아서 비껴냈다.

[큭!]

[흠.]

나도 반사적으로 야수회귀를 켰기 때문에 힘에서 밀려버린 타잔맨은 후퇴를 강요당했다. 하지만 나도 그 이상 추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생각보다 적의 손아귀 힘이 셌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쎘어.’

내 눈깔에 스카우터가 달린 것도 아니니까 확실하게 얼만큼 쎈지 계측할 순 없었다.

그래도 달인의 경지가 되면 상대가 얼만큼 쎄거나 좆밥인지 눈에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타잔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힘을 뿜어냈단 뜻이었다.

나는 타잔맨의 팔다리에 마나 인형옷이 장착된 걸 눈으로 훑었다.

‘……조금 다르군. 하지만 비슷해.’

아주 앞뒤로 얼스터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네. 나는 코를 훔쳤다.

아무래도 이동 마법진을 연구하려고 온 곳에서 생각 못한 만남을 연달아 겪을 듯 했다. 양쪽 다 까딱 방심하거나 실력이 모자랐으면 위험했을 접촉이었지만.

‘왜 나랑 싸웠던 새끼들이 얼타다가 좆발렸는지 알겠군.’

그들은 내가 좆밥으로 보여서 방심을 했던 건 아닐까.

나를 그냥 아딱브딱으로 보고 뉴비 새끼한테 참교육을 해 주기 전에 재롱잔치나 보려고 했더니만, 그 뉴비가 호에에 거리면서 풀콤을 때려박은 것이다.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빡겜을 하려고 해도, 멘탈이 바사삭 된 상태로 시도한 ‘빡겜’은 수준이 거기서 거기겠지. 적어도 그 흑마법사 유니콘 새끼는 그러다가 밀렸던 것 같다.

최근에 조금씩 쎄져가던 차여서 토르 짭 새끼는 처음부터 전기갑옷을 둘렀던 모양이지만 말이다.

[하압!!]

타잔맨은 내 야수회귀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기합을 지르며 공격을 시도했다.

‘겉으로 보이는 야수회귀는 그냥 신체 강화 마법이니까.’

얼스터 박사인 하이로메인도 못 알아봤는데 저들에게 바랄 게 따로 있었다. 나는 확실하고 빠르게 제압하고자 사지에 힘을 불어넣었다.

──공격기 제 1품새의 연격기.

거꾸로 뒤집어서 잡은 창을 3번에 걸쳐서 휘둘렀다.

한때 네페르티티가 했던 공격보다는 못해도 내 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여러 번 번뜩였다.

상대보다 앞서는 힘과 속도를 교묘하게 기술로 펼치는 공격이었다. 스펙빨로 밀어붙인다고도 할 수 있다.

─콰직!

근력이 딸리는 타잔맨의 창은 부러져서 튕겨나갔다. 막은 창이 박살나자 그는 다리와 어깨에 창대의 타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크아아악!!]

타잔맨은 일진의 숙련된 지건에 급소를 맞은 것처럼 무릎 꿇었다. 그의 집중이 풀렸기 때문인지 팔다리의 늑대 형상이 사라졌다. 역시 이런 점은 야수회귀랑은 달랐다.

‘야수회귀의 열화 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범용성을 높인 대가로 출력이 낮아졌나? 방어력을 감 잡기 어려워서 힘을 지나치게 줘 버렸다.

저 마법은 야수회귀처럼 방어력을 높여주진 않는 모양이다.

[……손속에 온정을 두다니, 무슨 생각이냐?]

타잔맨이 물었다. 창날로 맞았으면 자기가 타/잔/맨이 됐을 거라는 사실은 쳐맞은 당사자도 알 것이니까. 나는 창대를 어깨에 대면서 말했다.

[왜긴. 이게 사생결단을 낼 싸움도 아니잖냐. 댁들이랑은 할 애기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

[패자는 반론할 자격이 없는 법. 내 지혜가 죽음을 대신한다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

이런 점은 쿨해서 좋구만. 마차에서 사람들이 나오려는 걸 느끼면서 질문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낯선 인기척이 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창을 거둬주십시오. 이방의 전사여.]

숲에서 나타난 건 눈을 감은 여성이었다. 얇은 옷을 입고 보이는 살에는 빼곡한 문신을 새겼다. 저런 옷을 뭐라더라? 미시 드레스?

아무튼 얼스터 인들은 낯뜨거운 복장을 무지 선호하는 것 같았다.

저걸 입고 숲을 돌아다닌다고? 옛날 게임방에 보이던 탈의 마작처럼 옷을 찢어지고 싶은 걸까?

왜 시발 우리 다나한테는 저런 취미가 없지. 우리 집에서만이라도 알몸으로 다니면 존나 꼴릴 것 같은데.

어쨌든 속옷도 안 찼는지 봉긋한 가슴을 부끄럽게 출렁인 얼스터 인은 말했다.

[마을로 와 주십시오. 에린의 후예를 이끄는 족장으로서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미시 드레스를 입은 족장이라.

존나 안대라도 차야 하나. 나는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졌다.

알몸부족 마을 사람들은 우리의 등장에 귀찮다는 듯이 옷을 입었다.

남녀노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시 드레스 or 로브다. 이 시발 죽음의 이지선다 같으니. 덜렁이와 출렁이를 외면하며 우리는 족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앉으십시오. 브리타니아의 말로 괜찮으십니까?”

“예. 에린의 말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요.”

얼스터 부족 마을은 판자촌이었다. 유목민족처럼 텐트를 친 놈들도 있고 족장처럼 나름 번듯한 집에 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브리타니아 양식 같은데.’

집 안을 보면서 그리 생각하고 있자 족장이 말했다.

“플루스미러 마을의 사람들에게 집을 짓는 법을 배웠죠. 제 어머니 대에 말입니다.”

문화 교류인가? 2개의 문화권이 어설프게 섞인 느낌이라서 우리는 땅바닥에 앉아야 했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건 나 뿐이라서─빅투아르 이 새낀 왜 정좌하고 있냐─ 나까지 무릎을 꿇어야 하나 싶었는데, 내가 자세를 고치기 전에 족장이 얘기를 꺼냈다.

“우선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원하신다면야 잘못을 보상해 드릴 수는 있으나, 아시다시피 저희 에린의 후예에게 이방인 여러분을 기쁘게 할 물건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죄비를 떼먹겠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족장은 그 정도로 염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저희들의 지혜와 주술 등이라도 좋다면 아는대로 답을 해 드리겠습니다. 어떤 것이든 물어주십시오.”

““네?!””

경악하는 목소리가 2개. 다나랑 하이로메인이다. 2명 모두 얼스터 박사로군. 족장의 말이 얼스터 인 기준으로 상당히 파격적이었는가 보다.

“아, 아뇨. 그게 말이죠? 제가 만난 에린의 후예 분들은 경솔하게 남을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요.”

내가 눈짓으로 묻자 하이로메인은 우물쭈물 하면서 말했다.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정도라면 몰라도, 주술까지 배울 수 있다니…… 앗! 물론 저도 배우고 싶단 얘기는 아니에요? 한 것도 없는데 그러면 너무 염치없죠!”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족장의 손이나 목에 그려진 문신이나 뒤쪽의 화로에서 초록색으로 타오르는 불에 시선이 가는 하이로메인.

철딱서니 없이 귀여운 느낌도 들어서 나도 자칫하면 그만 허락해 줬을지도 모르겠다. 교수가 아니었다면 말이지.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먼저 왜 숲을 무단점거했는지 들려 주시겠습니까?”

수천 년을 이어온 장인의 기술을 배운다는 혜택은 나쁘지 않다. 좆밥 둘과 타잔맨 하나를 줘패고 얻는 보수 치고는 좀 파격적일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술까지 알려준다고?’

이건 거의 뭐 우리 편의를 봐 주는 수준이다. 게임의 스킬 획득 퀘스트도 아니잖은가.

얼스터의 주술인지 마법인지를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걸까?

뭣보다 지들 잘못을 인지하고 바로 사죄하는 사람들이 지들 땅도 아닌 숲에서 왜 진을 친단 말인가.

‘TV에 발광하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안 나오는 거랑 같은 원리지.’

얌전한 채식주의자는 남들의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잘못을 사죄할 줄 아는 새끼라면 보통 잘못 자체를 안 한다. 족장의 말에 게보린 씨가 복종한 걸 보면 상명하복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숲에 들어가시는 건 막지 않겠습니다. 단지 여러분께 경고를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고요?”

족장은 말을 하면서도 눈을 안 떴다. 맹인인가? 아니면 뭐 심안이라도 개방한 아수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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