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이리 오거라.】
상반된 두 꼬맹이를 보던 아델라이데는 엘카를 자기 손바닥에 올려보냈다. 마치 친딸이라도 보는 듯 따듯하던 눈빛이다.
하지만 아델라이데는 금방 분위기를 바꾸고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엘카. 준비하거라. 존엄하신 분의 앞이니라.】
엘카는 깜짝 놀랐다가 내쪽을 보면서 머리를 숙였다.
【상스러운 모습으로 인사 드리는 것은 죄스러우나, 부디 윤허해 주시옵소서.】
그녀를 내려준 아델라이데도 물수건─말 그대로 물로 된 수건─으로 몸을 가리면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얼마나 예의를 갖춘 몸짓이었는지, 저렇게 커다란 몸인데도 무릎 꿇는 동작에 소음조차 안 났을 정도였다.
【선선대의 예지자 아델라이데와, 그 제자 엘카가 이 하늘 아래 가장 높으신 분의 존안을 뵙습니다.】
……신들 앞에서 공손해지는 건 바이콘들 종특인가. 나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꾹 닫았다.
혹시 네이키드 자유의 여신상이 수건으로 앞만 가리고 인사했을 때 뭐라고 대답하면 좋은지 아는 사람?
있다면 나한테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참고로 옆에서는 우리 아내들이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이 상황에서 뭔가 그럴싸한 말이 가볍게 나오는 새끼는 제왕의 그릇이라고 본다.
<……흐오엑.>
장엄한 여신이 나한테 공손하게 굴자 앤의 낯빛은 시체처럼 변해버렸다.
PC방에서 빼액대다가 중학생 형들 손에 흡연장으로 끌려간 잼민이도 저것보다는 얼굴이 밝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페어리의 후회와 공포가 엿보이는 시선에 호응해 줄 여유가 없었다.
이마와 허리에 손을 얹고, Let's 심호흡.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발기잇─.
‘씨이발 제발!! 아들내미야 진정해!!’
넘쳐나는 정력을 의식해서 억누르는 나.
그냥 전라일 때는 아무래도 좋았던 아델라이데였는데, 수건으로 앞만 가리니까 묘하게 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그 은꼴의 미학인가 뭔가 하는 그거구마잉.
평소에는 노력해서 아내한테만 발산하는 성욕이지만, 나도 남자다.
미녀의 알몸을 보고 태연한 척 하려면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한 것이었다.
【아델라이데 님. 우리 이러지 마십시다. 저는 그냥 하고 싶은 게 많은 인간 남자일 뿐입니다.】
어떻게든 메카 쥬지드라의 전원을 내리는데 성공한 나는 손사레를 쳤다.
【이렇게 존중받기에는 제 힘이 못 미치는 곳이 많습니다. 평소부터 베로니카한테도 많이 의지하고 있는걸요.】
【아니옵니다. 선지자님의 예언의 진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당신께서는 저희 일족의 충성을 받을 가치가 있사옵니다.】
【그러면 나중에 조력이 필요할 때 다시 부탁드리는 걸로 할게요.】
엘카는 몰래 고개를 움직였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급히 숙였다. 나는 그런 망아지 소녀에게 픽 웃어보였다.
【제가 편하게 있으라고 해도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으실 테니까, 그냥 서로 높입시다. 그게 저한테도 편하거든요.】
【……제 옛 제자의 이야기가 하등 틀리지 않았군요. 자비로우신 마음 씀씀이에 감사드리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아델라이데의 얼굴은 싱글벙글했다.
뭐가 이 미니어처 자유의 여신상의 마음에 든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시답잖은 감사 인사는 그만하고 싶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를 되돌렸다.
【베로니카에게는 어디까지 들으셨죠?】
【ᚷ(Gebō)의 룬으로 죽더라도 함구할 것을 약속하고, 거의 전부 들었사옵니다. 제가 존엄하신 분께 말씀드려야 할 것이 많은 듯 하더군요.】
유창하게 대답한 아델라이데는 무릎을 꿇은 채로 눈동자를 굴렸다. 타겟은 어정쩡하게 굳어버린 꼬마 페어리다.
앤은 빠르게 눈치를 깠다.
<……앗! 그, 그렇구나! 뭔가 중요한 얘기가 있는 거지? 난 저기 먼 곳에서 놀고 있을게!>
<엘카도 함께 부탁하마. 내가 이 모습이 되었으니 이제 네 상처를 치료하기도 용이할 것이니라.>
<그그, 그래! 그거 잘 된 얘기네!>
─움찔! 어딜 다쳤는진 몰라도 파닥거리면서 기운차게 떠든 앤은 엘카를 안아들려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굳어버렸다.
<그게, 이, 인간…… 님? 아까는 제가 좀, 흥분해서 실례를 저질렀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렇게 어색하게 손바닥으로 비비기 시작하는 페어리. 그 모습에는 마치 난생 처음으로 아부를 떨어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처연함이 있었다.
<나중에 실리 코트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꼭 앤 미리암의 이름을 대 주세요! 분명 제 이름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올 거라구요!>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은 해 둘게.>
<고맙습니다! 저흰 귀 꼭 닫고 멀리 꺼질게요! 그럼 안녕!>
내 대답에 앤은 안심한 것처럼 엘카를 안고 날아갔다. 어차피 결계 안이라서 멀리 가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앤 미리암. 뭐하는 페어리인지는 몰라도 노트에 적어두자.
【긴 이야기가 될 듯 하옵니다. 편하게 있어 주시기를.】
아델라이데는 물수건을 몸에 감아서 로마니아 전통복 비슷하게 감았다.
비에 젖은 와이셔츠처럼 반투명하게 안이 비춰 보이지만 저게 차라리 낫다.
공손해진 아델라이데는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앉았다.
나는 편하게 있으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별 떨어진 날에 연대장이 이등병 생활관에 들어가서 편히 있으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서였다.
그냥 한시바삐 할 얘기를 끝마치도록 하자.
【우선…… 진짜 자질이 어쩌고 하던 건 어떤 얘기죠?】
【예. 저 아델라이데, 베로니카로부터 <인신(人神Humanum Dei)>이라는 종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사옵니다. 입에 올리기도 저열한 자들이 감히 신위(神威)를 흉내내고 있다고.】
아델라이데는 눈을 반개하면서 말했다.
【헌데 만약 그러한 천것들조차 잃어버린 천상의 힘을 다룰 수 있노라면…… 정당한 천공신님의 후계자이신 노르드 님께서 그리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불가능하진 않은데, 제어가 불가능하더군요.】
폭주 상태의 강렬한 체험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날뛰게 될 위험을 감안하고 오딘의 힘을 빌려쓰는 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말에 아델라이데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협력드린다면 그 지혜와 힘을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실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후계자님의 손에 달린 일이겠습니다만,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감히 제안해 드릴 수 있사옵니다.】
【어떠한 방법입니까?】
【후계자님께서 그 예르나라는 엘프의 기억을 보았던 방법과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총혜신── 헤니르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할 터이니,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유럽 신화를 겉핥기로 아는 나는 헤니르라는 이름을 이세계에서 처음으로 들어 봤으니까.
이건 전적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잘못이다.
니들이 토르 시리즈의 주조역으로 헤니르를 등장시켰으면 오죽 좋았겠는가? 만약 그랬으면 내가 그딴 듣보잡 신이 누구인지 알겠다고 이 고생을 할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시발, 헤니르가 뭔데 씹덕아. 헤임달 친구야?
【저는 애시르 신족의 말예이자, 선조로부터 요툰의 피를 짙게 물려받은 바이콘이옵니다. 그런 만큼 다른 바이콘보다 오래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므로, 이것은 그런 제가 이어받은 일족의 지식입니다.】
아델라이데는 차분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총혜신 헤니르는, 천공신 님과 함께 게르마니아의 인류를 창조한── 그 분의 첫 의형제입니다.】
【의형제라고요?】
나는 아델라이데의 말에 눈쌀을 찌푸렸다.
내가 아는 오딘의 의형제라고 하면 토르랑 로키다.
한국의 북유럽 신화 바이블인 마블 영화에서는 오딘의 아들들로 나오지만, 이세계에서 그들 3형제는 ‘의형제’라는 말의 대표격이었다.
그야말로 이세계 유비 관우 장비.
【토르 신과 로키 신도 오딘의 의형제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허나 익히 아실 아홉 신들께서 천공신님 아래에 하나로 모였던 것은 아득히 후일의 일이옵니다.】
내가 신의 이름을 너무 가볍게 불러서였을까? 아델라이데는 저주가 풀렸을 때도 차분하던 얼굴을 잠시 놀람에 물들였다.
‘오딘 3형제의 도원결의가 구신이라는 집단이 발족하는 것보다 먼저였다는 뜻이군.’
말하자면 오딘과 나머지 두 신은 의형제 유관장.
그리고 게르마니아 아홉 신들은 리니지식 혈맹이라고 보면 될까.
대충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인지는 몰라도 로키가 다른 신들을 통수치고 라그나로크를 일으켰다는 전승도 있으니까.
개인적인 분쟁으로 혈맹을 터트려버렸다는 점에서 구신은 이윤관계로 엮였다는 느낌이 컸다.
‘그 로키의 후손인 바이콘들이 딱히 핍박받지 않는 건 신기하지만, 뭐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베로니카가 ‘판타지 국룰) 차별받는 종족 있음’의 대상이었다면 우리의 관계도 이렇게 쉽게 맺어질 순 없었을 것이니까.
【천공신님과 헤니르, 그리고 만언신(萬言神)께서는 세계수의 탄생을 지켜본 아주 오래된 고신(高神)이십니다.】
아델라이데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만언신은 또 뉘겨. 내 생각을 눈치챈 듯 베로니카가 말을 덧붙였다.
【‘만언신’이란 로두르 님의 피휘자다.】
【아하, 그렇구나! 로두르! 알지, 알아!】
아무튼 잘 모르는 고유명사나 신명(神名)은 그럭구나 하고 넘어가려는 나였다.
일일이 물어보면 이야기가 안 끝난다, 노르드.
【전승은 혼재되어서 정확한 사실관계는 이제와서는 알 수 없사옵니다. 허나 그 세 분의 고신께서 게르마니아의 인간족을 창조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여겨집니다.】
【말씀하시는 걸 보면, 다른 대륙의 인간족은 또 다른 모양이죠?】
【시기는 비슷할 터입니다만, 창조주와 ‘만든 방법’이 다른 것으로 압니다.】
이세계 인류는 인종적으로 아예 별개의 생물군이었나?
아니, 외국인끼리여도 아이를 낳을 수는 있으니까 맥락은 같겠지. 대륙 단위로 창세 신화가 다른 건 이세계나 여기나 다를 게 없구만.
물론 ‘창세신화’에 관해서는 다르다.
이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종교에서든, 세계의 탄생은 거의 비슷하게 묘사하더라.
고고학계에서는 그걸 종합한 이세계판 빅뱅을 정사라고 보고 있다.
【천공신께서는 인간에게 생명을, 만언신님께서는 말하고 듣는 능력을, 그리고 헤니르는 감정과 지혜를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흐음.】
아델라이데는 이야기의 본제인 헤니르의 업적을 강조하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건 헤니르 쪽이 아니었다. 그 새끼가 인간족에게 지혜를 주고, 그 지혜로 인류가 깽판치는 걸 어떤 기분으로 보았는가~ 하는 것 따윈 내 관심사 밖인다.
‘……말하고 듣는 능력이라.’
만언신 로두르가 인류에게 주었다고 하는 힘.
그게 어디 사는 꼴마초의 번역 치트랑 무관하지 않을 듯한 느낌은 내 착각일까?
세계의 역사가 근절된 지금은 무엇 하나 알 수 없지만, 그 힘의 정수라고 할 만한 것이 남겨져 있어서── 그게 로두르라고 하는 신이 후세에 남긴 안배였다면?
‘……증거가 없는 추리는 망상일 뿐이지.’
나는 일단 머리에 새겨두고 다시 얘기에 집중했다.
【감정과 지혜, 로군요. 그런데 헤니르는 어떻게 라그나로크로부터 살아남았을까요? 그만큼 강한 신이었기 때문입니까?】
【아니오. 헤니르가 전쟁신의 면모를 가졌다는 전승은 없사옵니다. 바니르 신족의 수장이었던 해신에게 당해내지 못했던 걸 보면 강인했기에 파멸에서 살아남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강한 신일수록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면서 아델라이데는 내 말을 부정했다.
그 말에 나는 내 추리를 뱉어보았다.
【들었습니다. 헤니르는 해신 뇨르드의 손에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머리만 남았고, 오딘이 그걸 살려놓았다고요. 제 생각으로는 그게 헤니르가 라그나로크에서 살아남은 이유 같은데요.】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베로니카가 말해준, 저희 일족이 저주받은 이유와 같겠죠.】
가라앉은 눈동자를 내리깔며 아델라이데는 말했다.
【과거에 신족이었던 바이콘들이 신성을 버리고 파멸에서 살아남았던 것처럼── 헤니르는 신성의 태반을 잃고 살지도 죽지도 못한 상태였기에, ‘신들의 파멸’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의미심장한 일이군요. 가장 어리석은 신을 자칭했던 신의 행적이라고 생각하면, 그 죽음도 후일의 포석이었던 건 아닐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마 뇨르드에게 모가지를 똑 따였던 건 헤니르의 본의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꿈에서 본 헤니르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있었으니까.
【신화시대의 오래된 예언 중에는 이런 전승도 있습니다. 라그나로크 이후, 뇌신의 후계자와 총혜신은 인류의 황금시대를 이끌 것이라고요. 신빙성이 적기에 제가 베로니카를 가르칠 때는 뒤로 미뤄두다가 알려주는 게 늦었습니다만.】
【……<인신>의 이야기도 들으셨댔죠? 혹시 헤니르가 신이었을 적에, 그 놈한테 예지능력은 없었습니까?】
내가 묻자 아델라이데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현명하시군요. 맞습니다. 총혜신의 이름과, 신성을 잃은 그를 천공신께서 계속 곁에 두고 자문을 구하신 이유…… 그건 헤니르에게도 운명을 보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알 만 하다.
오딘의 별명 중에서도 지혜의 신이라는 호칭이 있다. 머리 좋기로는 어디 가서 안 꿇릴 도이치 짝눈 년이, 힘을 잃은 의형제를 구태여 옆에 뒀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나는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 헤니르는 운명이라는 틀 안에서는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두었을 겁니다. 정작 그 운명은 인간의 손에 어긋났지만요.】
【예. 묠니르는 본디 주인이어야 할 자의 손으로 가지 못하였고, 선지자님이 예언한 일족의 계도자는 나타나지조차 못한 채 사망하고 말았사옵니다.】
【예언이 모두 빗나가자, 힘을 잃은 헤니르는 인간의 시대가 찾아온 뒤로는 운명을 엿봐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겠죠. 그리고 하는 수 없이 인류를 계속 지켜봤을 겁니다.】
【그러한 긴 세월의 후회와 고뇌 끝에, 인류의 멸절을 결의했다…….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이옵니다.】
선선대 예지자라는 타이틀이 허명이 아닌 듯, 아델라이데랑 대화하면 이야기가 팍팍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 생각에 근거나 의문을 묻지 않고 바로 대답을 해 주는 것이다.
장수종족인 바이콘들 사이에서도 노인 취급을 받는 짬은 허투루 먹은 게 아니로군.
나는 아델라이데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다면 헤니르가 수하를 부리면서 성취하려는 당장의 목적은 신성의…… 힘의 복구겠군요. 어떤 방법을 취하려는 것인지도 알 것 같습니다.】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지는 않겠죠. 후계자님께서 생각하신 게 틀림없을 겁니다.】
서로의 생각을 훤히 꿰뚫은 우리는 동시에 뇌까렸다.
【──신좌.】
신이 죽으면서 남긴 신력의 덩어리이자, 그 상징!
다른 신의 신좌을 확보하고, 신성을 잃은 헤니르가 그 힘을 계승하는 것이 예르나네 조직의 목적 중 하나일 것이었다.
‘헤니르가 힘을 되찾으면 어떻게 되지?’
진짜 신에게 신의 힘이 주어지는 것이다.
생전의 헤니르가 전투에 뛰어난 신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엔리르처럼 지 힘도 제대로 못 다루고 병신처럼 굴다가 뒤지지는 않겠지.
나는 한숨을 쉬면서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델라이데 씨. 지금 저랑 같은 생각 하십니까?】
【……면목 없습니다. 그런 듯 하옵니다.】
【면목 없긴요. 당신이 죄송할 이유가 어딨습니까.】
진도가 빨라서 쫓아오지 못하는 파티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지만, 설명은 나중이다.
‘……헤니르가 힘을 되찾으면 인류는 좆망한다.’
인류멸망을 목표로 존나 오랜 시간을 존버한 새끼들한테 핵 폭탄을 들려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