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5화 (305/1,009)

솔직히 그건 히틀러 손에 핵 폭탄이 있었다면? 같은 IF 대체역사물 같은 거다. 나였으면 그딴 소설을 쓰는 작가한테는 5700자 가량의 쪽지를 3통 정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현대 이세계의 현실인 거에요.’

이세계 TV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히틀러가 안 죽고 네오-히틀러가 되어서 네오 나치 엘프 군단을 이끌고 있는 세상이라니?

그야말로 이세계 3차대전이다. 이름만 들어도 좆 같군.

내 일만 아니었으면 존나 흥미진진하긴 했겠다.

‘그야 뭐, 헤니르가 부활한다고 진짜 인류가 멸망하진 않을 수도 있지.’

그래도 신대-고대-현대에서 반복된 인류 문명의 미싱 링크가 하나 더 추가되긴 할 것이다.

인류는 쇠퇴햇슴미다도 정도가 있지, 3연벙은 에바 아니냐? 나는 그런 생각에 그만 탄식하면서 읊조렸다.

【만약 헤니르의 손에 신좌가 넘어서가는 안 된다면──】

【──결과론이옵니다만, 신좌를 찬탈하는 <편찬대대>만이 인류의 멸망을 저지하고 있는 셈이 되겠군요.】

……그래, 씨발.

좆 같은 일이게도, 얘기가 그렇게 된다.

희대의 씹새끼들이 인류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현실에 골치가 아파진 나는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얼핏 말은 되지만, 그거야말로 모순이군요. 그래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져냐 하는 문제가 됩니다.】

【그렇사옵니다. <편찬대대>가 악행을 벌이지 않았다면, 헤니르가 그만큼 과격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시간문제였을 가능성도 있지만요.】

한 번 밉 박힌 상대는 계속 나쁜 점만 보이는 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예르나가 나한테 알몸 도게자를 하면서 내 논문을 훔쳐간 것에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애걸했다면, 나는 그 년을 좋게 봤을까?

‘그럴 리가.’

중대장 헤니르는 우리에게 실망했다.

개인정비시간을 뺏는 수준이 아니라, 무기고에서 자기 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있을 정도로 존나게 실망해버렸다.

그러니까 결국 그 새끼가 인류를 조져버리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늦으나 빠르나 하는 문제였을 것이었다.

‘그치만 만약에 <편찬대대>가 <인신>을 늘리고 신좌를 자기들의 수중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가, 헤니르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좆 같다. 존나 가정일 뿐인데도 좆 같다.

뭐가 좆 같냐고?

<편찬대대> 새끼들이 자기네가 벌이는 짓을 정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게, 생각만 해도 너무나도 좆 같았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고자 그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니? 개소리도 그만한 개소리가 없다.

‘무슨 이유든 간에 그 씹새들은 살인자 집단일 뿐이야.’

우리 프랑의 가족만 해도 그것들의 분쟁에 휘말려서 가족을 잃지 않았는가.

그 개자식들은 절대로 용서 못할 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 창에 찔려 뒤지는 순간까지도 자신들이 정의를 위해서 순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얼마나 좆 같은 일이란 말인가!

‘진짜 기분 더럽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는 가.’

Q: 왜 타뷸라는 로마니아를 두고 바다 건너 머나먼 브리타니아에서까지 ‘제물’을 구하러 다녔는가?

A: 신좌의 적성이 있는 아이를 1명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이게 맞다.

만약 비어있는 신좌를 방치했다가, 헤니르가 그 신좌에 적성이 있다면?

까꿍! 인류멸망이 장래희망인 신이 부활한다.

노스트라다무스도 부랄을 떨어가면서 두려워 할 인류좆망 시나리오의 완성이다.

<편찬대대>가 신좌를 채우는 것에는 그런 의미도 있을 것이었다.

<인신>들은 절대 헤니르가 부활하지 못하도록, 지들 것도 아닌 신좌에 앉아갖고 엣헴! 나 애기 하느님! 거리는 것이다.

물론 100% 사리사욕 또한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투스타스 상회장이 염료를 팔아서 번 돈이 어디로 갔겠냐. 사람도 조직도 자본 없이는 안 굴러가는 법이었다.

【그래도 헤니르의 부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옵니다.】

내가 어지간히 표정이 썩창났는지 아델라이데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신 정도 되는 존재라면, 자신과 유사한── 적성에 맞는 신좌를 찾는 것도 난항을 겪겠죠.】

【그야 그렇긴 합니다.】

헤니르는 애기 히틀러 예르나를 구했을 때부터 인류멸망을 꿈꾸던 새끼였다.

그런데 그랬던 놈이 그 좆프년이 완숙한 히틀러로 성장할 때까지도 힘을 되찾지 못하고 빌빌대고 있지 않은가.

‘신이라고 해도 모든 법칙을 조까버릴 순 없어.’

오딘도 자신의 능력 이상의 지식을 얻으려면 자살놀이까지 해야 했다.

<편찬대대>의 방해도 포함해서, 헤니르가 차지할 신좌를 찾는 것부터가 존나 어려운 일이었겠지.

예르나가 그토록 <편찬대대>를 혐오할 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치면, 우리도 <인신>을 죽이고 남은 신좌를 방치해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내가 죽인 엔리르는 토르의 신좌에 앉은 놈이었다.

근데 만약 헤니르한테도 묠니르를 끼고 따까리들 어셈블을 외칠 적성이 있다면?

내가 벌인 일 때문에 인류 좆망 시나리오가 기동하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적절한 신좌가 비자마자 헤니르는 힘을 되찾아 버릴 것이다.

‘그걸 막으려면 주인을 잃은 신좌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데…….’

나는 저도 모르게 프랑을, 그리고 그녀가 찬 망치를 봤다.

그녀만이 아니다. 다나도 베로니카도, 라리루라도 있다.

하지만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시기상조다. 아직 가능성을 따질 단계조차 아니야.’

아무튼 여기까지 와서 헤니르의 얘기를 듣고자 한 건 올바른 판단이었다.

베로니카가 공간이동 마법을 습득하는 것 말고도, 알게 된 것이 생긴 셈이니까 말이다.

나는 아델라이데에게 목례를 했다.

【아델라이데 씨. 지혜를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옵니다. 후계자님께 도움이 되었다면 제 기쁨이죠.】

【그래도 감사인사 정도는 하고 싶습니다.】

【후후. 성실하시군요.】

웃으며 고개를 저은 아델라이데는 진지하게 말했다.

【만일 그러시다면, 제가 앞서 말씀드린 후계자님의 ‘진짜 자질’을 각성시키는 일에 힘써 주십시오.】

【……그건 듣던 중 기쁜 말씀이군요.】

그래, 맞다. 나도 이제 슬슬 오딘 코인에 탑승해서 꿀 좀 달달하게 빨아야 쓰지 않겠는가!

맨날 말로만 후계자 후계자 거리다가 내 안에 어둠의 노르드나 심어주고 땡치지 말고, 궁니르든 오딘-오픈북 찬스든 좀 받아보자고.

【그래서,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렇군요. 우선은──.】

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델라이데도 쌉진지하게 대답했다.

【──사모님들과 셰이드부터 하시옵소서.】

아니 시발, 바이콘 암컷들은 순 섹무새밖에 없네.

한참 진지한 얘기를 하다가 ‘너! 섹스나 하다 와라!’ 같은 소리를 들은 나는 넋이 나가버렸는데, 아델라이데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두막을 하나 내어 드리겠사옵니다. 이 샘에서 동쪽으로 3분 정도면 나올 것입니다.】

아니 쫌,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고.

난 프랑이랑 사귄지 일주일도 안 돼서 야외섹스를 해금한 놈이라고. 보는 사람만 없으면! 어! 여기서 알몸 4P 섹스도 할 수 있다 이거에요!

근데 시발 그, 막 진지한 얘기 하다가 갑자기 섹스 얘기가 나오면 갑분싸가 되잖아. 응?

【크흠, 큼.】

내가 멍하니 있자 어색했는지 헛기침을 하는 베로니카.

그래, 우리 시종님 잘 한다! 뭐라고 말 좀 해 줘 봐!

【흐흠. 셰이드라면 내 차례겠구나. 주인님, 맡겨만 다오.】

【혹시 너희 종족은 존나 겨울이 발정기니?】

나도 모르게 폭언을 뱉었는데 베로니카는 못 들은 건지 막 일어나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무얼! 의식의 절차라면 프랑과 다나도 알지만, 이럴 때는 내게 맡기거라! 셰이드라면 내가 아내들 중에서 가장 잘 할 수──!】

【헛소리 말고 너는 나랑 있거라. 배우다 만 지식을 마저 습득할 기회 아니더냐.】

【흐익?!】

─홱! 아델라이데는 베로니카를 한손으로 끌어안았다.

베로니카는 사람한테 잡힌 치와와처럼 속절없이 끌려갔다.

【후후. 네녀석도 네 선대도 쓸데없이 열정만 많아가지고 제대로 교육하기도 전에 성지를 박차고 나갔으니, 이 참에 그 채우다 만 머리에 기초를 단단히 다져주마.】

【이,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늙은이가 힘만 세서는!】

【그 오늘내일 하는 늙은이에게도 못 당해서야 예지자라는 이름이 울겠지. 네 후배도 같이 있으니 심심하진 않겠지? 엘카의 반의 반 만이라도 진득하니 있어 보도록.】

그렇게 베로니카를 낚아챈 그녀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후계자시여, 저희는 먼저 실례하겠나이다.】

【아, 예.】

베로니카는 거인의 품에서 저항하고 있었지만 어머니한테 귓볼을 잡힌 신부처럼 쓸데없는 발버둥인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시종님아, 나 쳐다보지 말아줄래. 너희들이 은근 사이 좋아보여서 내가 끼어들기 뭣하거든? 나 지금 여자친구 친구들 사이에 낀 남친이 된 기분이야.

아델라이데는 나를 돌아보며 AKF했다.

【아아. 그리고 이건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이옵니다만, 셰이드는 1대 1이 정석이옵니다. 사모님들과도 상의해 주시길.】

【이익! 나도 주인님의 아내다! 후계자님께 사랑받는 왕후란 말이다! 나도 좀 더 존중해주지 못하겠느냐!】

【품위부터 가꾸면 생각해 보마. 말투만 바꾼다고 능사는 아니니라.】

아델라이데는 그렇게 베로니카를 안고 사뿐한 발걸음으로 떠나가 버렸다.

거인한테 잡혀가는 신부라고 하면 영웅담이나 동화 같군.

악역이 미녀 거인이라는 점이 존나 마니악하다.

“……다나?”

“……응. 가위바위보 하자.”

그새 누가 할지를 정하는 우리 아내들.

망설임 없는 걸 보면 나 몰래 가끔 순서를 정하곤 했던 것 같다. 이세계엔 가위바위보가 없으니까, 내 침대에 찾아오는 순번에 그런 뒷배경이 있었던 모양.

이거 기분이 묘하네.

─꾹꾹.

“선배, 선배?”

그때 라리루라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뭐, 왜. 방금 전 얘기가 무슨 뜻이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눈으로 그리 묻자 라리루라는 고개를 고로 꼬았다.

“그 셰이드란 거 말인데요~. 저랑은 못 하는 거에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않이 씹, 얘한테 셰이드가 뭐인지 설명한 적이 없었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아니라면 사실 셰이드란 게 야스라는 뜻이거든요~ 따위의 설명을 해야 하는 건가? 존나 유서 깊은 유전자 합성 컨텐츠라고 설명하면 되나?

─꼼지락.

혼란스러웠던 나는 그러다가 눈치를 챘다. 라리루라가 몰래 웃음을 참고 있는 걸 말이다.

나는 헛웃음을 흘리다가 그 머리에 꿀밤을 멕여줬다.

─꽁!

“아팟?! 왜, 왜 때리세요!”

“어디 쥐방울 같은 게 까불어. 어른 놀리는 거 아냐.”

“씨이……. 얼마나 나이 차이 난다고 맨날 나만 어린애래.”

라리루라는 머리를 붙잡고 풀밭에 엎드렸다. 어허. 엉덩이 들지 마, 보기 남사스럽다.

“야. 끝났어.”

그러고 있자 손가락 가위로 V자를 만든 다나가 빨간 얼굴로 말했다.

아마 승부가 갈린 모양이다. 가위바위보는 결착이 빨라서 좋지.

“……뭐, 뭐래! 당연히 졌지, 병신아!”

─빼액! 다나는 그렇게 소리를 쳤지만 뒤에서 프랑이 보자기를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내가 안 보는 사이에 다나가 가위, 프랑이 보자기를 낸 듯 했다.

다나는 프랑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봤지만, 프랑은 재빠르게 손을 내리고 모른 척을 했다.

귀가 빨개진 다나는 내 가슴에 솜망치 펀치를 날려댔다.

“왜, 왜. 불만 있어? 이런 건 원래 진 사람이 상대해 주는 거 아냐?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지랑 하는 게 무슨 포상인 줄 아네, 꼴받게.”

“아니 쓰벌. 그럼 뭐 벌칙 게임임?”

섹스 마려워서 가위바위보 이기고 달려온 주제에 놀려대면 시치미를 떼는 우리 누나였다.

근데 이겨서 하는 것보단 져서 하는 게 더 꼴리는 느낌도 들긴 하다.

‘미녀 여대생 벌칙게임에서 져서.avi’ 같은 느낌이라서 쫌 마음에 드는 거에요.

따지고 보면 여대(학원)생이지만 말이다.

“관심법으로 보아하니 네 입에 츤데레가 끼었구나. 마누라 이 년, 사실대로 이실직고하고 내 총애를 받으라.”

“또또 우리 동생 지랄 나셨다. 오늘도 개소리가 아주 절호조시네. 병신짓에 참 조예가 깊으시군요? 전공을 잘못 선택하신 건 아니신지?”

이 못된 마누라가 상담사 톤으로 꼽을 주네.

그렇게 지적인 여자인 척이 하고 싶은 거면 섹스하기 전에 안경도 씌우고 분자아앗♡ 시켜줄까?

그야말로 정의의 철퇴(쥬지)를 휘두르는 것이다. 다나 안의 츤데레를 좆몽둥이로 때려죽이면 남편님 자지에 깝쳐셔 죄송해요오옷! 같은 사과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그래, 참지 마. 내 안의 폰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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