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6화 (306/1,009)

나는 빵댕이를 털고 일어섰다.

“알았어. 싫으면 말지 뭐. 프랑이랑 할련다.”

“뭐, 뭐?! 자, 잠깐만!”

내가 손바닥을 뒤집자 놀란 다나가 내 손을 잡았다.

─딸꾹!

그러고서 자기가 한 짓을 눈치챈 것처럼 딸꾹질을 했다.

내 쥬지드라가 당장 업어가서 따먹으라고 할 만큼 꼴리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빵끗 하고 쪼개면서 말했다.

“왜 누나? 뭐 할 말 있어?”

“……너, 너어…!”

다나는 분한 것처럼 뇌까린 주제에 내 손을 놓지를 않았다. 하여튼 은근히 솔직하고 거짓말 못 한다니까.

그 눈빛이 어디로 가 있나 했는데, 오늘 나한테 준 벨트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랑 해.”

내 벨트에 손가락을 넣으면서 다나가 말했다.

나는 빵끗 웃었다.

“잘 안 들려요~?”

“……씨발놈. 넌 진짜 개새끼야. 알지?”

알다마다. 나는 아내가 원한다면 개새끼도, 침대에서 개처럼 따먹어 주는 남편도 될 수 있다.

다나는 내 가슴에 박치기를 날렸다.

다른 말로는 품에 안겼다고도 한다.

“……나랑 한 판 하자고, 나쁜 새끼야.”

짹짹.

뜬금없는 섹스 지시에는 당황했지만, 이렇게 된 거 즐기는 게 능사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룰루랄라 섹스 하우스로 향하려고 했는데, 그때 나를 붙들며 프랑이 말했다.

“노르, 노르. 이것두 챙겨가.”

그러면서 내 손에 이상하게 생긴 돌을 건네줬다.

뭐지? 꼭 망원경의 렌즈 부분만 떼어낸 것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거친 게 분명한 모습이다. 고개를 모로 꼬는 나에게 프랑이 조용히 속삭였다.

“얼스터 마을에서 받아온 건데, 이게 뭐냐면──”

─수근수근.

그 짧은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마른 하늘에 벼락이 친 것처럼 놀랐다.

프랑한테 들은 충격적인 얘기 Best 5에 가볍게 등극할 수준의 컬쳐 쇼크였다.

“뭐… 라고…?”

“헤헤. 노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챙겼어.”

프랑은 손바닥으로 보자기를 펼치면서 수줍게 말했다.

“사실 내가 먼저 써 보구 싶었는데, 져버렸네. 그리구 그거, 잘만 쓰면 우리 집 경비에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당연하지! 와 나 진짜, 상상만 했지 실물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 고대인들 중에도 현자가 있었구만.”

나는 이 매직 아이템의 성능도 그렇지만, 프랑이 내가 몇 번 흘리듯 말한 얘기를 기억하고 챙겨줬다는 것에 감동을 먹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남편이 결혼기념일을 챙겨준 아내의 기분인가.’

프랑의 애정이 너무 깊어서 행복사하다가 못해 암컷타락하겠다. 다나도 그렇고, 우리 아내들은 선물을 받으면서도 내 생각만 했다는 얘기 아닌가?

베로니카는 공간이동 마법진에 쓸 시약을 받았지만, 그것도 결국 날 위해서였으니까.

“프랑, 고마워.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근데 이럴 때 말하면 좀 나쁜 놈 같나?”

“후후. 새삼스럽게 뭘. 좋아해서 다행이다.”

나는 프랑의 뺨에 뽀뽀를 해 주고 다나를 쫓아갔다. 옆에서 꽁해 있는 라리루라가 꼴 떨지 말고 빨리 가라는 눈빛으로 쳐다봐서였다.

확실히 애들 정서교육에는 안 좋긴 하겠다.

그래도 이세계 성교육은 너무 폐쇄적이란 말이지.

아델라이데의 오두막은 아늑한 곳이었다.

“시발, 우리 집보다 큰데?”

사실 아늑한 수준이 아니라 존나 컸다. 방이라곤 하나밖에 없는 오두막이지만, 무슨 펜트 하우스처럼 넓직했던 것이다.

“이종족이 없으면 바이콘끼리는 본체로 지내잖아. 아델라이데의 체구를 생각하면 오히려 좁은 편일 걸.”

마치 모텔에 끌려온 숫처녀처럼 꼼지락거리며 말하는 다나.

하긴 남의 집에서 섹스하는 건 좀처럼 못해볼 체험이기는 하다.

살면서 가장 많이 빤 게 술병, 젖병 다음으로 내 자지인 다나가 저러니까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넓은 오두막을 대충 둘러봤다.

‘아마 비바람을 피할 때만 여기 있던 건가.’

평소엔 밖에서 지내는지 오두막에는 생활감이 별로 없다.

아델라이데가 다른 바이콘들이랑 따로 떨어져서 살아가는 이유가 체구 때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으, 그보다 남편. 여기 약간 춥지 않냐?”

12월의 빡센 추위에 몸을 떠는 다나였다.

나는 벽난로라도 찾으려다가─설마 멋대로 썼다고 화내지는 않을 것이니까─, 난방기구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와 진짜 무슨 방치된 부자네 별장 같네.

“어쩔 수 없지. 내가 덥혀볼게.”

“자지로 따듯하게 해 준다고 하면 화낸다.”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입에 기름칠을 한 우리 눈나.

이렇게 친구 사이에서 섹드립 던지듯이 떠들다가 눈이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뒹구는 게 나랑 다나의 주요 레파토리다.

“그것도 마음에 들기는 한데, 잘 봐. 니 남편 신 기술임.”

나는 가슴 앞에 손을 모았다.

야수회귀를 발동하고, 거기에 술식을 결합한다.

─화르르르르륵!

오랜만에 사용하는 베를린의 붉은 비다.

불꽃이 타오르는 두 손을 쥐불놀이 하듯 주물거리면서 룬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베로니카는 말했다. ᛒ(Berkanan)의 룬은 마나를 변화시키는 룬이라고 말이다.

내가 펼치는 응용은 그 룬의 성질을 사용한 기술이다.

‘넨은 오묘해♠’

나는 이 변신 마법의 적성이 낮다.

다른 생물로 변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물체의 변형에 그나마 있는 재능이 몰빵된 듯한 언밸런스한 적성이다.

하지만 마나의 형태를 바꿀 뿐이라면 어려울 게 없다.

왜냐고? 나는 이 방면에서도 경험이 풍부하니까.

반 년도 전부터 나는 저위 마법들을 사용하면서 내 마나를 불의 마나나 얼음의 마나, 번개의 마나 등으로 바꾸어 왔지 않은가.

그 경험을 살리면 되는 것이다.

‘술식이라는 구조가 없어도, 형태변화 뿐이라면……!’

고오오오─!

불의 마나가 물결쳤다. 내 손바닥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마나가 그 모습을 바꾸었다.

변신 마법은 이 마나의 형태변화에 생물의 의념을 씌워서 다른 생물로 몸을 바꾸는 기술이었다.

인간과 뱀에게는 근육, 시신경, 뇌, 골격구조, 그밖에 배설기관까지 수많은 차이가 있다.

거기서 발생하는 생리적 위화감 같은 것을 커버치는 재능이 변신 마법의 적성이다. 그런 고난이도 기술에 비하면 내 뜻대로 움직이는 마나의 형태를 고정하는 건 훨씬 간단하다.

타오르는 야수회귀의 마나가 구형으로 응축되었다. 나는 그 장엄한 기술에 이름을 붙였다.

“대염계: 염제.”

내 손에서 생성된 화구(火球)가 5미터 정도 떠올라서 오두막을 달궜다.

그야말로 양판소의 국룰 마법인 파이어볼이다.

씨발, 다른 이세계물이면 3일 컷이면 끝날 스킬을 멀리도 돌아왔군. 다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아주 없는 살림으로 마법을 돌려쓰는데 도가 텄구만. 너 그러고 어디 가서 마법사라고 하지 마라?”

“흐흐흐. 야매 <화염구(Fireball)>지만 화력은 충분할 걸? 그리고 이 누나야. 원래 마법사는 이런 응용력이랑 술식의 결합을 일으키는 사람을 말하는 거라고.”

모든 마법은 구조를 분해하면 하위 마법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서 <수면 구름.

이건 저위 마법 2개, <수면(Sleep)>과 <구름 소환(Summon Cloud)>를 술식 결합한 기술이다.

그 누구였지, 정수리 탈모 엘프 농장주가 알려줬던 예시다.

‘나는 거기에서 <수면> 마법 대신에 ᚦ(Thurisaz)의 룬으로 수면 가스를 재현한 거고.’

이번 파이어볼은 그것과는 반대였다.

거의 저위 마법으로 분류되는 <화염구>를 룬과 야수회귀의 술식 결합으로 재현한 기술이다.

당연히 구조가 복잡한 만큼 저위급의 <화염구>보다 훨씬 출력이 높다. 형태만 비슷하지 술식의 튼튼함은 농구공이랑 볼링공 수준의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

‘이걸로 불꽃 타입의 원거리 기술도 바리에이션을 늘릴 수 있겠어.’

형태의 변화가 자유로우니, 이제 훈련만 하면 얼마든지 이 쥐불놀이 매직도 별개의 기술로 파생될 것이다. 이거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는군.

투스타스 상회에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배웠던 ᛒ(Berkanan)이지만, 아주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고 있는 중이었다.

“암튼 남편놈이 머리 써서 실력을 높이고 있는데 격려는 못할망정 놀려대? 네 이년! 어서 가장에 대한 존경심과 복종을 드러내라!”

“오구오구. 잘 했다, 우리 병신.”

“와! 칭찬받았다!”

신이 난 나는 방의 온도를 적당하게 조절하면서 옷을 대충 벗어던졌다. 거인 갑옷의 장점 중 하나는 입고 벗는 게 편하다는 점이었다.

“에휴. 연구소, 집, 선실에 이어서 이제는 남의 오두막에서까지 남편 자지를 물게 생겼네.”

다나도 투덜거리면서 내가 선물로 준 건틀렛을 풀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는 프랑한테 받은 돌을 테이블에다 올려두다가, 번개처럼 뉴런의 바다를 헤집는 천재적인 발상에 눈을 번뜩였다.

“누나, 누나. 옷 벗지 말고 있어. 금방 끝내고 돌아가게.”

“뭐? 이거 벗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거 괜찮다니까. 더러워지면 마법으로 닦으면 되지.”

나는 다나가 뭔가 왈가왈부하기 전에 빤스까지 벗어던졌다.

‘씨이발! 다나한테 수녀복 입힌 채로 섹스 할 찬스다!’

이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하늘이 준 기회였다.

지금까지는 다나가 전투복을 입은 상태에서 이런 무드가 될 기회가 없었고, 코스프레 섹스를 먼저 제안하기엔 눈치가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갈아입을 옷도 있고, 이러나 저러나 해도 중요한 얘기를 하다가 돌아온 지금이라면!

다나에게 ‘옷 입고 후딱 해치우자’는 핑계로 저 옷을 입히고 섹스를 할 수가 있었다.

‘천재일우의 찬스!’

나는 3초도 걸리지 않고 환복을 마쳤다. 그렇게 깨어나는 쥬지드라를 느끼면서 다나에게 다가갔다.

그러다가 눈치챘다.

‘……아니, 2% 부족한가?’

몬가…… 몬가 모자라다.

다나의 옷은 펑크한 개조 수녀복이지만 그것 자체는 별로 나쁠 것 없다. 우리 누나는 진퉁 수녀가 아니라 코스프레 수녀니까, 부부 간의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그 플레이의 완성도가 낮아!’

수녀 베일!

다나의 옷에는 결정적으로 그 단아한 천 모자가 결여되어 있었다!

자고로 19금 판타지의 수녀라면 섹스를 할 때도 반드시 그 베일을 착용해야 하는 법 아닌가. 이대로 덮치면 수녀 섹스가 아니게 된다!

‘천! 어디 남아도는 천은 없나?’

나는 총알처럼 눈알을 굴려서 오두막을 살폈다.

하지만 이 시발 바이콘 사제(師弟)들은 옆집 야만족들한테 노출증이 옮았는지 집에 천 조각 하나 안 보였다.

“왜 그러는데?”

“잠깐만, 누나. 어디 천 좀 있나 찾아봐. 좀 큼직한 걸로.”

“……쿡쿡. 뭐에 쓰려는지 모르겠는데, 이거면 되지 않냐?”

다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아주 적당한 크기의 천조각을 들었다.

그것은 내 팬티였다.

“빙고! 역시 우리 누나가 꼴잘알 박사라니까!”

나는 검은색 사각 팬티를 낚아채서 거기에 룬을 부여했다. 몇 번이고 연습했기에 물건에 거는 변형 마법은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내 사각 팬티는 흑백의 수녀 베일로 변신했다.

즉석 가공이라서 오래 유지되지도, 크기를 바꿀 수도 없다. 그래도 완벽하다. 이것만 있으면 우리 누나가 병나발을 불고 있어도 수녀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팬티 수녀 베일을 다나한테 씌웠다.

그리고 차분하게 그 모습을 관찰했다.

……오, 시발.

“존나 지금만큼 마법사의 길을 선택한 게 후회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

뭐지? 여신인가? 우리 누나는 여신의 환생이었나?

나는 그 성녀와 같은 성스러움에 감격했는데, 다나는 마치 상온에 이틀 정도 방치한 생태처럼 썩은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야, 남편. 너 지금 내 머리에 니 팬티 씌운 거냐?”

“……오늘 아침에 갈아입은 거라서 깨끗해! 잘 어울려!”

“지랄 마, 미친 놈아!”

─퍽! 강력한 보디 블로가 내 배를 때려갈겼다.

내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윽, 시발. 거인 가죽 갑옷 벗지 말 걸.

“이 개또라이 새끼야! 이젠 하다하다 따먹기 전에 내 머리에다 팬티까지 씌우냐! 내가 아주 뭐 변태년이지?! 어?!”

베일을 벗어던지면서 외치는 다나. 나는 아픈 배를 붙잡고 약간 당황했다.

“아니, 아침부터 잠 자는 남편 빤스 벗기고 자지 만지면서 놀던 사람이 이거 갖고 그렇게 질색할 줄은 몰랐지.”

이번엔 다나가 합죽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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