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리루라의 목에 감긴 상태로 눈을 감았다.
룬 마법이 나를 꿈의 세계로 초대했다. 나는 순식간에 내 내면세계로 진입해서, 멍하니 책을 읽던 베로니카를 만났다.
“흠, 주인님 왔는가?”
책을 덮은 베로니카가 일어서서 나를 맞이했다.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도 마음이 놓인 듯 웃었다.
“보아하니 급하게 탈출해야 할 상황은 아닌가 보구나. 이 비몽사몽한 명상에서 벗어날 때인가 했거늘.”
“미안해. 피곤하지?”
“걱정은 됐다. 어차피 혼자는 외출도 못 하니만큼 여기가 차라리 덜 지루하지.”
다나가 마법사 길드에서 사온 책─룬 마법으로 내면세계에 가져온 것─을 쓰다듬는 베로니카.
“그나저나, 새삼 생각해 봐도 재미있는 활용법이구나. 설마 셰이드를 원거리 통신 수단으로 쓰다니.”
“흐흐. 내가 우리 마눌님 본 모습을 처음 봤을 때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던 우리가 대화가 가능했었잖아? 거기서 착상을 얻었지.”
지금 나랑 베로니카는 처음으로 내면세계에서 만났을 때와 같이, 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여관에 있는 베로니카는 명상 상태에서 대기하거나, 공간 마법의 응용으로 보내는 짧은 사인(Sign)으로 내면세계에 들어온다.
그러면 나는 이 내면세계에서 일의 추이를 설명하거나 <공간이동>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꿈 속의 화상통화다.
“이거, 세간에 알려지면 셰이드 붐이라도 불려나?”
“정규 수단으로 말이냐? 무서운 이야기로군.”
너스레를 떠는 베로니카였지만 공감은 갔다.
만약 국가에서 우리처럼 셰이드로 원격통신을 하려면 무전을 때릴 때마다 남녀 간에 섹스를 해야 하는 셈인데, 그렇게 되면 이세계의 통신병은 희대의 개꿀 보직이 될지도 몰랐다.
셰이드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극한의 복불복 자대배치다. 으윽, 통신과장님 쌉니닷! 뷰루룻.
“바보 같은 얼굴 하지 말고, 무슨 일로 왔는지나 말하거라.”
“아 참, 그렇지.”
나는 아르마알스 가문에 걸린 현상금 얘기를 했다. 베로니카는 눈을 반개했다.
“과연. 싸움이 벌어질 염려는 크겠구나. 알았다. 긴장하고 있겠다.”
“부탁할게. 뭔 일 없으면 다시 연락할 테니까 기다리고.”
“음. ……히, 힘내거라. 다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으마.”
베로니카는 내 뺨에 키스를 하고 도망갔다. 나는 픽 웃고 내면세계에서 물러났다.
딱 좋게 라리루라가 목적지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선배~? 아쉽지만 떨어질 때가 와 버렸네요.”
“아쉽냐? 파충류 성애자쉑.”
나는 ᛒ(Berkanan)의 룬으로 예수게이 모드로 전환했다. 쓴 마나만큼 옥새에서 보충하고 있자 라리루라는 삐진 것처럼 내 어깨에 턱을 얹었다.
“저 딱히 파충류만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귀엽거나 멋지다면 다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그렇게 자기애가 넘치는군. 근데 너 지금 뭐하냐?”
“뭐하냐뇨? 깜찍한 후배가 기껏 애교를 부려드리는데 무슨 감상이 그래요? 흥~ 이다. 저 화났어요. 지금 거 후배 포인트 10점이에요.”
“화났는데 왜 점수가 올라가냐. 존나 벌점임?”
“은근슬쩍 칭찬해 주신 게 기뻐서 100점이었는데, 말투가 정 없어서 90점 감점했어요.”
단위 뭔데. 잠바브웨 달러냐. 라리루라는 딱따구리처럼 내 어깨를 턱으로 두드리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얼굴에 건방진 표정을 띄웠다.
“앗, 선배? 그러고 보면 저도 옷 모양 바꿔야죠?”
그리 말한 라리루라는 뒷짐을 지고는, 로브 자락을 드높이 들춰올리는 풍만한 봉우리를 내 쪽에 내밀었다.
“자요! 얼른요, 얼른~♥”
─흔들흔들.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에 맞춰서 무겁게 웨이브를 치는 두 개의 이하생략. 후드에 가려진 얼굴은 어느샌가 변신을 해제해서 핑크핑크한 상태였다. 싱글벙글한 미소가 몹시 킹받는다.
“깝치지 말고 뒤로 돌아, 요년아. 두고 가 버린다?”
“쳇~.”
어깨를 쥐고 180도 턴 시켜서 등판에 ᛒ(Berkanan)의 룬을 새겼다. 다치지 말라고 다시 빌려준 거인 가죽 갑옷이 다른 모양의 로브로 변형했다.
라리루라는 입술을 삐쭉거리다가 티르시를 닮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왠만하면 안에서도 후드 쓰고 있어. 싸우게 되면 반격하기보단 네 몸부터 챙기고. 알겠지?”
“네에~. 그치만 선배가 위험해지면 또 몰라요?”
챙겨온 링링이 4호(소형화 모드)를 흔들며 말하는 라리루라였다. 나는 가면을 나눠주면서 낄낄거렸다.
“그래? 그럼 나도 안 다치게 열심히 해야겠구만.”
원로원 귀족의 호위라면 실력이 만만하진 않을 것이다.
정예 병력으로 데려왔다면 낮게 잡아도 골드 클래스다. 그 궁수 마님이 고부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딸 같은 며늘아기라면 플래티넘 이상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뒷골목을 넘어서 어느 작은 잡화점에 도착했다.
문은 열려 있지 않았지만 노크를 하자 발소리가 났다.
〈뉘슈?〉
〈어제 찾아뵀던 예수게이라고 하오. 일이 생겨서 조금 일찍 왔소이다.〉
〈무슨 게이? 잘못 찾아온 것 아닌감?〉
〈예수게이요. 대낮인데 문을 열 시간은 지나지 않았소?〉
〈오늘은 쉬는 날인데, 흠. 내가 치매끼가 있어서 깜빡한 것 같구먼. 일단 들어오게.〉
문이 열렸다. 허리가 곧게 선 노파는 예리하게 우리를 살피고서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거 다시 봐도 전혀 모르는 얼굴이구먼. 그 가면 밑에 내가 아는 얼굴이라도 있는 겐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딘의 눈 상태였기 때문이다.
─데구르르.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서 눈깔만 굴려서 위험한 마법이나 마나의 흐름이 있는지 점검하는 나.
‘별 것 없군.’
이세계에서 마나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함정은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지구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 제품이 가성비가 구린 것과 같다. 나를 위험하게 만들 물건은 안 보였다.
〈이게 회원증이라고 들었는데.〉
오딘의 눈을 끄고 인장을 보여줬다. 노파는 그걸 확인하곤 주름살이 많은 얼굴로 껄껄 웃었다.
〈클클클! 회원증이라! 적절한 표현인데 그래. 얘기로 들은 것보다 더 재밌는 양반이야.〉
〈의심하는 기분은 이해하지만, 어차피 얼굴도 모르는 날 초청한 건 그녀였소. 가짜나 나를 사칭하는 놈이 왔더라도 알아차릴 방법이 없을 것 아니오? 이건 시간 낭비요.〉
〈허, 뻔뻔하군. 나는 둘이 올 거라고는 못 들었어. 찾아온 시간도 순 제멋대로고.〉
노파에게서 날카로운 살기가 찌르듯 날아들었다. 소싯적에 좀 날라댕기던 노익장인갑다.
나는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며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려. 대진국의 말은 너무 어렵소. 내 잘못이 있다면 그 사과는 본인에게 하겠소.〉
〈……쯧.〉
노파는 표독스럽게 혀를 차고서 숨겨진 문을 열었다. 카운터의 밑으로 계단이 나타났다.
〈출구는 여기 뿐일세. 무섭다면 돌아갈 기회를 주지.〉
〈그런 걸 신경 쓸 거면 오지도 않았을 거요. 자고로 오해라는 건 의심이 확신이 되기 전에 해결해야 하오.〉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고 지하로 내려갔다. 이세계인들은 뭐 흙 밑에서 아늑함을 느끼는 습성이라도 있나? 왜 죄다 땅꿀을 쳐 파고 숨어 살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룬 마법을 가면 밑의 이마에 새겼다.
감각을 끌어올려서 최대한 주의하며 내려갔다. 나 혼자면 이렇게까진 안 했겠지만, 뒤따라 내려오는 라리루라를 위해서였다.
─끼기긱.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하실까지 내려가는 길에 위험한 것은 없었다.
진한 회색의 석고실 같은 곳에 뚫린 나무 문을 노크했다.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이동해서 진형 같은 걸 갖추는 게 오감에 잡혔다.
‘설마 상황이 변했다고 다짜고짜 선빵을 때릴 리는 없고. 날 경계하는 건가.’
라리루라를 문 옆으로 비켜서게 하고 있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예수게이 님?〉
〈맞소. 약속보다 일찍 찾아온 것은 미안하오만…… 소식은 들었을 것이오. 암회가 그대들 목에 현상금을 걸었소.〉
〈……들어오셔서 얘기하죠.〉
관리를 잘 하는 건지 문은 소리도 안 내고 열렸다. 안에는 싸움이 벌어져도 좁다고는 못 느낄 공간과, 거기에 앉은 다섯 명의 선객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빠른 만남을 가진 탓에 변변찮은 준비를 못 해드리는 것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석에 앉은 백발의 여성은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평범하게 몸에 힘을 빼고 앉은 상태였다. 하지만 내 뒤에 따라들어온 라리루라 때문일까? 다른 호위들은 이쪽에 알게 모르게 피부의 솜털을 세울 적의를 뿜어대고 있었다.
‘……이런 씨발?’
하지만 나는 왼손 약지가 없는 미녀의 맨 얼굴에도, 나를 경계하는 다른 네 사람에게도 별다른 신경을 쓰질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티르시랑은 전혀 닮지 않은 그 유부녀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세상에 온지 1달도 안 된 시점에── 예르나나 다나보다 먼저 말이다.
〈하루 만에 다시 뵙는군요. 프리모르 아르마알스입니다.〉
내가 예전에 밀입국자로 체포당해서 끌려갔던 노예시장.
거기서 나를 보고 피식 웃으며 지나갔던 젊은 귀부인은, 4년 전보다 성숙해진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옛날 일이다.
내가 이세계에서 처음으로 본 귀족은 젊은 귀부인이었다. 노예였던 나는 철장에서 오들오들 거리면서 혹한기 훈련(안 끝남)에 시달리던 나날의 한중간에 그녀를 만났다.
아니 뭐, 사실 만났다고 하긴 좀 그렇다.
그녀는 노예시장에서 시종으로 일할 남자 노예를 찾는 듯 했기에, 당시 아직 멸치였던 강북호는 애초부터 노예 상인이 픽업했던 후보에 오르지조차 않았거든.
그래도 내가 이 판타지 월드가 귀족정의 중세랜드라는 걸 알게 된 계기는 분명 그녀였다.
사실 그때까진 초원-감옥-법정-노예시장의 패키지 여행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신분제 같은 건 신경도 못 썼었던 것도 있다.
아무튼 그러던 무렵에, 시종들을 가득 데리고 노예시장을 누비던 돈 많아 뵈는 젊은 아가씨는 내 인상에 깊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왼손 약지에서 자랑스러운 것처럼 반짝이던 보석 반지도 말이다.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편하게 앉아주세요.〉
젊은 귀부인 프리모르는 그때와 다르게 왼손 약지를 가리듯 깍지를 끼고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놀랄 일이 많았기에 입에 발린 말을 돌려줄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고, 아직 오딘의 눈을 켜둔 상태였던 것도 있다.
프리모르 외에도 다른 노예들을 오딘의 눈으로 훑었다.
방 안의 정경을 확인한 나는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지만, 언제까지고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많은 놀람을 가면으로 감추면서 오딘의 눈을 껐다.
〈실례했소. 맨 얼굴을 보여주리라곤 생각 못 해서 상당히 놀랐소이다.〉
〈감출 이유는 없죠. 가문의 인장도 드렸으니.〉
〈그렇군. 미안하오. 내 사죄하지. 그대만한 미인이라면 남자들의 멍청한 시선에는 익숙하겠지만, 그게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뜻은 되지 않으니 말이오.〉
말해놓고도 약간 횡설수설한 감이 있었다. 다행히 꺼벙한 느낌은 주더라도 의심을 받진 않았는지, 방 안의 분위기에 큰 변화는 없다.
내 뒤에서 삐진 것처럼 꿈틀대던 라리루라가 정신 차리라는 것처럼 옆구리를 쳤을 뿐이다.
‘아냐 시발. 예뻐서 넋 놓고 쳐다본 거 아니라고.’
도비는 음욕에 지배당하지 않는 착한 집요정이에요. 나는 헛기침을 하고 착석을 했다.
물론 그러든 말든 나와 라리루라에게 꽂히는 적의는 계속 그대로였다. 싸우려고 불렀니? 함 뜨까?
〈크흠흠. ……몸은 괜찮소?〉
〈예. 헨리가 치료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눈짓을 한 사람은 호위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높아 보이던 남자였다. 성기사처럼 차려입었지만 투구는 벗었다. 그는 무표정으로 나에게 목례를 했다.
〈……음.〉
나도 목례로 대답했다. 입을 열면 이상한 헛소리나 나올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프리모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상황이 급변했던데, 짚이는 이유는 없소? 혹여 내가 떠난 뒤에 창고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요?〉
〈잘도 떠드는군. 가장 수상한 네 누구인데?〉
갑자기 훅 들어온 비아냥이었다. 하지만 아까 전부터 존나 자기 지옥참마도가 피에 굶주리기라도 했다는 듯 칼 손잡이를 애무하는 미친 놈이 있어서 딱히 놀랍진 않았다.
〈한스.〉
〈죄송합니다, 마님. 하지만 이 작자들만큼 수상한 자가 또 있습니까? 저희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양반이 윗층에 사는 늙은 호랑이 1마리 말고 또 누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세상에는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상사가 꼽을 줘도 자기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사람.
보통 그건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에서 눈칫밥을 먹고─가끔은 물리적인 폭력도 먹고─ 하면서 나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간혹, 자기 힘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주먹질로 사회의 풍파를 뚫고 나온 탓에 이 사회교육이 덜 되는 경우가 있다.
나쁘게 말하자면 깡패 양아치라서 예의가 없다는 소리다.
나한테 시비를 건 기사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애시당초 그는 프리모르를 자기 상사로 여기지도 않는 듯, 날 째려보기도 바빴다. 희번뜩 뜬 눈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너 임마 21세기였으믄 이거 시선 강간이야. 알어?
〈너랑 만난 다음날에 우리 존재가 로마니아의 고름 같은 놈들에게 들켰다. 이게 순 우연이라고? 그걸 어떻게 믿지?〉
〈그대들에게 억하심정이 있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그게 아니라면 부하를 데리고 왔거나.〉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려고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르지. 안 그런가?〉
〈트집을 위한 트집이군. 그렇게 의심이 많아서야 주군은 어떻게 믿고 골랐나. 로마니아의 기사는 충성도 의심하면서 바치나 보지?〉
아 시발, 실수했다. 말이 좀 지나쳤네.
그냥 말로만 시비를 걸어온 거면 언어 태극권으로 흘러넘겨줄 수 있었을 텐데, 말할 때마다 죽일까 프리모르? 하는 살기를 뿜어대니까 내 입에서도 고운 소리가 안 나왔다.
한스인지 돌쇠인지 하는 기사는 의자를 자빠트리면서 검에 손을 올렸다. 잼민이처럼 빼액대며 지랄하는 대신에 눈빛에 너 죽고 나 살자 하는 기운이 서렸다.
아오, 이 놈의 주둥이. 로마니아에 오고 나서 말실수가 좀 늘었구만.
나까지 일어났다간 100% 생사결이 터질 각이라서 난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선빵을 맞으면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는 설계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날려버린 건 프리모르였다.
〈그만!!〉
─쾅! 테이블을 치면서 일어난 프리모르는 한스에게 눈을 부라렸다.
〈한스. 무슨 생각이죠? 제 판단이 우습습니까?〉
〈……허나, 마님!〉
〈대답하십시오. 주군의 아내는 미덥지 못합니까? 여기에 쫓아온 건 당신의 뜻이었고, 내 명령에 따르겠다고 한 것도 당신의 뜻이었습니다.〉
프리모르는 거의 뭐 원수를 보듯 그를 쏘아봤다. 한스는 끝가지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할 말이 궁한 듯 입을 우물거렸다.
‘분위기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