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내가 조진 시체를 발로 뒤집는 시냐티오.
신발이나 바짓단이 더러워져도 좆도 개의치 않는 걸 보면 저건 미친놈이 맞다.
그것도 사리사욕보다 종교의 교리 수행에 몰두하는 미친 놈 말이다.
〈예. 그 자의 시체라면 저희 가문이 인수하여 죽은 이들의 넋을 달래는데 쓰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야누스 교단이 정식으로 그 주례를 맡죠.〉
〈……야누스 교단이 말인가요?〉
〈예. 이건 저희 교단이 여러분께 제시 가능한 절충안의 하나입니다.〉
프리모르가 눈을 반개하자 시냐티오는 청산유수로 말했다.
〈저희 교단은 의심 가는 행위를 눈 뜨고 넘어갈 수 없는 노릇이며, 여러분께서도 이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와줄 협력자를 바라실 것입니다.〉
〈……………….〉
얼핏 보기에는 서로 양보하는 로지컬한 쇼부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냐티오는 협상의 요량이 모자란 모양이었다. 다짜고짜 그럴싸한 결론부터 던지면 상대는 의심하고 기피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의심하시는군요. 이해합니다. 그럼 약조드리죠.〉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시냐티오는 성표에 입을 맞추고 엄정하게 선언했다.
〈저희 교단은 언제나 악인을 벌하고 선인을 존중하겠음을 신의 어전에서 맹세합니다. 여러분의 사정이 어떻든, 선(善)을 행한 분들은 합당한 보답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요. 양보해 주셔서 고맙군요.〉
그리 말하는 프리모르의 귓가에 여도적이 뭐라고 속삭였다.
아마 밑에 모여든 병력들의 존재를 알려준 거겠지. 나도 좀 전에 간신히 눈치챘다.
이것저것 바빠서 집중력이 떨어졌다지만 내 감지를 빠져나가서 모여든 전사들이다. 싸우는 건 좋지 않았다.
─까딱.
프리모르는 원래 성격을 감추려는 듯 오만하게 턱짓했다.
〈그러면 신께 맹세드린대로 행하세요. 저희도 신의에 보답하여 그 자의 시체를 맡기죠. 후일 찾아봽겠으니, 그때 다시 뵙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헌데……〉
잘 풀리는 것 같아서 안심하려는 나를 시냐티오가 갑자기 쳐다봤다. 씨이… 불… 심장에 안 좋다… 이것아….
〈거기 계신 분은 일행 분들과 모색이 꽤 다르군요. 저 분들도 마담의 호위입니까?〉
애1미 시발. 나대지 말고 옷 좀 얌전하게 입을 걸.
나는 간만에 나보다 존나 강할 듯한 상대에게 타겟팅되는 감각에 식은땀을 흘렸다. 맞짱 뜨면 튈 수는 있을까? 밑에도 실력자가 포위하고 있던데?
무지 쫀 나머지 나는 무심코 옥새로 마나를 충천하려고 했는데, 프리모르는 의리를 아는 여자였다.
〈당연한 소릴 하는군요.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팔짱까지 끼면서 눈초리를 사납게 치켜뜨는 프리모르. 저런 스탠스를 취하니까 진짜 성격 나쁜 젊은 귀부인 같았다.
시냐티오는 백내장 눈깔을 깔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니오. 실례했습니다. 야누스님의 수호가 보살피기를.〉
─휙! 그렇게 말한 그는 다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웨 멀쩡한 문을 냅두고 창문으로 점프하는 것이지? 추락 데미지를 씹고 지름길로만 돌아다니는 고인물임을 암시?
〈……후우. 집행관과 대화하는 건 피곤하군요.〉
어쨌거나 그 종교쟁이를 쫓아낸 프리모르는 뺨에 흐른 땀을 닦고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 보니 저 혼자 떠들고 말았습니다만, 실례가 아니었다면 좋겠군요.〉
〈실례는 무슨. 도움이 되었소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손을 젓고, 바닥을 발로 밟아서 부쉈다.
〈그러면 우리는 이쯤 해서 실례하겠소. 잘 가시오.〉
〈……예. 예수게이 님께 드린 인장으로 가문에 출입할 수 있도록 말을 전해놓죠.〉
그녀는 나를 떠나보내는 게 아쉽다는 듯 말했다. 어쩌면 이 정체 모를 외노자를 가문에 포섭할 생각이라도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정원에 네 번째 튤립이 피는 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르마알스 저택의 문턱을 넘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억했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기쁘겠구려.〉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한 나는 라리루라를 끌어안고 밑으로 내려갔다.
전투음을 듣고 다 튀었는지 밑의 층에 마피아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그 덕에 우리는 안전하게 방에 숨어서 〈공간이동〉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후우……. 무서웠다~. 저 등이 땀으로 범벅이에요!”
로브를 젖히고 변신을 푼 라리루라는 겨울인데도 땀으로 흥건했다. 나도 노르드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어깨에 힘을 뺐다.
“그래. 세상 참 맘대로 되는 일이 없구만. 뭐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은데, 까놓고 보면 이제 다음 목적지 하나 알아낸 게 전부네.”
“아핫♡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죠! 선배, 고생하셨네요~.”
“아무렴. 라리루라 너도 이번엔 수고 많았다.”
“에헷~♡ 저야 뭐 부수입도 있었는걸요?”
코뤤투스한테서 루팅한 골무를 보여주면서 웃는 라리루라.
부수입 면에서는 나도 만만치 않기는 했는데, 그 설명은 좀 있다가 안전한 곳에서 해 주자.
‘권각술을 얻은 것만 따져도 건질 게 많았던 싸움이었지.’
“좋아, 이제 돌아갈까. 다시 말하지만 고생 많았다.”
그리 생각하다가 흡족한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나는 그만 진짜 돈 많은 선배라도 된 듯 가슴을 쳤다.
“네 덕도 많이 봤고, 부탁할 게 있으면 하나 정돈 들어줄게.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냐?”
“……흐응~? 정말요?”
눈을 빛낸 라리루라는 핑크색 손수건으로 내 목의 땀을 슥 닦고서, 짖궂게 웃었다.
“역시 선배, 용감하셔~♡ 아직 저번에 저한테 달아둔 빚도 못 갚았으면서 또 빚을 늘려버리는 호탕함♡! 제가 그런 거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씁. 말한지 3초만에 후회하게 만들지 마라.”
뭐지 쓰벌. 괜한 소릴 했나? 내가 인상을 쓰자 라리루라는 킥킥거리다가 내 가슴을 쿡 찔렀다.
“그러면 선배. 조만간 저랑 데이트해요.”
남의 땀으로 흠뻑 젖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후배님은, 내 놀라는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밝게 웃었다.
“저랑 선배랑. 단 둘이서요.”
새해와 유년기의 끝
마피아들과의 피냄새 풍기는 싸움은 다 끝났지만, 우리는 며칠 정도 더 루크레겐스에 묵기로 했다.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걸로만 몇 개 꼽자면, 우선 눈깔이 시뻘개져서 20대 백발 유부녀를 찾아 헤매는 영주댁 따까리들에게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이게 첫 번째 이유다.
도시를 좀먹던 뒷사회의 분쟁은 유서 깊은 범죄조직 1개가 하루아침에 폭삭 망해서 끝났다.
자기 영지의 담을 넘어온 철천지원수의 며느리도 뭘 하러 왔는지도 모르는 채 호호깔깔 거리다가 사라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소란이 가라앉자마자 도시를 휙 떠난다?
그게 간첩질 끝내고 닷지하는 북한 공작원이랑 다를 게 뭐란 말인가. 의심 받을 일은 피하는 게 맞다.
코뤤투스의 기억을 뒤져보니까 티르시는 일각을 다툴만큼 위험한 상황에 있는 건 아니더라.
물론 그 대신 의뢰의 난이도나 질이 바뀌기는 했다. 우리 의뢰주한테 의견을 물어봐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셋째 아내를 외간 여자에게 편지를 가져다 바치는 전서구로 쓰겠다는 거로군? 몹쓸 주인님 같으니.”
“않이 시발 그르케 말하믄 내가 머가 돼요.”
“흥. 소소한 질투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도록.”
전서구로 변신한 베로니카가 〈공간이동〉으로 헨네시스 영애에게 보고서를 보내고, 답장을 받아온 게 오늘 점심의 일이었다.
영애의 답장─을 가장한 지시사항─을 읽아 보자 미친 듯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 티르시의 현 상황이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거든.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정상적인 타임 테이블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이게 우리가 잠시 루크레겐스에 남기로 한 두 번째 이유다.
“남편놈아. 이거 뭔가 여행 계획 짜는 기분 안 드냐?”
“그르게. 일자 별로 알리바이를 촘촘하게 박아서 그런가? 이거 출장 아니고 로마니아 패키지 여행이었음?”
“네? 놀거리 많기로 유명한 루크레겐스에서 일만 하다 가는 건데, 여행이라기엔 하자가 많지 않아요?”
나는 다나랑 라리루라를 데리고 간단한 이동계획을 짰다.
실제로 이렇게 이동하려는 건 아니고, 남들이 우리의 이동 기간을 봐도 의심스럽지 않게 짠 계획표다. 알리바이라는 말이 딱 맞군 그래.
왜 이런 짓을 하냐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어제 루크레겐스 정문에서 출입 도장을 땅땅 찍은 새끼가, 다음날에 삼만리 떨어진 다른 도시에 입성한다?
그게 어디 말이나 되겠는가. 축지법 쓰는 뽀그리우스 1세도 그 지랄은 못 하겠다.
장군님 텔레포트 쓰신다 하는 소리를 듣는 날에는 졸지에 이세계 게슈타포한테 끌려가서 수모를 치르는 수가 있다.
나야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땡초 푼 물에 코박죽 당해도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테에엥 하고 버티면 되지만, 우리 아내들은 아니잖은가.
아직 매니큐어 한 번 제대로 못 발라준 아내들의 손톱이 뽑혀나가기라도 했다간, 꼴마초 아내바라기 노르드는 흑화해서 로마니아를 멸망시켜버리고 말 것이다.
내가 못 할 것 같아? 당장 〈임모르탈리스〉랑 〈편찬대대〉부터가 로마니아에서 ‘응애 나 애기 ISIS’ 하고 태어난 놈들인데?
걔네들이 어느 나라에서 튀어나왔는지 까발리기만 해도, 그 새끼들한테 나라가 뒤집어진 강대국들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고 보는데?
나르메르-나일은 흑마법사들이 ‘히히! 인권은 똥이야! 인체실험 발사!’ 거리면서 깽판을 쳐대고 있고, 니다벨리르는 〈편찬대대〉가 드워프들한테 독을 푼 시간만 수십 년이다.
내가 이 악물고 몇 년만 언론전에 힘 쓰면 아카츠키랑 칠무해를 배출한 로맛잎 마을은 기냥 불바다 되는 거야. 처신 잘 하라고.
“그래서 잘 하기로 했습니다, 처신.”
물론 그렇게 따지면 내가 앞장 서서 안 들키도록 처신 잘 하는게 더 빠르고 확실하다. 우리가 로마니아 황제한테 마 니 자신 있나 하고 윽박을 지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의심을 피하기 위한 타임 테이블 설계도 이것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인 ‘파르마노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3~4일.
도시를 나와서 며칠 딴짓을 하다가 〈공간이동〉으로 바로 날아갈지, 아니면 마차를 잡아서 이동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티르시가 목숨이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알아냈으니까, 나도 남은 일을 처리하면서 간간히 아내들이랑 노닥거릴 수도 있게 되었다.
“노르. 머리 엄청 많이 자랐다. 갑갑하면 좀 자를래?”
“벌써 그럴 때가 됐나?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던데, 그래서인가 보다.”
“그건 거짓말 아닐까? 이것 봐. 난 자른지 2달두 넘었는데 별로 안 자랐어.”
아무튼 그렇게 되서.
라이벌 중 하나가 좆망한 마피아들이 은밀한 세력확장을 노리다가, 영주한테 조인트를 까인 경비대와 이단축출에 나선 야누스 교단에게 차례로 뚝배기가 깨져가던 어느날.
〈플랑궁쿨라 서커스단이 돌아왔다!〉
〈당장 공연 입장권 구해와!! 내일 일정 취소하고!!〉
새해 아침까지 고작 이틀 남은 12월 말에, 우리는 후배님 가족들이 귀향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플랑궁쿨라 서커스단.
고아였던 라리루라를 거둬서 보살펴주던, 로마니아에서도 탑 급으로 유명하던 기예단이다.
우리 가족들 중에서는 나랑 프랑하고밖에 안면이 없지만, 이들과의 만남이야말로 우리가 루크레겐스에 남기로 한 마지막 이유였다.
우리와 라리루라의 만남은 분명 우연한 계기였다.
하지만 그런 후배님과의 인연이 그밖의 다른 사람들처럼 한 순간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았던 건, 서커스단의 단장인 알렉산드라 씨가 라리루라를 우리 곁에 두고 떠났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경우는 ‘덕분이었다’라고 하는 게 맞나?’
라리루라가 덕분에 잘 풀렸던 일도 많았으니까 말이다.
뭐 그건 어쨌든 간에, 플랑궁쿨라 서커스단이 신혼 부부한테 갓난애기를 점지해주는 동화 속 황새도 아니잖은가. 우리 곁에 라리루라를 두고 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막말로 그들의 정체가 유아중매업자 겸 양배추 밭 카르텔이라고 쳐도, 다 큰 여자애를 후배 받아라! 하고 던져주는 황새가 어딨어.
무슨 시발 산삼도 아니고 양배추 밭에 18년 묵은 서커스 걸이 있냐. 식약청에서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영업정지 때려도 할 말 없겠다.
그야 겉으로는 ‘철이 들 때까지 혼자서 독립해서 지내봐라’ 하는 이유이긴 했다.
‘킹치만…… 그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냐고.’
우리 후배님이 머리는 안팎으로 핑크핑크여도 능력은 업계 에이스급 아닌가.
눈치 빠르고 요령 좋은 분위기 메이커.
그건 어느 곳에서든 환영하는 인물상이다. 이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고, 거기에 능력까지 출중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지금까지 서커스단을 멱살 캐리하던 라 과장님(예명) 아니냐.
제정신 박힌 싸장님이라면 그런 라씨가 사고 좀 쳤다 해도 무급 휴가를 때려버릴 리가 없었다.
벌을 주더라도 델꼬 다니면서 청소나 시키고 말지, 버리고 떠난다는 게 어디 말이냐 방구냐.
그러다가 이 험한 세상에서 봉변이라도 당하거나, 다른 서커스단에 스카웃되면 어쩌려고?
내가 본 알렉산드라 싸장님, 아니 단장님은 그런 꼰대가 아니었다.
막말로 나랑 프랑이 헤이스벤트에 없었어도, 그녀가 라리루라더러 외국에서도 강하게 살아가렴! 하면서 작별인사를 했을 것 같은가?
난 아니라고 본다.
‘……이제 와서 물어보기엔 조금 먼 길을 왔다 싶지만.’
이미 라리루라는 우리 가족의 비밀스러운 사정을 잔뜩 알아버린 뒤였다.
얘라면 어두컴컴한 고문실에서 콘소메 수프를 코로 마시는 한이 있어도 우리들의 비밀을 불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앞으로 자신의 처우를 어떻게 할 건지는 물어봐야지 않겠나.
우리랑 계속 같이 있을 건지, 서커스단으로 돌아갈 건지 말이다.
까놓고 말하자면, 어영부영 미뤄왔던 일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온 것이었다. 그게 아니어도 간만에 인사를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볼 사람들도 있고.
그리하여 우리 파티는 플랑궁쿨라 서커스단이 거주한다는 건물에 얼굴을 비추기로 했다.
〈죄송합니다만, 손님들. 저희 서커스단의 공연이라면 내일 이후에나…… 라리루라?〉
〈모코나 언니!〉
〈어머나, 어머나! 웬일이니 이게!〉
약간 아줌마 같은 리액션을 하던 젊은 무희는 그렇게 방방 뛰면서 재회에 감격하다가, 우리에게 밝게 인사했다.
〈아아! 그러면 혹시 거기 계신 분들이 그그, 노르드 씨랑 프란체스카 씨인가요?〉
〈예, 맞습니다. 그나저나 알아봐 주신다니 놀랍네요. 이거 좀 감격스러운데요?〉
능청맞게 대답하는 나.
알렉산드라 씨라면 몰라도, 별달리 통성명도 안 했던 사람이 우릴 알아보다니 신기하긴 했다. 아마 알렉산드라 씨가 얘기해 준 거겠지만 말이다.
〈후후후후. 그럼요! 당연히 알아보죠!〉
그런데 내 말에 나르메르-나일 인의 갈색 피부를 반짝이던 모코나는 음흉한 미소를 띄웠다.
〈몇 달 내내 저희 공주님 얘기가 나오거나, 새 동료들의 대화를 들을 때마다 그 이국의 왕자님이 어떤 사람이었나 하는 얘기가 안 나오는 날이── 읍읍?!〉
〈아, 아하하! 아하하하하♡! 언니도 참! 낮술 하셨어요? 술 냄새가 여기까지 나네요!〉
어…… 라리루라가 품에 안기는 척 하면서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건 넘어가 주는 게 예의겠지.
〈켁! 켁켁!〉
〈아하하하♡ 언니~? 괜히 이상한 소리 하시기 없기에요?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