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묵는 여관에서도 ‘일하는 중’이라는 실감은 할 일도 없는 새벽녘에 소녀의 눈을 뜨게 만들었고, 그런 생활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며, 그 하루의 연쇄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의 전부다.
그러므로 소녀는 자신의 삶이 남들보다 한 박자 더 빠르단 사실을 일찍부터 받아들였다.
새벽녘에 누구보다 빠르게 조용한 침실에서 일어나서, 찬 공기를 맞으며 하루를 준비하면 누구라도 그것을 실감할 것이었다.
일자리를 얻은 것도, 그것에서 누군가를 대표하는 실력을 얻은 것도 비슷한 나이의 누구보다 훨씬 빨랐다.
설마 그 은퇴까지 남들보다 빠를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소년소녀가 부모의 손을 잡고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는 나날도, 올해로만 어연 10여년이다.
그런 인생을 살아왔던 소녀의 삶에서, 그녀를 어린 아이로 취급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서커스걸 라리루라는 언제 어디서든 플랑궁쿨라 서커스단의 몸값 높은 에이스이거나, 같은 서커스단의 가장 뛰어난 동료였다.
그래서 그녀는…… ‘꼬맹이’라는 말이 그렇게나 울컥하는 단어라고는, 반년 전까진 상상조차 못 했었던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 들려온 말이 그것이었다.
라리루라는 늦잠을 자서 비몽사몽한 머리를 일으키려다가, 하체에 힘이 안 들어간다는 걸 깨닫고 잠깐 안색이 굳었다.
아주 잠깐 떠올랐던 놀람이나 당황은 어젯밤의 정사를 떠올리자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게나 얼얼하던 통증이나 쾌감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라리루라는 조금 얼떨떨했다. 옷을 입던 사내는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포션 사와서 발랐어.”
“……아핫♡? 병 주고 약 주고에요?”
“병이라니? 좋아 죽던 녀석이 말은 잘 해요.”
픽 웃는 얼굴이 자신을 돌아보자 심장이 덜컹 놀라며 두근거렸지만, 포커페이스에는 꽤 자신이 있다.
라리루라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훤히 드러난 가슴을 의뭉스럽게 감췄다.
“그게 좋아 죽었던 거면, 선배는 저를 죽이려던 거네요? 흑. 너무하세요.”
“우는 척 할 거면 웃음이나 지우고 말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라리루라는 웃어버렸다. 당신이 웃어주는데 나더러는 웃지 말라니, 가혹한 얘기에도 정도가 있다.
“음. 그래서 어떡하죠? 지금쯤 언니들도 다 일어나셨을 것 같은데.”
“어. 안 그래도 아까 문 두드리고 가더라. 다나가 이거 누가 생각한 작전이냐고 묻던데.”
“……히엑.”
라리루라는 그의 대답에 딸꾹질을 했다.
새치기 비슷한 짓을 한 건 맞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언니들도 자길 여러 방법으로 떼어놓고 몰래몰래 그와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가. 나도 그걸 흉내냈을 뿐인데.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통하기는 할까? 혹시 미움 받으면 어떡하지?
사내는 그런 라리루라의 속내를 그녀 자신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라리루라에게 가벼운 딱밤을 때렸다.
─딱! 짧고 확실한 통증에 라리루라는 남아 있던 수마가 확 날아갔다.
“아팟…! 왜, 왜 때리시는데요?!”
그녀는 이마를 잡고 눈물 고인 눈으로 항의했지만, 어깨를 으쓱이는 그는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뭘 쫄아. 유혹에 넘어간 건 나인데. 쪼인트를 까여도 내가 까이지.”
“……언니들이 그런 걸로 선배한테 뭐라고 할까요?”
“아마 안 하겠지? 그러니까 너한테도 안 할 거야.”
변함없이 궤변이고, 변함없이 괜스레 설득력이 있다.
라리루라는 혀를 빼물고 이마를 쓰다듬었다. 이런 딱밤도 그는 다른 언니들에겐 하지 않는다.
그럴 만 했다. 이런 건 그야말로 애 취급을 하는 상대에게나 할 법한 짓 아닌가. 이제 20살이 되고 어른끼리 할 만한 짓까지 다 해놓고도, 여전히 그에게는 소녀가 소녀로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고 억울하다.
귀엽게 봐 주는 건 확실히 고맙지만, 아직도 어린애로 여기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앞서 버려서다. 애 취급은 그를 제외하면 단장님에게밖에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더 그랬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꼬마로 여겨지기에는, 소녀가 타고난 자질이 조금 남달랐다.
고아는 철이 빨리 들 수밖에 없다. 뛰어난 재능과 비상한 눈치는 성씨도 없던 그녀를 일약 스타로 만드는데 5년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를 가르친 서커스단의 단장만이 천방지축인 소녀에게 아이를 타이르는 어른이라는 태도를 견지했지만, 그런 단장도 공연에 앞서서는 소녀를 한 명의 프로로 대했다.
쓸쓸하다고 생각한 적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기엔 소녀의 삶은 밀도가 높았다.
어린애가 어른으로 대해져서 느낄 법한 아쉬움이나 서운함은,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을 빠르게도 알아버린 소녀와는 거리가 먼 일이었으니까.
단지, 가족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의 기분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하지 못할 뿐.
물론 그러던 것도 이제 와서는 옛일이다. 꼬맹이 취급을 받는 걸로 그의 손을 잡아봤자 진도가 나갈 리가 없잖은가.
라리루라는 작게 콧김을 내뿜고는 벗어놓은 옷을 대충 챙겨입었다.
옷도 몸도 이미 깔끔하게 말라 있었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그가 〈정화〉 마법 등으로 깨끗하게 해 둔 걸까.
이런 별 것도 아닌 배려에서 보이는 그의 성격에, 다시금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신이 있다.
그야 조금 한심한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난생 처음 하는 사랑인데.
“……으.”
그래도 라리루라는 당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첫사랑의 달콤쌉쌀함에 익숙해진 뒤였다.
칭얼대는 심장을 조용히 시키고자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그녀는 사내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럼 가요, 선배! 죽는 한이 있어도 같이 죽어야죠♡?”
“같이? 팔에 들어간 힘을 보니까 여차하면 날 먹이로 던져놓고 튀겠는데?”
그건 선배랑 팔짱하느라 긴장해서 그런 건데요, 라는 말은 아무리 그래도 입 밖에 낼 수 없다.
라리루라는 일부러 삐진 표정을 지으면서 방해만 되던 가슴을 팔에 밀어붙였다.
반응한다, 반응한다. 그의 표정이 약간 어색해졌다.
좋아. 아예 의식을 않는 건 아니구나. 하긴, 저 사람 성격 상 지금까지처럼 애 취급만 하지는 못하겠지.
그거면 됐다. 의식을 해 준다면 이제부터는 공세 또 공세만 있을 뿐이다. 라리루라는 몰래 주먹을 꼭 쥐었다.
자기만 그의 곁에서 늦잠을 잘 만큼 편안하고 행복하게 느낀다면, 그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내가 마음 고생을 하는 만큼 그도 나를 신경 써 주는 게 도리에 맞았다.
“……으흠.”
그렇게 핑계를 대 가면서도, 빨개지는 얼굴을 막지는 못한 라리루라였다. 사내 또한 그걸 눈치 챘으면서도 구태여 입에 담지는 않았다.
─힐끔. 라리루라의 눈은 헛기침을 하는 사내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실패를 두려워할 때야말로 가장 크게 실패하는 법이야.
단장님의 말씀이 떠오르자 용기가 샘솟았다.
만약 그녀가 알았다면 그건 곡예 연습을 할 때의 얘기라는 둥, 내 말을 그런 곳에 인용하지 말라는 둥 하는 잔소리가 한바탕 이어졌겠지.
하지만 사랑에 조바심을 내는 소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생각했더라도 바뀌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라리루라는── 프리실라는 생각했다.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한 걸까?
어떠한 이유, 어떠한 계기가 명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존재해서, 이것이야말로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어야 하는 걸까?
프리실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에 이유 같은 건 없어도 될 것이다.
이 가슴의 두근거림과, 그에게서 느껴지는 애정만 있으면 충분하다.
일일히 말로 바꾸고 그의 입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열심히 사랑하고 유혹하면 그의 심장을 꽉 쥐고 사랑을 받아낼 자신 쯤은 있었다.
경쟁자 아닌 경쟁자들은 하나같이 수준 높은 미인이고 매력적인 언니들이지만── 그녀도 일방적으로 지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기다리는 건 성미에 맞지 않다.
그녀는 당하고만은 못 사는 성격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남에게 뭔가를 받았다면, 그만큼 돌려줘야 속이 시원하다.
사랑에서도, 인생에서도 말이다.
“……아핫♡”
프리실라는 그렇게 생각하고서 기쁘게 웃었다.
사실 알고 있다. 팔짱을 끼면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그에게도 전해질 것이란 걸.
그토록 눈치 빠른 그다. 자신의 긴장 따위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다.
─두근, 두근.
하지만 그는 알까?
프리실라가 그와 달라붙는 게 좋은 이유는, 이러고 있으면 그의 심장 소리 또한 자신에게 들리기 때문이란 걸.
자신과 팔짱을 낄 때라면, 그의 심장 역시 자신 만큼이나 두근거리고 있다.
지금의 프리실라에게는 그거면 족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두근거림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괴도? 탐정!
“어제는 한 방 먹었어, 라리루라.”
다나는 잠결에 눌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며 웃었다.
화가 났다기보단, 허를 찔려서 한 방 먹은 것에 부루퉁해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우리 눈나는 당초에는 프랑의 눈치를 살피다가, 프랑이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자 본인도 이번 일을 개의치 않기로 한 모양이다.
사실 우리도 라리루라의 기분을 다 눈치채 놓고 몰래 닌자 섹스를 벌여오지 않았는가.
그런 제반사정 덕에, 라리루라를 데리고 돌아간 나는 미묘한 분위기의 가시방석에서 잠깐 곤란해질 뻔 했다가 유야무야 용서 아닌 용서를 받게 된 것이었다.
‘휴…….’
나는 의식해서 표정을 컨트롤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미 세 명이나 아내를 들여놓고 새삼스럽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족 간의 관계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괜한 우려라고 해도 심장이 쪼그라들고 마니까.
일부다처에 당당하게 구는 것도 남들 앞에서나 그런 거다.
가족한테까지 꼴마초처럼 굴면 그게 씨팔럼이지 뭐겠는가. 그렇다고 새로이 아내를 들일 때마다 다른 아내들에게 사전 심사를 받는 것도 웃기는 얘기겠고 말이다.
그나마 라리루라가 나를 좋아하는 걸 다들 눈치채고 있던 만큼, 아내들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던 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은근 눈치를 보며 쫄아드는 라리루라. 다나는 피식 웃었다.
“푸흐흐. 우리 있지, 라리루라 네가 술을 따라줄 때만 해도 설마 우리를 재워놓고 남편놈을 보쌈해 갈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에헤헤…. 죄송해요….”
라리루라는 애교 있게 사과했다.
진심이 전해지는 사과를 하면서도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베로니카는 입을 꿰매고 있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입 다물고 있으마. 사돈 남말이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리는 상황도 달리 없을 테지.”
“응. 그야 라리루라가 노르를 보는 눈, 대충 보기만 해두 친구나 아는 오빠를 보는 눈은 아니었는걸.”
“나, 나름 숨겼다고 잘 생각했는데요?”
“여자는 관심 없는 남자의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거나 하진 않거든? 두어 번이여야 우연이지 매일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 눈치 못 채는 게 더 말도 안 되지.”
“아우으아으에…….”
다나의 간단한 반론에 라리루라 호는 침몰해버렸다. 그런 익살맞은 리액션에 우리는 입을 모아 웃었다.
이렇게 5명 모두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였지만, 아무래도 우리 파티의 관계에 큰 변함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침 식사와 간단한 담소를 나눈 뒤.
“크흠, 큼.”
나는 간신히 이야기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듯 하자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이걸로 프리실라가 정식으로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됐지만, 우리 출장의 근본적인 목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
“……서, 선배? 평소에는 그냥 라리루라라고 불러 주시면 좋겠는데요?”
“생각해 보고.”
빨간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는 라리루라는 일단 방치하자. 나는 여러 가지 상념을 치워두고 얘기를 꺼냈다.
“……며칠 전에도 얘기했지만, 티르시의 행방은 내가 쓰러트린 흑마법사한테서 알아냈어.”
“그 내용에 따른 추가 의뢰도 헨네시스 영애에게 받았고.”
“그래. 그 흑마법사가 의뢰를 의심스럽게 생각하고 조사한 결과, 티르시는 지금 레나폴리스라는 로마니아 지방 영지의 귀족 저택에 있다는 게 판명됐지.”
나는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초청한 사유는 겉으론 식객이지만── 실상은 ‘약혼’인 듯 하고.”
어썸하게도, 내가 알아낸 사실이 그랬다.
나도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아서 흑마법사의 기억이 날조된 건지 의심했을 정도였다.
세상에, 약혼이라니?
어떤 미친 새끼가 청혼 대상을 마피아를 시켜서 납치한단 말인가. 나쁜 남자 컨셉에도 정도가 있다.
로맨스 소설 중증 중독자여도 깍두기 폭력배들한테 납치를 당하면, 상대방의 첫 인상은 좋게 봐 줘도 갱단 스폰서일 것이다.
하지만 흑마법사 새끼가 조사한 결과, 사실이라고 판명 가능한 증거가 발견되고 말았다. 적어도 납치를 지시한 새끼는 진심으로 티르시와 결혼할 생각인 것이다.
“그것도 첩으로 들여서 말이지?”
다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티르시 씨, 몰락 귀족이잖아. 평범하게 반해서 결혼하자는 얘기로는 볼 수 없겠는데.”
“납치한 시점에서 그건 이미 확정이지. 티르시를 몰래 도시에서 빼내서 자기 가문 마차에 태운 거겠지만, 그런 방법을 쓴다는 것 자체가 떳떳하지 못하단 증거니까.”
나는 그리 말하며 눈을 반개했다.
예전에 티르시가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 같은 몰락 귀족 여성이 귀족위를 되찾으려면 귀족에게 시집을 가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고 말이다.
아마 티르시는 그밖의 어떠한 이유로─예전 시종이었다는 아줌마의 편지를 받고 나서─ 로마니아에 왔다가, 그 가문에 데려가진 거겠지.
“하지만 상식적으로 정적의 딸이 복권(復權)하는 걸 좋아할 기득층이 있겠어?”
당장 21세기 지구에 있던 중세랜드 롤플레잉 게임만 해도, 숙청한 대상의 가족은 뿌리를 뽑아두지 않으면 통수를 맞는 게 일상 아니던가.
로마니아의 권력자 놈들도 티르시가 귀족으로 돌아오는 걸 박수로 환영해 주진 않을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걸 감수하는 납치범 측도 여간 미친 놈이 아니란 뜻이다.
“그 흑마법사란 새끼도 그렇게 생각해서, 뭔가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그 활쟁이 마님네 가문에 잠입하려던 거였다며.”
“어. 같은 초대 원로원의 가문이라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프리모르의 남편을 죽이고 그 거죽을 뒤집어쓴다는 사악한 계획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던 것이었다.
그딴 웃기지도 않는 이유로 희생당한 사람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치만 노르. 만약 티르시 씨가 그 약혼을 받아들일 마음이라면…… 우리가 이 이상 간섭하는 건 오지랖 아닐까?”
프랑은 그게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어떤 의미로는 그것도 합당한 의견이었다. 이유가 뭐였든 간에, 티르시는 귀족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