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360화 (360/1,009)

불꽃과 안개가 쉼없이 부딪혔다.

베로니카가 안개를 막는 걸 보고 나서부터, 티르시는 오직 우리 시종님에게만 안개를 퍼부었다.

그건 베로니카가 입을 굳게 닫고서 빡겜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에 들어갈 여유가 생겨났다는 뜻이었다.

〈하아압!!〉

〈몰아붙여라!!〉

─퉁퉁퉁! 촤아악!

차마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자기들 나름대로 원격 공격을 시도하는 귀족의 호위들!

아는 사람한테 공격이 퍼부어지는 현장은 차마 눈 뜨고 봐 주기 힘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 공격에 상처를 입질 않고 있으니 뭐라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존나 이건 뭐 눈 돌아가서 샷건을 들고 달려오는 사람한테 물풍선이나 던져대는 수준 아니냐?

그 착하던 사람이 샷건을 들고 날뛰다니, 마법소녀 티르시도 기나긴 대학원 생활에 기어이 미쳐버린 게 틀림없다.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도 씨발 살기는 해야지 않겠는가.

─부릅!

그래도 나는 공세에 합류하는 대신, 들숨날숨의 심호흡을 취하며 눈을 부라렸다.

티르시는 얼음절임이 돼 있다가 풀려나서 푹 젖어있었다. 그런 그녀를 이딴 눈으로 꼬라봤다간 그것만으로 성희롱이 되겠지만, 내 눈은 외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안쪽의 마나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공간 마법, 공간 마법, 공간 마법!’

입속으로 되뇌이면서 마법의 구조를 파악하는 나.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아무리 봐도 안 풀리던 지문이나 계산식이, 답을 아는 사람의 조언이나 답안지를 보고 나서부터 갑자기 척척 풀릴 때가 말이다.

오딘의 눈도 그랬다.

구조를 이해한 뒤로는 그전까지의 지진부진한 해석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마법의 정체가 파악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법의 신의 눈깔 앞에 티르시를 구속하는 마법은 뿔뿔이 해체되고 분석된다.

【나의 그대여! 그대가 티르시의 품에 파고들 때까지 버티다가 원호하겠다! 하지만 내 마나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구나!】

베로니카가 말씨를 고를 여유도 없이 텔레파시를 쏟아냈다.

나는 속사포 랩 같은 정보전달에 고개만 끄덕여두고 눈에 핏발을 세웠다.

‘베로니카의 불꽃도 〈공간이동〉의 응용인가?’

겉으로는 안개와 불꽃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곧 공간 마법끼리의 힘씨름이다.

어둠의 안개는 정말 내 비유대로 망자의 손길이었다.

저 안개는 지옥에서의 초대장이자, 닿는 것들을 이차원으로 날려보내는 포탈인 것이다.

세상에 애1미 씨팔. 우리 마법사님이 존나 공간절단을 갈겨대는 거였다니? 누가 알았겠는가!

아마 그래서 티르시는 어둠의 안개를 에프킬라를 살포하듯 넓게 뿌리는 걸 피했던 게 아닐까.

안개를 광범위하게 뿌려봤자, 거기에 빠진 사람들은 사지 멀쩡하게 저 하늘 위의 니플헤임으로 날아갈 뿐일 테니까.

츠즈즈즈…!

─화르르륵!

어둠의 안개는 불꽃에 닿으면 기세를 잃고 흩어졌다.

베로니카는 〈공간이동〉의 원리를 불꽃에 적용해서 안개에만 효과를 발휘하는 파훼 마법을 제작한 모양이었다.

─퍼석!

그렇게 두통을 참으며 활로를 찾던 때였다. 나는 땅 밑에서 튀어나온 시꺼먼 무쇠주먹에 집중이 끊겨버리고 말았다.

〈씨팔 이건 또 머야!!〉

집중이 끊기자 오딘의 눈도 해제됐다.

순순히 맞아줄 수는 없기에 공중 3연속 백덤블링 회피.

깔끔한 회피동작을 취한 나는 흙바닥에서 기어나오는 강철 병사들의 등장에 진절머리를 내며 침을 뱉었다.

〈……그래, 염병. 흑마법사가 골렘이나 좀비도 없이 솔플을 뛴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소리긴 하지.〉

내가 뇌까리듯 내뱉은 게 방아쇠가 된 것처럼, 골렘 무리는 무쇠 주먹을 휘두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호위들은 공격하다 말고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우라누스 맙소사! 왠 골렘이 이렇게 많아?!〉

〈아, 씨발! 지금 그게 중요해?! 도망친 놈이 딴데서 뭔가 건드리든가 했겠지!〉

〈GoooooO……!!〉

골렘들은 일류 장인의 공산품인 듯 겉모양이 다 똑같았다.

어둠과 음의 마나가 느껴지는 걸 보면 디아볼로가 만들어 둔 걸까? 아니면 같은 조직의 비지니스 파트너한테 대량구매를 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덮쳐오는 골렘을 보며 내가 창을 쥐자, 존나 살벌하게 생긴 꼭두각시와 다나가 내 앞으로 튀어나왔다.

〈야 이 빡대갈통아! 넌 딴짓하지 말고 대가리나 굴려!〉

〈그래요!! 선배는 잔머리랑 그밖의 여러 장점들을 빼면 시체잖아요!!〉

전선에 나온 두 사람이 골렘을 때려부수거나 실드 마법을 펼쳐댔다. 둘 다 저 짧은 말 안에서 벌써 모순이 넘치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마누라들 어셈블이다. 프랑과 베로니카도 나이프 투척과 안개의 요격에 몰두하며 후방에서 대활약 중이었다.

그렇다면 남편놈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내들이 활약하는데 멍 때리고 있다간 꼴마초 고고학자의 이름이 운다!

〈──나는 기둥서방이 되지 않겠다! 집안의 대들보가 될 것이다!〉

단연히 내지른 기합이 내 몸에 활력을 돌렸다.

나는 그 기세로 달려나가면서, 초대 원로원이 만든 마법의 핵심을 라리루라의 브래지어를 벗기듯 풀어헤쳤다.

수준 높은 마법을 목도하며 뇌가 민트 비빔밥이 된 것처럼 시원해졌다. 선잠에서 깨어나듯 영감(靈感)이 눈을 떴다.

시야가 확장되며 세상이 넓어졌다.

많이 알 수록 많이 보인다는 지고불변의 팩트는 마법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적외선과 빛의 산란과 같이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과 광수용체(光受容體)의 세계는 그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마나는 이 세상의 모든 곳에 존재했다.

호위들의 마법, 골렘의 코어, 싸우는 미네르바의 의수와 의족처럼 마법이 개입된 것부터 바닥의 흙이나 공기의 흐름처럼 마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들까지!

마법의 신이 보는 세계는 별빛의 바다와도 같았다.

츠즈즈즈….

소리가 사라진 세상에 어둠의 안개가 퍼져갔다. 베로니카가 미처 막지 못하고 놓친 망자의 손길이 내 살점과 내장을 니플헤임으로 초대하고자 일렁거렸다.

나는 그걸 인체의 감각과는 다른, 별개의 감각으로 눈치채면서도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허리를 비틀고, 고개를 젖힌다.

딱 그렇게만 했을 뿐인데 아까와 똑같이 퍼부어진 어둠의 안개는 내 털끝조차 스치지 못했다.

공기의 흐름에 섞이지 못한 마나는 하얀 옷자락에 튄 짬뽕 국물처럼 눈에 선했다.

〈절대지경, 석사탈주(碩士脫走)!!〉

파스스스…!

나는 무의식적으로 헤스왈드 자매의 경공을 펼쳤다. 【게르튀르】를 처음으로 각성했을 때처럼 내가 움직이는 동작에서 힘의 낭비가 사라졌다.

투쟁심을 버려야만 사용이 가능한 기술이었지만, 티르시는 한때 내가 등과 목숨을 맡기고 싸웠던 친구였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투지를 품는다?

그것이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내게 쏟아지는 니플헤임의 안개가 아니라, 티르시의 몸을 빽빽하게 속박하는 고대문명의 마법식 뿐이었다.

스웨터처럼 오밀조밀하게 짜인 술식!

거기에는 구멍이 1개 뻥 뚫려 있었다.

술식의 빈틈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저것은 말하자면 열쇠 구멍이었다.

병기로 변모시킨 자신의 혈족을 도구처럼 조종하는데 사용할, 술식의 ‘지배권’을 채워넣을 공백 말이다.

나는 그곳에 붉은 마나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천하의 씹새가 저딴 짓을 하고 있는지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디아볼로겠지.

그 씹새는 초대 원로원의 혈족들만 지배할 수 있는 ‘아르마 슈나스’의 통제권을, 그 혈족인 레나폴리스의 영주를 통해서 자신의 소유로 삼으려는 생각일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티르시에게 뻗어가는 저 추잡한 마수(魔手)를 상대로 존나 수십 가지의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디아볼로의 마나를 끊어내 버려도 됐고, 프로그램을 해킹하듯 ‘초대 원로원 가문만 지배할 수 있다’는 통제권의 조건을 수정해버릴 수도 있었다.

아예 티르시의 지배권을 내 앞으로 이양해 버리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았을 것이며, 이 극한의 집중상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겼겠지.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 아무 것도 고르지 않았다.

대신에 가장 어렵지만 가장 올바른 길을 골랐다.

대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도구처럼 조종할 권리란 없었으니까.

─말캉!

나는 티르시의 품에 파고들며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 사이에도 티르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어둠을 내 사방에 흩뿌렸다.

그래도 선수를 취한 만큼 내가 더 빨랐다. 나는 망연자실해 있는 소녀의 손을 다정하게 이끌듯이, 저항도 하지 않는 티르시의 마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여기서 거듭 언급하는 마법의 법칙 한 가지.

어떤 마법의 술식을 이해했다는 건,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마인드 크래쉬(Mind Crash)!!〉

─카칭!!

나는 잡아뽑은 티르시의 마나를 그대로 술식의 빈틈에 꽂아넣었다.

술식의 통제권에 그녀의 마나가 미끄러져 들어갔다.

초대 원로원들은 이 마법을 만들면서 한 가지 실수를 했다.

그건 바로, 전쟁병기로 만들어버린 혈족도 자신들의 피를 잇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는 점이다.

만약 나처럼 술식의 구조를 파악하고, 자아를 봉쇄당한 ‘아르마 슈나스’의 손을 대신 이끌어줄 빠요엔이 있다면── 신의 힘이 깃든 병기의 주인은 그들 본인이 된다.

다시 말해서, 봉인돼 있던 자아를 되찾는다는 뜻이었다.

〈──────?!〉

─부르르르! 티르시는 번개에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신의 힘을 담은 고대문명의 전쟁병기, ‘아르마 슈나스’는 통제권을 지닌 주인의 뜻에 복종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주인은 다름 아닌 티르시 자신이다.

멀티탭의 플러그를 멀티탭의 콘센트에 꽂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논리!

애미 없는 초대 원로원 새끼들의 설계에 정면으로 반역하는 사상이겠지만, 원래 이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곳이 아무리 인권이란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이세계일지라도, 양식 있는 21세기 지구인인 나까지 그 야만스러움에 계도당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운명도, 랩실도, 교수도, 우리들을 노예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쓰러지는 티르시를 받아주며 엄중하게 속삭였다.

최면 어플 따윈 인류가 낳은 죄악이다.

티르시의 몸과 마음을 지배할 권리는, 오직 티르시 자신에게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런 신념을 가슴에 품고서, 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티르시, 일어나세요. 논문 써야죠.”

“…………그게 지금 기절한 사람을 깨우면서 할 말이에요?”

티르시는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는 것처럼 눈을 번쩍 뜨며 깨어났다. 나는 질색팔색을 하는 그녀에게 픽 웃어주었다.

“왜요? 효과 직빵 아닌가?”

“그만. 이 얘기 더는 하지 마세요. 몇 달 넘게 업무가 밀려있을 텐데, 저는 돌아가면 마법사 길드를 나와야 하는지 고민부터 해야 할 거라구요.”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티르시는 내 품에서 빠져나가서 자기 다리로 섰다.

골렘들과 싸우던 미네르바는 어안이 벙벙한 것처럼 멍하니 중얼거렸다.

〈……시냐티오가 해낸 건가?〉

않이 씨팔 제가 한 거거든요? 이 아줌마가 지금 옐로 몽키 차별하나?

존나 좆빠지게 어둠의 슈팅 게임을 하다가 이겨놨더만 애먼 사람이 칭찬받네. 얼탱이 없게.

하지만 나는 마음을 추슬렀다. 지금은 저 착각을 정정하기보단 이 자리에서 튀는 게 우선이었다.

‘인질을 구했으면 튀어야지!’

나는 자신이 어쩌다 여기서 이렇고 있는지도 가물가물한 듯한 티르시의 손을 붙잡고 여길 벗어나려고 했다.

골렘이 길을 가로막아도 뚫고 빠져나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였는데, 티르시의 손을 잡고 1초도 되지 않아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왜냐고? 내 정수리에 칼이 떨어져 내렸거든.

─카앙!!

내가 그 칼날을 알아차린 건 티르시가 무영창으로 발동한 〈빙벽(Ice wall)〉이 공격을 막아내준 다음이었다.

만약 티르시가 아니었으면 나는 2등분의 노르드가 돼서 아내들의 섹슈얼 로테이션을 2배로 빠르게 해 줬을 것이다.

〈아니 존나 뒤질 뻔 했네!!!!〉

식겁한 나는 티르시를 붙잡고 뒤로 뛰었다.

공중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내 뚝배기를 도자기 장인처럼 파-킨 하려던 디아볼로는, 아까 전까지의 티르시보다 더 사람같지 않은 무표정으로 나를 꼬라봤다.

〈……대체 뭘 한 거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하늘의 균열과 나, 그리고 눈을 찌푸리는 티르시를 번갈아봤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술식이 절반 이상 진행된 지금 그 년이 의식을 되찾았단 말이냐!! 내가 이 의식에 얼마나 큰 노고를 들였는데!!〉

무표정하던 얼굴을 조금씩 현실의 잔혹함을 깨달은 애새끼처럼 일그러트리며, 디아볼로는 피를 토하듯 고함쳤다.

〈엘릭서로 그 년의 체질을 조율하고, 내 상처를 고치고! 이 나라의 귀족위를 얻고, 아르마코스의 분가를 찾아내고!! 그 놈의 신용을 얻어서!! 대계를 세우듯 차근차근 진행한 계획이 어떻게!!〉

부웅─! 디아볼로의 칼날이 내 미간을 찌르듯 가리켰다.

〈네놈 같은 야만하고 무도한 전사 따위에게 무너질 수가 있느냐는 말이다!!〉

그것은 존나 몇 년 이상 진행해 온 프로젝트가 좆망한 만년 대학원생보다 더 한이 맺힌 비명이었다.

물론 그게 범죄로 번 돈을 비트코인에 꼴박하고 인생을 조진 범죄자랑 다를 게 없다는 걸 생각하면, 동정의 여지는 쥐좆만큼도 없었지만 말이다.

〈몰라 병신아. 니가 빡대가리라서 말아먹었겠지.〉

그래서 나는 품위 있게 거수하며 말했다.

〈10골드 80실버.〉

〈──이 빌어먹을 새끼가!!!〉

디아볼로는 빡돌아서 검을 내려쳤다. 하지만 아직 마나가 잔뜩 남아있던 티르시는 이번에도 동체시력으로 그 검속을 간파하고 실드를 펼쳤다.

〈이거 방탄 실드야, 병신아!!〉

나는 으앗싸 소리를 내며 기운 차게 외쳤다. 좀 전까지만 해도 칼 든 이 새끼랑 정면에서 마주하면 지릴 자신이 있었는데, 이젠 아니었다. 존나 티르시 님만 믿습니다!! 야호!!

“……노르드 씨. 혹시 그때 주운 옥새 갖고 있어요?”

내가 그렇게 뻐큐를 날려대고 있자, 갑자기 티르시가 그런 소리를 했다.

디아볼로는 지가 티르시를 상대로 킬각을 잴 수 있는지 가물가물한 듯 거리를 두면서도 튀지는 않았고, 그래서 나는 그 새끼를 예의주시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옥새를 건넸다.

─파앗!!!!!

그리고 내 보조 마나 배터리가 풀 차지가 되었다.

“……뎃?”

“같이 좀 싸워 주실래요? 저 지금 뭐가 뭔진 모르겠는데. 마나가 너무 가득해서 속이 안 좋아요.”

않이 씨발 그게 그렇게 되나?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하긴 의식인지 뭔지가 진행되다가 만 거라면 그럴 수도 있을 듯 했다. 내가 술식 자체는 분석했어도 그 술식의 결과까지는 100%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오우거의 옥새에 가득찬 마나를 보고 현타를 느꼈다. 스케일 차이 좆되네.

존나 이것만 해도 3노르드 정도는 하겠다. 계왕권 3배다.

“……마나 이만큼 쓰면 다 끝나고 나서 몸져 눕겠는데요.”

“잘 됐네요. 저도 지금 기절할 것 같은데, 같이 입원하면 덜 적적하겠어요.”

이걸 병원 룸쉐어를 권하네.

나는 헛웃음을 흘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옥새의 마나를 뽑아냈다.

아마 시냐티오를 두고 〈공간이동〉으로 날아온 모양인데, 디아볼로 새끼가 설치게 뒀다간 우리 아내들도 위험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넘쳐나는 마나에 내 자신감 주머니가 다시 빵빵해졌다.

자고로 남자라는 생물은 지갑의 두툼함에 따라서 전투력이 변동하는 생물 아니겠는가. 이세계의 싸움꾼들한테는 마나통이야말로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나는 야수회귀로 덮인 창을 휘둘러 보다가 말했다.

〈대리랭 ON.〉

형 이제 현찰 많다.

닌 이제 뒤졌어 씨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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