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님들? 남편 잠깐 일당 좀 받아올게.”
티르시랑 사이 좋게 개씹노맛 오트밀을 병원죽처럼 위장에 밀어넣고서, 나는 받아야 할 돈을 수금하고자 움직였다.
“아, 그래? 알았어. 다녀와.”
내가 입을 닦으며 말하자, 졸린 것처럼 침대에 기대 있던 다나가 손사레를 쳤다.
“근데 니 혼자 가면 얕보인다? 별 일 없겠지만 혹시 위험할 수도 있고.”
“아, 그래? 그러면 누나 뭐 해? 안 일어나고.”
“아니 씨발아.”
그렇게 나는 입을 삐쭉대는 우리 보라돌이 눈나를 데리고서 귀족들이 호출한 곳으로 직행했다.
그런데 정작 가 보니까 귀족들은 온데간데 없었고, 집사로 보이는 스탈린 수염 아재가 나한테 양피지를 주었다.
〈받으십시오. 귀하의 앞으로 갈 보상입니다.〉
〈……이게요?〉
당연히 금화 주머니나 금괴 같은 걸 줄 거라고 생각한 나는 3초 정도 스턴에 걸렸다.
뭐지 씨발? 칭챙총한테 줄 돈은 없으니 너희 나라로 꺼지라는 뜻의 완곡한 표현인가?
아니면 노동계급한테 줄 돈은 이만하면 충분하시대? 혹시 부모님께서 굴라그 수용소장이신가?
내가 스턴에 걸려 있자 집사는 콧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금액이 금액인지라 은행에 직접 입금드릴 예정입니다. 한 번 보시죠.〉
〈……머라구요?〉
나는 고개를 모로 꼬면서 그 종이조각을 읽어보았다.
그건 말하자면 감정서이자 영수증이었다. 어제 물건의 값어치를 품평한 사람들이 서명을 한, 감정액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서 내 몫으로 떨어진 건 40골드였다.
〈……40골드?〉
다시 말하자. 40골드였다.
40골드.
4000실버. 2실버 짜리 노예가 2000명.
‘……씨이이이이발!!! 40골드!!’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지나치게 놀란 나머지 떼돈을 벌었다며 기뻐하지도, 어안이 벙벙해지지도 못했다. 내 뒤에서 몰래 금액을 확인한 다나도 눈알이 튀어나왔다.
존나 세상에, 아버지. 보고 계십니까? 당신 아들이 40억을 벌었습니다.
‘……40골드, 40골드?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씨발, 디아볼로 그 새끼는 자기 앞으로 보험만 수십 개는 걸어놨나? 어떻게 사적 재산을 처분했을 뿐인데 물경 40억이라는 돈이 나오지? 혹시 명예귀족이란 게 정말로 매관매직으로 사는 거였어?
세상에 씨발, 40억이라니!
금화가 40닢이면 내 판매가의 2천배다.
존나 노르드로 쪼그만 영지를 하나 세우고도 남겠네. 우리 아내님들한테 1명당 500명씩 노르드를 붙여줘도 되겠다.
몇 조씩 하는 현대 지구의 예산 집행 금액에 익숙한 나조차 좀 현실미가 없는 금액이었다. 나는 종이조각이 구겨질까봐 차마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렇게 굳어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세상은 빈익빈 빈익부라고.
부자와 흙수저 사이에서는 자산의 개념이 다르다던가? 물론 나도 한 채에 수십 억이나 하는 요트를 여러 대씩 가진 부자들의 얘기는 자주 들어봤지만, 그래도 산업혁명이 일어난 21세기랑 이세계는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것이다.
굳이 비교하려면 이세계의 경제와 비교하는 게 옳다. 나는 영수증을 쥔 손을 떨면서 눈을 굴렸다.
‘40억, 아니 40골드면 대체 얼마 정도지?’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40골드면 예르나 년의 랩실을 5년 이상 가뿐히 굴릴 수 있는 예산 편성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적어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세계 탑급의 대학─지구로 치면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배출한 곳─에서 돈 먹는 하마로 취급되던 고고학부의 랩실이 그 정도다.
그러니까, 이건 대놓고 말하자면 지자체 운영비 수준의 거금이었다.
절대로, 진짜 절대로 개인에게 돌려도 되는 금액이 아니다.
〈무척 당혹스럽군요. 이건 도무지 일시불로 입금할 금액이 아닌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재산이 처분될 때마다 점진적으로 분할지급될 예정이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
나는 집사가 웃는 낯으로 내뱉은 개소리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지금 분할지급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랬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는 집사는 니 같은 병신 대갈텅텅 모험가 놈이 뭘 알겠냐는 듯한 표정으로 우쭐대고 있었다.
〈이거이거, 노르드 님께서도 ‘귀족’ 분들과 계약하실 때의 불문율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나 보군요? 원래 이러한 보상 분배에 관련된 계약은 다 그렇게 합니다.〉
이야, 씹새가 안면기예로 사람 빡치게 만드는 재능이 있으시네. 이 씨발럼이 지금 나랑 장난하나?
그는 내가 싸우는 꼴을 못 봤는지, 천하장사 출신 MC한테 시비를 터는 취객처럼 어깨를 펴고 으스댔다.
〈제가 펜 하나로 귀족 나리를 섬기는 자리까지 오른 사람입니다. 대학물까지 먹었죠. 제가 시키는대로만 하시면 손해는 안 보실 겁니다.〉
〈……허. 허허.〉
허탈함과 어이없음이 공존하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스탈린 수염 집사는 내 표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흐뭇하게 웃었다. 미친놈이 어떻게 양심도 없는 게 눈치도 말아먹었냐?
나는 허탈함을 떨쳐내고 눈깔을 사납게 부라렸다.
‘염병. 깜빡하면 정신 놓을 뻔 했네.’
내가 모르긴 몰라도, 원래 이런 거금이 걸린 계약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건 보고 들어서 알았다.
그런데 알거지 평민으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인지, 40억으로 야무지게 왕복 뺨싸다구를 쳐맞으니까 혼이 쏙 빠져나가버렸던 것이었다. 계약서를 읽는 것도 잊을 뻔 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씨발럼이 깝쳐대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콧수염 새끼 덕분에 제정신을 차렸으니까.
〈……계약서는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어제 지랄을 해둬서인지 미리 준비해뒀던 계약서를 내미는 집사였다.
그런데 계약서에도 뭔 수작을 부려뒀는지 두께가 만만치 않았다.
집사의 개지랄을 보고 나처럼 정신이 든 다나도 말없이 얼굴을 찌푸릴 정도였다. 철을 해서 표지를 씌워놓으면 존나 단편소설 정도는 되겠네, 씹새끼들이.
나는 이를 갈며 그 계약서를 받아들고 읽었다.
─움찔.
내가 계약의 내용을 찬찬히 살피자 집사가 몸을 떨었다.
뭐, 씨발아. 내가 까막눈이나 계약서도 못 보는 모험가처럼 대충 넘겨가면서 읽을 줄 알았던 모양이지?
나는 계약서를 넘기면서 다 읽은 페이지를 다나한테도 건네주었다.
“다나. 같이 좀 봐 줘.”
“네, 그럴게요.”
우리 눈나는 남편놈 기를 살려주려고 했는지 존댓말까지 써 주었다. 물론 나는 존나 놀라서 까딱하면 계약서를 쏟을 뻔 했다. 이 박사님이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네.
‘……쓰벌, 아무튼 계약서 한 번 복잡하게도 써 놨네.’
나는 계약서를 읽다가 혀를 찼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이세계가 그럴싸해 보여도 결국 야만하고 무자비한 세상이라는 게 상기되고 만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계약은 지구에서도 있었지만, 적어도 거기서는 불평등한 계약에는 후일에 항의라도 가능하지 않았는가?
근데 여기서는 내가 지장이나 도장만 찍으면 쫑이다.
합의가 끝난 계약이라면서 나중에 법적으로 수정하지도 못 한다. 존나 날치기 계약이 횡행하는 이유였다.
상호합의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 씨팔놈들은 계약서에다 수작을 부리는 새끼들 아닌가. 합의 따윈 좆으로 알겠지.
─팔락.
계약서를 다 읽은 나는 집사를 노려봤다. 미네르바나 프리모르만 믿고 있었으면 좆될 뻔 했구만.
〈……여쭤볼 게 무척 많습니다만, 우선 금액에 지급 기한이 없군요?〉
〈예? 아니 그, 물품이 처분될 시기는 저희가 예측할 수가 없어서…….〉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돈으로 바뀔 때까지는 제 소유물로 두고, 여러분들께서는 점유만 하신다는 조항이라도 넣읍니다. 아니면 기한 내에 판매하지 못하면 상응하는 금액이나 현물로 보상한다는 조항이라도요.〉
나는 냉정침착하게 말했다. 금액의 크기에 낚여서 조질 뻔 했다고 생각하니까 저절로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말할 것도 없겠지만, 지급 기한이 없는 건 미친 짓이다.
저 새끼들이 디아볼로의 재산을 처분하지 않고 뻐팅길 줄 누가 아는가?
아니, 내가 이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간 존버하지 않는 게 더 병신이었다. 호구를 잡았는데 놓치면 쓰겠는가. 나여도 저 호구 새끼가 모험이나 유적 탐사 중에 뒤져나가길 기다릴 것이다. 지불할 대상이 뒤지면 파이를 나눠먹지 않아도 되니까.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군요. 입금되는 은행이 조금 많이 마이너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 은행의 수수료나 출금 과정이 어떤지도 모르는데요. 계약서엔 관련 문구도 없고요.〉
〈그, 그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
〈아직 제 말 안 끝났습니다. 들으시죠.〉
나는 차분하게 총알받이로 나온 집사를 몰아서웠다. 니는 귀족 아니잖아. 어디 같은 흙수저끼리 말을 끊고 지랄이야?
쫄지 말자, 강북호. 40억이 별건가? 그 정도면 중견기업의 지분을 약간 나눠받은 정도에 불과하다.
나는 생계형 비리로 수십 억 씩 해쳐먹은 새끼들이 집행유예를 받는 걸 보며 자라난 대한의 건아!
이깟 푼돈으로 겁먹을 수는 없다!
‘그래, 씨발. 대충 교촌치킨 대주주 쯤 됐다고 셀프 최면을 거니까 머리가 좀 식는 것 같네.’
요즘 같은 시대엔 40억 갖고는 금수저 노릇도 못 한다.
좆 같은 사실이긴 한데, 이건 팩트가 맞다. 딸랑 40억으론 노른자 땅에 세운 아파트 1채도 못 살 듯.
존나 간장치킨의 군주가 됐는데 40억이 대수냐?
지구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10억씩 박는 부자들도 많았다. 근데 뭐? 40억? 까짓거 대단할 것도 없네.
이세계 귀족들이 아니더라도, 좀 산다는 현대인들이라면 내 오두방정을 보고 ‘좆거지쉑, 기업 처분하고 떨어진 돈 좀 나눠줬다고 정신 못 차리쥬?’라며 비웃을지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자 괜스레 더 쿨한 척 금화 40닢을 푼돈 취급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야말로 가오가 온몸을 지배하는, 마초의 극의이다.
〈조항의 수식어는 장황한데 알맹이가 부실하군요. 제 몫의 재산을 임시로 보관해 주시는 분의 성명과, 도장은요? 설마 귀족 여러분들께서 각기 1~2개씩 나눠가며 ‘보관’하시는 건 아니겠죠?〉
─툭, 툭. 나는 더 이상 쥐덫으로밖엔 안 보이는 계약서를 둘둘 말아갖고, 위협하는 것처럼 내 손바닥을 쳐댔다.
〈이 싸움에 참가한 귀족님들께서는 제가 아는 것만도 열 분은 되시던데, 만약 재산이 처분되지 않아서 제가 그 점을 여쭤보려면 로마니아 전역을 돌아다녀야겠습니다?〉
〈크흠! 어흠! 커흠!〉
집사는 헛기침을 했다. 입 가리고 기침해 씨발아.
‘존나 이게 무슨 드래곤볼도 아니고, 내가 니새끼들 때문에 로마니아에 전국노래자랑하러 다녀야 되냐?’
니들이 바쁘다고 늦게 만나주면 내가 니들 얼굴 다 보는데 1년은 걸리겠다?
그리고 그때 동안 드는 여비랑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또 얼마고?
사람을 얼마나 좆으로 봤으면 계약서에다 이렇게 장난질을 쳐놨지? 씹새들이 진짜 나랑 막고라 뜨고 싶어서 이러나?
‘티르시, 당신이 맞았어요. 나 지금 존나 명예귀족 마려워.’
내가 귀족이었으면 이 지랄까지는 안 했을까? 아마 안 했을 것이었다.
내 실력이 늘고 판이 커져서일까? 번역노예였던 시절의 염병맞을 일상이 아른거렸다.
내가 왜 모험가가 되기 전부터 귀족들 경계했겠는가! 그게 다 교수들이 귀족한테 엿 먹고 빡돌면 만만한 키타이산(産) 번역 노예 핫싼한테 화풀이를 해서 그래서였다.
글씨가 왤케 개발새발이냐.
줄 사이의 간격이 중구난방이다.
느그 종족을 뭘 처먹었길래 피부가 노랗냐.
뭐 그런 병신 같은 이유로 말이다.
〈안 되겠군요. 계약서는 통째로 다시 씁시다. 저도 헤르마이온 길드장님께 조언을 좀 받아야겠습니다.〉
나는 약간 허세를 부리며 으름장을 놨다.
헤르마이온 길드장?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모른다. 여기 이 집사가 사실 그 길드장이었다고 해도 모를 거다.
하지만 집사한테는 그 허세가 통했는지, 그는 안색이 파리해져서는 간곡하게 손바닥을 비볐다.
〈조, 조율해드리겠습니다! 저희도 되도록 조건을 맞춰드릴 테니,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혀 주십시오!〉
마치 내가 귀족이라도 된 듯한 태세전환이다.
하지만 아까 이 새끼의 밑바닥을 본 바로는, 고작 계약이 좀 어긋날 것 같다고 이런 지랄을 떨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나는 그 과민한 태도에 휘말리지 않고 눈을 빛냈다.
마치 신입사원이 팀장 대신 서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처럼 처량한 꼬락서니!
이 집사는 아마 그의 주인이 개쪽 당하기가 싫어서 보낸 사람이겠지. 그리고 이 계약서의 완전 리셋까지는 허가받지 못한 듯 했다. 해 봤자 몇 줄 정도는 바꿔줘도 된다~ 하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허락받은 범주가 어디까지인진 몰라도, 최소한 계약에 헤르마이온 길드가 엮이는 건 피하라고 시켰겠지.’
헤르마이온 길드장은 평민 상인이다.
그런 그가 귀족들을 상대로 장사가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계약서를 만드는 능력이 존나 쩐다는 뜻이다. 길드장이나 그 사람 친딸인 셀레나를 상대로 사기를 칠 순 없을 것이다.
〈오, 조율해 주시겠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큰 계약에는 전문가에게 컨펌을 받아야지.
〈집사님도 같이 가시죠. 제 절친인 셀레나 양이라면 집사님께도 괜찮은 차 한 잔 정도는 내 줄 겁니다.〉
〈아니오! 멀리 가실 것 없습니다! 그냥 여기서 하십시다! 그, 그 계약서가 좀 잘못된 걸 수도 있잖습니까?!〉
집사는 내가 빵! 하면 개처럼 배를 까뒤집을 기세로 손을 비벼댔다.
〈아니, 잘못된 게 확실합니다! 제가 실수로 초본을 들고 온 것이 분명합니다!〉
〈아, 그래요? 그럼 이건 폐기해야 하는 종이뭉치입니까?〉
내가 떡밥을 무는 듯 보이자 집사의 눈에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내가 계약서대로 진행해 주진 않을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자기 주인님한테 덜 족쳐지려고 간을 보는 모양이었다.
〈……예! 그건 잘못된 서류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차피 실패할 계약이라면 내 비위라도 맞춰 보고자 했는지,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병신.
나는 보란 듯이 이죽거리며 두 손으로 계약서를 쥐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폐기해 드리겠습니다.〉
─쫘아악!!
─찌이익!!
나는 집사가 보는 앞에서 서류를 발기발기 찢어버렸다.
집사는 입을 벌리고 황망해졌지만 나를 말리지도 못했다. 니 왜 눈깔을 그렇게 떠? 이거 폐기할 거라매?
분쇄기도 없는 세상이라서 내가 기껏 대신 찢어줬구만. 늘 감사하십시오, 휴먼.
─뚜샤샷!!
손가락 크기로 찢은 종이를 흩뿌렸다. 흩날려라, 천본앵!
흩날린 종이에는 내가 펼친 마법의 불꽃이 붙었다. 강력한 마나의 불꽃에 계약서는 순식간에 탄내만 남기고 타올랐다.
귀족의 친필이 군고구마 굽는 신문지처럼 뿌연 재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는 쏟아지는 재를 후~ 하고 불면서 말했다.
〈당신 주인님한테 가서 전하십셔. 계약서 다시 쓰자고.〉
그날 노르드 가족은 금화 40닢을 입금 받았다.
계좌이체 당일입금이었다. 셀레나의 컨펌과 프리모르-미네르바의 이름빨을 빌린 끝에 이뤄낸 쾌거다.
것 봐, 씹새들아. 하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