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379화 (379/1,009)

〈쯔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와아아아아아아압──!!〉

〈으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아아아아아아악──?!〉

데구르르르르─!!

브릿지 회피의 탄성을 이용해 뒷구르기를 반복!

그야말로 뼈다구 앞에서 재롱을 떠는 개새끼를 방불케 하는 현란한 무빙이었지만, 주화입마에 걸려 미쳐버린 가주는 두 눈을 부라리며 나를 쫓았다.

회피! 회피! 다시금 회피!

우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병사들이 겁을 먹고 자리를 비켰다.

─덱 데구르르! 덱!

─툭!!!

그렇게 열심히 바닥을 구르던 나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작고 여성스러운 여행용 구두! 씨발, 티르시구나! 살았다!

“티르시!! 얼음벽 좀 세워주세욧!! 저 이러다 뒤져욧!!”

“한 대 쯤 맞아드리지 그래요? 죽으실 것 같지도 않은데.”

“아니 씨팔, 예?!”

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그런 나를 내려보는 우리 마법사님께서는 존나 〈인신〉 모드였을 때보다도 차가운 표정이었다. 내가 절을 하면서 팬티 좀 보여달라고 애걸해도 이딴 표정은 안 나올 것이었다.

뭐지? 혹시 내가 방금 한 말이 귀족적으로 NG였던 걸까?

이세계 귀족들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 임신 사실을 말하면 안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진짜 그럴 수도 있었다. 가능성은 있다.

임신을 했다는 건, 다시 말해서 섹스를 했다는 것!

폼에 살고 폼에 뒤지는 귀족들의 너그들식 예의범절이라면 대놓고 밝히기엔 쪽팔린 걸지도 모른다!!

〈호왓챠아아아아아아아──!!!〉

그때, 내 상념을 베어가르듯 칼날이 쇄도했다. 도저히 노인 같지 않은 날카로운 공격!

나는 반사적으로 가드를 올렸다.

─퍽! 퍼퍼벅!!

하지만 이 개또라이 가주가 얼마나 찰지게 때렸는지, 내가 야수회귀의 마나를 끌어올렸는데도 뼈까지 징징 울렸다. 와 씨발, 마나 코팅 아니었으면 존나 팔뚝 째로 잘려나갔겠다!

‘좆됐다좆됐다좆됐다좆됐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좆 됐다!

이는 그야말로 예측을 불허하는 위기상황!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핀치에, 죽음을 앞둔 나의 엘리트 대갈통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 그림자 분신술!!〉

생사결의 찰나지경에서 잠들어 있던 마법능력이 개화한 듯, 나는 본능처럼 기존의 마법을 합치고 빚어냈다.

─츠츠츠츠츠!

예르나 년을 족치고서 획득했던 분신 마법!

예전에 체득한 채로 반쯤 방치했던 그 요령에, 다른 마법을 섞는다!

결합하는 술식은 2개.

하나, <구름 소환(Summon Cloud)>.

둘, <수사의 랜턴(Friar's Lantern)>.

구름으로 이루어진 흰 분신에, 자유자재로 색을 조절할 수 있는 마법의 빛이 합쳐졌다!

─퍼버버벙!

이 순간, 내 분신은 그야말로 색감도 질감도 본체와 같은 재현율을 뽐내며 10개도 넘게 나를 둘러쌌다.

〈노르노르!〉

〈노르르릇!〉

입을 열고 떠들어대는 나의 분신들!

내가 봐도 오지게 완벽한 완성도였다. 좀 치는 얼굴, 마초스러운 근육, 깊고 지혜로운 눈동자까지!

너무 완벽해서 본체인 내가 후달리면 어쩌나 싶을 정도의 퍼-펙트함!!

이거라면 진짜 우리 아내들조차도 헷갈릴 것이다!!

게다가 분신들은 내 마나까지 품었으니, 발소리의 무게를 간파하는 게 아니라면 진짜 나를 분간할 수는──

〈──하찮다!!!!〉

─슈카카카칵!

코르넬리우스의 검이 쥐약을 잘못 먹은 닭처럼 푸드덕댔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베어져버리는 내 분신들!

이 미친 노친네는 기감으로 이 분신의 진위를 간파한 것이 아니라, 그냥 힘과 속도로 전부 베어버린 것이었다.

─츠팟!!

그렇게 분신을 갈아버리던 코르넬리우스는 기어이 진짜 나에게까지 검을 날려댔다.

팔에 또 칼이 꽂힌다. 야수회귀 덕분에 피는 안 났지만, 개씹 끝내주는 위력에 비명이 절로 나왔다.

〈갸아아아악!!! 그건 제 본체입니다만!!!〉

〈흐쫘아아아아악──!!!!〉

이 애달픈 비명에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이 새끼 이거 싸이코패스 아냐?

이거 끽 하면 나 오늘 송장 치우겠다. 피투성이 키타이맨, 레드 몽키 노르드의 참혹한 시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씨발, 그렇다고 귀족을 팰 수도 없고!!!’

나더러 원로원 상원의원한테 반격을 하란 말인가?

툭 치면 억 하고 죽을 나이의 노인이다. 홧김에 저질러 버렸다간 뒷감당이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안경 낀 사람을 때리는 것보다 10배는 어렵고 망설여지는 일!

내가 가능한 것은 마나 코팅을 두툼하게 두르고 눈도 꿈쩍 안 하는 척을 하는 것 뿐이었다.

〈아르르르르르르르──!!〉

〈테에에에에에에엥──!!〉

마치 좆밥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온 듯한 무력함!

나는 두 눈에서 눈물을 쫙쫙 뽑으며 구르고 또 굴렀다.

가장 억울한 건 내가 왜 쳐맞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왜? 내가 뭘 어쨌다고! 느그 아들이 며느리랑 교미한 게 내 잘못이야?

세상에 씨발, 손주 볼 생각에 웃지는 못할 망정 의사를 줘패버리는 노친네가 있다니? 존나 유교랜드 네오 조선에서 나고 자란 나한테는 엄청난 컬쳐 쇼크였다.

암컷 드래곤 메이드이랑 트럭이 섹스하는 야짤을 봤을 때만큼의 충격이다. 역시 이세계는 지옥이 맞다.

물론 아무리 억울해도 근본 없는 집안 핏줄 어디 안 간다.

양반에게 쳐맞아가며 대대손손 자식을 본 조선 시대 조상님들의 유전자가 발휘되기라도 한 건지, 나는 뭐라고 변명도 못하고 주구장창 얻어맞기만 했다.

〈죽어!!!! 죽어라아아악──!!!! 니놈을 열 조각으로 찢어서 아들의 묘에 뿌려줄 것이다!!〉

〈아아아앗……!!! 무척 아픈 것입니닷……!!!〉

─뻑!! 또다시 대굴빡에 칼날이 홀인원.

방금 잠깐 삼도천이 보였다. 타뷸라가 손 흔들고 있더라. 닌 왜 거깄어 씨발아.

〈벡터맨!! 도와줘요!!〉

대갈통이 윙윙 울리는 화끈한 아픔에, 나는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말았던 어린 시절의 지구용사를 목 놓아 불렀다.

어쩌면 이건 좆밥 시절의 초심을 잊고 나댄 노가놈에게 내린 천벌이 아닐까?

지구용사의 힘을 하렘을 차리고 돈 버는데 악용한 벌인가?

자신의 힘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린 야매 드루이드에게는 자연의 징벌이 내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 아버님! 잠시만, 잠시만요!!〉

그런 나를 구해준 건 프리모르였다. 아내들도 왠지 당황하거나 머뭇거리고 있어서 도와주러 오질 못했던 것이다.

〈비키거라!! 내 그 놈을 산 채로 회 떠서……!!〉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이 분의 말씀은 그, 그, 그런……〉

프리모르는 머뭇거리며 얼굴을 붉히다가 빼액 소리쳤다.

〈아무튼, 그런 뜻이 아닙니다!! 아버님이야말로 제 정절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런 뜻’이란 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칼을 뽑아든 코르넬리우스는 숨을 헐떡이면서 공격을 멈췄다.

〈……저 놈이 네게 추행을 저지른 게 아니란 말이냐?〉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만약 그랬다면 제가 저 분을 초대했겠습니까?!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협박당했다면 가능한 일 아니더냐!!〉

〈그랬다면 저는 혀를 깨물고 자진(自盡)했을 겁니다!!〉

프리모르의 서슬 퍼런 일갈에 코르넬리우스도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

〈노르드 님, 말씀해 주세요!! 제가 임신했다니, 대체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녀는 그 틈에 복날 개처럼 굴러다니던 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물었다.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신체 접촉은 삼갑시다. 저 인간백정 원로원 씨, 아직 칼 안 집어넣었다고.

〈야누스 교단에서, 제 이름으로 수녀 좀 불러주세여…….〉

나는 마리아 품에서 죽은 예수 조각상처럼 누워서 검지를 세웠다.

안 그래도 저번에 약속을 나눠 뒀기 때문이다.

─……야누스 교단도 여인의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느냐고요?

저번에 야누스 교단의 교구장과 대화를 나눴을 때였다.

야누스 교단 레나폴리스 지부의 교구장은 내가 꺼낸 화제에 그렇게 대답했었다.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저희 교단의 형제자매들이 치유의 힘을 가지지는 못했다지만, 레나폴리스의 여인들이 회임하지 않는 것은 아니까요. 당연히 산파(産婆) 일에 능숙한 사람도 많죠.

─그렇군요. 훌륭하십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 가능하다면 제가 요청했을 때 그 분들을 데려와 주실 순 없을까요?

─예? 아,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노르드 님께는 저희의 사정으로 해주 일을 도맡긴 셈이 돼 버렸으니까요. 그 정도 편의라면 충분히 봐 드릴 수 있죠.

일이 그렇게 돼서, 내가 요청하면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녀들 정도는 보내줄 것이었다.

〈들었죠?! 당장 교단에 다녀오세요!〉

프리모르가 고함치자 바로 집사 몇 사람이 튀어나갔다.

그렇게 10분 쯤 지났을 때, 그들은 야누스 교단의 모 징벌집행관(출장 옴)을 데려왔다. 당신 바쁘다매?

〈노르드 씨……?!〉

수녀들을 따라온 시냐티오는 오자마자 나를 발견하고 경악하며 숨을 삼켰다.

〈당신 정도의 남자가 어쩌다 이런 상처를……?! 설마 디아볼로가 돌아왔습니까?!〉

그러게 씨발.

흑마법사 3마리를 잡으면서 다친 걸 다 합쳐도, 오늘 맞은 것의 10분의 1도 안 되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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