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냐티오는 내 흑마법사 혐의를 개 줄 때처럼 프리모르를 데리고 진찰하러 갔다.
하필 시냐티오가 나온 이유?
그거야 뭐, 작별인사라도 하러 온 거겠지.
다행히 수녀님도 몇 분 따라 나왔으니까, 잘 모르겠다고 할 일은 없겠지.
참고로 그 동안 나는 솥에 물 끓는 걸 지켜보는 시골 똥개 같은 기분으로 기다렸다.
저 끓는 물에 된장이 풀릴지, 내 목욕물이 될지의 갈림길이었으니까. 존나 1초가 10분 같군.
‘만약 내 생각이 빗나가서 다시 때리려 들면 이번에야말로 반격한다, 씨발.’
나는 그렇게 다짐했지만, 나랑 코르넬리우스에게는 행운이게도 우리가 사생결단을 벌이는 일은 없었다.
〈……틀림없군요. 대략 임신 6~7주 정도로 보입니다.〉
프리모르와 함께 돌아온 시냐티오의 그런 설명 덕분이었다.
〈저, 정말인가! 정말 우리 아들이 죽기 전에 자식을 보고 간 것인가!〉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더 정밀한 검사는 포모나 교단을 찾아주십시오.〉
〈알겠네! 내 그리 하지! 고맙네, 고마워……!〉
코르넬리우스 노친네는 시냐티오의 손을 감싸쥐고 눈물을 터트렸다.
자칫 성희롱으로 여겨질 만도 한데, 이건 남장하고 다니는 시냐티오한테도 잘못이 있다.
‘그치만 임신 사실을 알려준 건 나고 쳐맞은 것도 나인데, 왜 감사는 시냐티오가 받는 것이지.’
시나티오도 같은 생각인지 울어대는 노신사를 약간 어색한 얼굴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세상은 언제나 남자에게 불공평하다.
마초이즘의 시대는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걸까.
“으게게겍…….”
나는 쑤셔오는 삭신을 일으켰다.
천하의 혈통빨 이세계답게, 여기에도 사람의 유전형질을 파악하는 방법 자체는 있다는 모양이다.
아마 마법일 듯 한데, 원리까지는 잘 모른다. 그건 내 전문 밖이니까.
‘딱히 유전자 검사까지 갈 것도 없는데.’
모르긴 몰라도, 〈강림〉 의식도 성공하지 않았는가.
프리모르의 아이는 100% 아르마알스의 혈통일 것이다.
‘아마 흑마법사에게 살해당하기 전, 함께 동침한 날이 몇 번 있었겠지.’
신혼 부부가 섹스하지 않는다?
그런 건 뽀로로 극장판이 청소년 관람 불가가 되는 것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짚이는 바가 있는지 멍하니 배를 쓰다듬는 프리모르.
그녀는 넋이 나간 듯 말을 더듬거리며 중얼댔다.
〈하, 하지만 저는 전혀 그런 기미를……〉
〈몸 상태가 나빠져도 이상하다곤 생각 못 하셨을 겁니다. 그만큼 정신적 충격을 받을 일이 많으셨으니까요.〉
나는 미리 생각하던 내용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
프리모르의 몸 상태는 연일 말이 아니었겠지만, 그녀는 그 피로를 남편을 잃은 충격 때문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물론 태아가 그 후의 강행군을 견딘 건 프리모르의 체력과 행운 덕분이겠지.
만약 그녀가 마나까지 다룰 수 있는, 제법 뛰어난 궁수가 아니었다면…….
‘음. 그다지 상상하고 싶진 않군.’
아니, 그 경우에는 아예 복수하겠다고 나서질 않았을 테니 문제 없었을까?
뭐 아무튼. 그날, 다나한테 혼나고 침대에 드러누웠던 나는 잠결에 이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리고 정말 한순간, 졸음이 싹 달아날 정도로 식겁했었다.
왜냐고? 나랑 그녀의 첫 만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 프리모르한테 배빵 날리지 않았었나?’
하고 말이다.
분명 흑마법사로 오해 받았을 때인가, 그때 쯤이었다.
나는 오해를 풀기 전에 프리모르를 제압하고자, 막 습득한 심폐정지술로 그녀의 배에 마나 어택을 갈겼다.
물론 그때는 힘 조절을 하긴 했다.
중퇴생에 수의사이긴 해도, 나 강북호도 의술을 배운 몸.
사람의 내장에 상처를 입히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안다.
잘못하면 진짜 병원이고 치료 마법이고 데려갈 틈도 없이 억 하고 뒤져버리는 수가 있기에, 그 공격은─당시에도 말했다시피─ 가볍게 어루만진 정도였다.
위치도 자궁 쪽은 아니었고 말이다.
‘남자가 부랄을 맞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진짜 살짝만 쳐도 알아서 제압될 테니까.’
나는 내장을 때릴 때는 불알을 고통의 척도로 삼는다.
그래서 그때는 조금 쎈 딱밤 정도의 위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건 사실이지.’
위력 조절을 했던 덕분에 대형사고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만약 때린 위치나 위력이 조금만 달랐으면…….
‘……허미 씹.’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진짜 좆 될 뻔 했자너.
조금만 삐끗했으면 남편의 원수를 갚아준 키타이 대협이 아니라 아들의 원수가 될 수도 있었다.
‘남의 여자는 함부로 때리는 게 아니라더니.’
마초이즘의 격언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는 나.
아버지, 당신 말씀이 다 맞았습니다.
아마 나중에 찾아뵈서 임산부 패봤다고 이실직고하면 그날이 노씨 가문 장남 장날이겠지?
존나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이 또 생겼군.
뭐, 됐다. 비밀은 남자를 남자답게 만든다고 하니까.
〈그럼, 그럼…… 정말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배를 끌어안는 프리모르.
나는 저 몹시 감동적인 장면의 앵글에 섞여 있기가 미안해져서 그녀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그러다가 프리모르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 모, 몸은! 몸은 괜찮으세요?!〉
그제야 임산부 몸 보신용 개새끼─나─의 야들야들해진 살 상태를 떠올린 듯, 프리모르는 호위에게 손짓했다.
─척.
그러자 여기사는 무려 엘릭서를 가져왔다.
프리모르는 그 엘릭서의 뚜껑을 거침없이 땄다.
〈우, 우선 이거라도 마시세요!〉
〈당황하지 마십시오. 태아에게 안 좋습니다.〉
태교 치고는 너무 살벌한 나날을 보낸 아이에게 뭐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야 들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저보다는 당신께서 마셔야 합니다.〉
나는 마초답게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엘릭서를 되밀었다.
남편을 잃은 미망인과 해결사 일을 하는 마초라.
새삼 생각해 보니까 마치 서부극이나 펄프 픽션에 나올 법한 조합이었다.
〈아…….〉
자기 쪽으로 밀려진 엘릭서와 나를 번갈아보는 프리모르.
그녀는 나를 향한 신뢰인지 굳세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엘릭서를 들이켰다.
〈프, 프리모르야!!〉
엘릭서는 임산부가 마시기엔 너무 강한 포션이다. 이세계 포션들은 게임 속 HP 물약처럼 마구 마시면 큰일 난다.
그것을 아는 듯한 코르넬리우스가 혼절할 것처럼 놀랬지만, 나는 무시했다.
우리가 B급 마초 영화에 나올 법한 조합이라면, 결말도 딱 B급답게 해피 엔딩이어야지 않겠는가.
키이잉……!
나는 오딘의 눈을 켰다.
프리모르의 손을 들고 그 팔뚝에 룬 문자의 요령으로 선을 그었다.
회로처럼 이어진 녹색 선을 타고 약효가 흘렀다.
나는 엘릭서의 강력한 약효가 태아에게 흐르지 않도록, 그 방향을 열심히 조절했다.
이딴 거 좆도 어려울 것 없다. 마나의 컨트롤에서 달인의 영역을 넘보는 나한테는 RC카 조종보다 쉽다.
화아아악……!!
엘릭서의 약효는 특이한 움직임을 보였다.
분명히 목을 타고 들어갔는데, 약효가 흐르는 방식이 신체 구조랑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모세혈관 등을 타고 흐르는 건가?’
아니, 그렇다고 쳐도 이상했다.
보통 인체에 흡수된 영양은 이딴 지 좆대로인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재료가 뭐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컨트롤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내 눈을 잡아끌었다.
‘이거…… 혹시?’
약효의 방향을 조절하는 마법으로 충만한 회복 에너지를 조종하면서, 나는 퍼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이 약효가 흐르는 곳은── 내가 마나 카테터라고 부르는, 마나가 움직이는 기관 아닐까?
─슈슈슈슈슈!
효력이 집중된 곳에 변화가 일어났다.
빛이 실로 엮이는 것처럼 프리모르의 왼손 약지가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크게 뜬 눈으로 쳐다봤다.
아니, 아니다.
내가 보고 있는 건 치료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 자체였다.
엘릭서라고 하는 포션의 특이성과 약효를 조종하는 마법이 가져다 준 찰나의 깨달음이다.
약효를 따라서 흐르는 내 마나 덕분에, 나는 몸속에서 움직이는 마나를 육안으로 관찰할 기회를 얻은 듯 했다.
이건 천금으로도 못 바꿀 기회일지 모른다.
프리모르처럼 몸 상태가 엉망이 된 사람에게, 강력한 약효의 포션을 끼얹지 않고서는 못 얻을── 기적적인 찬스!
나는 핏발이 서도록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녀의 망가진 몸 곳곳에 약효를 퍼트렸다.
‘……디아볼로가 오러를 쓸 때랑은 전혀 딴판이야.’
그 놈의 검술은 이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교했다.
하지만 원리는 동일하다.
분명 그 새끼한테도 프리모르처럼 존재하듯 존재하지 않는 마나의 통로가 있고, 오러도 거기에서 나오니까.
자연스러운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
그 사이의 간극(間隙)이야말로 오러의 비결일 것이다!
‘차이점, 차이점은 뭐지?’
나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쥐어짰다.
프리모르가 혹사시킨 몸에는 약효와 마나가 마치 잎맥처럼 퍼져간다면, 그 새끼는 물대포처럼 거침없이 흘렸다.
‘물대포처럼…… 마나의 출력 차이인가?’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 했다.
높이조차 보이지 않던 벽을 넘을 방법을 찾은 것처럼, 내 등 뒤로 짜릿한 전율이 달렸다.
‘몸 안에서 마나의 흐름을 빠르고 강하게 증폭시켜서, 무기에까지 마나가 움직일 통로를 타통(打通)하는 거야!’
그것도 수압으로 막힌 굴을 뚫는 것처럼 단번에!
‘그래서 누가 어떤 마나를 쓰던 간에, 오러는 빛이 뿜어져 나오듯이 보이는 거였어!’
이거라면 말이 된다.
충분히 그럴싸하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만큼 쩌는 마나 컨트롤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마나-카테터도 그만한 압력에 견딜 만큼 튼튼해야 했다. 어느 것도 뛰어난 전사의 필수 조건이다.
이세계에서 칼 들고 설친지 무려 반년.
드디어, 오러를 쓰는 최소한의 조건을 알아냈다.
파아아아아앗─!!
그때, 프리모르의 치료도 끝났다.
나는 기쁨과 예상 밖의 수확을 잠시 잊고서 손을 뗐다.
최상급 엘릭서 몇 모금은 사라진 손가락을 치료하고, 지친 몸을 달래는데 차고도 남는 양이었다.
〈……돌아왔어.〉
프리모르가 무심결에 중얼거린 듯 말했다.
그 말대로, 그녀의 손가락은 자연스러운 숫자가 돼 있었다.
손가락 다섯 개, 많은 사람이 누리는 평범한 행복의 숫자다.
〈반지는 갖고 있으십니까?〉
〈네…… 네.〉
프리모르는 홀린 듯 목걸이에서 결혼반지를 빼냈다.
언제 봐도 부러운 반지다. 내가 구한 결혼반지랑은 차원이 다르게 비싸겠지.
그렇지만 결혼반지의 가치란, 가격보다는 그곳에 담긴 마음에 있었다.
─스윽.
텅 비어 있던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가 끼워졌다.
그녀는 그게 어색하기라도 한 것처럼 앞뒤로 돌려보았다. 쾌청한 태양빛이 깨끗한 반지를 비췄다.
어쩌면, 그 모습이 평범한 행복을 꿈꾸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 걸지도 모르겠다.
〈……흐윽.〉
억눌린 목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반지에 떨어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하늘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처럼 고개를 쳐들거나, 눈을 돌렸다.
그들 중에서 나만이, 어렴풋이 부푼 배를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우는 프리모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아니, 그대의 신께서 보살피시길.〉
야누스 교단의 성호를 긋던 시냐티오는 일전에 디아볼로가 지껄였던 소리를 떠올린 듯, 말을 바꾸었다.
나는 그걸 떠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디아볼로는 말했었다. 로마니아의 신들은 인간이 만든 거짓된 우상이라고 말이다.
‘사실 여부는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납득이 가는 면도 있지.’
풍요와 치료의 신 포모나.
문과 수호의 신 야누스.
이 두 신들만 해도 그렇다.
‘까놓고 말해서, 이들은 너무 인간에게 편의적이야.’
그렇지 않은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게르마니아의 주신인 오딘은 마법과 죽음의 신이다.
이 도이치 짝눈신은 무려 한 신화 체계의 주신인데도 주로 관장한다는 분야가 저 꼬라지다.
폭풍? 죽음? 마법?
그딴 건 보통 사람들에겐 좆도 도움이 안 되는 힘 아닌가.
어디 오딘만 그런가?
다른 신들도 다 고만고만하다.
나르메르-나일은 태양빛에 가뭄과 더위로 고통받는 나라인 주제에, 주신으로 섬기는 ‘라’는 태양신이다.
‘이 세상에는 없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도 그렇지.’
번개의 신 제우스.
저승의 신 하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저딴 걸 관장하는 미치광이 강간마들이 신이라고? 저 새끼들은 차라리 재앙에 가깝지 않을까?
이렇듯 ‘신’이라는 건 원래 인간에게 친절하고 이롭기만 한 존재는 아닌 것이다.
태양의, 번개의, 폭풍의, 죽음의 의인화.
두려워하며 섬기고 숭배하는 우상(偶像)도 신의 본질이다.
엄연하게 진짜 신이 존재하는 이세계에서도, 신은 위대한 존재이자 공포의 상징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해서 로마니아의 신은 어떤가?
포모나의 축복은 인간에게 너무 이롭기만 하다.
이 넓다란 국토에 풍작을 선물하고, 다친 이를 치료하는 신이라. 농민이라면 믿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야누스도 마찬가지다.
악을 물리치고 선한 이들을 수호하며, 저주까지 해주하는 신이라니?
치료 능력이 조금 딸려도 애교로 봐줄 만큼 유능한 정의의 사도였다.
로마니아가 국명에 ‘신성제국’이라고 붙인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신으로 섬길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신으로 추앙했기에, 로마니아에는 저리도 인간에게 상냥하고 친화적인 신들만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존나 앞뒤가 척척 들어맞는군.
‘하지만…… 그게 뭐 문제 있나?’
나는 잘난듯 떠들던 디아볼로를 떠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만들어진 신이라고? 그래서 뭐 어쨌는데?
사람이 신을 만들었다는 사실 따위, 무신론자였던 지구인 강북호한테는 좆도 놀랍지 않은 단어였다.
나한테 있어서 신이란 원래부터 사람의 믿음에 근간한 허구의 존재니까.
예전에 이계의 벌레들이 섬기던 애벌레 모양 돌 조각상과 똑같이, 물거품처럼 허망한 믿음이다.
그러니까, 반지 하나에 눈물을 흘리는 프리모르도 그거면 된다고 생각한다.
〈흑, 흐윽, 흐아아앙……!! 히끅, 흑……!!〉
나는 품위도 잊고 우는 그녀를 등지고 코를 훔쳤다.
프리모르의 남편이 얼만큼 그녀를 사랑했는지는 모른다.
혹시 입장이 반대였다면, 그는 스스로 나서서 프리모르의 복수를 하기보다는 그냥 새 아내를 들여버렸을 수도 있다.
그야 그렇다. 죽은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사람의 믿음이라는 건, 부정적인 곳보다는 긍정적인 곳에 쓰이는 게 더 건실한 사용법이었다.
어차피 죽은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면, 그는 프리모르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의 아이도 똑같이 사랑해 줬을 거라고 믿으면 그만이다.
태어날 아이에게,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전하는 것.
그것 또한 이윽고 어머니가 될 프리모르의 일일 테니까.
“……근데 아내님들아. 너희들 왜 남편이 맞아 뒤져가는데 보고만 있었음?”
“……노르가 진짜루 유부녀까지 건드렸으면 어떡할지 상의 중이었어.”
“이젠 아내들까지 내 쥬지를 못 믿네. 나 혀 깨물고 뒤져도 됨?”
“아핫♡! 그것 보세요! 제가 선배는 처녀한테밖에 손 안 대시니까, 절대로 오해일 거라고 했잖아요♡?”
너는 아가리 해 이 년아.
첫날밤에 남의 집 처녀따개 훔쳐다가 덮친 애가 할 소리는 아니잖니.
아무튼 좋은 일 하고도 오질나게 쳐맞았으니까, 깽값으로 뭐라도 뜯어내야지.
존나 21세기식 자해공갈법을 보여준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