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392화 (392/1,009)

실내는 초장부터 보란 듯이 퇴폐적인 분위기였다.

처음부터 일반 숙박객이 아니라, 음란한 목적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만 받겠다는 듯한 인테리어였다. 푸줏간이나 홍등가를 연상시키는 빨간 전등이 머뭇거리는 베로니카의 얼굴을 더 빨갛게 했다.

“가자.”

“앗…….”

나는 그녀를 잡아끌고 앞으로 걸었다.

이 여관은 한국으로 치자면 역 근처 술집 밀집지역에 우두커니 서 있는 빨간색 간판의 모텔 같은 곳이었기에, 주인장은 손을 잡고 온 남녀 손님을 보자마자 위아래로 훑었다.

불쾌하기 십상인 태도였지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인지 나도 아무렇지 않았고, 그 역시 우리가 성인이라는 걸 확인하기만 하고서 시큰둥하게 물었다.

“대실이오?”

‘한 판 하고 갈 거요?’ 라는 뜻이다.

“방음 좋은 대로 주십셔. 시트 세탁비는 안 내도 되죠?”

‘아내가 신음이 많습니다. 아, 물도 많아요’ 라는 뜻이다.

─짤랑.

열쇠를 받고 바로 가까운 방으로 이동하는 우리. 주인장과 내가 나눈 대화를 알아들었는지, 베로니카가 수치심에 죽는 듯한 하는 소리를 낸 것도 같다. 뭐, 잘못 들었겠지.

청결을 위해서 〈정화〉 마법부터 곳곳이 박아넣고, 렛츠 탈의.

“흐으이이잇…….”

보디빌더의 포징을 방불케 하는 섹시한 탈의에 베로니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도망쳤다. 빤스 한 장 차림이 된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 옆에 앉았다.

“아니, 먼저 권해놓고 왜 그래?”

“……멍청한 놈. 먼저 권했으니까 이러는 것 아니겠느냐.”

─빼꼼. 베로니카가 머리만 이불 밖으로 내밀었다. 감췄던 뿔은 이미 원래대로 자라난 뒤였다.

“알고 있다. 안 어울렸겠지? 우스꽝스러웠겠지? 나도 안다. 조금 너무 분위기를 탔구나. 벌써 잊고 싶다…….”

도롱이벌레처럼 이불을 감고 고개를 파묻는 베로니카. 중얼거리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옹알대는 경지였다.

이거 상태가 영 메롱한데. 수련회 장기자랑에 끌려나가서 혼자 춤추다가 적막 속에 내려왔던 아싸 학급 친구랑 좀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대로 가다간 베로니카가 버티지 못하고 전학가게 생겼다.

나는 그녀의 뺨에 손을 얹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안 그래. 잘 어울렸어. 은근하게 유혹하는 게 섹시해서 니 남편도 이렇게 냉큼 코 꿰여서 따라왔잖아?”

“……정말로?”

다시 고개만 빼꼼.

뭘까. 이 귀여운 생물은.

“정말로, 정말로.”

내가 뺨을 조물거리면서 위로해주자, 베로니카는 그것으로 기운인지 자신감인지가 솟아난 모양이었다. 이불에서 나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앉는 그녀였다.

“……정말로? 정말 봐줄 만 했느냐?”

“응응.”

“……다른 것은 어떻느냐? 그대가 기뻐하던 애교를 부려도 봐줄 만 하겠느냐? 이상하지는 않을까?”

프리실라야. 너도 죄가 깊구나.

아니, 수혜를 받는 입장에서는 스킨쉽과 애교의 보더라인을 높여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발랑 까진 우리 후배님 덕분에 다른 아내님들도 한 꺼풀 벗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까.

나는 애교를 받는 남편보다는 차라리 심사의원이라 해야 할 정도로 정색하는 표정을 짓고서, 차분하게 설득했다.

“뭐든지 도전해 봐야지. 나 말고 볼 사람도 없잖아? 다른 애들 앞에서 했다가 후회할 바에는 지금이 적기 아닐까?”

“……그런가? 그럴지도.”

베로니카는 사이비 교주의 감언에 낚이는 의사처럼 눈빛이 흐리멍텅해졌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나는 굳이 막지는 않기로 했다.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오늘 이곳이 아니라면, 앞으로 다시는 베로니카가 혼자서 생각해 본 수치심 100%의 애교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스으읍, 하아…….

베로니카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평소대로의 얼굴색을 되찾고서는, 네 발로 기어오듯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냐앙♡”

…………….

…………….

…………….

……방음이 잘 되는 것일까. 모텔 방에는 조금의 소음조차 나지 않았다.

창밖에서 따사롭게 들이치는 햇빛이 따가웠다. 차라리 휘영청 뜬 달빛 아래였다면 어둠에 숨어서 무마하는 것도 가능했을 감정은, 무자비한 태양 아래에서는 만천하에 드러나서 사람을 거북하게 만드려는 듯 했다.

부드러운 침대는 앉아 있으면 생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내 몸을 받아들였지만, 겨울의 냉기에 노출되었던 그 매트리스에는 조금의 온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왜 그러지? 뭐라도 좋으니 감상을 말해 보거라.”

애교를 부린 그대로 돌처럼 굳어 있던 베로니카의 손발도 그 매정한 추위에 차갑게 얼어붙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뺨을 부들거리던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응? 말해 보거라. 욕이라도 좋으니까 해 보란 말이다!!”

그렇게 내가 아무 말도 없자, 베로니카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는지 끝끝내 절망에 찬 비극의 히로인처럼 머리카락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이제 되었다!! 죽겠다!! 그만 죽게 해다오!! 이런 수치까지 겪고 살 수 있겠느냐!!”

“……베로니카.”

“이 꼴을 보면 다른 일족들이 뭐라고 하겠느냐!! 이건 이미 사는 게 수치다!! 그대도 ‘할 거라면 차라리 말 울음소리나 낼 것이지, 무슨 어울리지도 않는 고양이 흉내냐’ 하면서 기가 막히고 있겠지!!”

“베로니카.”

“스승님이 봤다면 한숨만 줄창 쉬다가 마법 단련 같은 건 때려치우고 주인님에게 봉사하는 방법부터 갈고 닦으라고 한바탕 잔소리를 할 게 분명하다!! 라리루라만큼은 못 해도 최소한의 하한선이라는 게……!!”

“베로니카.”

“왜 자꾸 부르느냐!!!!”

아무리 방음이 잘 되도 카운터까지 들릴 듯한 비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침대를 가리켰다.

─불끈.

다시 말하자. 내 눈은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옷을 위로 들추다가 마침내 바깥으로 튀어나온 내 쥬지는 언제까지 질질 끌 꺼냐는 듯 껄떡거리고 있었다. 베로니카도 그걸 눈치챈 듯 고개가 45도 각도로 내려갔다.

“옷 벗고, 누워.”

“뭐? 어? 어?”

자기가 생각해도 수치스러웠던 애교에 내가 반응하자 놀란 걸까. 베로니카는 얼타면서 입만 벙긋거렸다.

─스륵.

나는 두 번 세 번 말하거나 하지 않았다. 베로니카 본인은 부끄러웠던 모양이지만, 애교란 건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베로니카의 고양이 포즈는 효과적이었다. 내 손은 베로니카의 스커트 슬릿으로 미끄러지며 속옷의 끈에 손가락을 걸었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를 넘어트리며 목 뒤를 휘감고 입술을 맞췄다.

“응읏…♡ 햣….”

…츄르릅, 츕.

이제는 시킬 것도 없이 혀부터 내밀 만큼 섹스에 익숙해진 모습이 성욕을 충동질했다. 베로니카의 길고 얇은 손가락들이 내 등근육을 애처롭게 긁는 것처럼 움직였다.

목 뒤로 팔을 넘기면서 베로니카의 뿔을 잡았다. 끈팬티를 치워버린 내 손은 그대로 베로니카의 드레스 가슴팍을 풀고, 장애물을 전부 치워냈다.

베로니카의 하얀 젖이 한쪽만 고개를 내밀었다.

옷을 전부 벗는 것보다 수치스럽고, 꼴리는 모습이었다. 베로니카는 움찔거렸지만 내가 가슴에 핀 핑크색 유두를 꼬집어대도 아무 말 없이 남편의 입술과 혀를 핥아댔다.

─챱. 나는 베로니카의 유륜을 손톱으로 긁어주며 딥키스로 혼을 빼놓으려는 것처럼 애무했다.

베로니카의 보지는 강압적인 애무에도 스스럼없이 젖어들어갔다.

러브젤에 적신 스펀지를 쥐어짜듯이 폭력적인 태도였지만 베로니카는 그런 강요에 더욱 흥분한 듯 숨을 허덕였다. 유두와 똑 닮은 핑크색의 소음순이 질척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키스를 멈추고 소심하게 고개를 내민 베로니카의 가슴을 깨물었다.

“으긋…♡!”

유륜을 통째로 감싸며 살코기를 베어무는 것처럼 깨물자, 베로니카는 음란한 신음을 흘렸다. 나는 희미하게 이빨 자국이 남아있는 유륜을 햝아대며 보지에 손가락을 넣고 애액을 펴바르려는 것처럼 찔걱댔다.

쮸봅, 쮸봅…♡!

굶주린 짐승의 주둥이에 손가락을 넣은 것 같았다. 베로니카의 보지는 주인님의 굵은 손가락을 천박하게 빠는 것처럼 달라붙어왔고, 쥐어짜는 것만 같은 조임에 벌써부터 삽입음 비슷한 물소리가 튀었다.

“앗, 아앗♡ 읏…♡”

갈데없는 베로니카의 손은 여기저기를 유영하다가 고문을 버티는 경건한 신도처럼 베개맡의 이불보를 움켜쥐었다.

손목을 천장에 묶인 듯한 자세였다. 말려올라간 젖가슴과 겨드랑이에서 암컷다운 페로몬이 흘러나와서 예민해진 나의 후각과 미각을 어지럽혔다.

“흐극, 호옥…♡ 이거, 이거 좋아아앗…♡”

베로니카는 좀 더 해달라는 것처럼 허리 아래를 완만하게 비틀어댔다. 수컷을 발정내는 듯한 댄스가 이불을 구겨대며 내 손에 절정즙을 쏟아냈다. 나는 개울물을 받듯이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뗐다.

“하아, 하아, 후으, 흐으응…♡”

베로니카는 검지를 핥으면서 교태를 부리는 고양이처럼 긴 팔다리를 꼬았다.

─낼름. 어느새 내 귀두에서 훔쳐간 쿠퍼액을 핥으며, 음탕한 눈매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청초한 사서처럼, 무구한 소녀처럼 책을 탐독하던 차분한 얼굴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책에 핀 곰팡내가 가득하던 공간에서 아름다운 얼굴과 우아한 자태로 손님들의 시선을 잡아끌던 그녀가. 지금은 천박한 씹물과 쿠퍼액에 더럽혀져서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이 다음을, 더 큰 쾌락을 바라듯이 슬며시 다리를 벌렸다.

─뻐끔.

베로니카는 암막을 걷듯이 차이나 드레스처럼 좌우가 갈라진 스커트를 옆으로 젖혔다. 집게 손가락으로 스스로의 보지 구멍을 열어젖히자, 입을 꾹 다물던 보지가 좌우로 벌려졌다.

그녀는 팬티를 빼앗긴 보지로 클리토리스를 한껏 세우고는, 혀로는 뭔가를 갈구하는 것처럼 검지를 열심히 핥아댔다.

─턱.

묵직한 자지는 보지에 올려지는 소리도 커다랬다.

과시하듯 아랫배 위에 올라간 좆기둥에 베로니카는 입을 바보처럼 벌리면서 눈을 고정했다. 깊이를 가늠하는 것처럼 그녀의 배에 좆을 올려두자 정복욕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이젠 남편 자지를 보자마자 보지로 패배 선언을 하네.”

─툭툭. 나는 굴욕감을 주려는 것처럼 그녀의 자궁이 있는 곳을 묵직한 좆으로 쳤다. 베로니카는 내 눈을 피했다.

“……이겨 본 적이 있어야 호승심이라도 솟을 것 아니냐.”

베로니카는 굴복한 듯한 눈빛을 짓고 있었기에,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절절한 복종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내 자지를 보자마자 핑크빛 구멍에서 투명한 실이 한 방울 흘러나왔다.

“사실 상 그대와의 교합이란…… 내가 그대의 양물에 복종하는 과정일 뿐이다. 후후. 그렇게 치면 나는, 그대에게 패배하고 싶어서 시답잖은 유혹을 시도했던 셈인가?”

샐쭉 웃는 베로니카. 영역다툼에서 져서 목덜미를 물린 야생짐승도 이보다는 저항심이 남은 표정을 짓겠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녀의 낯빛에는 머리를 땅에 비비듯 아양 떠는 기색이 있었다. 나는 베로니카가 벌려놓은 구멍에 귀두를 맞대며 말했다.

“애교 부리는 건 관뒀어? 교합이니 양물이니, 그런 애둘러 말하는 표현으로는 하나도 안 꼴리는데.”

“……………….”

“조금만 더 변태처럼 말해봐. 좆질 당하고 싶어서 보지도 벌리고 있으면서 부끄러울 것 없잖아?”

─뻐끔, 뻐끔. 나는 귀두 끝만을 소음순에 넣었다 빼댔다. 물론 그렇게만 해도 그녀의 질 입구를 느끼면서 오슬오슬한 쾌감이 좆기둥을 타고 올라왔지만, 베로니카는 절대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을 것이었다.

자지가 더 들어올 수 없을 때까지 쑤셔져서,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로 좆질을 당하고 또 당하는 것.

이미 베로니카는 그런 굴복하는 듯한 섹스 외에는 만족할 수 없는 보지가 돼 버렸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베로니카의 머리를 망가트려 버렸다고 생각하면, 미약한 죄책감에 섞여서 아랫배에 뜨거운 정욕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건 베로니카도 마찬가지였다.

“……주세요.”

베로니카는 오랜만에 존댓말을 쓰면서 자기 다리를 안았다. 한쪽만 꺼내진 젖가슴이 뭉개졌지만, 그녀는 숨을 할딱거리며 정신이 나갈 듯한 섹스를 요청했다.

“주인님의 우람한 자지로, 제 보지 패배시켜 주세요…♡”

퓨우우웃…….

보지에 고개를 들이민 귀두가, 베로니카가 내게 굴복하는 쾌감에 남몰래 절정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베로니카는 지켜오던 선을 넘고 터부에 접한 소녀처럼 멍한 표정으로 숨을 할딱였다. 나는 그녀에게서 더 이상 망설이는 기분이 없어졌다는 걸 깨닫고, 만족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지고 싶어도 꾹 참고, 보지 잘 조여. 원하는대로 개처럼 따먹어줄게.”

핏줄이 선 거근에 꽂히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거침없이 보지 구멍에 자지를 쑤셔박았다.

“흐큭, 하으으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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