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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드가 떠난 후, 조지 왕자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왕자끼리 격식 없는 대화가 되길 기대했는데, 헛다리였나 보네요.”
진심 반 농담 반의 말투에 호툴루실은 차를 내려놓고서 두 눈을 반개했다.
“설마 진심으로 의심하셨던 겁니까? 노르드가 동방의 왕족이라니…… 제가 모르는 증거라도 있었던 모양이죠?”
제정신이냐는 비아냥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호툴루실을 피곤하게 만든 왕자는 싱글벙글 거리기만 했다.
“예. 타락한 제왕의 사생아가 외국에 숨어서 궐기의 때를 기다린다…… 끝내주지 않습니까?”
조지 왕자는 철딱서니 없이 깔깔댔다.
“제가 듣기로는 민족의 순수성을 논하는 동방국가는 한 곳 뿐인 걸로 압니다. 그런데 마침 그 나라의 전조(前朝)의 왕과 노르드의 행적도 꽤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 반신불구 씨뿌리개 놈과 말입니까?”
“……어, 좀 더 고아한 표현도 있지 않습니까?”
“진련제(眞蓮帝)라고 부르셔도 좋겠죠. 아니면 그 나라 백성들이 부르듯 진력대제(眞蓮大帝)라 하셔도 상관없겠고요.”
“……동방의 말은 따라하기도 어렵군요. 뭐, 씨뿌리개 대제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왕족에게는 걸맞지 않는 천박한 말씨였지만, 두 사람 모두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아무튼 그 여색을 밝히던 광명국 바이츠니아의 씨뿌리개 대제께서도 생전에는 창 한 자루로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서 왕좌에 앉았다죠?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니까요.”
“음유시인의 노래건 모험 소설이건 조금 줄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호툴루실은 무용담 같은 역사적 기록에 고개를 저었다.
서방국가 사람들은 동방을 키타이라고 싸잡아 부르지만, 그 호칭의 어원이 된 국가는 엘프인 호툴루실이 태어나기도 전에 멸망했다. 현재는 여러 일이 있어서 동방의 국가는 단 세 곳 뿐이었다.
엘프 신왕조 타타르니아.
유목민족연합체 몽골리아.
끝으로 광명국 바이츠니아다.
그리고 이 왕자는 하필이면 바이츠니아 왕조에서 뻗어나온 뿌리가 노르드에게 이어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망상까지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세상에, 사생아 왕자라니.
모험담의 반전으로는 적당한 소재겠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허황되기 짝이 없는 존재다.
그리고 진짜 존재하더라도 호툴루실은 얽히기 싫었다. 딱 봐도 피곤하기만 할 것 같았다.
“분명 바이츠니아의 전대 황제는 워낙 많은 여자를 건드렸으니, 1~2명 정도는 왕실에서도 존재조차 모르는 사생아가 있을 법은 합니다만……”
호툴루실은 탐탁찮게 중얼거렸다.
왕가의 피를 이은 사생아가 타국에서 모험가가 되선 일약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귀동냥으로 들은 노르드의 이미지와 왕자라는 직책 사이의 부조화에 그는 그만 한숨이 쉬고 싶어졌다.
이 제정신인 것 같지가 않은 왕자는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당최 구분이 가지 않았다. 상대하기가 매우 피곤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부장, 당신도 말했지 않습니까. 노르드는 농사에 익숙해 보였다고 말입니다.”
“……브리타니아에서 배웠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노르드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호툴루실은 대답했다.
그의 고향 타타르니아와, 그 이웃 나라인 몽골리아는 유목 민족들의 나라다.
하지만 그들이 유목민인 건 농경 생활을 거부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순히 농사를 지을 만큼 비옥한 땅이 적다는 게 원인이다. 황야에는 정착할 만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 점이 몽골리아가 수자원이 뛰어난 바이츠니아를 상대로 야욕과 공분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몽골리아와 타타르니아에서는 농사를 배울 일이 적다죠? 그런데 노르드는 순혈에 가까운 키타이 인종에 농사까지 잘 짓는다! 이건 거의 증거가 다 모인 셈 아니겠습니까?”
“왕자는 아니어도 바이츠니아 국민일 수는 있다는 거군요. 그것만이라면 나름 납득이 가는 추리인 것 같습니다.”
몽골리아는 여러 민족이 섞인 연합국가다.
흰 피부를 가진 설원의 민족도 존재하고, 서로 교류하거나 싸우거나 하는 식으로 통일되지는 못한 상태다.
혹시 그중에서 위대한 걸물이 태어났다면 하나의 국가로서 규합됐을지도 모르지만, 쌀도 밀도 기르기 힘든 유목민들은 당대의 인구를 늘리는 것도 벅찬 게 현실이었다.
인구 수가 적으면 일기당천 만부부당의 걸물도 태어나기가 어렵다.
동방 3국이 알게 모르게 으르렁거리면서도 끝장을 보지는 못하는 건 그래서겠지.
그리고 몽골리아는 다민족국가이기에 노르드처럼 딱 봐도 알 만큼 짙은 키타이의 피를 타고 나기는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농사 짓기도 곤란한 국가이니만큼, 순혈 키타이 인종의 외모를 갖고 농경사회에 익숙해 하던 노르드가 바이츠니아 인일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닐 가능성도 크지만.’
타타르니아와 바이츠니아는 사이가 좋지 않다.
과거에 호툴루실이 신분을 자칭했을 때 아무렇지 않아 하던 노르드다. 그가 바이츠니아 출신이라니. 상당한 연기력이 아니라면 현실성이 없는 얘기였다.
“하하하! 허탕이라면 어쩔 수 없죠! 정말 왕의 사생아라면 좌시할 수 없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국의 소중한 국민 중 한 사람 아닙니까. 이런, 싸인이나 받아둘 걸 그랬네요!”
─후루룹! 이마를 탁! 친 조지 왕자는 차를 들이켜서 비워버리고서 말했다.
“그럼 저는 들키기 전에 몰래 돌아가 보겠습니다! 호위가 만들어준 분신이 들키면 큰일이니까요!”
“그러십시오.”
호툴루실은 지쳐서 그 이상 생각하기를 관뒀다. 만약 이걸 노린 것이라면 그의 성격을 간파했다는 뜻이니 지혜 싸움에 패배한 셈이겠지만, 배팅한 것도 없는 승부 따위는 져 줘도 좋았다.
그렇게 복도로 유유자적 걸어가던 조지 왕자는 자신 주변에 사람의 기척이 없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
“어땠어?”
“틀림없는 미스릴 클래스, 그것도 마법사로서의 실력까지 갖춘 달인이었습니다.”
대답은 천장에서 들렸다.
─꾸물텅. 환풍구에서 웬 다크엘프가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빠져나왔다.
다른 사람은 머리도 넣기 힘들 법한 넓이였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먼지 한 톨 묻지 않았다. 그야말로 마법과 구분이 가지 않는 극한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그녀, 기기쥬시아는 미스릴 클래스의 어쌔신이니까.
“네 눈에 그렇게 보였다고? 그럼 소문도 거짓은 아니겠군.”
“예. 게다가 저를 어느 정도 눈치챈 듯 했습니다.”
“진짜루? 휴, 시비 안 털길 잘 했네.”
조지 왕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다크엘프의 암살자를 눈치챌 정도라니. 그 정도면 확실하게 미스릴 클래스의 달인으로 봐도 되겠지.
만약 기기쥬시아의 눈으로 봐서 나약한 사기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면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감시나 경계의 대상이 됐겠지만, 그저 뛰어날 뿐인 전사라면 경계할 것까지는 없다.
애시당초 동급의 어쌔신의 은신까지 간파하는 전사를 어떤 방법으로 감시하겠는가.
“……근데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는 거야?”
“감입니다. 제 감이 감시 중에 빗나간 적은 없으므로 안심하시길. 호위의 능력을 믿어주십시오.”
“은신은 들켰으면서?”
“……왕자님의 옆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의심을 산 겁니다. 기척을 찾을 계기가 생기지만 않았어도 안 들켰어요.”
“그, 그렇군. 내 잘못인가. 실수했네. 미안해.”
약간 눈빛이 사나워진 호위에게 조지 왕자는 손사레를 치며 용서를 구했다. 기기쥬시아는 눈에 힘을 풀었다.
“그런데 어째서 의뢰를 맡기지 않으신 겁니까? 저 남자를 몰래 찾아온 건 그것 때문이잖습니까.”
귀족이 모험가를 몰래 찾아올 이유가 그 외에 달리 없기는 했다. 왕족도 그런 점에서는 도긴개긴이다.
조지 왕자는 대답을 미루고 정원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대화 소리도 기척도 기기쥬시아의 마법으로 감춰진 지금, 정원에서 돌아다니는 마법사들은 눈에 띄는 제 1왕자와 암살자의 존재를 깨닫지조차 못했다.
2초도 되지 않는 소요 끝에 조지 왕자는 한숨을 쉬었다.
“팔을 잃어버렸다는데 어떡해. 얘길 꺼내봤자 거절했을 걸. 나였어도 최소 3달은 쉬고 싶을 텐데.”
“그건 왕자님이 게을러서입니다.”
“진짜 그렇다니까. 역시 왕위는 누님이 이어야 하는데…… 그 과매기 같은 년은 뭐 때문에 나르메르-나일까지 간 거야? 미친 또라이년이 매형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제로백 0초의 걸쭉한 욕설이었다.
친누나에 대한 타고난 살의를 되새기는 호위대상의 살벌한 중얼거림에도 기기쥬시아는 그러려니 했다. 친남매끼리 사이 좋은 경우가 더 드물다는 건 다크엘프인 그녀도 잘 아니까.
그리고 ‘제 1왕녀가 흑마법사가 창궐하는 나르메르-나일에 갔다’는 사실에는 피고용인에 불과한 기기쥬시아조차 머리가 아파지는 소식이기도 했꼬 말이다.
─꽈악. 조지 왕자는 골이 땡기다는 듯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하, 호로썅년 진짜…… 뒤지면 안 되는데…… 그 년한테 빡센 일 다 맡기고 나는 꿀 빠는 게 최고라고……. 저 넓은 나르메르-나일에서 왕족을 찾아줄 모험가가 달리 또 어디 있대냐…….”
“고민은 나중에 하시고, 일단 늪에 들어가시죠. 저도 계속 마법을 쓰고 있자니 피곤해서요.”
“부하라는 녀석이 정 없는 것 봐. 내가 인망이라곤 없어요, 인망이라곤. 역시 난 왕 하면 안 될 상이라고.”
투덜대는 왕자를 〈아공간의 늪〉에 대기시키고, 기기쥬시아는 똑같이 지면에 잠겨서 야영지까지 돌아갔다.
***
“속성을 확인하는 아이템 말씀이십니까? 그거라면 다행히 바로 내 드릴 수 있겠군요.”
크롬웰은 얘기를 듣자마자 쿨하게 재고를 호언장담했다.
뭐, 악성 재고 같은 건데 사 가 준다면 고맙겠지. 나는 씩 웃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바로 구매하고 돌아갈 생각인데, 혹시 할 말씀이 있으시면 듣겠습니다.”
“물론 여독이 남으셨을 텐데 붙잡을 수는 없죠. 단지…… 저 친구랑은 얘기를 좀 하긴 해야겠습니다.”
크롬웰이 말한 ‘저 친구’는, 당연하지만 티르시였다.
“티르시 아르마슈나스 6성급 마법사.”
“넵!”
기합을 바짝 넣고 대답하는 티르시.
누가 이런 그녀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무지성 미소 발사 머신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패기 넘치는 대답에 크롬웰은 손을 뻗어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들겨댔다.
“당신은 연구자로서 길드와 계약을 했습니다. 개인연구와 길드의 의뢰를 수행하는 대가로 급료를 받고요. 맞습니까?”
“넵!!”
“그런데 그 근로의 의무가 있는 날에만 벌써 2번이나 무단 결근을 벌이셨죠. 그것도 매번 며칠 몇 주 씩.”
“넵! 죄송합니다!!”
“물론 저도 당신의 사정은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듯, 당신도 길드의 사정과 입장을 이해해 줘야 합니다. 이건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넵! 맞는 말씀이세요!!”
대답은 빠릿빠릿했다. 나까지 혼나는 기분이군.
크롬웰은 손가락을 멈추고 말했다.
“당신은 당분간 급료 감봉입니다. 비슷한 일이 계속 발생한다면 그때마다 감봉에, 최악의 경우에는 해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길드 탈퇴는 아니지만 기록에는 남아요.”
사회인에겐 어떤 의미로 월급이 까이는 것보다 치명적이다.
크롬웰은 자세는 빳빳해도 눈썹이 쳐지는 티르시를 보고서 참 곤란하다는 듯 푹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렇게 곤란하다면 차라리 먼저 사임하세요. 연구자를 관두고 길드원으로 돌아간다면 페널티도 없습니다. 얘길 들어보면 모험가 길드에도 소속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아르마슈나스 씨는 저 노르드 씨의 파티원 아니십니까. 별 일감도 없는 평범한 길드 지부의 연구원보다는 출세할 기회도 더 많을 듯 한데요.”
마법사 길드도 고고학계처럼 유물 던져주면 좋다고 승급도 시켜주고 그러나?
나는 고개를 모로 꼬다가 머뭇거리는 티르시를 발견했다. 그리고 사람 좋은 미소를 띄웠다.
“저희는 상관 없어요. 오히려 티르시가 더 자주 도와주러 와준다면 든든한데요?”
“그, 그러세요?”
티르시의 귀가 팔랑거렸다.
옐로 카드 2개 받고 스펙명세서에 빨간 줄 그일 위험을 견뎌가며 일하는 것보단 나을 수도 있겠지. 승진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게 없어서 뭐라 말해 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크롬웰도 표정을 풀고 픽 웃었다.
“고민해 보세요. 다른 사람한테만 일을 떠맡기면 안 좋은 소리 많이 듣습니다? 프리랜서가 조금 번거롭겠지만 자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급료가 아니겠습니까.”
“어쩐지 실감이 드는 멘트시네요. 경험담이십니까?”
“지부장께서 안 계실 때 그 업무를 누가 하겠습니까? 제가 자청해서 돈 받고 경력 쌓는 일이지만 억울할 때가 있죠.”
글쿠만. 돈을 많이 받아도 대학원생은 좆 같은 법이지.
그치만 댁은 스스로 직접 목을 들이밀고 있으니 대학원생이라고는 쳐 주지 않겠다. 돌아갈 곳이 있는 자는 무저갱 같은 그 좆같음의 365일을 쉬이 짐작하려 들지 말지어다.
“구매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재고를 미리 모아둔 직원에게 필요한 것들을 한 바구니 가득 샀다. 크롬웰은 다시 돌아가야 한데서 이만 작별하고,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밥도 먹고 갈 생각이었다.
“티르시. 점심이라도 같이 드시겠습니까? 제가 쏠게요.”
“식사를요? 후후, 물론이죠. 왠지 예전 일이 생각나네요.”
티르시는 다행히 웃으며 바로 대답했다. 월급이 까였지만 크게 상심하진 않았는가 보다.
‘아니면 그 원인이 된 내 앞에서 칭얼대거나 죽상을 짓기는 싫었던가.’
만약 그랬다간 내가 자책할 수도 있지 않은가.
참 사람이 생각이 깊은 데가 있군.
“그대여, 나의 그대여. 나는? 새 모이만 던져주고 너희끼리 식사할 생각은 아니겠지? 정말 그런다면 진심으로 울겠다.”
“밥 먹는데 누가 불심검문이라도 하겠어? 같이 먹자 그냥. 티르시가 그러는데, 여기 밥 꽤 맛있대.”
뭔 일 나면 내가 영애님한테도 찡찡대고 이 나라 왕자님도 여기 숨어들어왔다고 까발리면서 커버쳐 주지 뭐.
그렇게 우리는 마법사 길드 안에 있는 식당에 갔다.
─부비적.
주문을 취합해서 내가 대표로 메뉴를 말해주고 오는데, 내 발치에 어떤 고양이가 몸을 비벼댔다.
한순간 남의 사역마인가 했는데, 익숙한 얼굴이다. 테레사 녀석은 아니지만 마을에서 몇 번 봤던 길냥이다. 그리고 이 새끼가 털 때깔이 존나 좋아진 걸로 봐서……
“출장은 재밌으셨나요?”
기둥 뒤에서 금발의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머리에는 우리 집 고양이 테레사를 얹어둔 탐정 겸 괴도다.
‘……이 새끼 인생 욜로 중이네.’
탐정물의 국룰 같은 연출들을 의식하는 걸 보면, 괴도질을 할 때 못지 않게 인생을 만끽하고 있는가 보다. 나는 FBI와 접선하는 첩보요원처럼 기둥에 달라붙었다.
“하는 걸 보면 〈동물 회화〉는 대충 익혔나 보군.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찾아갔을 텐데.”
“팔이 없어졌다는 소식이 경악스러워서 어디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조만간 붙이던가 할 거야. 그 전까지는 의수라도 사 볼까 고민 중이긴 한데.”
“언니가 좋아하겠군요. 아, 그리고 부탁받았던 조사 내용이 일단락 됐어요.”
내가 부탁한 거?
어디 보자. 알윈의 조사는 끝났고, 〈동물 회화〉라면 내가 퍼질러 자는 동안 대충 외노자 바디랭귀지 느낌으로 대충은 말이 통하는 수준까지 온 듯 한데──
‘아, 그렇군.’
내가 또 부탁했던 의뢰가 또 하나 있었지.
내가 귀를 기울이자 괴도탐정 캐서린이 말했다.
“투스타스 상회장의 동생, 조이드 투스타스의 행방을 알아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