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500화 (500/1,009)

알리씨크의 어느 대장간.

골렘 및 꼭두각시 인형 전문으로 알려진 엘펙스 공방에선 밤중에도 망치 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골렘 공방 경연대회?》

엘펙스 공방의 야장공(冶匠工)이자 공방장인 하모예드는 막 방에 들어온 청년의 말에 인상을 썼다.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호사가들의 취미냐? 아니면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키려는 영주님의 고육지책?》

《이런 시즌에 무슨 관광산업입니까? 유적 하나 발견될 때마다 일반 관광객은 확 줄고 모험가나 도굴꾼만 우르르 몰려오는 거 뻔히 아시면서.》

주철장(鑄鐵匠: 금속 장인)인 그의 말에 하모예드는 한 바탕 뭐라 하려다가, 그가 은퇴한 사업 파트너의 아들이라는 점을 정상참작하여 꿀밤 한 대로 넘어갔다.

《악! 왜 때리십니까, 또!》

《됐고. 들고 온 거나 줘 봐.》

청년으로부터 공고문을 낚아채듯 가져간 하모예드는 금방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승 상품이 알리씨크 골렘 병대의 독점 공급권?》

《그거 때문에 가지고 온 겁니다. 하지만 참여는 어려울 것──》

《어렵긴 뭐가! 이건 태양신께서 주신 기회라고!》

─쾅! 서류를 테이블에 두들겨 붙이는 공방장의 열변에 청년은 바로 한숨을 쉬었다. 예상대로였다.

이게 단순하게 대장장이의 자존심 문제 같은 것이었다면 그 역시 난색을 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뺨이 움푹 파인 공방장의 눈빛에서는 대장장이가 아닌, 장사치의 야심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공방의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할 기회라고!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우리 공방도 길드로 상장할 수 있어!》

《……심사 탈락이 그게 그렇게 아쉬우셨습니까?》

‘길드’라는 이름은 무겁다.

모험가 길드의 창립 조건이 ‘길드장이 마스터 클래스일 것’이라는 사실만 놓고 봐도 감이 올 것이다.

각 분야마다 상세한 요건은 다르지만,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이건 신생 단체가 그 이름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많은 업계에서 ‘○○길드 ××지부’라는 타이틀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대장장이 길드도 그 점에서는 어려울 것이 없어서, 뛰어난 장인이 다수 소속한 엘펙스 공방조차 벌써 심사에서 여러 번 경락(競落)을 겪을 정도였다.

그리고 바로 2달 전에 3번째의 심사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하모예드의 집착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이 자식아! 너그들 월급 협상이 쫑난 이유가 그건데 넌 아무렇지도 않냐?!》

《당연히 그렇진 않은데요……. 예산이 없잖습니까?》

청년의 말에 하모예드는 입을 다물었다.

《……제길, 실적이야! 결국 실적의 문제라고! 우리 장인들이 활약할 무대만 제대로 갖춰지면, 길드로 상장하고 귀족을 후원자로 들이는 미래가 바로 목전에 다가올 거다!》

《그 실적 문제가 결국 예산 문제 아닙니까.》

주철장이라는 금속 장인이 결국 대장장이 중에서 비주류인 탓에, 청년의 주 업무는 예산 관리였다.

입장과 타고난 재능을 그쪽에 활용하고 있던 것이다.

《예산, 예산! 돌고 돌아서 그 망할 놈의 예산!》

하모예드는 분통이 터진다는 듯 공문에 눈을 뿌리박았다.

엘펙스 공방의 모토는 ‘고퀄리티 소량 생산’.

그것은 현재 나르메르-나일의 골렘 수요가 9할 이상 졸병── 다시 말하자면 ‘양산품’에 치중한 시류에는 걸맞지 않은 모토였다. 그게 실적 부족으로 연이은 실패를 겪은 이유다.

최근의 시류에서 골렘은 사람 목숨을 대시하는 소모품.

중요한 싸움은 기존의 정예병들이 맡기에, 하모예드는 3번 거듭한 실패의 대가로 자존심을 접었다.

회사가 커질수록 초심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이치에 충실해지고 마는 것!

많은 단체가 길드로의 상장 중에 겪는 일이었다.

하지만 장인정신을 포기한 것이 호재일까, 악재일까.

그것은 공방장의 고삐를 잡아야 할 주철장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문제였다.

《실적을 못 내니 발주와 예산이 안 들어오고, 그러니 더 실적을 못 내는 악순환이야! 이걸 극복할 기사회생의 한수는 이 경연대회 뿐이지 않겠나? 응? 주철장!》

《……성공만 한다면 그렇죠. 하지만 이유 없이 개최했을 리 있나요? 우승후보만 해도 여럿 있어요.》

─팔랑. 주철장은 몇 개의 서류를 더 꺼냈다.

《참여명단에 익숙한 이름이 많지만, 주목할 건 여깁니다. 듀나미스 공방.》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군. 웬 귀족의 종속공방인가?》

《로마니아 원로원 가문, 아르마알스가 설립한 공방입니다. 대표로 이름을 올린 공방장은…… 요즘 한창 뜨거운 브리타니아의 신생 흑마법사 사냥꾼이군요.》

화려한 이름의 연속에 하모예드는 이번에야말로 납땜한 듯 입을 꾹 닫았다.

아르마알스. 그 사나운 로마니아의 독수리.

귀족들이 유망한 인재를 후원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지만,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표표히 날아다니다가 알짜 기술자만 쏙 낚아채가는 그 안목과 능력은 이 사막국가에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하필 미스릴 클래스의 달인이 설립한 신흥 공방을 후원해가며 나르메르-나일의 시류에 올라탄다?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혹시 누가 압니까? 영주님께서 듀나미스 공방의 간판에 금칠을 하려고 연 대회일지.》

《……아니, 아니야. 그래도 상관없어. 생각을 해 봐. 듀나미스 길드의 참가 골렘은 꼭두각시 인형이라고 돼 있어. 그 로마니아 장인들의 골렘 아종 말이다.》

공문을 넘기며 하모예드는 중얼거렸다.

《애초에 꼭두각시란 게 뭐겠나? 골렘의 운용법의 일종인 ‘직접조종술’에 특화한 골렘 아닌가. 코어의 출력에서 크게 떨어지니까, 술자의 백업을 필요로 한단 뜻이지.》

그는 몸을 주제 못하고 방을 돌며 손을 꼽았다.

《조종사가 그 흑마법사 사냥꾼 본인은 아닐 거야. 하지만 걸물에겐 그만한 동료가 붙는 법. 기술력의 부족을 마나량과 사용자의 기량으로 얼버무리려는 전법일 게 분명해.》

《그게 사실이라면 승산이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멍청한 소리! 전혀 달라! 이건 ‘골렘 제작능력’ 싸움이야. 봐 봐! 대회의 내용은 골렘 간의 결투지만, 조건은 기술력을 볼 수 있도록 짜 놨어. 우리도 뛰어난 조종사만 구하면 돼!》

세간의 비웃음에 대한 분노와 잃어버린 자존심으로 눈빛이 충혈된 골렘 제작자는 목청껏 강변했다.

《출전 신청의 마감은 2주 뒤다. 지금 손이 빈 장인들이랑 생산 라인을 대회를 위한 특주품으로 돌린다! 아니, 일이 있는 사람들도 서둘러서 끝내라고 전해!》

《예정된 공급은 어쩌구요?》

《어차피 쓰다 버릴 싸구려 골렘이나 귀족들 취향에 맞춘 장난감이잖아! 어깨에 힘 좀 빼고 빨리 끝내라 전해! 그렇게 해도 어디 가서 우리 골렘들이 꿀린 적 있었냐!》

그, 그런가?

주철장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장인들이기에, 장인 정신에 조금 타협하면 다른 공방 못지 않은 결과를 낳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2명 모두 장인으로서 그 점은 확신할 수 있었다.

《예산은 남은 거 탈탈 쓰고 모자라면 빌려! 우승한 다음 따서 갚으면 되니까! 흑마법사 사냥꾼 만만세다!》

《어…… 그, 그러면 골렘 조종사도 수배하겠습니다.》

대회 소식이 퍼졌으니, 실력 있는 조종사를 구하긴 하늘에 별 따기겠습니다만.

주철장이 그 현실적인 문제는 입 안에 도로 밀어넣었기에, 하모예드는 기세 좋게 외쳤다.

《딱쇠는 물불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장 진행하자고!!》

엘펙스 공방의 장인들이 2주 간의 야근을 확정당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풍경은 굳이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일해라, 일! 기술력을 싸그리 긁어모아서 2주 안에 가장 완벽한 골렘을 만들어!》

《고품질의 골렘 코어가 없다고? 그럼 뱃편 잡아야지! 뭘 멍청하게 서 있나!》

《복창하시오!! 게르마니아의 기술은 세계 제일──!!》

《네놈들 휴일은 망했어! 여긴 이제 야근이 지배한다!!》

많은 장인들의 땀과 피와 눈물이, 하나하나 골렘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

“꺼─억.”

나는 30층짜리 객정(客亭)의 베란다에서 트림을 했다.

이 망할 사막나라의 식사가 빌어먹도록 소화하기 힘들어서이기도 했고, 날 통해서 어르신이랑 짝짜쿵 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불려다니며 하도 많이 쳐먹어대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당연하지만 원래대로라면 그런 짝짜쿵에 어울려줄 이유는 없었다. 알리씨크에 오래 묵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쓰벌. 준비기간을 2주나 시간을 주면 안 됐는데.”

결국 그게 문제였다. 나는 이쑤시개로 이를 후비며 고개를 젖혔다.

원래대로라면 진짜 격투만화에서 주먹깡패들이 쳐들어가서 다 때려부수듯 후딱 해치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마케팅 욕심과 영주의 ‘어디 가지 말고 우리집 근처에 있어주싈?’ 하는 욕심이 파이널 퓨전하자 2주의 유예기간이 생겨났다. 아예 전략이 니가와 모드로 바뀐 것이다.

8시간 전, 내 제안 이후에 벌어진 극적 타결을 사람 언어로 치환해서 요약하면 대략 이러했다.

─2주 동안 여기 있다가 경연대회를 하라구요? 허허, 지랄 마십셔. 저희는 뭐 땅 파서 장사합니까? 다른 영주들이랑도 좋은 말씀 나누러 가 볼 건데요?

─진짜 부자는 지가 가는 게 아니라 상대를 부르는 건데? 니가 존나 까리한 마차를 타고 방문해 봤자 졸부 취급은 못 피할 걸? 우리 동네에서 대기타면 관심 있는 것들이 모일 거 아냐.

─씁, 혹하네. 근데 내가 님 저택에 묵기는 좀 그렇다는 거 이해하죠? 거래처 다 정한 듯한 느낌이잖아.

─호텔 좋은 곳으로 잡아줄게. 니 아내들도 좋아할 걸?

존나 정치인은 정치인이다. 바로 내 애처가로서의 약점을 콱 잡고 그대로 꺾어버리니 싫다고는 못 하겠더라.

저걸 좆까라고 쫓아내고 아내님들한테 ‘5성급 호텔 대신에 근처 민박집에서 자자!’ 라고 말하라고? 나 쫓겨나요 시발.

계급사회라서 최상층에서 몇 층 정도 낮은 곳으로 적당히 타협했지만, 이 객정은 ‘억’ 소리가 절로 나는 미친 스위트룸이었다. 귀족들이나 묵는 곳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배 째라 하는 마음으로 법인 카드를 긁었다가 어르신 앞에 0이 8개 붙은 영수증이 날아가서 ‘허허 시발놈’ 소리를 들을 미래를 피했으니, 이게 연금술이죠 씌바.

“크, 인맥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다리를 꼰 나는 위스키를 따며 알리씨크의 화려한 야경을 즐겼다.

영주도 자기 영지의 5성급 호텔이니 적당히 DC를 받아서 지불했겠지. 원래 부자들이 쓰는 것들은 가성비보다는 자기가 돈을 쓰고 서비스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연연한다니까.

아무튼 내 돈도 아닌데 알 게 뭐람. 흐헤헤헿.

“아~! 선배 또 혼자 궁상 떨고 있어~.”

펜트하우스 정상의 금수저 느낌을 내 보려고 하는데, 산통 다 깨는 등장인물의 엔트리다.

돌아보려던 나는 머리를 푹 파고드는 부드러운 감촉에 뒤통수를 포위당했다.

라리루라는 내 뺨을 조물거리며 헤실거렸다.

밑에서 올려다봐도 예쁜 걸 보면 얘도 미인은 미인이다.

“무슨 생각 하고 계세요~?”

“잡생각 좀 하고 있었는데, 니가 가슴 밀어붙여서 머리에서 쏙 빠져나갔어.”

일부러 나 보라고 여기서도 무희 복장을 입어주고 있으니 칭찬에 인색하게 굴지는 않았다.

아니, 천도 부드러워 보이고 실내복으로 괜찮은 질감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정말요? 그러면 더 바보로 만들어 드릴게요~♡”

─꾹, 꾹! 라리루라는 가슴을 밀어붙이며 내 목을 안았다. 부드러운 밑가슴이 내 얼굴을 덮었다.

존나 흐뭇한데 쥬지가 안 서는군.

‘사발 갑자기 빡도네.’

이 좆 같은 병을 고칠 사람도 불러준댔는데, 핑계 대면서 시간 끌 게 뻔해갖고 내가 직접 불렀다. 알리씨크 영주한텐 서명만 받았다. 표정이 썩는 게 봐줄 만 하더라.

“근데 왜 밖에 나와 계세요? 안에 엄청 선선한데. 놀거리도 많아요!”

“여기도 밤이라 시원하지 않냐? 한 잔 할래?”

“아핫♡ 선배가 저한테 술을 권하는 날이 다 오네요? 그거달콤한 술이에요?”

“단 술? 까짓거 칵테일 몇 잔 주문하지 뭐.”

벨을 울리자 전서구가 날아왔다. 목에 맨 판에다가 근처의 카탈로그에서 술을 몇 잔 주문하고 돌려보냈다.

이 원시적인 무전 시스템 좀 봐라. 하나하나 산통을 존나 깨대는군.

룸 서비스를 받고 다시 베란다에 오자 라리루라는 야경을 뒤로 춤을 추고 있었다.

“~♬”

콧노래 섞인 무용은 낯이 익었다. 서커스단에서 몇몇 무희들이 추던 춤이다.

달밤을 뒤로 춤을 춰대면 자칫 정신이 훼까닥한 사람으로 보이기 쉬운데, 춤사위가 몸에 익은 듯 무희의 연보라빛 천을 흔드는 라리루라는 넋을 빼고 볼 만한 매력이 있었다.

사락….

잠깐의 여흥을 끝낸 라리루라는 킥킥 웃었다.

“저더러 알몸 서커스까지 해 달라던 사람이 고작 춤 정도로 너무 넋이 빠지신 것 아니에요?”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후후. 벗을까요? 벗어버릴까요?”

“허리춤에서 챙겨온 성수를 버리면.”

바지춤을 슬쩍 잡아끌던 라리루라는 혀를 빼물었다. 나는 칵테일을 내려놓고 뒤늦은 박수를 쳤다.

“춤도 배웠어? 결혼식 때 추던 걸 빼면 처음 보는군.”

“제 일은 아니니까요~♡ 흉내만 내는 거라면 어려울 것도 없구요.”

─파팟! 라리루라는 손가락을 짐승의 턱처럼 세우고 천을 휘날리며 움직였다.

신체조율의 프로인 우리 후배님이다. 마나의 운용은 어렵더라도 동작의 흉내 쯤은 누워서 떡먹기겠지.

나는 의자를 가져와서 라리루라를 앉히고 잔을 부딪혔다.

라리루라는 술에 입만 대고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건 뭐에 대한 건배인가요?”

“뭐든 어때. 너랑 나를 위한 백지수표인 셈 치자.”

“흐응. 배포도 크셔라.”

가까이 붙자 무방비한 무희 의상에 훤히 드러난 가슴골이 내 지척에 왔다. 남자의 시선을 흡수하는 블랙홀이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던 시절도 끝났다. 눈이 저절로 빨려들어간 탓에 라리루라가 입을 가리며 비웃었다.

“푸훗. 선배 완전 쉬워♡”

“이게 요즘 풀어줬더니 까부네.”

괜히 꼴받아서 오랜만에 한 대 쥐어박아주자 라리루라는 악! 하고 가증스러운 눈물을 뽑았다.

“으으. 아프지만 쫌 그리워서 약간 기분 좋은 게 분해요.”

“잘 됐네. 가끔씩 까불 때마다 쥐어박아줄게.”

“와아! 선배도 참, 최고로 쓰레기 같아요♡!”

“왜? 나쁜 남자라서 반할 것 같아?”

“네? 맞으면서 기뻐하면 변태잖아요?”

“야. 프랑이랑 베로니카 울겠다.”

칵테일을 마신 라리루라는 내 허리에 팔을 감으면서 마냥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밤공기와 야경을 안주로 술을 마셨다.

빨리도 취기가 돈 듯 평소의 2배로 잔망스러운 애교가 늘어난 라리루라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눈이 베이지색의 거리에 빛나는 주황색의 불빛을 차갑게 쏘아봤다.

나에게는 일의 연장선이며, 아내들에게는 휴가의 일환인 이 나르메르-나일 행.

하지만 오딘의 눈은 이미, 저 아름다운 야경 뒤로 흐르는 불온한 마나를 간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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