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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509화 (509/1,009)

《벌레 마망!! 우린 니 애새끼가 아니에욧!!》

그녀의 자식을 갈아 만든 믹스쥬스로 파티를 벌인 우리의 항변이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쐐애애액─!!

절대완전체로 진화한 조디버그는 우리를 갈아 죽이려는 듯 집게팔과 꼬리를 찍어내렸다. 맥켄지가 잡아뒀던 흑마법사는 그 과정에서 휘말려서 단백질 쉐이크가 돼 버렸다.

“얼음과 서리가 되어!”

─프확! 나는 안개 분신을 깔면서 후퇴했다. 지능인 높지는 않은 듯 놈의 선빵은 내 분신을 부수며 헛방을 쳤다.

하지만 좌우가 막혀서 피하기도 어려운 이 공간.

후방에 둔 가족을 생각하면 늦기 전에 벌레 마망의 돌격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스으으으으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엘리트 대갈통과 QnA를 하려던 차였다. 맥켄지는 전집중 호흡을 하더니만 갑자기 타노스의 플라잉 향유고래에 달려드는 헐크처럼 돌격했다.

한 순간 안 아프게 죽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평범한 눈으로도 보일 만큼 강력한 흙의 마나가 넘실대자, 나한테도 1초 뒤의 결말이 눈에 보였다.

─쩡!!!

짧은 만큼 굵은 파쇄음은 조디버그에게서 난 것이었다.

그 새끼는 머갈통에 금이 간 것에 비명을 지르며 꼬랑지를 땅에다 박았다. 그렇게 안 했으면 전봇대에 박은 듯 꿈쩍도 않는 맥켄지 때문에 사고가 난 레이싱카처럼 몸통이 전복될 것이었다.

“머임? 할 만 하네?”

생각해 보면 그 초거대 골렘도 미스릴 클래스 쯤 되는 듯 하던 유니콘 흑마법사가 다루던 거였지.

나는 내 Z-용사로서의 힘을 간과했던 걸까. 내가 지금처럼 쎄지고 나서 이만한 스케일로 싸워 봤어야 알지 시발.

촤르르륵─!

그리고 내가 벙찐 사이에 온갖 구속기가 쏟아졌다.

프랑과 다나가 골렘의 팔과 마나의 풀꽃으로 다리를 묶고, 티르시가 얼음의 관으로 그걸 보강했다. 베로니카의 중력이 막타로 놈을 짓눌렀다. 우리 파티의 CC기 총 출동이다.

“다들 뭐해!! 둥지보다는 여기가 승산이 높을 거 아냐!! 멍 때리지 말고 여기서 해치워 버려!!”

“넵!!”

에르제 일행도 마법을 쏘아내며 조디버그의 우글대는 몸통 쪽 다리를 분지르려 들었다.

하지만 그나마 효과를 본 건 에르제의 마법 정도다. 골드 클래스를 조금 넘는 수준인 듯한 부하들의 공격은 흠집을 좀 낸 게 고작이었다. 아마 방어에 몰빵한 타입인 듯 했다.

“외골격이 두껍다. 미스릴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는 될 것 같군. 아니면 네 의수 정도인가.”

구속을 박살낸 집게팔을 피해가며 백스텝을 밟은 맥켄지가 말했다.

내 팔이 의수인 건 잘도 알아챘네. 그는 칼집을 낀 검에다 흙의 마나를 덮었다.

“오러는 쓸 수 있나.”

대답 대신에 창날에 오러를 감았다.

츠즈즈즛─!! 상반된 2개의 오러가 마법이 수놓은 도시의 야경에서 가장 밝게 타올랐다.

“도움받은 만큼은 도와드리겠습니다.”

어깨에 창을 걸쳤다. 흑마법사를 족치는 걸 도와줬으니까 저 몬스터를 해치우는 것도 도와주면 쌤쌤 아니겠는가.

솔직히 저 절대완전체 조디버그는 존나게 크고 징그러워서 보기만 해도 넌더리가 나긴 하지만, 새삼 벌레랑 맞짱뜨는 것 갖고 지랄하기엔 좀 많이 늦은 감이 있기도 했다.

“제가 왼쪽?”

“그래.”

─파앗! 우리는 몇 마디로 의사소통을 마치고 동시에 질주했다.

내 옆에서 모래를 폭발시키듯 달리는 맥켄지와 다르게, 내 보법인 석사탈주는 땅에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았다.

“야!! 남의 기술 베껴쓸 거면 월급 올려줘!!”

라리루라의 등 뒤에 숨은 오드리의 고함이 신호탄이 된 듯 우리 머리에 집게팔이 날아왔다. 나랑 맥켄지는 시선을 부딪히고서 동시에 무기를 하늘로 던졌다.

팽그르르르─!

오러가 꺼진 무기가 어둠에 녹아들듯이 사라졌을 때, 우리 팔에는 날아든 집게팔이 붙잡혀 있었다.

나도 그도 방어력과 힘을 올려주는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짓이었다.

““흡!””

우리는 동시에 힘을 주며 집게팔을 박살냈다.

퍼엉─!!

─으지지직!!

심폐정지술에 번개의 마나를 추가하자, 밀폐된 외골격 속에 꽉 찬 체액이 전자레인지에 넣은 계란처럼 증발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맥켄지가 잡은 팔도 깔끔하게 으깨졌다.

던졌던 무기를 낚아채고 다시 대쉬.

《Kusyaacc!!》

조디버그의 집게턱이 옆으로 크게 벌어졌다. 한 입에 삼키려는 셈이었겠지만, 우리는 무기를 한 번씩 휘둘렀다. 사람의 몸통보다 굵은 턱이 두부 베듯 날려나갔다.

나와 맥켄지는 스피드를 몰아서 엎드린 조디버그의 어깨에 착지했다.

내 발바닥에 마나가 스프링처럼 압축됐다. 맥켄지의 팔은 산사태 직전의 태산처럼 꿈틀댔다.

“──무무역역무(武無亦力無).”

──공격기 제 5품새로부터 공격기 제 1품새로의 연계기.

“사사율멸(蛇射慄滅).”

아르마알스 가문의 점프를 응용해서 도약하며 그 폭발력을 창에 담고 휘둘렀다.

사람을 화살처럼 쏘아내는 각력에 팔힘까지 실자 두껍기가 짝이 없는 목이 딱 반으로 쪼개졌다. 나머지 반은 검을 내려친 맥켄지가 양단했다. 우리의 무기는 한 뼘도 안 될 간격을 두고 스쳤다.

콰르르르륵─!!

위아래로 토막내는 공격에 조디버그의 머리는 나사가 풀린 선풍기 팬처럼 돌며 뽑혀나왔다.

우리의 무기가 닿지 않았던 살점도 비틀려서 끊어졌다.

─척! 뿜어지는 체액이 닿지 않는 거리에 착지한 나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맥켄지와 함께 등을 돌렸다.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있던 전갈 꼬리가 쓰러지며 건물을 무너트렸다.

나는 징징 떨리는 칼 손잡이를 무시하고 걷는 맥켄지에게 말했다.

“저 개쎄네요. 존나 의외다.”

“좀 멍청하군. 꽤나 의외야.”

아니 왜 이러실까. 사람이 몬스터랑 싸운 게 오랜만이면 좀 모를 수도 있지.

합이 잘 맞길래 깐지나서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수컷놈과 이심전심으로 싸웠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좆 같아졌다.

***

사냥한 조디버그의 여왕은 에르제의 부하 C가 해체하기로 했다.

“저기…… 그런데 제가 저 갑각을 어떻게 자르죠?”

“어…… 맥켄지?”

“알아서 해라.”

그 독샘 채취 중에서도 많은 소요가 있던 모양인데, 나는 나대로 바빴기에 별로 신경쓸 틈이 없었다.

“새끼, 살아있네. 명줄 한 번 질기군.”

박제를 해 놨던 흑마법사는 저 소란에서도 용케 뒤지지를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말린 대추 같은 눈깔로 나를 죽일 듯 꼬라보는 게 상당히 좆 같았기에 옷을 찢어서 얼굴을 가려버렸다.

“ᛒ(Berkanan).”

물체를 변신시키는 마법으로 마나를 부여한 철을 수갑으로 만들어서 한 번, 그리고 에르제가 준 밧줄로 한 번 더 묶어 절대 도망 못 치게 포박했다. 내 심문은 남에게 보여주기가 쫌 그러니까.

‘근데 시발 이러면 사티스 교단에 들리기 힘들어지는데.’

잠깐. 역으로 아예 걔들한테 떠맡기면 안 되나?

이 동네 사제들이라면 흑마법사 학대법을 교리로 만들어서 정리해 뒀을 법도 한데.

‘만약 죽어도 입을 안 열 듯 보이면, 죽인 다음 내가 열게 하면 되자너?’

크크,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하자.

그나저나 얘기가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내가 ᚨ(Ansuz)의 룬처럼 영혼이랑 쌰바쌰바를 하는 마법에 적성을 보였던 것도 흑마법의 재능의 일종이었던 건 아닐까.

아마 맞는 것 같다.

염병. 사람의 재능이라는 게 본인의 성향이랑 일치한다는 법은 없구나. 엿 같네 진짜.

‘부작용이랑 아내들이 없었더라면 나도 네크로맨서 빌드를 탔을지도 모르지.’

K-양판소 주인공이라면 예의 상 한 번쯤은 네크로맨서나 그림자 군주 루트를 타 주는 게 국룰이니까.

내 동년배는 무협지도 정파 주인공보다는 사파인데 도리를 지키는 놈들이 주인공이었다고.

“아, 에르제 씨. 이 놈은 저희가 데려갑니다.”

“그렇게 해. 너도 사정이 복잡해 보이네.”

에르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족이지만 맥켄지는 벌레 씹은 얼굴로 벌레 똥꼬를 썰고 있다. 아마 에르제한테 못 당한 듯 보였는데, 그렇게 보니까 이 사람도 무슨 로맨스 판타지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었다.

─끄아아악!! 싸울 때 뽑으라고, 싸울 때!!

“닥쳐.”

칼집을 채우고 싸우다가 해체에만 에고 소드를 뽑는 건가. 악의가 느껴지는군.

“저거, 무슨 칼인지 물어보면 비매너입니까?”

“별 건 아니고, 그냥 유물이야.”

이야, 이걸 내가 썼던 멘트로 받아친다고? 이 공주님 정치 맛집이네. 청문회에 세워도 되겠어.

나는 픽 웃고서 흑마법사를 잠재우고 마차에 던져버렸다.

“그보다 베임 씨. 낙타가 다 죽어버렸는데 어떡하죠.”

“으음…….”

이건 암만 프로라도 어떻게 방법이 없는지, 베임은 대답을 못하고 곤란해 했다.

내가 끌고 가야 하나? 존나 우리 마님들을 태우고 가라고 하면 못할 건 없긴 한데.

“오드리 너랑 베임 씨는 내려서 저랑 같이 마차나 끄시죠. 마침 낙타도 셋이었겠다, 딱 맞네요.”

“그, 그건 좀……”

“나더러 사막에서 뒤지라고?”

농담인데 정색들 하기는. 이세계인들이 강북호의 유우머를 따라오길 바란 내 죄가 깊다.

“우리 낙타를 쓸래? 어차피 근처 영지까지 가려면 똑같은 길을 갈 텐데.”

내가 아쉬워하자 가만히 듣던 공주님께서 제안하셨기에, 난 기쁘게 콜을 했다.

“근데 마차에 그만한 자리가 없어요.”

“마차를 끌 낙타의 인원수만큼만 타면 되지. 2~3명 정돈 탈 수 있을 거 아냐.”

“오, 그럼 되겠네. 똑똑하셔라.”

“푸흐흐.”

에르제가 꺄륵꺄륵 웃어대자 내 쪽에 큼직한 진액 덩이가 날아왔다.

자기 아내랑 떠드는 게 꼴받은 맥켄지가 던진 거다. 나야 당연히 가볍게 피했지만 임자 있는 유부녀랑 노는 건 별로 안 좋긴 하다.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날려주고 후퇴했다.

“암튼, 너희도 뭐 어디 삐끗한 곳 없고?”

“뒤에서 발만 묶었는데 다쳤겠냐고. 앞에서 싸우던 놈한테 들으려니 어이가 없네.”

“고건 고렇지. 랩실 출신답게 오지는 물귀신 작전이었음. 갈 길 가려는 썸남을 대학에 묶어두려던 솜씨 어디 안 가쥬?”

다나는 흑역사를 끄집어내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 이 씹…… 그땐 그러던 거 아니였어, 개새끼야!”

“맞아. 자각 없이 발 묶어 보려고 깝치다 지가 목줄 묶여서 쫄래쫄래 사르가디스까지 따라왔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 누나 존나 귀여운 거였네. 존나 연어임? 남친 품에 회귀본능을 느끼는 것?”

“그땐! 그러던 거! 아니라고!”

“고백 박을 때 자기가 이실직고해 놓곤 왜 딴소리람.”

다나는 입을 꾹 다물고 내 등을 두들겨댔다. 생각보다 진심인지 꽤 아프다.

이젠 보지 오마카세 하는 사이까지 됐는데 뭐가 부끄러운 건지, 참.

“에르제. 해체 끝났다.”

맥켄지는 오만상을 쓰면서 사람만한 독샘을 끌고 왔다.

해체반이 터트리지 않고 잘 해부한 모양이었다. 에르제는 싱긋 웃으면서 독샘에 강화 마법을 걸고 말했다.

“고생했어. 역시 우리 맥켄지가 최고야.”

“……쯧.”

혀를 찬 맥켄지 씨(가명)께서는 혀를 차고 돌아갔다. 수컷 츤데레라니, 이건 아주 귀한 거군요. 계속 귀한 채로 있었음 했는데 왜 내 앞에 쳐 나타나는 것이지.

에르제는 칭찬 한 마디로 남편을 달래놓고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각자 떨어져서 하룻밤 쉬고 내일 출발하자. 무너진 건물은…… 우리가 어떻게 고쳐 보지 뭐!”

“아, 예. 그럼 수고하십쇼.”

우리는 죽어버린 낙타를 묻어주고서, 꿈나라에 쳐박혀버린 흑마법사 새끼를 끌고 다른 건물로 이동했다.

내가 찾던 놈들로 보이는 흑마법사를 찾기는 했으니, 남는 장사였던 걸로 쳐도 되겠지.

─쪼르르. 라리루라는 내 옆에 달려와서는 내 팔을 안으며 웃었다.

“선배도 수고하셨어요! 엄청 멋있었어요~♡”

“……아, 그래.”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거기엔 남의 표정을 보며 피식거리는 티르시가 있었다.

“웃음 참는 거 티나요, 노르드.”

“걍 넘어 가십쇼. 내가 열 뻗쳐서 진짜.”

“왜요? 저도 칭찬해 드릴까요?”

“아뇨, 뭘요. 외모 칭찬은 너무 많이 받아서 지겹습니다.”

“기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

“제가 선배 좋아하긴 하지만 그건 좀.”

라리루라의 정색이 괜히 가슴에 박혔다.

내 얼굴이 뭐 어떻다고 그래, 이 년들아.

얼굴 말고 내면을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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