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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532화 (532/1,009)

나는 오러를 각성한 뒤로, 아직까지도 동급 이상의 적과는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아, 물론 나랑 비슷한 미스릴 클래스의 전사들이 마치 베지터가 초사이어인이 된 이후의 드래곤볼처럼 바겐 세일 하듯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기는 했다. 존나 몇 명인지 기억도 잘 안 나네.

하지만 어디 내가 그들과 사생결단을 벌여본 적이 있던가.

오러 쓰기 전에 똥꼬쑈 하듯 마나를 쥐어짜내서 밀어붙인 경험이야 있지만, 오러 대 오러로 부딪힌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실력에 비하면 실전 경험치는 조금 낮은 게 나다. 신캐를 키우면서 아직 운용법에 적응 못한 고인물 같은 거지.

양학만 해 봤지 진짜 달인과 지금의 스펙 명세서를 떼고서 붙어본 경험이 없다, 이 말이다.

─채애앵!!

‘근데 그게 딱히 약점은 아니란 말이지.’

나는 오딘의 눈을 희번뜩 뜨며 디아볼로를 제압해나갔다.

투기장에서 폭발 소리가 들린지 1분은 되었을까. 나는 내 마나를 물 쓰듯 쓰며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이 띨띨한 씨팔 새끼가 뭔 자신감으로 부랄이나 긁어대다 이제서야 기어나왔는진 몰겠다.

하지만 이유가 뭐였든, 디아볼로는 내가 오러도 못 쓰던 무렵에 벌써 해치워 본 개좆밥 새끼가 아니던가!

카가각─ 퍼억! 대검을 타고 기어올라간 창대가 뒤지다 만 개새끼의 다리를 후려갈겼다.

오딘의 눈이 마법처럼 정교하게 짜인 움직임을 간파했다. 나는 이 미래예지 능력의 삼강오륜안(三綱五倫眼)으로 철저하도록 디아볼로의 움직임을 제압했다.

〈솜씨만큼은 변함없군!〉

꼴깝 떨며 폼 잡는 게 좆 같길래 뺨따구를 갈겨줬다. ─퍽! 디아볼로의 거무죽죽한 혈액이 샹들리에에 튀었다.

설마 좆 빠지게 쌓아올린 전투 기술이 맵핵의 원인이 될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패인도 분석 안 하고 개긴 니 잘못이다.

원인을 알 리도 없고, 알아봤자 좋은 버릇도 나쁜 버릇도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겠지만 말이다.

제 버릇 남 못 준다던가. 똥싸다 늦었는지 다른 병신들이 싸그리 뒤지고 나서야 기어나온 병신은 내 창을 막기도 급급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만 하면 충분했다.

《허! 악연이 있는 적인 모양이군!!》

《도울게.》

내가 디아볼로를 매타작하는 사이에, 오프툼과 네페르티티 역시 중거리에서 챠크람과 채찍을 날려댔다.

─퍽, 퍼벅!!

굵은 채찍이 디아볼로의 견갑골을 부쉈다. 오러 챠크람은 배를 뚫고 실사영화 소닉처럼 황금색 링을 뿜어댔다.

우리 같은 달인급 전사들이 싸우기엔 존나 좁아 터진 곳이었지만, 그런 공간의 한계도 초일류의 살인머신들을 말리지는 못한 것이었다. 나는 디아볼로가 버벅대자 다리를 들었다.

대검과 창을 휘두를 수 없는 육박전의 인파이트!

하지만 다른 달인들과는 다르게, 내 오러는 시오후키하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내 다리를 형광색 오러가 덮었다.

쩌어억─!!

사상 최고의 로우킥을 디아볼로의 종아리에 후려갈겼다.

오러권 20배의 공격력은 잼민이가 좆 같은 반 친구의 진흙 공작품을 뭉개듯 디아볼로의 다리를 으깨버렸다. 무슨 눈사람 걷어차는 것처럼 육편이랑 피가 튀었다.

팽그르르─ 빠각!!

미트 스핀을 일으키던 디아볼로의 얼굴에 독사가 물어뜯는 것처럼 채찍이 꽂혔다.

그림으로 묘사하면 혐오조장죄로 여겨질 듯한 시체는 정말 말 그대로 반갈죽이 돼서 좆 같은 피로 챤바라를 만들었다.

다리와 대가리가 없어지고도 대검은 놓지 않는 건 전사의 귀감이라고 불러줄 만 했다.

《해치웠나!》

하지만 나는 오프툼의 군소리를 듣고도 안심하지 않았다.

오딘의 눈은 마법의 술식을 파훼하는 눈!

내 갓-눈깔에는 대가리에 애플 로고처럼 황금률로 구멍이 뚫렸던 디아볼로가 어떻게 살아났는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왜 이 새끼가 6인의 븅딱들이 뒤지길 기다렸는지도 말이다.

《죽지 않았어.》

《뭐야? ……음!》

네페르티티가 내 몫까지 단언을 해 주었다. 벙쪄 있던 오프툼도 백 스텝을 밟았다.

와르르르르……!! 밀실의 물건들이 쏟아졌다. 대가리가 뽁 빠진 디아볼로가 검은 마기를 뿜으며 공중에 떴다.

그 놈은 머리통에 ‘이리 오련 머리야’를 시전하며 듀라한과 같은 흉흉함은 동작으로 옆구리에 끼웠다.

《역시 이 상태로는 승산이 옅나.》

겨드랑이와 옆구리 사이에 낀 디아볼로의 머리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들으라는 듯 나르메르-나일 어였다.

─씨익. 그 놈의 얼굴이 후회를 떨친 듯 쪼개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겠군. 검술이 부족해서 패배한 거라면 일전의 실패도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납득할 수밖에.》

듀라한 디아볼로는 지 목을 도로 이어붙였다. 그게 왜 붙어 씹새야.

쑤욱─! 으깨진 다리도 시꺼먼 타르 같은 것이 솟아나면서 사람 다리 모양이 되었다. 뭐지 씨발? 혹시 본체가 아닌가?

《후후후. 흑마법을 쓰는 건 오랜만이군……!》

디아볼로는 팔을 T자로 벌리며 홍소를 터트렸다.

《와라! 원령들이여!》

《끼아아아아악!!!》

뒤졌던 6인조 따까리들의 시체에서 혼백이 뽑혀나왔다.

내 오딘의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었던 걸까. 네페르티티와 오프툼은 눈을 부릅뜨며 즉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디아볼로가 손을 휘젓자 실드가 펼쳤다.

‘이 시발?’

아까 처음으로 죽였던 따까리 새끼의 실드였다.

슈와아아악─!! 나는 원혼이 육망성을 그리며 검은 마나가 뽑혀나오는 걸 보며 오싹해졌다. 영혼에서 마나가 추출되며 누군가의 몸에 흡수되는 현상! 나도 종종 본 현상이었다.

《──마나 계승 현상!!》

《정답이다. 모조리 죽여줘서 고맙군. 내가 직접 토사구팽 하자니 양심이 여간 찔리는 게 아니었거든.》

오프툼의 경악성에 개소리를 돌려주며 디아볼로는 내 쪽에 손바닥을 펼쳤다. 그 새끼의 등 뒤에 펼쳐진 육망성에서 혼 하나가 번쩍 거리며 발광을 일으켰다.

‘애미!’

그 팔만 긴 키다리 아저씨 새끼의 저주!

그게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바이러스처럼 쇄도했다.

파팟─! 피해내면서 【게르튀르】로 오러-풍차 돌리기. 내 창은 항마력으로 보이지 않는 저주를 튕겨냈다. 방어를 해도 느껴지는 이 출력, 비교도 안 되는 흑마법이었다.

‘죽은 놈들의 마법까지 흡수했어?’

씨발, 그럼 내 마나 계승보다 더 상위호환 아녀?

그래도 저만한 흑마법이면 부작용이 있을 텐데. 나는 그걸 기대하며 디아볼로를 살폈지만 놈에겐 썩은 살 하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저 새끼는 나한테 대가리에 빵꾸가 날 때에도 눈에 확 띄는 흑마법은 쓰지 않았었다.

자기 몸을 애호하는 건 흑마법사의 종특이라지만, 그러던 새끼가 이제 와서 갑자기 흑마법을 썼다는 건──

‘부작용을 극복할 계산이 섰다는 얘기인가!’

《저것은…… 데스 나이트! 거기다 마법까지 쓰단 말인가!》

오프툼은 전율한 듯이 내 질문의 대답이 될 듯한 말을 외쳤지만, 딱 그렇게만 말하고 아가리를 쌉쳐버렸다.

《야 이 씨발!! 데스 나이트가 뭔데 씹덕아!! 설명을 해!!》

나는 오딘의 눈을 끄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그리 물었다. 오프툼 이 빡통 새끼. 이럴 때야말로 TMI를 나불대야지, 왜 필요할 때는 고독한 사냥꾼 모드에 들어가고 지랄인 것이지?

그야 데스 나이트라는 말 자체는 나도 들어봤다.

근데 그건 지구식 양판소 설정이지, 이 망할 이세계랜드의 생생한 현장 정보가 아니잖은가?

이 세상의 너그들식 ‘데스 나이트’가 내가 아는 얼어붙은 마음과 핏빛 율법의 샌드백들과 같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오프툼은 욕을 한 사발 처먹고 간신히 주댕이를 열었다.

《데스 나이트! 오러를 사용하는 달인급 전사의 언데드지! 하지만 저렇게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진 않았어! 저건 평범한 데스 나이트가 아니다!》

《크하하하! 간단한 연원이지! 흑마법사가 미스릴 클래스의 경지까지 무예를 단련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맹독의 번개가 이상하게 휘며 오프툼을 노렸다. 내가 손끝에서 테오 자켈을 발사하여 그걸 요격한 틈에 오프툼이 오러 챠크람으로 디아볼로를 노렸다.

《그 이유가 곧 이 육체다! 어둠과 음의 마나에 부숴지지 않는, 언데드의 몸!》

하지만 씹게이처럼 피해내는 디아볼로! 좆 같기가 참으로 더할 나위 없다!

《리치의 경지는 멀고 요원하다! 하지만 나는 전사로서의 재능을 타고 났지! 검 하나로 명예귀족이 될 정도로!》

일부러 죽게 둔 부하들의 마나를 흡수하고 나자 기분이 꽤 째졌던 걸까. 디아볼로를 쳐 웃어대며 말했다.

《그러니 더 간단한 방법을 골랐던 거다! 내가 스스로를 데스 나이트로 빚어낸다면! 이 몸은 리치와도 같은, 흑마법의 부작용을 두려워하지 않는 흑마법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족상쟁? 기분 나빠.》

네페르티티는 내 손을 빌려서 부하를 죽이고 어둠과 음의 마나를 빼앗은 디아볼로가 진심으로 불쾌한 듯 뇌까렸다.

《동족상쟁? 각자도생이지! 애시당초 〈임모르탈리스〉란 그를 위한 집단이다!》

디아볼로가 크하하 거리며 말했다.

육망성이 빛나며 흑마법이 무식하게 꽂혔다. 세상에 씨발. 아무리 마나가 많아도 동급의 전사 셋을 이렇게 몰아붙여?

‘하긴 나도 마나 3배 버프 때는 마법 빨로 디아볼로를 족쳤는데, 저 새끼라고 못할 건 없나!’

세상의 진리. 나한테 좋은 건 보통 남한테도 좋다.

마나 빨로 공격력을 올리는 건 마법사의 특권이지.

예르나 년이 망령도시의 마나를 꾸역꾸역 챙기거나, 고대 문명 사람들이 언데드 발생의 위험을 무시하고 마나 발전소를 세웠던 마음을 십분 알겠네, 씨이발.

하지만 내가 마나량에서 좆 털린 게 얼마만인지 모른다. 저 엔리르인가 하던 토르 짝퉁 이후 아닌가?

‘아니,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마나가 좀 많지 않나?’

찰나에 치솟는 위화감.

그리고 이러한 직감은 나의 진정한 스승이자, 나를 승리로 이끌어주는 달빛이었다.

‘존나 이건 해도 해도 너무 쎄잖아. 저만큼의 어둠과 음의 마나를 어디서 구했는데?’

〈인신〉이랑 비교해도 꿀릴 게 없는 마나량이라니? 그건 너무 기이한 일이었다.

아까까지는 좆 털리던 새끼가 순식간에 3대 1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그러려면 최소 3배 이상의 암흑-마나를 사용해야 할 텐데?

따까리 6인조의 힘을 100% 흡수했다고 쳐도 모자란다.

디아볼로의 마나 10에다가 따까리들의 마나 6을 더해서, 16이 아니라 60이 된 듯한 이상한 결과였으니까.

‘그리고 곱셈으로 마나를 뻥튀기 해대는 편한 스킬은 이 좆 같은 세상엔 없어.’

다시 말하자. 나한테 좋은 건 보통 남한테도 좋다.

즉, 나한테 좆 같은 건 적한테도 좆 같은 법!

조건 없이 뻠삥 가능한 마법은 없다. 야수회귀마저 좆 빡센 부작용과 발동조건을 달고서 비로소 이런 효과를 내는 거다.

‘이 마나 증폭이 곱셉이나 제곱이 아니라면…… 내가 눈치 못 챈 플러스 요소가 따로 있다!’

거기다가 디아볼로 씹새는 흑마법 뽕에 취해서 실토했다.

〈임모르탈리스〉는 각자도생이며, 그런 취지에서 집결한 집단이라고 말이다.

‘어둠과 음의 마나도, 그걸 사용하는 흑마법의 기술도 절대 흔하지 않으니까.’

멤버들끼리 하하호호 떠드는 꼴을 못 봤던 점을 생각하면, 이 새끼들은 마약상 마피아들처럼 기회만 되면 통수를 치는 놈들일 것이었다. 절대로 오순도순 패밀리가 아닌 것이지.

결국 범죄자들의 생태란 게 그렇고 그런 것이다.

저딴 에고이스트 소시오패스들이 협력? 의리? 지랄도 그쯤 되면 예술의 경지로군. 역사서에 남겨주도록 하지.

야쿠자가 인의를 강조하고 마피아가 피의 보복을 하는 건 배신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저 병신들은 말하자면 아동 포르노를 구하고자 모여든 저열하고 추잡스러운 씹병신들이며, 상대의 야동을 빼앗을 기회가 된다면 벽돌로 뒤통수를 까고도 남을 콩가루 집단!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삼인조가 쳐죽여댄 탓에, 사악한 마나와 마법을 약탈할 상대도 없어졌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마나의 출처는──’

‘그거’밖에 없겠지. 나는 감을 잡았다.

이러고 있을 시간도 아깝다. 아내들이 위험한 상황이다.

보험은 몇 개 들어놨지만, 총 한 자루 들려줬다고 가족이 커피점에서 탈레반이랑 싸우고 있는 걸 허허 웃으며 넘기는 남편이 어디에 있겠는가. 존나 우리 아내님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게?

그래서 나는 내 직감을 입증하고자 외쳤다.

《여러분! 1분만 시간을 벌어주십셔!》

그야말로 양심이 터진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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