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량을 대가로 받은 정보대로 이동했다.
‘맑은 샘이 있댔지?’
노트를 덮었다. 이 나무 뿐인 숲에서 샘이라니? 누가 봐도 수상하다.
나한테 정보를 준 4인조 임시 파티는 위험을 직감했으므로 얼씬도 않았다고 한다. 하긴 배가 고파서 뒤질 듯한 상황에 수상한 샘에 접근할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헤테피브라가 시련의 밸런스를 생각한다면, 상식적으로 다음 계층 쯤에는 식량을 얻을 방법이 주어질 텐데.’
자기가 미이라 겸 영혼이라고 우리한테까지 굶주림을 강요했다간 시련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이 세계에서라면 식량을 마련하는 건 누워서 떡 먹기일 거였다.
‘그치만 세헤테피브라가 똥겜 GM처럼 인색하다면, 식량도 거저 주지는 않을 수도…… 이크!’
나는 생각하다 말고 몸을 옆으로 피했다.
퓨퓨퓻─! 뒤에서 날아온 〈불꽃의 화살(Fire Missile)〉이 내가 서 있던 자리를 관통했다. 안 그래도 더워 뒤지겠는데 기왕이면 시원한 얼음 화살로 쏴 주지.
‘나무 위에서 저격했나. 나랑 똑같은 발상이군.’
나무 위쪽에 눈을 돌렸다.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갑다.
《피했다!》
《놓치지 마! 쫓아!》
─펄럭! 아무 것도 없는 것만 같던 공간에서 웬 이상하게 생긴 놈들이 양탄자를 펄럭거리며 나타났다. 나한테 들키지 않도록 충분한 거리를 두고 말이다.
치밀한 작전이다. 이런 기습전의 경험이 많은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으로 나는 눈을 부릅떴다.
‘투명 망토, 아니 투명 양탄자인가?’
시발, 존나 부럽다!
투명인간은 남자의 로망 아닌가. 빌려달라고 하면 주려나? 아니면 그냥 날 죽이러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쓰러트리고 빼앗아도 정당방위잖아.
나는 그런 속마음을 숨기고 당황한 연기를 하며 말했다.
《무슨 짓이십니까! 피차 조난 중인 탐험가 아닙니까?》
《같지만은 않지. 우리는 너희보다 숫자가 많다.》
갈색 피부의 남자가 시미터를 겨눴다. 양탄자를 망토처럼 감은 새끼였는데, 양모로 짠 양탄자는 아까 전보다 작아졌다. 매직 아이템이거나 뭔가 마법을 부린 거겠지.
‘흑마법사인 줄 알았는데, 그냥 탐험대로군.’
오딘의 눈을 키지 않아도 이해도가 높아진 저주는 눈으로 분간할 수 있었다. 저 놈들은 에퀴녹스의 따까리가 아니다.
나는 저격을 조심하며 말했다.
《인원이 많은 게 장점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특히 이런 상황에선.》
《알고 있다면 됐다. 가지고 있는 식량을 전부 내놔라.》
《제가 식량이 있어 보입니까?》
내가 군장도 없는 차림새를 어필하자, 왠지 모르게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사막의 횡단은 극한의 생존경쟁이다. 몬스터라도 체력과 수분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잡아먹고…… 그마저도 없을 때는 식량을 먹을 입을 줄이기도 하지.》
나는 그 말뜻을 헤아리고 눈을 찌푸렸다. 존댓말이 입에서 싹 사라졌다.
《……낙타 고기 얘기라고 치고 넘어가 줄까?》
《정 먹기 싫어하는 동료에게는 그렇게도 말한다. 일행이 한 명 뻔히 줄어들어도, 낙타 고기라고 말하면 다 알면서도 꿋꿋이 나눠 먹더군. 그리고 이왕이면 동료를 해치는 것보단 생판 남을 잡는 게 낫지.》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기근이 발생하거나 북극 탐험대들처럼 식량이 부족할 때는 사람들끼리 잡아먹는다는데, 살다 보니까 나를 식량으로 보는 씹새끼들이 다 속출하네.
《존나 개미친 새끼 아냐. 미치고 팔짝 뛰겠네. 니들 여기 온지 얼마나 됐는데?》
《2주일이다. 만약의 사태를 준비해 둘 만한 시간이지.》
《아, 그러셔.》
2주일이면 배고파서 훼까닥할 만 하지. 피라미드에 들어가면서 막 1달치 식량을 챙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근데 그게 사람을 습격해서 잡아먹자는 결론이 되다니. 꽤 독창적인 시발럼들이네.
《밑으로 내려가면 식량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밑으로 가는 방법은 알고?》
《것도 그렇네. 좋아. 극한상황에서 추악해지는 건 인간의 애환이지. 붙어 보자.》
여기까지 지껄이고, 또 내 시선을 끌며 나무 위에서 강한 마법을 몰래 영창하고 있는데 봐줄 이유가 없었다.
《깔쌈하게 슛~!》
나는 즉시 창을 하늘로 내질렀다. 폭풍의 화살이 뻗어나가 나무 위에서 고개를 내밀던 마법사 셋의 머리통을 터트렸다.
《바람의 마나를 창술에……?!》
시미터를 겨눴던 새끼가 경악했다. 배가 고파갖고 뵈는 게 없었던 모양인데, 실력 차이까지 감안하지 못한 건 패착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니면 나도 배가 고파서 힘이 없기라도 할 줄 알았던가.
‘아무튼 간에 사람을 잡아먹는 놈들이라면 준교수라고 해도 되겠지.’
극한 상황에서 지들끼리 잡아먹고 후회하는 거면 탐험가의 비극이라 치고 넘어가 주겠는데, 애먼 남을 잡아먹는 게 너무 익숙해 보이니까 동정도 치솟지 않았다.
─퍼석, 퍽!
대화할 필요도 없었기에 오딘의 눈을 켜고 하나씩 모가질 날려줬다. 깔끔하고, 뒤탈 없고, 손맛도 덜 불쾌한 방법이다.
《……실수했군. 실력을 제대로 파악했어야 했어.》
자기만 빼고 나머지 동료가 전멸하자 리더는 착잡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아까 전까지 굶주림 탓에 흐릿해져 있던 눈빛에도 이성이 돌아온 상태였다.
《놓쳐달라면 봐 줄 건가? 식량은 없지만, 가진 것이라면 뭐든 주겠다.》
나는 오딘의 눈으로 그가 패시브처럼 걸고 있는 마법을 분석 중이었기에, 그냥 창끝을 까딱했다. 덤비라는 뜻이었다.
양탄자를 판초처럼 감고 시미터를 흔들던 그는 쓴웃음으로 내 제스쳐에 대답했다. 그리고 용감하게 내 쪽으로 대쉬했다. 양탄자를 던지자 코끼리도 삼킬 듯한 크기가 됐다.
양탄자가 보따리로 동물을 포박하듯 나를 덮쳤다. 한순간 아깝다는 생각에 망설였다가, 오딘의 눈의 분석 결과를 생각하고 일도양단했다. 시야가 탁 트이자 놈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망쳤나?’
그럴 리가. 몸을 감출 뿐인 투명화 기술로는 내 오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었다.
놈도 그걸 알고 있겠지. 나는 1초만에 판단하면서 일부러 빈틈을 노출했다. 양탄자를 베어가르며 생긴 빈틈처럼 보이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귀신 같이 찔러들어오는 기척이 2개.
‘2개?’
잠깐 눈을 찌푸렸다가, 진각을 강하게 밟으며 기술을 펼쳐냈다.
【게르튀르】의 공격기 제 6품새. 오러를 깨치기 이전에는 난이도가 높아서 미처 사용하지도 못했던 신기술이다.
피이이잉……!!!
공기가 떨리면서 전방위 360도가 폭발했다. 마나를 창에서 뿜어내며 위와 아래를 뺀 모든 공간에 공격을 작렬시켰다. 살코기가 폭발하는 음향은 두 곳에서 울렸다.
《쿠흑, 크헉……!!》
…철퍽. 팔이 없어진 놈이 뒤로 쓰러졌다. 동시에 덤벼들던 파란 유령도 소멸했다.
정령이라도 되나? 그 짧은 사이에 소환하다니, 꽤 제법이다.
시야를 가리고 투명화를 하며 양측에서 기습이라.
투명화 마법이 양탄자의 능력이라고 여긴 놈에겐 치명적일 전략이로군. 위치가 어디 있건 무시하고 범위 공격으로 날려버리면 좆도 의미가 없지만.
‘내가 쓴 기술이지만 살벌한 위력이네.’
창을 회수했다. 【게르튀르】의 제 6품새는 공격기이면서 반격기였다. 공방일체의 올레인지 공격이기에 지금처럼 포위당했을 때가 가장 효율적이었다.
그걸 모르고 접근했다가 당했으니 팔만 없어지고 살아남은 게 대단할 지경이다.
《꽤 하는걸. 모험가로서도 일류는 되겠어.》
《쿨럭…… 그래봤자 죽으면 의미 없지.》
그가 피를 토하며 말했다.
동업자 간의 골육상쟁. 유적 탐사 중에는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이었다.
─추욱. 내가 반으로 갈라진 양탄자를 집어들자 그 새끼는 픽 웃었다.
《투명화 마법은…… 쿨럭, 내 기술이다. 그건 그냥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딸린 양탄자야. 조각난 지금은 그 효과마저 없어졌겠지만…….》
《알아.》
─펄럭. 나는 양탄자를 몸에 감고, 오딘의 눈으로 분석했던 투명화 마법을 재현해 보았다.
‘어렵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돌아다니려고 마음 먹으면 주변의 풍경에 맞춰서 조정하기가 여간 빡센 게 아니었다.
《바람 계열 마법인가? 나는 재능 없는데.》
나는 황망해진 그의 몸통에 양탄자를 던져줬다.
써 먹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개이득은 개이득이었다.
‘투명화 마법은 마법사 길드에서도 안 파니까.’
범죄에 악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쓸 줄 안다고 처벌받지는 않지만, 그만큼 귀한 마법이다.
《뭐, 우리 아내들이 목욕할 때 훔쳐보는 데 잘 쓰마.》
《……크흐. 웃기는 놈이군.》
그는 그렇게 말하고 숨을 거뒀다. 팔이 날아가면서 충격이 내장을 진탕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의 시미터는 산산조각이 나서 박살났고, 물이 가득 찬 수통이 흙을 적셨다.
‘수통이라.’
다른 놈들의 수통도 상황에 맞지 않게 빵빵레후였다.
사막에서 물은 만금보다 귀하다지만 물만 이렇게 잔뜩 싸 갖고 다닌다는 건 웃기는 일이었다. 이건 금방 수맥에서 퍼 올린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눈을 들어서 그들이 왔을 방향을 확인했다.
‘샘물 쪽인데?’
샘물 방향. 제법 실력이 있는데도 이성이 흐릿해진 것처럼 나한테 개기던 이 놈의 눈빛.
대충 감이 잡히는 것도 같다.
나는 발목을 돌려가며 풀고 석사탈주의 보법으로 대쉬했다.
‘일단 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아닐 것 같지만…….’
4인조에게 받은 정보는 그밖에도 있지만, 나랑 내가 죽인 식인맨들 말고도 6계층으로 내려간 놈들은 많을 거였다.
그들 모두가 저들처럼 함정에 빠지진 않았겠지.
그러니까 아마 그 샘물은 꽝이라고 봐도 된다. 그러면서도 내가 샘물로 달려가는 건 100% 확신할 수는 없어서였다. 내 생각이 틀려서 샘물 쪽에 숨겨진 계단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촤악─!
샘물이 보일 무렵에 발을 멈췄다.
인상미채의 가면을 쓰고, 투명화 마법을 발동했다. 산림의 풍경에 맞춰서 투명화를 유지하기는 힘드니까 최대한 천천히 이동하면서 샘물을 살폈다.
샘물의 수면은 잔잔했다. 인공적인 듯 하면서도 자연적인 바위 석상 같은 게 있어서 그곳에서 샘물이 졸졸 흘렀다. 샘 주변에 솟은 이끼와 잡초들은 생명력을 받은 듯 싱싱했다.
환상적인 풍경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고깃덩이를 냅다 던졌다.
‘옛다, 개평 받아라.’
─첨벙! 수면을 난폭하게 흐트러트리며 훈제 고기가 수면 안으로 가라앉았다.
얼마 기다릴 것도 없었다.
『Kerg!』
푸확─!
수면을 난폭하게 터트리면서 웬 인어 같은 생물이 고기를 낚아챘다.
일단 상반신이 인간이고 하반신이 물고기였기에 인어라고 불러주긴 했는데,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인어는 아니었다. 두 눈은 심해어처럼 툭 튀어나왔고 긴 머리는 검은 미역 같다.
몸에도 비늘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냥 어인이라고 부르고 싶군 그래.
《Aia? Oa Dn…….》
햄을 들고 갸우뚱 거리던 인어는 곧 생각없이 갉아먹었다.
먹는 모습까지 불쾌한 골짜기 그 자체였다. 나는 샘물에서 느껴지는 마나에 혀를 찼다.
‘샘에 마나가 깃들어 있나. 이성을 흐트러트리는 물이야.’
나를 습격했던 놈들은 저 물을 마시고 심리적인 허들이 더 낮아졌기에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건가.
‘이 경우는 샘물 탓이라기보다는 그 새끼들이 인육을 먹는 걸 혐오하지 않아서겠지만…….’
영웅들이 겪은 시련이라고 했던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진짜 신화나 전설의 무용담에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나는 관심을 끄고 돌아가려고 했다. 설마 저 샘물 아래에 계단이 있지는 않을 것이니까.
호르르르─.
그런데 이번에도 에메랄드 비석이 떠올랐다.
처음에 물음표로 떠 있던 목표 과제가 글자로 전환되었다.
《◇ 목표: 제 5계층의 괴물을 토벌하라.》
《◆ 보상: 오벤의 가마솥. 인도의 나침(羅針) 나비.》
세헤테피브라가 보고 있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게임의 이벤트처럼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떠오르도록 만든 걸까.
‘오벤의 가마솥이라는 건, 저 이상한 분수 얘기인가?’
나는 목욕탕 같은 곳에서 보이는, 물을 뿜는 사자 석상과 같은 돌덩이를 오딘의 눈으로 관찰했다. 생김새는 오질나게 형이상적이어서 요정이 발로 만든 것처럼 생겨먹었다. 생긴 것만 보면 쓰레기 같다.
효과는 가만 보니까 알았다.
‘자연의 마나를 모아서 액체에 깃들게 하는 거로군.’
말하자면, 저 샘물의 이상한 효과는 가마솥 때문인 거다.
샘물을 마신 사람이 훼까닥하는 거? 그건 이 숲의 마나가 질적으로 그렇게 생겨 먹어서겠지.
‘상당한 귀물이긴 한데…….’
나는 존나 고민했다. 장소만 잘 고르면 엘릭서의 제작에도 도움이 될 게 분명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끌리는 건 인도의 나침 나비라는 보상이었다.
인도, 다시 말해서 안내하다. 그리고 나침은 나침반 할 때 그 나침이겠지.
이름만 봐도 탐색에서 어드밴티지가 될 것 같지 않은가?
피라미드 안의 세상을 이 잡듯이 뒤져가며 흑마법사들까지 찾아야 하는 나다. 길 안내 아이템은 상당히 절실했다. 피라미드 안에서만 통하는 물건이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망설일 시간에 족치자.’
여기서 포기했다가 나중에 길을 헤매며 후회해도 늦는다. 저 사막 계층에서도 다른 탐험가들은 좆 뺑뺑이를 쳤다니까, 뭐든 간에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
나는 투명화를 해제하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Dn? Thg Dn!!』
고기를 씹어먹던 어인이 흉측하게 웃으며 외쳤다. 뭐라는 건지 모르겠군.
나는 눈을 찌푸리며 투창했다.
“〈부여〉, 아이스 에이지!!”
쩌저저적……!!
창날에 새긴 ᚨ(Ansuz)의 룬이 〈얼어붙는 손길(Freezing Hand)〉로 전환한 얼음의 마나를 증폭시켰다. 창에 부여한 건 얼음 마법이며, 야수회귀의 마나를 부착시켜 연료로 삼았다.
샘물에 꽂힌 창은 뭍으로 나오려던 인어의 하반신을 꽁꽁 얼렸다.
『Baui!! Yo, Dn!!』
실태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던 샘이 겨울철처럼 얼어붙자 인어가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나는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양손에 불과 얼음의 마나를 회전시켰다.
폭풍이 내 주위를 공전했다. 인어는 그 무지막지한 돌풍에 질겁하며 얼어붙은 샘물을 부숴가며 마법을 부렸다.
『Iiyyyya! Gha!!』
물이 총알처럼 날아왔지만 내 방어를 뚫을 정도는 아니다. 나는 빡집중해서 완창한 마법을 해방했다.
“신의 심판!!”
콰르르르르릉─!!!!
세로 직선으로 번개를 쏘아냈다. 발이 붙잡힌 인어는 내가 발사한 번개를 피하지 못하고 튀겨졌다. 빛에 감싸인 인어의 실루엣은 물에 던진 설탕처럼 녹아서 증발해버렸다.
인어가 증발한 곳에서 슈왁거리며 마나가 솟는 듯 하다가, 갑자기 도로 꺼져버렸다.
아마 세헤테피브라가 만든 가짜여서 그렇겠지. 나는 어깨를 빙빙 돌렸다.
보스전은 풀 콤보로 원콤. 이게 바로 한국인의 얼이다.
“빨리빨리 정신 개꿀.”
나는 에메랄드 비석이 나타나는 걸 보며 히죽 웃었다.
분수를 석판에 챙기자, 몇 분 가지 않아 내 손에 1마리의 신기한 나비가 내려왔다. 날개에 작은 시침 분침 같은 게 달린 나비였다.
생물적인 생김새는 아니다. 매직 아이템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잘 왔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버터플이야!”
─빙글빙글.
버터플은 내 앞에서 호버링을 하다가 앞으로 날아갔다. 그 우아한 자태를 열심히 쫓아가자, 눈 깜짝할 사이에 무식하게 생긴 돌 무더기가 나타났다.
다음 계층으로 나아가는 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