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있다.
어린애가 미아가 됐을 때, 10~20분만에 찾으면 혼내지만 반나절 넘게 헤매다가 발견되면 화내기보단 다행이라며 다독여주게 된다는 얘기.
물론 나도 비슷한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다.
쇼핑몰에서 마법전사 유켄도의 장난감을 보고 정신이 팔렸다가 미아보호센터에서 발견됐을 때는 어머니의 거친 등짝 스매싱을 맞았지만, 친가 시골에서 길을 잃었다가 저녁에 구조됐을 때는 다행이라면서 맛있는 고기 반찬을 받아먹었던가.
그리고 남자는 아무리 커도 결국 애라고 하지 않은가.
나도 곧 있으면 나이가 30줄이 되는데 아직도 파워레인저 해적 칼을 받으면 거기에 오러를 씌우고 놀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짱구나 노진구처럼 몇 년이 지나도 근본적인 정신머리는 5살 무렵의 강북호와 변함 없을 터.
“그런 의미에서 며칠 밤을 실종됐다가 돌아온 남편한테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게 옳게 된 부부 아닐까?”
“남길 말은 그게 다냐?”
기진맥진한 채 돌아와서 아내들에게도 그렇게 항변했건만 쥐뿔도 안 통했다.
추운 데 있다 와서 혀가 굳었나. 변명하기를 포기한 나는 빡침의 경지를 넘어 미소마저 띄운 다나에게 목을 졸렸다.
“크엑.”
장난인 줄 알고 받아줬다가 의외로 진심인 초크에 눈앞이 핑 돌았다.
존나 방금 막 살아 돌아왔는데 다시 지옥행이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세헤테피브라를 성불시켜주지 말 걸 그랬나. ‘헤헤 잠깐 볼 일 생겨서 들렀음’ 하고 뻔뻔하게 재회했어야 했는데.
“다나 언니! 선배가 기절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그만 의식을 잃고 추욱 늘어질 뻔 했던 나는 라리루라의 필사적인 만류에 턱걸이로 기절을 면했다. 역시 라리루라야! 구해주러 왔구나!
“아직 밀린 일이 얼마나 남았는데요! 귀찮아지지 않게 할 일은 전부 시켜놓고 나서 감금하기로 했잖아요!”
이 시발 라리루라 너마저. 나는 칼을 찬 채로 사또 앞에서 제 범행 기록을 읊는 깡촌 망나니와 같은 기분으로 잠시 간의 석방권을 얻을 수 있었다.
존나 이 찰나의 자유가 끝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이지.
혹시 어디 군만두, 아니 구운 흑빵만 나오는 방에 갇혀서 매일밤 아내들에게 쥐어짜이는 정자 주유기가 돼 버리는 건 아닐까? 아, 너무 무섭다.
“노르, 걱정 마. 다 괜찮을 거야.”
무궁하게 솟아나는 공포에 북괴 빨갱이 앞 미제 군인처럼 벌벌 떠는 나. 보다 못한 프랑이 다가와서는 다정하게 등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돈은 우리가 벌어올게. 바깥 소식이 궁금할 땐 신문이나 우리한테 물어 봐.”
“뎃?”
“헤헤. 우리 집이 넓지는 않지만 나랑 다른 애들이 열심히 하면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을 거야. 일 같은 건 다나나 클라라 씨네 공방에 맡겨두고, 같이 오순도순 살자?”
“프랑? 바깥 소식이라니? 프랑? 프란체스카 씨?”
너무 예쁜 미소인 게 도리어 소름 끼쳤다. 프랑의 미소가 무서워지는 날이 다 오다니, 음. 역시 오래 살고 볼라비아.
“상황 공유는…… 네페르티티 씨한테 맡겨도 될까요? 그, 티르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상관없어.”
네페르티티는 선뜻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아직도 아르마 슈나스 모드인 티르시에게 잠깐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녀는 나를 말 없이 쳐다볼 뿐, 이해했다는 듯한 제스쳐도 보이지 않았다.
“……야, 남편놈아. 티르시 씨한테 무슨 일 있었어?”
그러자 남편에게 정신이 팔렸던 우리 아내님들도 티르시의 용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듯 했다. 하긴, 겉으로 변한 건 장비 뿐이니까 몇 분만에 눈치채긴 힘들었겠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거든. 조금 있다가 마저 얘기하자. 레티티아…… 아니지, 시다나브의 얘기도 해야 하니까.”
“시다나브? 아, 갑자기 없어져서 경계하고는 있었는데.”
흠. 그 년도 대놓고 티를 내며 명계로 날아온 건 아니었나.
〈그쪽 설명은 내게 맡기게. 일은 분담해서 해야지.〉
〈오프툼 씨? 아, 예. 맡기겠습니다.〉
레티티아=시다나브의 호위인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건 오프툼에게 떠넘겼다.
나보다는 이 나라에서 신뢰 받기 쉬울 사람일 테고, 약삭 빠르게 증거를 몇 개 챙겨왔던 모양이다. 에퀴녹스를 잡았단 건 증명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오프툼은 고개를 저으며 작게 말했다.
〈그러나 〈임모르탈리스〉의 수장을 잡았다는 것과 달리, 시다나브의 실태를 증명하는 건 어렵겠군.〉
〈관둡시다. 일단은 실종으로 처리하는 게 나을 거에요.〉
호위로 뽑힌 네페르티티나 다른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전도유망한 성직자가 사실 미친 대량살인마 할망구라는 얘긴 입증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나중에 네페르티티의 입을 빌려서 그 년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 있더라도, 지금은 시기상조겠지.’
할 일은 많고, 〈편찬대대〉의 움직임을 쉬이 예측하기가 힘들다.
다행히 어떻게 알아볼 방법은 몇 개 남았으니까.
〈저기…… 사장님아?〉
내가 품 속의 룬 스톤과 레티티아에게 받았던 열쇠를 의식하고 있자,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오드리가 다가왔다. 글고 보니까 이 녀석도 같이 데려왔었지. 깜빡했었네.
〈머선 일? 지금 좀 바쁜데.〉
〈동생한테 연락이 왔어. 전서구로. 나는 급한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니까 네가 읽고 판단하라고.〉
〈동생? 캐서린이?〉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에 묻자, 오드리는 편지를 건넸다.
〈누구더라? 그, 네가 찾던 드워프랑 연락이 닿았대.〉
〈드워프? ……아!〉
내가 누구 얘기인지 눈치챘을 때, 오드리가 말했다.
〈조이드 투스타스, 였나? 그 사람 말이야.〉
〈편찬대대〉와 협력하던 투스타스 상회장의 동생.
놈들의 혹시 모를 추격을 피해사 나르메르-나일로 왔다는, 그 금태양 쿼터 드워프한테서 온 편지였다.
***
내가 나르메르-나일에서 벌여둔 일이 워낙 많았으니만큼, 시간 낭비는 금물이다.
나는 제 발로 육회전문점 창고로 걸어가는 A+급 한우와도 같은 기분으로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감시역처럼 찰싹 붙은 베로니카랑 라리루라는 덤이다.
지금까지 나는 일을 벌이고 나서 뒷일이 쫌 귀찮긴 해도, 동분서주하며 마음 고생을 하는 편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그 미친 마스터 클래스 쌍쌍바년들을 상대로 창칼을 비빌 때가 훨씬 나은 것 같지?
그 년들을 상대로는 적어도 승산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죽음이 예정된 캐릭터의 프리퀄 드라마를 보는 심정이었다. 지금부터 고인의 마지막 일처리를 감상하시겠습니다.
“나는~ 개똥벌레~ 자유가 없네~.”
그러나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되려 투병 이전보다 더 정력적인 활동성을 보여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선 나 역시 원작에선 진작 죽어버린 캐릭터가 외전에서 일상물을 찍듯, 이세계 척척석사 노르드의 프리퀄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일단 조이드한테서 온 편지는 보류.
일의 중요도는 둘째치고, 급하거나 빠르게 해치울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자.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말이다.
【추가 명령을 하달 바랍니다.】
일단 가장 급한 건 요 발퀴리에들이다.
레티티아가 뽑아낸 소환수를 해킹해서, 내 소유로 돌려둔 녀석들.
다 합쳐서 21마리다. 마나만 넉넉히 넣어주면 이태리에서 만난 순댓국밥집보다 든든한 전력이지만, 지금 당장은 처치 곤란한 병사들이다. 어디 둘 곳도 없다는 게 가장 문제였다.
【것보다 니들 연료는 뭘 줘야 하냐? 게르마니아 맥주?】
【활동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은 마나입니다.】
따박따박 대답하는 건 좋은데, 대답을 룬 어로밖에 하지 못하는 건 아쉽군.
나는 내 마나통을 점검하고 말했다.
【남은 마나는? 지금 내 마나는 너희들을 유지할 양이 못 되지 않냐?】
【현재는 기동 초기에 공급된 마나로 활동 중입니다.】
【각 개체의 잔존 마나, 최대량의 2할 미만으로 판단.】
【동면상태에 들어갈 시, 현재 시각으로부터 최대 114일 간 유지 가능합니다.】
【그, 그러냐.】
돌림노래 하듯 대답하는 것 봐. 진짜 로봇이랑 얘기하는 것 같구만.
나는 혀를 내둘렀다. 똑같이 생긴 놈들이 그득그득 하니까 여만 눈에 띄는 게 아니다. 피라미드 주변에서 감동의 재회를 벌이고 있는 다른 탐험가들의 힐끔거리는 눈총이 따갑구만.
【마나가 바닥나면 죽거나 없어져?】
【수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파괴를 받지 않는 한 재기동에 문제는 없습니다.】
【글쿠만. 비교적 희소식이네.】
일단 밥을 안 주고 방치해도 전원 꺼진 로봇처럼 정지하는 정도로 끝날 모양이다.
그건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다마고치나 열대어처럼 며칠 정도 깜빡하고 방치하면 막 2~3마리 씩 죽어있거나 하지는 않을 듯 했다.
그렇대도, 1:1 미소녀 피규어(살인 옵션 있음)들을 어디에 보관해야 하지?
레티티아 그 년은 창세의 권능으로 포켓몬 꺼내듯 넣거나 뺄 수 있었다지만, 폭주 모드(가칭) 상태에서 벗어난 나에게 열려라 차원의 문을 시전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요구였다.
“나의 그대여. 저들은 무엇이냐?”
나한테 껌딱지처럼 붙은 베로니카가 그렇게 묻길래,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음……. 몸종?”
“……여자 다섯으론 부족해서 21명이나 늘려 왔느냐?”
“이 처녀 탐지기가 며칠 사이에 음란마귀가 꼈나.”
그런 의미의 몸종으로 받아들이다니, 얼마나 신뢰가 없는 것?
나는 급한 일을 처리할 준비를 하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자세한 토크 타임은 나중이지만, 일단 설명을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으니까.
“……천공신께서 만든 신병(神兵)?”
“그렇다더라. 내 걸로 만들 기회가 있어서 얼른 챙겼어.”
“그런 게 어쩌다 명계에……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응. 얘네를 어따 보관하냐?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무장 상태가 존나게 충실한데다, 딱 봐도 카리스마가 있는 발퀴리에들이다. 그야말로 울프헤딘의 거신병.
만약 이런 살인 머신들을 데리고 어디 도시에 들어갔다간 당장에 경비대가 튀어나와서 벌벌 떨며 창을 겨눌 것이었다. 침략하러 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사르가디스로 〈공간이동〉 시켜 두겠느냐? 마나가 꽤 들겠다만.”
“얘네 영체라서 무게는 조금 덜 나갈 텐데…… 모르겠다. 그 수밖에 없나?”
“네? 그냥 석판에 넣어두죠?”
나랑 베로니카가 머리를 맞대며 얘기하고 있는데, 참신한 의견이 1개.
“어차피 생물체는 아니라면서요? 그럼 석판 속 아공간에 넣어둬도 되잖아요? 선배 석판은 저희 메달이랑 다르게 크기에 상관없이 넣을 수 있으니까.”
“데뎃?”
“그, 그렇구나. 음. 확실히.”
라리루라의 발언에 꼴에 머리 좋다고 자부하는 언니오빠는 아가리를 쌉쳤다.
확실히, 생물이 아니라 매지컬-기계에 가깝다면야 아공간 안에 넣어둬도 부담은 없을 것 같긴 했다. 꼭두각시를 오래 다뤄온 라리루라다운 관점의 의견이었다.
인간형이며, 대화가 통한다는 점 때문에 생각이 못 미쳤다.
─퐁!
나는 일단 조심스러운 태도로 발퀴리에 1마리를 아공간에 넣었다가 빼 보았다.
【어때, 괜찮냐?】
【대기상태 유지 중 발생한 에러 없음. 속행 가능합니다.】
그렇댄다.
나는 안심하고 일단 발퀴리에들을 전부 아공간에 넣었다. 장차 전투나 그밖에 도움이 될 듯한 녀석들이지만, 아직까진 애물단지니까 말이다.
체력을 회복시키고 피로를 덜어줄 포션을 빨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해결이 급한 순위의 2번째는 레티티아 년의 실종이나 그걸 설명하는 일.
이건 오프툼이 해 주기로 했으니까, 그 다음 순위부터다.
나는 엘리자베트와 길다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얘기를 좀 나누었다. 엘리자베트는 며칠 정도 요양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였기에, 다시 만날 일정을 잡았다.
“그럼 공듀님이 일어나면 뵙죠.”
“좋아. 브리타니아로 돌아가기 전에 1번 만나자.”
“가능하면 그대들이 찾아오도록.”
“네. 저희 선배는 당분간 외출 금지라서.”
“그, 그래.”
우리 차기 여왕 부부에게 ‘니들이 와’로 일관하는 우리 아내님들이셨다. 그렇다고 감히 거기 끼어들 처지도 아니었기에 죄를 지은 옐로 스킨 남편놈은 뻘쭘하게 서 있을 뿐.
“어쨌거나 피라미드를 공략한 게 너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 할 거다.”
길다트는 다른 동료─아마 브리타니아 왕가의 신하들─에게 엘리자베트를 맡기고 말했다. 신분을 감추고자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그 점은 내가 보증하지. 명예귀족위, 미리 축하한다.”
“어떨려나요. 일단 여러분도 그것 때문에 오신 거 아녜요?”
“너라면 다 알고 하는 질문이겠다만, 그 설명도 다시 만날 날에 하는 게 낫겠군. 나보다는 엘리자베트에게 전해듣는 게 나을 거다.”
“알겠슴다. 길다트도 고생 많았으니까 푹 쉬십셔.”
“너야말로.”
맨 얼굴을 깐 길다트랑 친근하게 얘기하는 걸 보고 뜨악해 하는 사람들을 방치하고 그들과 작별했다.
이걸로 천방지축 얼렁뚱땅 명계 대탐험에 휘말렸던 친구들 사이의 교통 정리는 끝난 셈인가. 세헤테피브라의 피라미드 근처에서 할 일은 다 한 것이었다.
‘다른 탐험가들의 입을 막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탐험가들 중에서도 생존자는 많다.
얌전하게 잘 숨어 다니던 사람들은 에퀴녹스가 피라미드를 날려버린 뒤부터 우리가 벌인 화려한 싸움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의 입을 막는 건 협박으로도 불가능할 게 뻔했다.
다행히 거리 차이도 있었고 언어도 중구난방이었기에 중요한 정보는 거의 흘러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어둠과 음의 마나를 사용한 게 들켜서 문제가 되도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절반 이상 허풍으로 치부되겠지만 어떤 소문이 발생할지는 감도 안 잡혔다.
좋게 생각하자. 그나마 에퀴녹스를 조졌다는 거나 그밖의 증명해야 할 일에도 증인이 생긴 것 아닌가. 고민할 거리는 그밖에도 많았다.
“후우……. 다음은 알리씨크 쪽의 교통 정리겠구만. 오프툼 씨도 데려 가서 영주랑 영주 대리한테 설명하고, 내 실종으로 흐지부지된 골렘 대회 건도 어떻게 마무리를……”
“그런 시답잖은 일은 별로 선배가 아니어도 되잖아요?”
“……넹?”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라리루라와 베로니카가 죄인을 생포하는 형사처럼 나에게 밀착했다.
꽈아아악…!! 용서 없이 나를 붙드는 그녀들.
힘이 쭉 빠진 달인 강북호는 도무지 저항할 수가 없었다. 으윽…… 강한 여자, 올바른 성욕…….
“영주님 관련한 일은 다나 언니나 다른 사람들한테 맡겨도 되죠? 골렘 기술 경연대회야 뭐, 다시 재개되면 제가 나가서 휩쓸어와도 되고요. 도전할 사람도 없을 것 같지만요☆!”
“어, 아니, 알리씨크에서도 아직 할 일 많은데? 피라미드를 공략했다는 걸 증명해서 당대 파라오한테 보고해야 하고. 또 어르신한테 편지도 써야 돼.”
“따로 급한 일은 아니잖느냐? 우리가 보는 데서 보고서나 편지를 써 두거라. 귀찮은 수속은 우리가 하마.”
절대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해지는군.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 그, 또 있는데? 아직 설명은 안 했지만 피라미드 안, 그러니까 명계에서 겪은 일이나 얻은 게 많걸랑? 그 전리품 같은 걸 체크하고, 또, 또, 뭐냐, 티르시 상태도 신경 쓰이고!”
“아핫♡! 그거야말로 어디 나가지 말고 방 안에서 하면 될 일이네요?”
……씨발, 그러게?
뭐라고 변명할 방법도 없이 입만 벙긋대는 나였다.
그러자 그녀들은 내 허리를 안고서, 내 귀를 깨물며 숨을 불어넣었다.
“후후… 선배♡? 이젠, 아무 데도 안 보낼 거에요…♡?”
“그대는 그저 우리 곁에만 있어주면 되느니라…….”
그렇게 도망칠 곳 없이 코너에 몰린 남편에게, 어디 가서 얼굴로 꿇릴 일 없는 미모의 아내님들은 너무나도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테에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