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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575화 (575/1,009)

나는 5분만에 가까운 고급 여관에 끌려왔다.

네페르티티와 오프툼은 두고 오는 셈이 돼 버렸지만, 나랑 다르게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이들이다. 나중에 나를 찾아오건 내가 찾아가건 해야 하겠지.

……갈 수 있다면, 말이지만.

“티르시는 잠시 자게 두거라.”

베로니카는 도착하고 얼마 안 가서 티르시의 용태를 대충 확인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손에 옥새를 들려주고 나를 돌아봤다.

이 여관은 커다란 다인실에 방도 여러 개였기에, 이 방을 티르시에게 쉴 공간으로 내 준 상황이었다.

“지금은 〈강림〉으로 얻은 마나가 남아 있어서 이 상태가 해제되지 않는 듯 하군. 하지만 다행히 그대 말대로 영혼에 손상은 없어 보인다.”

“다행이네. 혹시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나 노심초사 했어.”

“후후. 조금 쉬게 두고 옥새에 마나를 옮기면 곧 제정신을 차리겠지.”

“알았어. 티르시, 잠시 주무시고 계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티르시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새액, 새액…….

숨소리를 내는 걸 보면 바로 잠든 모양이다. 부럽다. 자고 싶을 때 잠드는 능력은 은근 굉장한 것 같은데.

아니, 나도 수면가스를 뿜고 마시면 바로 잠들 순 있나?

깨어나는 시간을 정하기 어려운 게 문제지만 말이다.

“……정말로 시키는대로 따르는군.”

베로니카는 복잡한 기분으로 티르시를 살펴보았다.

“그대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하는 모양이지?”

“그런가 보더라.”

“흐음……. 음심이랄 게 솟진 않느냐? 수컷이라면 이만한 미인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상황이 썩 나쁘지만은 않을 터인데.”

잠들기 힘들어 보이는 장비를 걸친 티르시를 쓰다듬어주며 베로니카가 말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취미 없어. 미안하고, 불쌍하잖아.”

“그런가. 만약 나중에라도 관심이 생기면 언제든 말하거라. 그대만 원한다면 나나 다른 아내들도 의식을 잠그고 그대가 시키는대로 조종당해 줄 수 있으니.”

─싱긋. 이상할 정도로 다정한 미소를 띄우는 베로니카.

“단, 전원 동시에는 안 된다. 최소 2명 정도는 그대 옆에 있는 게 조건이다.”

“……지금처럼?”

“응!”

아까부터 내 팔짱을 잡고 있던 프랑이 헤실거리며 말했다.

애정 넘치는 팔짱이지만, 프랑이 먼저 팔짱을 껴 오는 건 거의 처음 아닌가?

부드러운 가슴이 의식의 40%를 콱 잡고 놔 주질 않는 듯 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슬쩍 몸을 비틀자, 프랑은 더 꼬오옥 하는 느낌으로 끌어안았다. 이거 빠져나갈 수가 없는데……?

─슬쩍. 눈을 굴리다가 프랑과 눈이 마주쳤다.

그저 세상 행복한 듯 웃는 프랑.

“왜애~?”

“어, 아니, 암 것도 아냐.”

나는 나 자신의 뇌리에 스친 의문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고개를 젓고 아내들을 불렀다. 내가 알리씨크에서 혼자서 싸우러 간 뒤의 일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해서, 대충 그런 일이 있었어.”

여관에 도착해서 지난 며칠 간의 이야기를 했다.

새삼 돌이켜 보자 아무래도 길고 충격적인 얘기가 많다.

파라오 세헤테피브라. 창세의 권능. 명계의 피라미드. 손에 넣은 아이템들.

네페르티티에게 부탁받은 것과, 약속.

〈임모르탈리스〉의 전멸. 에퀴녹스의 죽음.

알프헤임의 과거사. 예르나를 닮은 엘프 여왕. 시다나브의 정체. 프레이야의 신좌.

내가 다시는 못 쓸 방법으로 폭주 상태를 컨트롤한 것.

그리고 티르시의 〈강림〉과, 그녀의 마음을 받아준 것까지.

1~2개가 아니었고, 밝혀지지 않은 사실도 남았다. 의문이 해소되고 문제가 해결된 만큼 새로 생겨난 의문과 문제들도 꽤 되는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나는 아내들의 질문 공세를 예상했는데, 그녀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서 고개를 한두 번 끄덕이는 걸로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덕분에 당황한 건 나였다.

“……뎃? 이걸로 끝? 질문 없어?”

“네. 언제나처럼 〈편찬대대〉, 복잡하기만 한 세상의 비밀. 대충 그런 거잖아요?”

“뭐, 그렇긴 한데…….”

너무 싹둑 끊어버리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나에게 다나가 말했다.

“〈임모르탈리스〉가 완전히 괴멸했다는 건 좋은 소식이네. 그밖에는 별 것 없잖아? 〈편찬대대〉는 변함없이 적이고, 왜 시다나브가 그 깽판을 쳤는지는 알 수 없다매.”

“뭔가 받기는 했는데, 기억이랑은 별 관계가 없을 것 같긴 해.”

“그러면 우리가 물어볼 필요도 없겠구나.”

“그, 그렇긴 한데. 에퀴녹스의 기억도 있어.”

〈임모르탈리스〉의 창시자.

리치와 신의 힘을 손에 넣은 흑마법사.

그런 그녀는 어쩌다 저딴 씨팔련이 되었고, 어떤 과거사와 사정을 가졌는가.

그 년이 마주쳤다는 〈편찬대대〉의 〈인신〉은 누구인가.

그런 모든 의문의 대답이, 그 년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좆도 관심 없는데.”

“관심 없어요~.”

“아무래두 좋아.”

“흥미 없다.”

아내들은 돌림노래를 부르듯 딱 잘라버렸다.

얘들이 발퀴리에한테 영향이라도 받았나. 왜 일심동체가 돼 있지.

“됐고, 너는 일단 목욕부터 해.”

다나는 그런 귀찮은 얘기는 됐다는 듯 손을 저었다.

생각해 보니까 요 며칠 동안 씻지를 못했다. 노골적으로 붙어있는 아내님들이 내 땀내에 시달릴 것 같긴 했다.

“그, 그래. 남은 일이 있긴 하지만 청결도 중요하지.”

나는 헛기침을 하고, 일을 시작하기 앞서 목욕을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목욕을 ‘당했다’.

“선배. 가만히 계세요~. 착하다 착해~♡”

“?????”

씻겠다고 말하고 바보 같이 넓은 목욕탕에 들어가려 하자, 프랑과 라리루라가 당연하다는 듯 따라 들어왔다. 그러고선 옷을 벗고 나를 의자에 앉혔다.

뒤에서 알몸으로 나를 끌어안은 라리루라는 내 머리를 그 볼륨감 있는 가슴으로 포위했다.

포위가 포상 위로의 줄임말이었나? 그야말로 정자 포위섬멸진이다.

레콘 300마리에게 포위된 인간 군대가 된 기분이야.

“……님들 머해요?”

욕실 용품을 세팅하기 시작하는 아내님들에게 슬쩍 질문.

“응? 씻겨주려구.”

목욕 타월에 거품을 낸 프랑이 마냥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땀을 삐질거렸다.

“굳이? 내가 알아서 씻을게. 이거 의수 방수 기능 있어.”

“왜? 같이 씻는 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면서.”

“적어도 그때는 너희들이 날 씻겨주진 않았자너.”

그나마 프랑이랑 처음으로 목욕탕에 갔을 때, 서로 씻겨주면서 꽁냥댄 게 전부 아닌가? 아내들이랑 같이 씻었을 때는 이런 호사를 누린 적이 없었다.

“에이~ 뭐 어때요? 물 들어가면 큰일이니까 눈 감으세요♡”

라리루라는 내 뒤통수에 가슴을 밀어붙이며, 따듯한 물을 머리에 끼얹었다.

─촤아악.

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머리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과

“아핫♡ 손님, 물 온도는 어떠세요~?”

“……괜찮아.”

애초에 마나가 혈액만큼 친숙한 달인의 육체는 이런 온수 정도로 비명을 지르진 않는다. 사람의 코가 악취에 적응하듯 실시간으로 변화하면서 적당한 피드백을 뇌에 전해주니까.

내 머리를 적시던 라리루라가 문득 쿡쿡 거리며 웃어댔다. 아마 내 자지가 우뚝 솟은 게 보여서 그랬을 것이다.

“후후. 선배 자지, 엄청 커졌네요? 이제 건강해지셨어요?”

“나는 원래 언제나 건강했어.”

“아핫, 맞다. 그랬죠♡?”

내게 발기부전을 일으키던 어둠과 음의 마나는 창이 쪼옥 빨아갔다.

덕분에 지금의 강북호는 발기로운 집요정이다. 드디어 날 괴롭히던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난 것이다. 발기부전? 야 너두 고칠 수 있어.

“하고 싶구나? 그래두 조금만 참자, 노르.”

─톡톡♡ 내 발기 자지를 살짝 간지럽히던 프랑은 거기서 더 뭘 할 생각은 없다는 듯, 나를 씻기기 시작했다. 섬세함의 극한과도 같은 손길이 내 몸을 더듬었다.

‘테에에엥…….’

나는 표정이 꿈틀대는 걸 참으며 나를 감겨주는 후배님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이야 시발, 왜 우리 아내님들이 내가 여기저기 더듬거리면 부끄러워 하는지 알겠네. 이게 기분이 좋은 거 이전에 존나 쪽팔리는 거구나.

발가락 사이사이나 발등, 발목부터 타고 올라와서 부랄의 주름을 문지르고, 엉덩이 골을 훑고 하는 손길. 제 아무리 사랑하는 프랑의 손이라도 내가 다 낯뜨거워졌다.

고놈 참 행복한 역지사지 타임이로다.

그렇게 10분 이상의 꼼꼼한 거품칠로 며칠 간의 고생이나 땀을 씻어내렸다.

─움찔!

단지, 꼼꼼하게 씻겨졌지만 사정까지는 하지 못한 쥬지는 통곡의 쿠퍼액을 흘렸다.

머리를 다 감겨진 나도 라리루라의 가슴에 얼굴을 감싸인 채로 귀를 씻겨지면서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라리루라의 유두가 살짝 혀에 스쳤다.

“……에헤헤♡”

그때 갑자기 장난기라도 동한 듯, 프랑이 내 요도를 핥았다.

…쪽♡

깨끗하게 물로 씻은 자지의 쿠퍼액을 키스하듯 핥는 프랑.

촤악─! 그러고서 남은 거품기를 다 치우듯 물을 끼얹는다.

“자, 목욕 끝!”

“수고하셨어요, 선배~♡”

“……크흠. 수고는 무슨.”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당장에라도 무차별 생삽입 교미를 하고 싶은 마음은 첩첩산중이었지만, 뒷일도 남았는데 아내들이랑 뒹굴고 있는 건 너무 개씹 한량 양아치 새끼 짓 아닌가.

양심이 쑤셔서라도 그럴 수는 없었다.

“프랑, 라리루라. 너희는 안 씻어?”

“네에! 저희도 며칠 못 씻었으니까 이대로 씻고 갈게요☆!”

“응. 노르는 먼저 가 있어.”

“그, 그래.”

이제야 잠깐 혼자 있을 시간이 된 생겼나.

사방에서 뭔가 생각할 틈도 안 주고 살갗과 향기로 공세를 퍼부으니 뇌수가 라벤더 향 페브리즈로 절여지는 느낌이다. 이러다가 폐급 인간 쓰레기 되는 거 순식간이다.

나는 숨을 고르고자, 머리에 수건 한 장을 얹고 빤스 바람으로 욕실을 나갔다.

“아, 나왔네.”

욕실 문 앞에 다나랑 베로니카가 대기하고 있었다.

“……………….”

──완전한 사육.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내 엘리트 대갈통에는 그런 표현이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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